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력 생일과 양력 생일, 마지막 세대의 이야기
음력 생일의 마지막 세대 !!
그제 아침부터 생일 축하가 여기저기서 날아왔다. 처음 보는 사이트에서부터 여러 곳에서 축하 메시지가 온다
금성국민학교 5회 동창들도 “생일 축하한다”고 하고, 33년생 우리 엄니까지 카톡으로 한마디 보내셨다.
“도사갓트다 행일 축하해 멱국이나 끄려먹언니”
풀어쓰면 이쯤 되겠다.
“도사 같다. 생일 축하해, 미역국이나 끓여 먹었니?”
그런데 엄니, 오늘은 제 생일이 아니랑께요. ^^
내 생일은 음력 9월 7일이다. 올해는 양력으로 10월 17일이다.
94세가 된 엄니도 날짜를 헷갈리고, 국민학교 동창들도 양력 날짜에 맞춰 축하해 주는 걸 보면
이제 음력 생일을 따로 기억하는 일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는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제사 시간도 짧아지고, 격식에 덜 얽매이거나 아예 지내지 않는 집도 많다.
추석 전이면 벌초하러 산소를 찾고,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던 풍습도 화장이 보편화되면서 납골당, 수목장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풍습이 좋거나 나쁘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불편함, 환경의 변화 같은 이유로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음력 생일도 그 가운데 하나 아닐까.
요즘 태어난 아이에게 “생일이 음력이냐, 양력이냐?” 물으면 오히려 낯설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세대는 다르다. 부모가 정해준 음력 생일을 수십 년 동안 그대로 달고 살아왔다.
해마다 양력 날짜가 달라지니 달력을 한번 엿보게 되는데, 그것도 따지고 보면
“올해 내 생일은 언제인가” 확인하는 셈이니 생일잔치 해달라고 달력부터 들여다보는 꼴이기도 하다. ^^
삼성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했다고 하는데,
생각해 보니 생일 하나 못 바꾸고 평생 고집통으로 외길을 걸어온 셈이다.
그래도 선뜻 바꾸지 못한다. 특별히 음력을 고집한다기보다 평생 그렇게 살아왔으니
그냥 지니고 가는 관습 같은 것인가 보다.
광인님처럼 초파일에 태어난 사람은 그래도 좋다.
“부처님 오신 날이 내 생일이오.”
얼마나 기억하기 좋은가. 초파일이니 애들도 아버지 생일상 까먹을 일은 없을 테고. ^^
그런데 음력 9월 7일을 누가 기억해 주겠는가.
이제는 엄니까지 미역국 끓여 먹었냐고 날짜를 헷갈리시니, 이참에 나도 양력 생일로 확 바꿔버릴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생일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 대표적인 인물이 우리 주변에 두 분 있다.
히든피크 태진형님과 이기수님!
“지구는 오늘도 돌고 내일 또 해가 뜨는데 생일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대충 이런 생각의 결을 지닌 듯하다. ^^
갈릴레오가 했다는 유명한 말
“그래도 지구는 돈다”처럼, 생일 하루쯤 별 의미 없이 지나가도 지구는 잘만 돈다.
처자식 있는 분들이야 챙겨주고 받아주는 맛에 생일이란 형식을 빌릴 수도 있다.
하지만 홀아비가 생일을 무슨 벼슬처럼 어디 내세워 봐야 결국 내 돈 쓸 일 하나 더 생기는 것 아닌가. ^^
그러니 생일이 오면 오는 대로, 지나가면 지나가는 대로 살면 그뿐이다.
제사도 짧아지거나 아예 없어지고, 산소도 봉분을 없애니 찾아갈 일도 줄어든다. 그렇게 생일도 변해간다.
우리나라 1955년에서 1963년 무렵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음력 생일’이라는 말도 지금보다 훨씬 낯선 말이 되지 않을까.
세상은 오래전부터 양력으로 기울었는데, 나는 아직 음력 9월 7일이라는 낡은 수레 한 대를 끌고 간다.
올해도 그냥 끌고 가야겠다.
이제 와 바꾸기도 뭣하고,
니가 죽나 내가 죽나 강씨 똥고집으로
끝까지 음력 9월 7일이다. ^^
첫댓글 단풍도사 생일 이야기에 초파일 생일인 나도 언급되었네
나도 생일 챙기는 사람 아닌데 남들이 알아서 들 해버리니
광인님처럼 생일이 음력 초파일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부러 외우지 말라고 해도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 아들이나 딸이나 형수님이나
“우리 아빠 생일 이제 며칠 안 남았네?” 하고 자연스럽게 생각날 테니까요. ^^
모르고 있다가도 뉴스나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부처님오신날 소식이 나오면
“아, 울 아빠 생일이네.”
살아 있는 동안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기억되는 울 아빠 생일!!
1월 1일 새해 첫날에 아이를 낳으려고 날짜를 맞추는 산모가 있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제 생각에는 정월 초하루보다 초파일 생일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