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꽃 잔치, 경주 토함산^^ 2014. 2. 8(토)
또 다른 천년을 준비하는 경주의 중심 토함산 찾아갑니다. 비나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걱정반 기대반, 이왕이면 함박 눈을 기대하겠습니다.
10:40 경주 시내서 감포 바다로 넘어가는 추령(楸嶺, 해발 310m) 에서 내립니다. 백년찻집 가는 도로엔 눈이...
어느 산님의 눈 굴리기, 정말 오랫만에 보는 정경입니다. 눈사람 만들던 그 시절로 잠시 추억여행, 눈도 붙이고 코도 붙이고...
막 신이 납니다. 비가 아니고 눈이니까요~~
'딱 한번만 그립다고 말하고 싶다 딱 한번만...'
소나무가 집앞에 서서 지극한 예(?)로서 맞아줍니다.
10:55 白 年 茶 苑
'백 년 찻 집' 입니다.
왜 '백년찻집'인지 알것 같습니다.
하나 하나 주인장의 정성이 드러나 보이는 정경들이 놓아주질...
찻집 안에 들어가면 한방차인 백년차(7,000원)도 있지만 우리는 완전 공짜(?)인 찻집 구경만 실컷하고서
돌담길 따라 토함산 가는 길로...
토함산까지 3km
수북 쌓인 백설같은 눈이 다시 눈길을 부여잡습니다.
11:05 국립공원 탐방객 조사 게이트를 통과,
바로 계단길 그리고
온통 눈꽃이,
그림같은 눈길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1:25 토함산 이정표, 냉장고에서 금방 꺼내온 듯 이야! 바로 아이스크림 바입니다.
사방은 온통 하얀 세상, 꿈 속 같습니다.
단양 황정산 눈속에서 그렇게 죽을 개고생하고도
다시 눈을 보니 신명이 납니다.
이 기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하는 산님들도 막 신이납니다.
모두 해맑은 소녀 소년이 됩니다.
푹푹 빠지는 눈속에 드러눕고 껴안고서 뒹둘고....
요기를 한번 보세요~~
뽀얗고 부더러운 자태가 아주 죽여줍니다. 누구네 애인 젖봉오리는 저리 가라입니다 ㅎㅎㅎ
하얀 눈을 보니 군대생활할땐가 본 영화 한장면이 미치도록 생각납니다. 바로 이 영화...
솜사탕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가슴 아픈 비극으로 막을 내려 얼마 동안 가슴이 멍멍했었는데....
기억 나시죠? "사랑은 절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라는 대사가 두번 나오는데
서로 다툰 후 올리버가 제니에게 미안하다고 했을 때 제니가 이 말을 합니다.
그리고 영화 끝부분에 제니가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결혼을 반대하던 올리버 아버지가 미안하다고 하자 올리버가 똑같이 이 말을 하여 더욱 가슴 시리게 했던...
세상의 모든 것이 때묻지 않고 순수했으면 하는 바램도 했던 그때 기억이 납니다.
토함산 눈속을 걸으며...
- -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요? 함께여서 좋기만 할텐데 고운 눈보라까지...
너무 고와 보기만 하렵니다.
이 눈꽃세상, 이 멋진 아름다움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디카도 눈이 어두워 절대 제대로 담지못합니다.
- - 이제 토함산 능선이 보입니다.
능선에서도 순백의 황홀함은 기대 백배 천배 이상입니다.
- -
13:00 토함산(745m)^^
토함(吐含)이란 산이름은 신라 4대 왕인 탈해왕의 이름에서 연유됐다는 설도 있지만, 동해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있는 관계로 자주 발생하는 구름과 안개를 삼키고 토하는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정상석 뒤편에는 '토함산 잦은 고개 돌아보면 쪽빛 동해'로 시작하는, 가곡으로도 유명한 최재호님의 시 '석굴암'이 새겨져 있습니다.
불국사까지는 3.6km
저 근육질 산들 너머 푸른 동해 바다인데
여기서 파아란 바다까지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이겠죠?
오늘은 토함산이 준 눈꽃세상에 감사, 감사하렵니다.
토함산은 지금 안개를 토해내고 있습니다.
함월산, 동대봉에 대왕암의 감포 앞바다가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발아래 경주 시가지 너머로는 남산, 벽도산, 단석산 등이 마루금을 긋고 있는데 지금은 다 감싸 안고 있습니다.
13:20 앗싸!! 돌리고 비비고, 지금 무엇을 하느냐고요?
지신밟기, 토함산 정상 눈밭에 점심 터를 다지고 있답니다. 누가 먼저 하자고 이야기 한것도 아닌데... 역시 우리는 모두 한국인입니다.
눈 덮힌 토함산 정상에서 점심을, 함께한 모든 분들 올해 모두 운수대통 ~~
13:45 석굴암 방향으로 줄지어 내려갑니다.
순백의 세상으로 빠져들어갑니다.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씀이 있어요 김용택님의 詩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 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눈송이들은 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
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 땅에도 가만가만 가서 내립니다. 나도 그렇게 당신에게 가 닿고 싶어요
아침부터 눈이 와 내리는 눈송이들을 따라가보며 당신이 더 그리운 날
그리움처럼 가만가만 쌓이는 눈송이들을 보며
뭔가, 무슨 말인가 더 정다운 말을 드리고 싶은데
자꾸 불어나는 눈 때문에 그 말이 자꾸 막힙니다.
- - 눈꽃이 하늘까지 덮었습니다.
여길 두고 어떻게 내려가요?
어떻게,
어떻게...
- - 14:10 토함산 석굴암 일주문
마음은 눈꽃세상에 두고 내려왔습니다. 흐르는 시간이 이리 야속할 줄이야... - -
불국 대종각 주변에도 눈이...
14:50 불국대종각 아래서 천지신명과 토함산 산령님께 시산제를 올립니다.
유세차 ~~ 올 한해도 안전 행복 산길은 물론 여기 참석한 산님들께 로또 1등 하나씩 점지해달라는 축문에 잠시 웃음, 로또 1등이 꿈만은 아니랍니다.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집니다.
모두 눈 덮힌 토함산 꿈꾸면서 오늘 여기 왔잖아요, 그래서 그 꿈은 이루어졌구요~~
산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의 겨울에 꾸는 꿈이,
- - 신라 천년이 숨쉬는 경조 토함산에서 멋진 눈구경 제대로 한번 한 갑오년, 아주 멋진 한해가 될것 같은 감이 확 옵니다.
산님 여러분, 소망 다 이루는 행복하고 건강한 갑오년 한해되시라고 토함산 신령님께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갈바람, 참 잘했죠?
감사합니다. 갑오년 음력 정월 초열날에 갈바람이었습니다.
|
첫댓글 눈은 비와는 달리 모두에게 꿈과 추억을 가져다 주는것 같습니다
금년처럼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려 피해를 주기도 했지만은
눈은 한줄기의 추억을 가져다주는 멋진 선물입니다
눈이 온 토함산의 풍경은 이렇게 사진으로 봐도 황홀한데
이런 풍경속에 갇혀본 김중사님은 그날 산행 내내 무척이나
행복했을것이라는 믿습니다
가지마다 핀 눈꽃을 바라보면서 저역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녁부터 불어오는 봄소식을 제일먼저 맞이할
김중사님께
언제나 즐겁고 기쁜일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설마 하고 오른 토함산에서 눈꽃세상을 만났습니다.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였으면 더 좋았겠지요,
지금은 봄이 성큼 다가와 그때가 바로 옛날이 되었답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움 가득하시기를~~
고맙습니다.
눈구경 잘하고갑니다. 고맙습니다.
부산에는 봄꽃이 막 피어나고 있답니다..
강동철님, 고운 시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