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는 승리했습니다. 이제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 봄을 맞이했어요. 이 정도면, 브로리는 10위 드는 것 자체가 위태로울 수준입니다. 택시운전사와 동급이에요. 그러면 이제 내용 누설 가득한 후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먼저 말해드리겠습니다. 싫으시면 넘기세요.
이제 너무 많이 봐서 길 가다가도 볼 거 같은 유해진이 이번에는 영화관에서 일하네요. 그러다 그는 해고되고, 설상가상으로 아들도 사납금을 못 내 퇴학에 재산 압류 위기까지 처하게 됩니다. 결국 똘마니들 모아 서울역에서 부자(처럼 보이는 놈) 소매치기를 하기로 작정하고, 소매치기를 합니다. 잡히지만 부하들 도움으로 이미 베개로 바꿔치기한 덕에 어째저째 성공하나, 하필이면 그 안에 우리말 사전 원고가 들었네? 아 돈 없다! *됐다! 류정환은 간신히 집을 찾아 사전을 가져가고, 본부에 돌아온 그는 소매치기를 말하는데 하필 주인공이 동료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동료여서 주인공은 그 자 소개로 돈을 받고 허드렛일을 하게 되죠. 물론 그의 뛰어난 입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매치기까지 했는데 오냐오냐 하고 받아들이면 미* 새끼고, 류정환은 그를 영 좋지 않게 여기고, 그러다 까막눈인 걸 알게 되고 글읽기를 시킵니다. 그리고 애들이 나오면서 밝은 분위기를 만들고, 그도 점점 글을 익히며 애국심에 젖어들어가죠. 하지만 일본 놈들한테 폭행당하는 학자를 구해주려다 싸움에 휘말리고, 그걸 보고 오해하여 류정환은 그를 해고하고 대립합니다. 물론 사정 알게 된 그는 집 가서 사과합니다. 그리고 유해진은 조선어학회 지붕을 고치며, 다시 들어가죠. 자신 패거리의 애들을 모아 사투리를 말하게 하는 등 사전 제작에 열심히 노력했죠. 그러다 류정환은 아빠를 만나는데, 아빠는 조선은 죽었다며 포기하고 조선총력연합학회(?)에 가입하라 하지만 거부하죠. 그 후 아내가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조직원이 배신을 때려 모든 원고가 날아가고, 주인공이 구해준 조직원 하나가... 그는 조선총력연합학회 안에 잠입이라도 하려 하고, 그것도 안 되자 포기하려 하지만 그는 원고를 남겼죠. 그리고 잡지에 광고를 실어 말모이로 사투리를 다시 모으고, 공청회를 개최하려 합니다. 일본의 함정을 피해 대동아극장에서 비밀리에 공청회를 개최하지만, 아들이 일본의 협박으로 인해 불어버립니다. 하지만 그는 그걸 다시 알렸죠. 그래서, 우리말 사전은 지켜질 수 있었습니다.
소감 말해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주제 전달, 성장, 복선과 대사 사용, 당시 현실의 모습, 그리고 신파 사용까지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저 눈물 한 방울 흘렸어요.
처음에는 밝은 분위기로 가며 군데군데 암울한 현실을 끼워넣습니다. 한국과 한국어는 외면당하며, 일본어만이 존재할 것이고 일본만이 존재할 그런 세상. 주인공 유해진은 그런 상황에 관심도 없었습니다. 한국어가 외면당하든 지랄이든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그런 사람이었죠. 하지만 조선어학회에 가입한 이후, 그는 성장합니다. 그렇게 그는 최후에, 한국어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류정환도 성장합니다. 혼자 모든 걸 다 짊어지려 하다, 학자들만의 힘만 빌리려 하다, 유해진을 통해 진정으로 함께 무언가를 짊어지는 게 뭔지 알게 되죠. 그리고, 그들은 시민들이 함께한 진정한 말모이로 나랏말큰사전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죠. 모두의 말을 모아, 모두의 말을 지키자. 이 영화는 상황으로 주제를 보여줬습니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어디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죠. 그래서 명작이고 걸작입니다.
거기다가 대사 활용과 복선도 훌륭합니다. 그건 직접 보세요. 눈이 나이아가라 폭포가 될 겁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요.
하지만 최악의 단점이 있는 게, 바로 너무 <택시운전사>와 비슷하단 겁니다. 주인공은 똑같이 무지하다 성장하는 성장형 주인공이고, 무지한 시각에서의 밝은 분위기 -> 상황을 알고 나서부터 진지해지는 분위기 -> 경찰새끼들의 깽판 -> 추격전 -> 결말이라는 구성까지 모든 게 같아요. 그래서 확인해봤는데, 감독•각본이 택시운전사 각본 쓰신 그 분입니다. 너무 나태한 거 아닙니까, 엄유나 씨? 그래서 <택시운전사> 보신 분들이라면, 어디선가 본 거 같은 느낌이 들고, 약간 지루하실 겁니다. 이 영화 역시 신파에 조금 기댔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여전히 걸작입니다. 말로 다 하지도 못할 만큼요. 솔직히 위에서 다 한 소리는 제가 느낀 거의 1/4도 안 돼요. 아빠 얘기도 있고 민간인과의 얘기도 있고 이것저것 많은데, 아직 다 못 썼어요. 계속 느낌이 언어로 정리되면 쓰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너무 거대하거든요. 우리들의 마음이, 우리들의 글자보다 더.
여러분, 이 영화를 보지 마십시오. 이 영화와 같이, 우리들의 미래, 우리들의 역사를 만들어갑시다.
- ★★★★☆ -
새롭지 않지만, 견고하고 강력한 한 방
첫댓글 탈모이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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