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0篇 胠篋篇 解說
‘거협胠篋’은 작은 상자를 연다, 협篋을 거胠한다, 즉 상자를 열어 상자 안의 물건을 훔친다는 뜻이다. 이 편은 〈변무騈拇〉·〈마제馬蹄〉 두 편과 관계가 깊고, 같은 그룹에 의해 쓰인 것으로 보인다.
유가적인 인의仁義·성지聖知 등은 위정자의 본질, 대도大盜를 덮고 감추는 허위의식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그것들을 기거棄去(버리고 물리침)하여 옛날의 소박素朴한 이상사회 ‘지덕지세至德之世’로 돌아가자고 호소한 문헌이다.
이편에서의 이상사회의 이미지는 그 전의 아나키한 유토피아에서 후퇴하여 노자적인 리얼리즘에 접근해 있고 또 ‘고왈故曰’을 머리에 얹은 노자老子와 같은 구句가 두 차례(어불가탈어연魚不可脫於淵, 국지리기國之利器, 불가이시인不可以示人[노자老子36장], 대교약졸大巧若拙[노자老子45장])나오는 것 등에서, 노자老子 형성의 과정과 병행竝行하여, 이미 노자풍老子風 문헌文獻의 일부一部가 성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희일林希逸처럼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장주莊周의 자필自筆로 믿는 학자도 없는 것은 아니나 근자에는 왕부지王夫之, 후꾸나가福永光司처럼 노자老子의 조술祖述(선인先人의 설說을 근본根本으로 하여 그 뜻을 펴 서술敍述함)로 파악하는 자가 많다.
이 편篇에서 주목되는 점은 “위정자爲政者의 정치지배政治支配와 유가儒家의 ‘인의仁義’ ‘성지聖知’ 등의 이데올로기와의 상호의존相互依存의 교리관계交利關係를 예리하고도 명석하게 분석하고 있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