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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는 다나카의 얼굴을 잡고 자신의 얼굴 쪽으로 돌렸다. 그리곤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덮었다. 사랑도 비즈니스다. 은수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한동안 미세하게 떨던 다나카의 손이 은수의 등을 끌어안았다.
은수는 천천히 그의 무릎 위로 올라가 앉았다. 물속이라 움직이는 모든 게 부드러웠다.
"제가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저를 사랑하실 건가요?"
다나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애만 태우시고 제 손도 못 잡으실 건가요?"
다나카는 그녀의 쇄골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은수는 끈으로 되어 있는 수영복을 풀었다. 그의 눈앞에 젊고 탄력 있는 유방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이어 물속에 잠긴 수영복마저 벗어버렸다. 비밀인양 검은 숲으로 가려진 그녀의 여성이 흐릿하게 다나카의 눈에 들어왔다.
"전 용기 없는 사람 싫어요."
은수는 다나카를 꼭 끌어안았다. 다나카는 물에 젖은 그녀의 유두를 빨았다.
손으로는 자신의 수영복을 벗었다.
"전 회장님께 어울리지 않는 여자예요."
은수의 말에 다나카는 멈칫했다.
"사랑하게 되면 어울리지 않는 건 없어. 거지든 창녀든 성녀든 난 상관하지 않아.
그게 사랑의 힘이겠지."
다나카는 그녀의 얼굴을 잡고 입술을 맞추었다.
"당신은 정말 묘한 사람이군요."
은수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에 다나카의 남성을 받아들였다.
따뜻한 물속에서, 대낮에, 넓은 온천에서 단 둘이 섹*를 한다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은수는 변강호 이외의 다른 남자에게서는 처음으로 섹*에서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다나카의 허리를 다리로 휘어 감고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다나카 역시 그녀의 둔부를
끌어안고 그녀의 가슴을 빨았다. 어느 순간 두 사람은 거짓말처럼 동시에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은수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변강호 이외에 그처럼 강한 희열을 주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내 곁에 있어줄 수 있겠어? 내 삶의 동반자가 되어 줄 수 있겠어?"
"전 회장님을 보필할 만한 여자가 못돼요."
"죽은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당신을 사랑하게 된 거 같아."
은수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나카의 말이 진심처럼 들렸지만 왠지 너무 가벼웠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회장님, 그냥 저를 자유롭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대신 회장님이 부르시면 언제든지 달려올게요. 아직은 정착하고 싶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들도 많고요."
다나카는 은수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진심인 듯했다.
"단, 언젠가 내게 영원히 와준다는 조건이면 그렇게 할 수 있어."
"그 언젠가가 언제죠?"
"때가 되면 스스로 알게 되지 않을까?"
은수는 다나카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변강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변강호는 도쿄에서 직접 부산으로 향했다. 해모수 건설의 기획이사와의 미팅 때문이었다.
하성애의 소개 덕에 하위직 관리자가 아니라 기획 이사와 직접 선이 닿았다.
서울에서 이소정이 내려와 있었다.
"…아시겠지만 저희가 이번에 해운대에서 분양하려는 아파트가 3천 세대가 넘습니다.
그런데 다 똑같은 빌트밥을 빌트인하려면 안 하느니만 못하겠죠."
변강호는 그가 하성애의 소개로 마지못해 자리에 나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전통 가마솥을 빌트인한다는 내용의 기획서와 카탈로그였다. 기획이사가 적잖이 관심을 보였다. 이소정이 준비해온 카다로그를 펼친 후 설명했다.
"과거 아궁이에서 밥을 짓던 여성들은 지금의 여성들보다 자궁 질환이 흔치 않았습니다.
그건 가마솥을 얹은 아궁이가 황토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이건 가마솥으로 밥도 짓고 황토의 원적외선도 쬘 수 있게 하는 신 개념의 빌트밥입니다."
늘 엉뚱한 고길수가 짜낸 아이디어였다. 빌트밥 곁에 황토 의자를 하나 만들고
밥 짓는 열기로 원적외선을 쬐게 만든다.
곁에 라디오도 설치하고 사양에 따라 유비쿼터스를 이용,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니터도
천정에서 내려오게 만든다.
빌트밥의 세계를 보다 폭 넓게 확장한다는 아이디어였다. 엉뚱해 보이지만
현대의 트렌드에 맞는 웰빙 빌트인이었다.
해모수 건설의 기획이사는 카다로그를 유심히 살핀 후 다른 임원들과 속닥거렸다.
"해모수 건설에서 분양할 이번 아파트에 황토 빌트밥이 적격이라고 봅니다."
기획이사와 임원들을 서울 본사에서 보기로 약속한 후 해모수 건설에서 나왔다.
거리에는 이미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서울은 어때요?"
"뭐, 독립 법인화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거 같던데 우리하고 상관있겠습니까.
회장님 막내 아드님이나 상관있겠죠."
이소정이 비아냥거렸다.
"소정씨,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난 변씨 가문의 미운 오리 새끼일 뿐이니까.
아는지 모르겠지만 난 회장님 유산도 모두 포기했습니다."
"삼촌한테 듣기는 했어도 배신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소정은 끝까지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전 대일 전자의 기획실장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변강호는 차갑게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변승우의 막내아들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 후 직원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 있었다.
그들을 붙잡고 일일이 쓸쓸하고 외롭게 살아온 자신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
이소정은 더 이상 그 문제를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해운대 포장마차 촌으로 향했다.
이소정은 출장을 오면서 만약을 대비해 해운대 호텔에 숙소를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예정대로라면 변강호는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비행기편이 없었다.
"저는 어디서 잡니까?"
"난들 아나요? 정 잘 데 없으면 제가 잡은 방 소파에서 주무시던가."
이소정과 변강호는 오랜만에 둘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웃었다.
변강호는 오랜만에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해변을 따라 이어진 불빛들은 초승달 같았다. 파도 소리와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며
깔깔거리는 젊은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변강호는 모처럼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 빠져 어둠에 잠긴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닷바람도 상쾌했다.
문득 문득 변승우와 강승혜의 얼굴이 떠올랐다.
"안 씻으세요?"
이소정은 욕실에 들어갈 때와 똑같은 옷차림으로 나왔다. 화장만 지운 얼굴이었다.
"쌩얼은 처음이네요."
변강호는 창문을 닫았다. 그러자 밀려들던 소음이 사라졌다.
"화장한 것보다 쌩얼이 더 보기 좋네요."
"농담도 잘하시네요. 정말 소파에서 주무실 거예요?"
"벌써 잡니까? 맥주하고 뭐 먹을 것 좀 갖다달라고 했습니다."
이소정은 머뭇거리다가 소파에 앉았다. 집에서와 달리 호텔방이라 그런지 어색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방 두 개 잡는 건데. 전 변 실장님이 일본으로 바로 돌아갈 줄 알았거든요."
"돈이 썩었습니까? 방을 두 개나 잡게."
변강호는 이소정 맞은편에 앉았다. 신혼여행이라도 온 기분이었다.
변강호가 빤히 쳐다보자 이소정이 고개를 돌리고 텔레비전을 틀었다.
"…양소애 양을 납치했던 범인을 검거함으로 해서 90일간의 수사가 마무리…."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변강호도 맥없이 텔레비전을 봤다.
잠시 후 초인종이 울렸다. 룸서비스가 왔다.
"소정씨 집에 있을 때랑은 영 기분이 다른데요."
"어떤데요?"
"그냥 좀 야릇한 기분이 드네요."
"변 실장님, 방 따로 잡아야겠네요."
"소정씨, 이 변강호를 못 믿습니까? 이 방 값이면 일본행 비행기 값입니다.
우리 같은 샐러리맨이 그런 돈이 어디 있습니까? 출장비도 안 나왔다면서요."
"회장님 막내 아드님도 그런 소릴…."
이소정의 말에 변강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전 대일 전자의 기획실장일 뿐입니다.
자꾸 그런 얘기하시면 전 기억하기 싫은 상처를 자꾸 떠올려야 합니다."
이소정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죄송해요. 아무튼 전 충격이었어요."
이소정이 사과를 하며 변강호의 잔에 술을 따랐다. 분위기가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잘하면 꿈에 그리던 이소정과 만리장성을 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변강호는
적잖이 흥분됐다. 그게 아니라면 키스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소정도 싫지 않은 눈치였다.
'오늘 드디어 소원을 이루려나.'
변강호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오며 슬쩍 이소정의 곁에 앉았다.
"저쪽에 앉아서 텔레비전 보니까 목이 다 아프네요."
변강호는 변명처럼 말했다. 이소정은 눈을 한번 흘긴 후 조금 옆으로 옮겨 앉았다.
술병이 하나 둘 빌 때마다 변강호는 조금씩 이소정의 곁으로 다가갔다.
"…해모수의 그 기획이사 엉큼한 사람 같지 않아요?"
"남자들이란 게 다 엉큼하잖아요." 변강호는 이소정에게 더 바짝 다가가 앉으면
그녀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변 실장님, 왜 자꾸 다가와요?"
이소정이 몸을 옆으로 기울이며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제가요? 전 술을 따르려고…."
그때 변강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짐작했던 대로 하성애였다.
'이 여자는 꼭 중요한 순간에 전화를 해.'
"어, 어머니 전화네요.”
변강호는 이소정에게 거짓말을 하고 난 후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국장님 오랜만입니다."
"변 실장, 일단 진급 축하해. 변 회장님 장례식 때 안보이던데."
"그럴만한 사정이…."
변강호는 할 말이 없었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십니까?"
"기획이사랑 통화하다가 오늘 미팅이 있다는 얘기 들었어. 부산이지?"
"네."
"그런데 전화도 안 해?"
"저녁 먹고 이제 막 숙소 들어와서 전화 드리려고…."
변강호는 화장실 문밖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숙소? 어디야? 내가 갈게."
"네? 아, 아닙니다. 저희 직원이랑 같이 와서요."
"그래? 그런데 저녁에 시간이 되긴 되는 건가?"
변강호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녀를 무시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다고 이소정을 홀로 두고 나가자니 그 역시 속이 쓰렸다.
"그게 좀…."
변강호는 문틈으로 거실을 살폈다. 이소정의 흰 허벅지와 종아리가 보였다.
"직원이랑 방구석에 처박혀서 술 퍼 마실 거야? 아님, 룸에라도 가나? 참 요즘은 룸에 안 가지.
거기 물 좋으니까 나이트 가겠네."
하성애가 제 멋대로 말했다. 이런 저런 변명을 하던 변강호는 어쩌지 못하고
그녀와 약속을 정하고 말았다.
해변 끝에 있는 바다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만나기로 했다.
욕실에서 나온 변강호는 이소정의 눈치를 봤다.
"소정씨, 아무래도 나가봐야겠습니다. 부산에 있는 친구 녀석이 좀 보자고 하는데.
해모수 건설을 잘 아는 녀석인데."
"어머니한테서 걸려온 전화라고 하지 않았나요?"
"마, 맞아요. 어머니하고 통화한 후 또 전화가 걸려와서요."
"그래요? 전화벨 소리 못 들었는데."
"하하하, 제가 볼일 좀 보느라고 물을 내리는 바람에…."
변강호는 진땀을 흘리며 변명한 후 간신히 호텔을 빠져나왔다.
아직은 이소정과 인연이 이어질 때가 아닌 모양이었다
변강호는 금련의 가슴을 애무했다. 바로 그때 옆방에서 문 여닫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옆방은 바로 대근이가 들어간 방이었다. 금련은 바깥의 소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변강호의 머리통을 가슴에
끌어당겼다. 변강호도 이내 복도에서 난 소리를 잊고 풍성한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변강호가 금련의 치마를 걷은 후 새끼손가락으로 팬티를 능숙하게 끌어내렸다.
무성한 숲이 변강호의 손끝에 스쳤다. 망사 팬티였다.
'설마, 이 여자도 물건 타령하는 건 아니겠지?'
술기운에 모텔 방까지 밀고 들어오긴 했지만 막상 삽입할 때가 되니 슬슬 걱정이 되었다.
"설마 저를 그렇고 그런 여자로 생각하는 건 아니죠?"
금련이 느닷없이 변강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쥐고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절대로 솔직해지지 말 것. 솔직해지는 순간 연애 감정에 빠지고 만다는 걸 변강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를 꼬드기려고 뒤를 밟은 적이 있다는 사실 역시 철저히 숨겼다.
"무슨 소리야. 그렇고 그런 여자라니, 그럼 나도 그렇고 그런 남잔가?"
변강호의 말에 금련이 깔깔거리고 웃었다. 변강호는 눈앞에 펼쳐진 가슴을 행여나
놓칠 새라 꽉 부여잡은 채 말했다.
"강호씨 바람둥이 같아."
금련의 한 마디에 변강호의 작은 물건이 움찔거렸다.
"나 같은 놈을 두고 누가 바람둥이라고 하나? 여자 보고 첫 눈에 반한 남자가 바람둥이면
모든 남자들이 바람둥이게? 나는 금련 씨한테 첫 눈에 반했단 말이야.
처음 볼 때부터 어찌나 가슴이 설레던지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 했다니까."
변강호는 최대한 늘어놓을 수 있는 찬사를 다해 말했다.
"내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 순간 여기에 이렇게 있는 게 아닐까?"
거짓말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거짓말이 진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반만 믿을게요. 호호호!"
금련은 변강호의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변강호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는 말이 실감났다. 금련의 가슴이 정말 호박만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만난 여자 중에 가장 커다란 젖가슴을 가진 여자였다. 게다가 말랑말랑하고 탄력도 좋았다.
"혹시, 실리콘?"
"죄송합니다. 자연산입니다."
다시 한 차례 그녀가 웃었다. 구세군이 흔드는 종처럼 맑은 웃음소리였다.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며 행복해하고 있는 변강호의 바지 속으로 금련의 손이 예고도 없이
불쑥 들어왔다. 순간 그녀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는 가슴에 달라붙어 있던
변강호의 얼굴을 떼어내며 물었다.
"아직도 안 섰어요?" 이게 무슨 소리야. 변강호는 적잖이 굴욕감을 느꼈다.
"이, 이게 원래 좀 작아."
변강호는 참담한 심정으로 고백했다. 금련이 또 깔깔거리고 웃었다.
"변 대리님, 그렇다고 가던 길을 안 가실 것 까진 없죠."
하성애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순진한 건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건지."
하성애는 명치까지 파인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그녀가 조금만 몸을 비틀어도 젖가슴이 보였다.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듯했다. 단단히 벼르고 나온 모양이었다.
"제가 볼 때 다나카는 홍 마담을 정말로 좋아하는 거 같았다니까요."
변강호는 삿포로에 가 있는 은수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봐요, 변 실장님. 다나카가 누군지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변강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반치 건설 회장이고, 일본 경제계의 거물이고 세계에서도 통하는 이름이고…."
"겉으로만 알고 있으니 문제지."
하성애가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들고 변강호 옆 자리로 옮겼다.
"변 실장 옆자리가 전망이 더 좋네."
이상한 일이었다. 변강호는 자신도 모르게 쿡 웃음이 나왔다.
호텔에서 이소정 옆 자리로 옮기며 늘어놓았던 변명이 떠오른 때문이었다.
"왜 웃어?"
"국장님 때문이 아닙니다. 저희 직원이 갑자기 떠올라서.
그건 그렇고 다나카 회장을 제가 겉으로만 알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변강호는 서둘러 말머리를 돌렸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옷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보다 더 풍만하고 탄력적으로 보였다. 빨간 유두가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꿩 대신 닭? 아님 닭 대신 꿩인가?'
변강호는 술로 목을 축이며 끓어오르는 욕망을 달랬다.
"다나카 집안에 대해서 알아?"
변강호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하성애가 바짝 다가와 앉았다.
하성애의 손이 어느새 변강호의 허벅지 위로 올라왔다. 변강호는 느리게 주변을 살폈다.
두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변강호는 제 자리로 고개를 돌리다
하성애의 가슴을 보았다. 아무리 봐도 예전의 처진 듯한 그 가슴이 아니었다.
변강호의 눈길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하성애는 약간 몸을 비틀었다. 봉긋한 하성애의 젖가슴이
변강호의 눈에 정면으로 잡혔다. "…다나카 회장의 아버지도 사업가였다는 것 정도는 알죠."
"뭐든 일을 하려면 철저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세계 굴지의 기업을 상대할 때는 말이야."
하성애의 손이 스르르 변강호의 중심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변강호는 전과 달리 하성애의 손길이 싫지 않았다.
그녀를 녹초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다나카 회장 집안은 겐로 출신 집안이야."
"겐로? 원로라는 말입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원로와 일본의 원로인 겐로와는 천지차이야."
"그게 뭐 차이가 있겠습니까?"
"일본의 겐로는 일본의 헌법 위에 존재했거든."
왜 그런지 하성애의 말이 섬뜩하게 들렸다.
바다 호텔 앞 모래사장은 한적했다. 자정을 넘긴 시각이기도 했지만 해변의 끝자락이라 오가는
사람이 적었다. 변강호는 모래사장 위에 하성애가 가져온 돗자리를 깔았다. 하성애의 제안이었다.
"겐로라는 건 말이야. 군국주의 시절 일본의 정신적 지주였어."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하성애는
노골적으로 변강호의 중심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변강호는 이소정이 묵고 있는 호텔 쪽을 바라보았다. 불 꺼지지 않은 방들이 있었다.
그 중의 한 방에서 이소정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조선을 정벌해야한다고 주장한 정치인들을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들이었지.
그들은 일본 천황과 수상 사이에 있는 존재들이었어. 직위나 직책 따위는 없지만
막강한 힘을 지닌 사람들이었단 말이야."
변강호는 하성애가 새롭게 보였다.
"원래 밝히는 사람들이 해박한가요?"
하성애가 깔깔거렸다.
"섹스를 하든 바람을 피우든 부지런해야 하거든. 난 부지런해. 게다가 돌볼 남편이나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하고 섹스하고 남는 시간에 뭐하겠어. 공부하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부! 특히 남자들."
하성애의 손이 바지의 지퍼를 열었다.
"백사장에서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어. 그걸 변 실장이 들어주려나?"
하성애의 손이 팬티 안으로 들어갔다. 변강호의 물건은 이미 딱딱해져 폭발할 것만 같았다.
"전보다 커진 거 같아."
하성애는 금방이라도 팬티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 태세였다.
"겐로가 있는데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마저 말씀 하셔야죠."
하성애는 변강호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여름이 오고 있었지만 해변가의 밤은 제법 쌀쌀했다.
쌀쌀한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하성애의 몸은 뜨거웠다.
그녀의 가슴은 불에 달군 듯 후끈거렸다. 유두는 어느새 딱딱해져 철판이라도 뚫을 태세였다.
"겐로 출신 사람들과 그 집안은 한국 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하지. 심한 경우 아직도 노비나
노예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 받고 자라오거든.
조선은, 한국은 지배당해야할 나라라고. 일제의 강점기가 아니었으면 한국이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럼, 일본의 최고 우익이라고 보면 되나요?"
"이제 이해가 돼? 그 집안사람 중에 엔화에 초상화가 그려진 사람도 있지 아마."
"그러니까 다나카 회장이 지금 홍 마담을 갖고 논다는 거잖아요."
"처음엔 안 그래도 결국엔 그렇게 돼. 그게 겐로 집안사람들의 속성이야.
유전자 인식 자체가 그래. 뿌리가 그렇다고."
하성애의 두 손이 변강호의 바지를 벗겼다.
그녀는 치마를 훌렁 걷었다. 바다에서 후텁지근한 바람이 몰려와 뜨겁게 달궈진
두 사람의 몸을 조금이나마 식혀주었다.
변강호는 블라우스 속에 감추어진 하성애의 두 가슴을 움켜쥐었다.
풍성하고 탄력적인 게 아무래도 성형한 듯했다.
하성애의 두 다리가 하늘로 솟았다. 밤하늘을 밝힌 반달에 그녀의 둔부와 다리가 빛났다.
변강호는 정신없이 그녀의 중심에 몰입했다.
"변 실장, 자신감이 붙었어. 그거면 작은 물건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지. 까르르르!"
하성애는 여전히 변강호의 물건을 두고 놀렸다.
"그래도 저만큼 잘하는 남자 있나요?"
변강호는 등골을 타고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어느새 하성애의 다리가 변강호의 허리를 감았다.
곧 폭발할 듯했다.
"다나카 회장도 잘해."
그녀의 말에 어이없게도 변강호는 폭발하고 말았다.
그가 축 늘어지자 하성애는 다시 한 차례 웃었다.
"그래가지고 다나카 회장을 상대할 수 있겠어? 다음부터는 두 개씩 준비할게."
변강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하성애는 그의 물건을 감싸고 있는 콘돔을 걷어냈다.
"다나카 회장하고도 잤습니까?"
변강호는 괜한 질투가 일었다.
"어머, 변 실장, 지금 질투하는 거야?"
달빛이 하성애의 가슴을 핥고 있었다.
달을 향해 약간 솟은 젖가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유두, 쇄골과 잘 빠진 허리.
그녀는 누가 뭐래도 팜므파탈이었다. 그녀는 노팬티에 노 브래지어 차림이었다.
옷 매무새를 고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강호는 돗자리를 돌돌 말아 들고 해변을 걷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홍은수, 그 여자 조심하라고 해. 다나카 회장은 같은 일본인들도 스스로 충성을 바칠 만큼
묘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니까. 겐로 집안사람들 카리스마가 대단하거든.
그 카리스마에 반하는 거야. 얼마나 대단하냐면 한 수상이 자신이 모시는 겐로를 험담하자
그 수하가 수상을 집 앞에서 저격해 죽일 정도야."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이에는 이 아니겠어?"
"이에는 이라면?"
"똑같은 카리스마. 저쪽이 겐로라면 우린 선비 아니겠어?
저쪽이 왜장이면 우린 논개로 덤벼야지. 그런 사람들, 정도(正道)를 높이 사주거든."
변강호는 은수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은수도 그리 녹록한 여자는 아니었다.
은수라면, 천하의 다나카 회장의 상대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하성애는 자신의 차로 돌아갈 때까지 변강호의 남성을 잡고 놓지 않았다.
"내가 내일 출장만 아니면 오늘 밤새 해변에서 놀겠지만. 섭섭해도 변 실장이 참아.
날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하성애가 돌아간 후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이소정이 묵고 있는 호텔로 돌아갈까 망설였다.
달리 갈 곳이 없었다.
"늦으셨네요. 친구 분하고 주무시고 오실 줄 알았는데…."
문을 열어준 이소정은 변강호의 얼굴을 확인한 후 침실로 들어갔다.
변강호는 괜스레 이소정을 보기가 민망했다.
말은 안 해도 변강호가 무슨 짓을 하고 왔는지 모두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련이 변강호를 위로하듯 끌어안았다. 눈물겨운 위로였다.
변강호는 모처럼 자신의 작은 물건을 여자의 중심에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침대 위에서, 벽을 등지고, 바닥에서, 욕실에서….
변강호는 모처럼 몇 시간이고 버티는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했다.
강쇠 어른의 후예답게 몇 번이나 금련을 기절시켰다.
변강호는 작은 물건에게 한풀이라도 하듯 열심히 성의껏 금련의 몸에 임했다.
두 사람이 침대위로 나가 떨어졌을 때 변강호는 겨우 한 차례 만족을 느꼈을 뿐이었다.
"변 대리님, 정말 희한한 사람이에요. 그 작은 물건으로도 이렇게 만족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약간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역시 물건이 작아 아쉽다는 말이군. 하지만 게슴츠레 풀린 금련의 눈이 다정하게 빛났다.
"그게 사실인가 봐요. 여자의 성감은 입구에서 6cm 안에 다 있다는 말 말이에요.
그렇다면 남자의 세 번째 다리는 6cm만 넘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변 대리님 물건은 작지만 굵고, 뭐랄까 꽉 차는 느낌이랄까? 호호호호!"
금련이 낯을 붉혔다. 변강호는 뿌듯하면서 한편으론 씁쓸했다.
변강호는 더 늦기 전에 진진하게 자신의 물건 사이즈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변강호가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할 때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금련아, 아직 안 끝났어?"
금련의 친구인 김미정이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금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맨 몸에 셔츠만 걸친 채 방문 쪽으로 향했다.
셔츠 밑의 엉덩이 살이 변강호의 욕망을 또 한 차례 자극했다.
"왜?"
"나 먼저 갈게. 그런데 키가 너한테 있잖아."
"대근씨는?"
"대근씨는 벌써 갔어."
미정의 말에 변강호가 현관 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갔다고?"
"언제?"
"방에 들어온 지 5분도 안 지나서 갔어."
"뭐 바쁜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지?"
"몰라, 더 묻지 마."
"우리도 막 나가려던 참이야, 같이 가자."
변강호와 금련은 부리나케 샤워를 하고 모텔에서 나왔다.
세 사람은 모텔 근방의 전문 해장국 집으로 향했다.
화장을 하지 않은 금련의 얼굴은 보기 좋게 익어 있었다. 반면 미정의 얼굴은 울상이었다.
"대근이가 그렇게 예의 없이 갈 놈이 아닌데요."
변강호는 해장국과 함께 시킨 소주를 미정에게 따르며 눈치를 봤다.
그녀는 술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변 대리님도 모르시나보네. 사실 나 젊고 즐길 줄 아는 여자예요.
그러니까 내 말은 나도 남자 만날 만큼 만나봤다는 거죠."
변강호는 그녀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나 싶었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즐감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밤늦은시간 즐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