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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내일이 혼례식입니다.
오늘쯤은 여왕폐하를 한 번 만나보시는 게 어떨런지요"
세스가 라키아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라키아는 집무를 보다가 잠시 머리를 식힐겸 하여 정원에 나와 새장의 새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다.
"왜?"
왜라니요
라는 말은 속으로만 외치고 세스는 참을성 있게 미소를 지으며 뒷말을 이었다.
"여왕께서는 이 나라의 황후이기 이전에 폐하의 아내이시지 않습니까?"
갑자기 라키아가 새장의 문을 닫고 빙글 돌아섰다.
그리고 턱을 살짝 치켜들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세스는 갑자기 심장이 덜컹했다.
황제가 저런 모습을 보여서 그 날 하루가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없었으니까,
"아니야"
"네?"
"아직은... 내 아내... 아니라고"
그제서야 세스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
동시에 황제의 반응이 예상밖이기도 했거니와 동시에..
상당히 웃기달까, 갑자기 자신의 앞에 있는 하늘과도 같은 황제가 또래 나이의 평범한
남자아이처럼 보였다고 세스는 느꼈다.
종종 황제의 고집부리는 모습이 아이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건 그저 아이'같은' 고집이었다는
소리지 그가 아이같아 보인다는 말은 아니었으며 여전히 황제는 그에게 신과 동급의 존재로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방금 황제의 행동은 세스에게 신의 자리에 앉아있던 그를 본래 나이에 맞는 평범한 19살
남자아이로 끌어내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세스는 돌연 그런 질문을 꺼낸건지도 모르겠다.
"혼례를 치르는 기분이 어떠하신가요?"
"..."
황제는 답이 없었다.
무뚝뚝한 뒷모습도 그저 한창 사랑도 하고 운명을 꿈꿀 19살의 남자아이가 어린 나이에
갑자기 생판 모르는 여자아이와 뜻에 맞지 않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성을 내는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설레이십니까?"
"..."
여전히 대답없이 묵묵히 새에게 모이만 주고있는 라키아였다.
"여왕폐하를 어찌하여 보지 않으려 하십니까? 그분은 여느 후궁들과 존재의 의미자체가
다른 분이십니다. 그 분은 진정한 의미의 아내로서 폐하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힘들때나 즐거울 때나 당신의 옆에 서서 이 세월을 살아갈 동반자이십니다.
아끼고 사랑하려 노력하셔야죠"
라키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반응에 세스는 내심 기뻐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언제나 당당한 전쟁의 신 라키아의 환생인 라키아가 한숨을 쉬는 따위의 나약한 짓거리를
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적어도 그가 황제일 때는 말이다.
오랜 세월을 라키아와 함께한 세스는 알았다.
라키아도 태어날 때부터 황제가 아니었다. 신의 환생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라키아도 여느 인간들과 다름없이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었고 십대 소년이었다.
인간인 라키아는 그가 황제일 때와 다르게 감정을 내비치기도 하였고 때로는 조금은 주제넘은
충고나 지적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때때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였다.
최근 며칠간 여왕과의 혼례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라키아는 세스에게 단 한 번도 감정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는듯 한데 도무지, 하물며 최측근인 세스에게조차
말을 하지 않았기에 세스는 내심 서운하면서도 궁금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물어보아야 겠다.
세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작정이었다.
"후궁 마마들에 비한다면 조금 덜 아름다운 분이시긴 하지만 그분들과는 다른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니신 분이 아니십니까, 폐하의 눈에 덜 차더라도 아끼고 사랑하시려 노력해 보세요"
또 가벼운 한숨소리
"혹여나 이건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결코 여왕폐하를 다른 후궁마마들처럼 소박을 놓거나
절대로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는 되지 아니할 것입니다.
아무리 부부지간이라도 공식적으로는 다른 나라의 여왕이시니 그분과 척을 지는 것은 엘렌시안과
척을 지는 일이니 결코 그런일을 만들어서는 좋지 아니할 것입니다."
대놓고 안된다고는 말 못하고 교묘히 돌려 말하는 세스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되는데?"
드디어 라키아의 입이 열렸다.
새장 문을 닫은 라키아는 시원시원한 눈을 돌려 세스를 쳐다보았다.
"항상 여왕폐하를 아끼고 사랑해 주셔야죠, 늘 좋은말을 해주고 좋은점만 보려
노력하고 사랑해 주어야죠, 그건 남편이라면 부인에게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구요"
간만에 라키아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구나 싶어 세스는 옳타쿠나 하고
재빨리, 황제의 관심이 식어버리기 전에, 요점만 간단히 추려 짧게 말을 끊었다.
하지만 세스는 곧 아차- 하고 자신의 경망스러움을 탓하게 되었다.
라키아의 입술 위로 심술궂은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아내에게 해주어야 할 일이라"
부드러운 말투와 목소리였다.
"예컨대, 사랑을 주고 아껴준다니...
실컷 욕정이나 풀고 노릿감으로 데리고 놀다가
싫증이 나면 크게 인심쓰는듯 재물 몇푼, 덤으로 씨 하나 심어놓고 뒷전으로 밀어놓는
그런일 말인가?"
"폐하, 제가 그런뜻으로 말씀을 드린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내가 아는 것은 그런것 밖에 없는데 어쩌지.
그게 내가 아는 한도 내의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이야.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게 사랑하는 방법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테니
그동안 자제해 왔었는데 세스, 네가 이리도 내게 적극적으로 말을 해주니
내 황후에게는...
'지극한'사랑과 아낌을 베풀어 주어야 겠구나"
라키아의 입매가 비틀렸다.
"네 말대로 오늘부터 그 '사랑' 실천하도록 하겠다.
여왕을 보러갈 것이야. 그 전에 근방에 시종들 다 '치워놔'"
차디찬 바람을 일으키며 라키아는 세스를 지나쳐 정원을 가로질러 실내로 들어갔다.
세스의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도대체 자신이 어째서 그런 말을 꺼냈을까,
막심한 후회감과 더불어 두려움, 그리고 황제에 대한 연민감이 밀려왔다.
"내가 모자라 주군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였구나..."
라키아가 이 결혼을 언짢아 하는것이 왜 단순히 정략적인 의미에 대한 거부감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라키아가 자신의 후궁들을 발끝에 채이는 돌만도 못하게 생각하여 그네들을 찾지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사랑의 결과였다는 생각이 은연중 깊었던 라키아는 그래서 사랑하지도 않는 여인들을
품는것 자체를 꺼려했던 것이었다.
또한 그들이 자신에게 마음을 주는것 자체도 그는 회피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정식적인 부부관계는 오죽할까..
후궁은 무시해도 그만이지만 정식부인은 평생을 함께 묶여서 살아가야 할 존재였다.
"자신이 없으셨군요..."
세스는 이제서야 주군이 요 근래 말을 삼가고 있으면서도 여왕에게 쏟고 있던 관심아닌 관심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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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처소에 있는 시녀들이던 노예들이던 당장 다 빼내.
아무소리도 지껄이지 말고 여왕 하나만 남겨놓고 다 치워놔"
라키아는 거칠게 시종에게 내뱉었다.
시종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체없이 그 명을 따랐다.
"원하는 대로...아껴주고 사랑해 주지."
퍼런 불꽃이 한 순간 라키아의 청회색 눈동자에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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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갑자기 왜?"
기본 교육을 받고 다시 내 시종으로 돌아온 레나는 갑자기 다른 시녀들과 함께
갈 곳이 생겼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잘 모르겠사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명이 떨어져서"
"명? 어디서? 누가 그런 명을 내렸는데?"
"잘은 모르겠사옵니다, 다만 시녀장님이 오셔서 한시라도 빨리 다른 곳을로 가
대기하라고 하셔서..."
"이유도 설명 안해주고 말이야?"
"네... 죄송합니다, 폐하. 저도 무슨일인지 잘 모르겠사옵니다.
무언가 급하고 중요한 일인듯 하기도 하고..."
"그러네...
에이, 뭐 시중 좀 안 받으면 어때, 여기 오기전에는 난 내 속옷도 내 손으로
내가 빨아입었는데 뭐, 걱정하지 말고 갔다와. 설마 그 사이에 뭔일이라도 나겠어?
그리고 뭔 일이 나도록 셀르시드 황실에서 내버려 두겠어?"
갑자기 뜬금없이 시녀들 전체와 함께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레나의 말에 나도 당황했지만
곧 뭐 어때, 라고 생각하며 나는 레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뭔가 황당스럽긴 하지만 그저 황당스러운 일일 뿐이었다.
근데 진짜로 시녀들 전체를 다 빼간단 말이야?
....
..........뭐, 별일이야 있겠어?
근데 어째 느낌이 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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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을 내린지 십분도 채 안되어 텅텅 빈 마리아쥬 궁의 복도를 라키아는 빠른 걸음으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냉랭했다.
저멀리 여왕이 머무는 방의 문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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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으니까 더 휑해 보이잖아.
왠지 으스스한 느낌까지 드네"
가끔 매일매일 매순간을 사람에 둘러쌓여 지내니 한순간이라도 혼자 있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했었지만...
그동안 시중받는거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나?
쓸쓸하다 못해
오싹 소름마저 돋네
"잠이나 잘까"
딱히 할일도 없고 하여 낮잠이라도 한숨 자자 싶어 나는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음... 역시... 갑작스러운 낮잠은... 낮잠이라도 힘들구나"
잘 수 없을 때는 그리도 낮잠이 자고 싶더니 오늘 같은 때는 그것마저 쉽지가 않다.
"아냐, 아냐. 그래도 노력해 보는 거야.
양이라도 세다보면 잠들겠지. 양 한 마리, 두 마리.."
눈을 감고 경건한? 뭐 그런 마음으로 나는 양을 세기 시작했다.
....
.............
라키아는 방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지나 좀 더 깊숙히 들어가자 침대가 보였고 그 위에 가지런히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여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라키아의 눈에 파란 불길에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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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은 뭘까요-_-...
굉장히 뭥미 스럽네용.. 19금 같아 보여...-_-^
혹시라도.....이거 절대로 빨간 딱지소설 아닙니더-_=;;;
첫댓글 ㅋㅋㅋㅋ .... 뭐지 뭐지 왜 난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지 ... ...... 난 변태인가
ㅎㅎ 그 웃음의 의미는 뭐죠?!>_<
뭐..빨간 딱지라도 상관없는데요ㅋㅋㅋ왠지 귀여버요ㅋㅋ
크헝~ 이참에 그냥 빨간딱지로 나가부릴까요?ㅎㅎㅎ
이대로 저질러 버리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