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뽀, 사람들은 또 왜 그럴까?
아침밥 먹고 급하게 도시락을 쌌다. 나란 인간은 역마살이 끼었는지 언제든 휑하고 떠나는걸 즐겨한다.
버스에서 지하철 옮겨탔다. 이시각 웬늙은이들이 이리도 많을까? 니는 뭔데? 상대가 되어보아야 안다고, 내가 저사람 더러 할일 없이 쏘 다닌다 생각하면, 역으로 그사람은 나에게 그럴 것...
지난주 그 버스에 대한 탑승 기억이 있어 미련하게 이때쯤이거니 하고 시간을 살펴보니...아뿔사! 버스는 떠나고, 허탈감만 남았다. 5분의 방심...
양산버스환승장, 내가 갈곳은 통도사를 가는 길목인 내원사이다. 다음버스는 47분후...그만하면 한시간 수업량이다.
바쁘게 지나쳐온 종착역의 화장실을 오갔다. 어젯밤 받았던 멧세지 문자에 답장을 썼다. 요즘은 다들 바쁜지 친구들의 안부 전화나 멧세지도 점차 뜸해졌다.
도착시간 몇분을 앞두고 버스 탑승장으로 옮겨갔다. 어라! 지금껏 좁혀져오던 11번 버스시간표가 사라져버렸다. 곧장 도착할 타임인가?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버스는 오지않고 다음회차가 전광판에 떴다. 대기시간 1시간 13분이다.
먼저것 놓친건 내잘못이지만, 이건 아니다싶어 은근히 화가 치민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다.
4명의 늙은이, 곁의 누군가가 다른 정류소로 가면 그곳을 가는 버스가 있단다. 대략 위치는 알만해서 앞장을 섰다.
시청 교통담당과에 전화를 걸었다. 상항을 설명하고, 보조금 줄때 참고하라고 말했다. 괜한 싸움보다 무서운 말이려니.
곁에서 같이 걷던 60대 여자, '욕을 해주고 고함을 자르지 않고, 왜 그렇게 젊잔케 전화를 하시느냐?'고 말한다.
나는 '상대가 영문모르는 공무원인데, 욕을 하는건 그렇다'고 말했다. 무조건 마누라들 두둔하는 찌질이들이라면 몰라도...ㅋㅋ 아님 자기가 전화하든가.
가만 생각하니 고함쳐서 당장 해결하라고 할걸 그랬다. 법보다 그게 대세잖나? 거기가 출발점이어서 어쩌면 가사가 우리의 허탈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기사양반 적자노선 땡땽이쳐 화사경영에 보탬주려는 꼼수 심뽀쓰다 데려 찍히는건 아닐지 모르겠다.
더위속 30분 걸어서 다른 정류소에서 12번 버스를 탔다. 늙기도 서러워 하거늘 길을 걷게 하실까?
1시간 버스 한대꼴, 그마져 빼어버리면 시골사는 노인들은 어쩌라고? 이런실정에 노인더러 운전도 하지말란 정부 정책에 욕을 안하겠느냐?고 묻고싶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하여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못된 사회풍조는 제발 이땅에서 없어져야 하것다.
46년만의 추억여행, 내원사 탐방을 마치고, 산을 내려와 마을의 삼거리에 접어들었다. 이곳 버스 운행상항을 모르니 한시간쯤 더 걸어서 안전한(?)곳으로 옮겨갈까? 망설였다. 그때 딱보면 알만한 시골사람, 웬 중년이 광주를 가려는데 어디서 차를 타느냐고?
허어! 이양반 서울 김서방 찾기네...아니 자신이 지금 여기를 어떻게 왔기에 그걸 묻는다니...내가 겁나나? 기가 죽었다.
개도 남의 집앞에선 한수 죽는법, 기 살려주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도 상무대 포병학교 출신이라고 하니 고향사람 만난듯 얼굴 표정이 밝아지더라.
목수인데 한달전쯤에 여럿이 단체로 돈사작업을 하려왔었단다. 아! 그래서 돌아갈 길을 모르구나!
내가 그방면으로 가니 나를 따라가다가 설명해주는대로 하라며, 함께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안에서 정작 나의 행동을 주목하지 않는다. 이건 또 뭐지?
시외버스터미널이란 안내방송이 있자 그가 내리려 하였다. 내가 급히 제지했다. 다음 정류소에 내려 '여기는 대도시가 아니라, 광주로 가는 버스가 없거나 있어도 귀할거다'라고 하며 그를 지하철역으로 안내했다. 지하철은 처음 타는지 카드를 올리고, 신호가 오는데도 진입을 하지 못한다. 내가 바를 제끼면서 그를 통과시켰다.
3층의 지하철 탑승장으로 올라갔다. 승차위치에 섰다. 그런데 그가 옆쪽으로 옮겨갔다. 내가 이쪽으로 오라고 했더니 대뜸 지하철을 안타겠단다. 황당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서부터미널에서 차를 안타도 되고, 이곳에서 전주를 가든지, 아무데나 거쳐 가도 괜찮단다.
거참! 다 큰 인간을 어쩌랴?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도 황당하단다. 내가 지하철 하차장과 시외버스 탑승요령까지 알려주는데도 안타겠다니...설마 처음타는 지하철이 겁이났나?
그를 보내고, 옆사람과 지하철안에서 아야기판이 벌어졌다. 건너편 멀리 앉았던 그가 내게 다가 앉았다. 누가보면 친한 친구처럼 보였으리라.
그의 말은 이랬다. '군인이나 경찰, 그리고 특수한 집단들은 자신들 그룹 이외에는 남을 신뢰하지 않고, 자신들의 머리속에 잠재된 행동으로 살아가려 하는데, 그 사람도 대략 그러한 의식에 젖어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막연한 외부의 특정 개체보다 일벌, 일개미차럼 집단지성에 지극히 충성하고 의존한다는 말인가?
그가 그렇다고 지나치게 편향된 사고로 말하는 것이 아니어서 아까 그 목수의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볼때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 그보다는, 시골 사람이라 큰도시가 겁도나니, 시간이 더 걸려도 자신이 아는(전주?) 도시로 가서 옮겨타는게 마음 편했을 것이란게 맞겠다.
1일 1선, 모처럼 좋은일 한건 하나 싶었다가 그의 황당한 행동에 의아한 생각만 남았다.
아무튼 순박한 그가 판단 잘못으로 엉뚱한 곳을 헤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시라도 빨리 가족들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랬다.
남들은 '죽기전에 가봐야할...' 버킷리스트니 뭐니, 나는 머릿속에 남은 궁금증을 해소하고 떠나려 한다. 자연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