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파일 공유 서비스로 유명한 드롭박스는 창업 초기에 미국의 벤처투자기관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로부터 벤처자금을 투자받았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애플, 구글, 야후 등 다수 글로벌 기업들의 초기 사업자금을 마련한 '뼈대 굵은' 벤처캐피털이다. 이런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당시에 신생기업이었던 드롭박스는 어떻게 투자를 받을 수 있었을까.
핵심은 페이먼 노자드(Pejman Nozad)라는 사람에게 있었다. 그는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양탄자 판매사원이었다. 그의 고객 중에는 실리콘밸리의 최고 벤처투자자들이 포함되었는데, 그중 한 명을 드롭박스 창업자들에게 연결해준 것이다. 사실 노자드가 벤처투자자들과 창업자들의 연결고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양탄자 매장에서 벤처투자자와 창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칵테일을 마시며 교류하는 시간을 만들어 다양한 벤처투자자와 창업가들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 왔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즈니스 분야 전문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마리나 크라코프스키는 저서 '미들맨의 시대(원제 The Middleman Economy: How Brokers, Agents, Dealers, and Everyday Matchmakers Create Value and Profit)'에서 노자드처럼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며 각각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인물을 '교량자' 역할(표 참고)을 하는 '미들맨(중개인)'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더 비즈 타임스팀은 저자 크라코프스키를 인터뷰하며 미들맨이 무엇인지, 그들이 경제활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아봤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내용.
―우선 '미들맨'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어떤 사람들은 에어비앤비, 우버와 같이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특정한 기업 혹은 인물들을 '미들맨'이라 지칭한다. 그렇지만 '미들맨'들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 그들이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저서에서 그는 성공한 미들맨은 구매자(소비자)와 판매자(생산자)의 거래를 촉진해 모두에게 가치를 선사하는 기업과 개인이라고 정의했다. 우버, 아마존 등 잘 알려진 사업부터 부동산 중개인, 헤드헌터, 스포츠 에이전트 등 미들맨의 모습은 폭넓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다. 몇 주 전 나의 시아버지는 암으로 세상과 이별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시아버지는 남은 생을 병원이 아닌 집에서 보내고 싶어하셨다. 그렇지만 시어머니께서는 전문 간병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시아버지를 돌보시는 게 어려웠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시댁에 몇 번 왔었던 물리치료사가 도움을 줬다. 그녀는 전문 미들맨은 아니지만, 여러 집을 방문해 물리치료를 하면서 다양한 에이전시에서 파견 나온 간병인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정성 들여 환자들을 돌보는 간병인들은 모두 같은 에이전시 소속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물리치료사는 우리에게 해당 에이전시를 알려줬고 그곳에 연락했더니 몇 시간 안에 우리에게 딱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여성분 역시 간병인이며 전문적인 미들맨이었다. 움직일 수 없고 죽음을 앞둔 시아버지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이 될 뿐만 아니라 해당 상황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시간이 되는 사람을 찾아줬다. 간병인들이 에이전시를 통해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간병인 한 사람씩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이 되는지 묻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일을 할 수 있는 간병인을 찾았더라도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실히 알 길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간병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미들맨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서비스를 찾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반대로 해당 간병인 역시 '미들맨(물리치료사)'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우리를 알게 되었다.
―과거에는 지금만큼 미들맨들이 부각되지 않았던 이유는 뭐라 생각하는가. ▷과거에도 미들맨들은 존재했고,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단지 그들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았다. 서양권 문화에서는 미들맨에 대한 인식이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때부터 좋지 않았다. 당시 미들맨 역할을 하던 소매업자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이익만 챙긴다고 생각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부(wealth)가 아닌 도덕적 관점에서 미들맨이었던 상인들이 사회계급에서 가장 낮은 계급에 속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지금도 '미들맨을 제외하라(cut out the middleman)'는 표현이 쓰일 만큼 미들맨들을 안 좋은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는 과거보단 현재 사람들이 미들맨을 더 인정하고 그들에게 공을 돌린다. 이런 변화의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거래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학자와 일반인들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경제구조가 더 복잡해지면서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더 많은 미들맨들을 필요로 한다.
―미들맨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로 정보 과잉을 꼽았다. 미들맨은 방대한 정보 중에서 어느 것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골라내고, 또 해당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해준다. 그렇지만 미들맨에 너무 의존하면 정보에 대한 개인의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선택할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이가 맞는지 판단할 수 있다. 아니면 생산자가 소비자들에게 파는 제품의 가치를 살피고, 제품 품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증자(certifier)나 다양한 정보 중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고객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안내자(concierge)에게 정보 확보와 판단을 맡길 수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신문 혹은 전문지를 통해 이미 정보 필터링에 익숙하다. 시간이 부족해 우리가 직접 정보 취재를 할 수 없으니, 신뢰할 수 있는 미들맨에 기댄다.
그렇지만 어떤 미들맨을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을까? 그들의 평판이 하나의 기준이다. 평판이 좋은 미들맨들은 자신의 평판을 유지하기 원해서 더 신뢰 가게 행동할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미들맨에 대해서 다 알 순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개인이 혼자서 정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보다 미들맨을 통해 하는 것이 훨씬 좋은 대안이 된다.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신뢰가 미들맨을 통해 형성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소비자와 판매자가 직접 교류를 하면서 신뢰가 더 형성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교류할 때 신뢰가 형성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미들맨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 타인과 교류를 한다. 한 예로, 나는 1년에 한 번씩 휴가를 가지만 (여행사와 고객들 사이의) 미들맨 역할을 하는 여행사 직원들은 1년에 수십 개의 여행 상품을 계획한다. 웨딩 플래너들은 관련 공급업체들과 수차례 미팅을 하고 교류한다. 미들맨들은 교류(경제적 개념으로는 거래(transaction))의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들맨이 아닌 사람들보다 훨씬 더 신속하고 더 잘 거래 업무를 마칠 수 있다.
―프리랜서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프리랜서직이 늘어나면서 미들맨 역시 더 많아질까. ▷미들맨의 역할은 프리랜서들이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구매자와 연결하도록 돕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통적인 기업들이 직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미들맨이 프리랜서들에게 제공한다.
이 때문에 프리랜서가 많아질수록 미들맨도 늘어갈 것이다.
이미 경영세계에서 미들맨을 통한 변화가 보인다. 그 예로, 과거에는 작가들이 출판사와 에이전트라는 '미들맨'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작품을 알렸다. 그렇지만 이제는 전통적인 미들맨인 출판사뿐만 아니라 작가들을 팟캐스터(팟캐스트 진행자), 블로거 등과 연결해주는 새로운 미들맨들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