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이나 삶이냐, 팬데믹 시대의 사유 - 장 피에르 뒤피 지음

[녹양]

생명을 보호하는 행동이란 정확히, 생명을 순전히 주어진 사실로 다루고, 그것을 자기 필요를 채우기 위해 제멋대로 가공하는 재료로 환원해 버리는 생명 권력을 일리치가 고발하면서 했던 바로 그 행동이다. 일리치의 주장은 생명을 '우상화'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생명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모두의 삶을 교란했고, 여전히 교란하고 있는 코로나19팬데믹, 2020년 당시 세계 경제의 중심부를 강타한 공공 의료 위기의 한복판에서 파국의 사상가이자 예언의 철학자인 장 피에르 뒤피는 독특한 사유 일기를 써내려간다. 출발 지점은, 이 파국적 상황에 각국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에 관한 일부 지식인들의 주장이었다. 저자는 조르주 아감벤, 올리비에 레, 앙드레 콩트 스퐁빌 등 영향력 있는 지식인들이 이분법적 생명론과 빈약한 의학•과학 지식에 입각해 '생명의 우상화'와 격리 조치를 비판하는 사태에 분개하며 이 전투의 책을 써내려갔다

저자는 프랑스의 과학 철학자이자 정치 철학자. 이반 일리치 사상을 잇는 철학자. '계몽적 파국주의' 이론을 제시한 재난과 파국의 사상가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