음력 설 기간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사건으로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며칠전인
2023년 1월 21일 밤 음력 설 행사장 인근에 있는 댄스 교습소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쇼핑몰 야외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경찰은 사상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희생자 대부분이 중국계로 추정되고 있다. 용의자도 중국계로 추정되고 있다. 음력설을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의 몬터레이 파크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때문에 현지 한인 사회가 온종일 불안에 떨며 가슴을 졸였다. 사고가 난 지역에 한국인들이 다수 거주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한국인 희생자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는 만성적인 사고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총기휴대가 보편화되어 있는 남부 서부지역에서는 총기휴대가 스스로의 방위권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총기 휴대가 가능하고 어디에서나 총기를 구입할 수 있으니 스스로 자신을 지키려면 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넓은 땅덩어리에 경찰서에서 출동해도 두세시간 걸리니 그동안 괴한의 침입에 버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총기가 당연히 필요하다는 주장이 먹히는 상황이다. 괴물을 방어하기 위해 더 강한 괴물을 곁에 둔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은 다행히 인종차별에서 나온 것같지는 않다. 아시안계가 아시안계를 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그동안 차별을 받던 아시안계 사람이 자신들의 사회에서도 따돌림을 받자 마음속에 쌓인 분노가 폭발해 휴대한 총기로 난사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명절이나 대형 축제를 앞두고 본류에서 소외된 인물들이 벌인 대형 사건으로 보인다. 그러니 이번 사건도 인종차별 문제와 총기휴대 문제가 함께 포함된 사건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이다. 미국을 식민지로 둔 영국에서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을 필두로 아일랜드와 유럽 등지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물론 유럽인들에 앞서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대거 미 본토로 끌려갔다. 지금 미국 흑인들의 조상들이다. 미국 백인들은 그 땅에 살던 원주민인 인디언들을 잔혹하게 도륙하고 거의 멸종을 시켜버렸다. 흑인들은 노예로 죽을 고생을 하며 지금 미국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남부지역의 목화생산에서부터 허드렛일을 도맡아 백인들이 부를 축척하는데 큰 공로를 세웠다.
하지만 미국 백인들은 흑인들에게 일말의 사죄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미국 땅에서 흑인들이 사는 것을 묵인하는 수준에서 공존관계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미국 백인들에게 흑인들은 잘못되어도 아주 잘못된 씻지못할 죄악으로 존재한다. 미국의 치부의 핵심은 바로 흑인들에게 있다. 그들이 노예로 끌고 가고 결국 노예제도가 폐지됐으면 잘 살도록 도와줬어야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 백인들의 마음 한가운데는 흑인에 대한 한줄기 미안한 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흑인들도 잘 안다. 자신들이 왜 지금 미국땅에 살고 있는 것인가를. 그리고 그들의 권익을 강화시키기 위해 흑인들은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나 정치적인 차원에서도 흑인들이 꽤 성과를 거두었다. 흑인계 미국 대통령까지 배출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동양인이나 히스패닉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그들은 흑인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흑인들 대부분이 끌려서 미국땅을 밟았다면 동양인과 히스패닉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대부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자발적으로 찾아간 사람들이다. 이런 사항을 미국의 백인들뿐아니라 흑인들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백인과 흑인들은 내놓고 동양계와 히스패닉에게 인종차별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동양계 사람들은 궂은 일도 열심히 한다. 미국 백인들이 하기 싫어하고 흑인들은 게을러 안하는 종목에도 기꺼이 파고들어 성공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것이 미국 백인들과 흑인들이 고까워하는 것이다. 원래 자신들의 몫인데 동양계들이 마구 파고 들어와 점거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동양계들을 차별하는 심보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 한국인들을 차별대우하는 것은 백인들보다 흑인이 더욱 심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한국인들은 흑인들을 무시하고 싶은데 반대로 흑인들은 한국인들을 포함해 동양계를 정말 개무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가게가 흑인들에게 자주 털리는 것이라고 현지 교민들이 말하고 있다. 사실 한국계를 포함해 동양계 사람들은 흑인들을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게으르고 무식하고 예의없다는 이유에서 이다.
만일 미국이 붕괴된다면 그것은 인종차별적 상황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인들이 한국땅에서 생각하는 인종차별보다 더욱 혹독한 인종차별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백인과 잘사는 사람들의 땅이다. 백인과 잘 사는 사람들은 선택받은 자라는 우월감이 백인들 사회에 만연돼 있다. 흑인과 황인종은 그냥 현대판 노예로 그들이 부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살아가는 상황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백인들도 있겠지만 상당수 백인들이 그런 생각속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들도 그런 상황을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이 그곳에서 내린 뿌리가 존재하고 이제 한국에 돌아가도 반겨줄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인종차별을 해소할 방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이미 넘어선지 오래됐다. 더욱 심화되지만 않기를 바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이 사회인데 왜 갈등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휴대하는 총이 항상 옆에 있는데 자칫 감정이 격화되면 사고가 일어나게 되어있다. 이것이 미국의 원죄이며 아픈 손가락이며 알면서도 해결할 묘안이 없는 원초적 문제이다.
2023년 1월 2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