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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 광명정의 서북쪽에 위치한 구룡봉 중턱에 머물고 있는 다섯 명은 정파
를 대표한다는 구파일방에서 파견 나와 마교를 감시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
다.
이날도 그들은 계절이 겨울인지라 하얀 백포로 눈 위에 엎드려 마교의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이 마교의 총단이 있는 광명정 안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보았고,
잠시 후에는 벼랑 위에 세워진 마교의 건물에서 수십 구의 조각난 시신이 떨어
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하루가 지났을 때 한 사람의 머리를 잘라 발로 톡톡 굴리면서
나오는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 목이 마교의 전설적인 거마 염혼의 목이라
는 것을 알게 된 그들 다섯은 숨도 쉬지 못하고 숨어서 그가 돌아가기만을 기
다렸지만, 그는 숨어 있던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소리쳤다.
"거기 눈 위에 엎드려 있는 다섯 사람 모두 이리 나와!"
비록 악명 높은 마두(魔頭)의 목일지라도 사람의 머리를 공처럼 갖고 노는,
저 무시무시한 마교의 건물 안으로 단 둘이 들어가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자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
개방의 흑룡 왕질악을 비롯한 다섯 사람은 그 순간 숨도 크게 내쉬지 못할
정도의 압력을 피부로 느껴야했다. 그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름대로 절정
의 무공을 가지고 고수 소리를 듣는 다섯의 젊은이들의 피부에는 소름이 돋아
올랐다.
"이보게들, 보아하니 악독한 마교의 종자들하고는 길을 달리하는 친구들인
모양인데--, 겁 먹지 말고 일어나게나. 자네들을 해칠 생각은 없으니---."
보다못한 천궁 옥형진이 앞으로 나서서 소리쳤다. 그 역시 칠호와 함께 마
교로 들어설 때는 칠호가 마교의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꼼짝없이 마교의 일원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전설적인 마교의 호교신공이라는 건곤대나이를 연성한 자임
에도 불구하고 마교와 철천지원수 관계라는 것을 마교의 총단 건물 안으로 들
어서면서 알게 된 천궁이었다. 그러니 마교의 인물이 아니라면 숨어 있는 자들
을 칠호가 죽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천궁은 흘낏 뒤를 쳐다보았다. 불타오르는 마교 총단의 건물에서 폭음이 터
지면서 건물과 함께 벼랑의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려가고 있었다.
하얀 색의 위장포를 걷어내고 모습을 드러낸 다섯 사람의 몰골을 보면서 칠
호는 약간은 떠듬거리면서 물었다. 자신도 꽤나 오랫동안 의식하지 못한 사이
동굴 속에 머물면서 더러운 상태가 되었었지만 이자들의 몰골 또한 장난이 아
니었다.
"뭐--뭐야? 너희들은 개방의 제자들이냐?"
칠호가 황당한 얼굴이 되어서 질문을 던지고 뒤를 쳐다보며 천궁이 소리쳤
다.
"절벽이 무너진다! 피해!"
그로부터 한시진 뒤에 일곱 사람이 구룡봉의 중턱에 있는 동굴에 모여 앉았
다.
버림받은 구파일방의 다섯 제자와 멸망한 북풍표국의 부국주 천궁 그리고 살
막의 마지막 생존자 칠호 그들은 각자의 살아온 과정을 그날 서로에게 털어놓
았다.
각자가 가지고 있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오가면서 그들이 고생을 한 근본적
인 원인이 방소구라는 이름의 꼬마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들 중에 천궁
옥형진만 빼놓고-----.
"우리가 고생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그 아이를 결코 용서할 수 없
어!"
마침내 칠호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오고, 원한에 불타오르는 여섯 사람
들은 그렇게 복수심을 불태우며 방소구에 대한 복수의 계획을 의논하기 시작했
다.
"저기-- 난 그 꼬마와 아무 원한이 없는데--- 빠지면 안될까-----?"
조심스럽게 천궁 옥형진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왔지만 열심히 복수에 대
한 이야기로 열을 올리던 다른 여섯 사람의 활활 타오르는 눈에 쫄아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으며 칠호가 말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하는 말을 못 들었소? 천하에 그 아이보다 악독한 녀석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오. 그 녀석은 불과 열 살도 안돼는 나이에 자신은 손끝하
나 움직이지 않고도 수백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존재요. 이제 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후일 자라나서 무공이 신화경에 이르러 다시 세상에 출현하면, 그때는
단지 수백명으로 만족하지 않고 수천 수만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을 놈이오. 그
런 대마두 아니 마두라는 표현도 부족하오, 그런 대마왕을 막자는 일이 뭐가
잘못이란 말이오? 이 일은 천하를 구하는 일이 될 것이오!"
칠호의 입에서 그런 고함이 터져 나오고 불과 열살의 단지 살기 위해 발버둥
쳤을 뿐인 꼬마는 천하를 악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는 대마두도 아닌 대마왕으
로 결론이 났다. 이 동굴 안에 모인 여섯은 천하를 구하려는 다시없는 의인(義
人)이 되고, 이 일을 반대하고 참여하기를 거부하면 졸지에 천하에 다시없는
악인(惡人)으로 몰릴 위기에 처한 천궁 옥형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밤을 세워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워대던 여섯 사람은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고 심란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게 된 천궁 옥형진은 무거
운 가슴을 안고 동굴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산너머로 사라지려고 하는 하얀 달이 보였다.
"허허, 도대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려는 것인지-----."
허탈한 그러면서 씁쓸한 미소를 흘리며 천궁 옥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세
상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 저들이 하려는
일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 일에 이제 천궁도 합
류하게 된 것이다.
"급한 바람 높은 하늘 원숭이 소리 애달프고 / 風急天高猿嘯哀,
깨끗한 물가 하얀 모래 뭇새는 오락가락 / 渚淸沙白鳥飛回.
낙엽은 끝없이 우수수 떨어지고 / 無邊落葉蕭蕭下,
장강은 하염없이 콸콸콸 흘러온다 / 不盡長江滾滾來.
이역 만리 가을날 쓸쓸한 나그네 되어 / 萬里悲秋常作客,
평생 병치레에 홀로 오른 누각이여 / 百年多病獨登台.
힘들고 어려운 시국 귀밑머리만 세는데 / 艱難苦恨繁霜
몸마저 좋지 않아 술마저 끊게 되었어라 / 倒新停濁酒杯"
이미 나이가 육십을 넘어선 천궁 옥형진은 쉴 때가 된 나이였다. 그러나 이
제 쉬고 싶어도 쉴 장소도 시간도 이제 남은 여생동안 자신에게 찾아올 지 불
안하기만 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두보(杜甫)의 등고(登高)라는 시를 나직하
게 읊조리며 시름을 달랠 뿐이었다.
청년은 멍한 얼굴로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보았다. 차라리 어린 시절 아버지
한테 밤새도록 설교를 듣고 밤새워 무거운 절구방망이를 들고 벌받을 때가 행
복한 때였다.
황량한 산 속에서 혼자 사는 청년의 발은 맨발이었고, 옷은 넝마처럼 찢어진
상태였다.
청년은 다시 이를 갈며 무책임하게 세상에서 모습을 감춰버린 사부가 앉아
있던 바위를 쳐다보았다.
"이제 남은 식량은 삼 년 정도 먹을 수 있는 벽곡단인가-----."
청년의 입에서는 메마른 목소리로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잠시 과거를 생각하는 것도 지금의 청년에게는 너무나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청년은 다시 절벽 아래 뚫려 있는 세 개의 동굴 중 가장 왼쪽에 있는 동굴로
들어갔다. 안은 엄청나게 거대한 지하 광장이었고, 천장에는 곳곳에 주먹만한
야명주(夜明珠)가 박혀 있어 동굴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책들이 꽂혀 있는 서가들---.
"만상금쇄진-----. 삼 년 안에 저것을 뚫고 나갈 힘을 가질 수 있게 될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청년은 한 서가로 다가가 책을 꺼내들고 선 채로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만상을 가두고 영혼마저 가둔다는 만상금쇄진이 둘러싸고 있는 계곡 안에
홀로 살고 있는 청년에게는 잠잘 시간도 없었다. 시간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버리는 만상금쇄진의 무서움을 청년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죽어버린 사부가 가르쳐 준 무공을 적어도 팔성
이상으로 익혀야 하고, 거기다 이 동굴 안에 있는 수 많은 책들을 보면서 지식
을 넓혀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사부에게 이곳에 끌려와 무공을 배우게 된 것은 기연이라면 기연이랄 수 있
겠지만, 그것은 그에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고립되고 한정된 시간 안에 청년은
무공을 완성하고 만상금쇄진을 탈출할 만큼의 지식을 쌓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굶어 죽게 되리라는 것을 청년 방소구는 너무나 잘 알
고 있었다.
'탁'
책을 덮고 일어선 방소구라는 이름의 청년은 자신의 옆에 쌓인 책을 쳐다보
았다. 수 백 권의 책이 서가에서 빠져 나와 바닥을 뒹굴고 있는 광경이 보였
다.
청년의 입가에 쓰디쓴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가 이렇게 공부하는 줄 알면 다들 기절하겠군."
그렇게 말하면서 청년은 마지막으로 사부가 깨어나서 말을 해주던 날의 일을
다시 회상하기 시작했다.
그날 사부는 다른 날과는 달리 찬란한 금빛 광채에 휩싸여서 눈을 뜨자마자
바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혼천경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본질 속의 본질을 깨닫고 우주와 하나가 되어
천지창조 이전의 세상을 창조하는 힘과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
다. 혼천문의 무공을 익히고 무공이 극에 이르러 도에 이르렀을 때 나는 나의
전생을 보게 되었다. 나는 남자이기도 했지만 여자이기도 했고, 노인이기도
했고 아이이기도 했다. 왕이된 적도 있었고, 노예인 적도 있었다. 나는 선인이
기도 했지만 또한 악인이기도 했다. 인간으로서의 삶은 이천번 이상이었고, 그
이전의 내 전생에서 나는 동물이었다. 산 속의 호랑이였고 토끼였으며 물속의
잉어 일 때도 있었고 바다 속의 고래일 때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 이전의
삶을 보면서 나는 내가 나무였고 풀로서도 살았다는 것을 보았고, 다시 그 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 나는 때로는 강이 되었고 때로는 사막이기도 하고 때
로는 구름이 되기도 하였다. 여기까지 내가 나의 본질을 보는 순간 나는 천지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기가 겁이 난다. 자연의 존재하
기 이전의 나라는 존재는 있는 것인지---. 지금은 어둠과 밝음만이 존재하고
있는 전생을 보고 있다. 어둠도 빛도 없는 공간 --, 그곳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혼천경에 이르는 것이겠지만---, 두렵구나. 그곳에 이르게 되면 현실의 나라는
존재는 이 세계에서 사라질까--- 정녕 두렵구나----."
그 말을 듣던 날부터 사부의 몸은 점점 휘황찬란한 금빛의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상태 그대로 사부는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바위 위에 가부좌를
튼 상태로 침묵했다.
그렇게 십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휘황찬란한 금빛의 광채가 계곡 안을 가득 채웠
다가 사라지는 순간 더 이상 사부의 몸은 계곡 안에 있지 않았다.
청년 방소구는 다시 사부가 앉아있던 바위를 쳐다보았다.
"그것이 우화등선이라는 것이었을까---?"
사라진 사부를 원망하는 마음이 소구의 머리를 잠시 어지럽혔지만 소구는 고
개를 흔들며 그런 생각을 털어 내었다. 이제 소구에게 남겨진 것은 삼년치 밖
에 남지 않은 벽곡단과 이만여권의 책자가 처박혀 있는 창고뿐이었다. 삼년 안
에 만상금쇄진을 탈출할 능력을 쌓지 않는다면 이 안에서 굶어죽게 될 것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딴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이
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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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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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극한의 수련 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