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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05
#1. 호숙집앞 (이른 아침)
현기, 가게앞 양철문을 걷어낸다. 가뿐하게 파라솔 벤치를 조립하고 의자를 놓고 가게문 열 준비를 한다.
이때, 호숙이 다라이를 무겁게 들고 오자 채다시피 받아 들어 가게문 앞으로 정열해놓는다.
각각 해삼, 멍게, 낙지가 담긴 다라이에 산소발생기를 넣는 현기.
호숙, 그런 현기를 바라보며 점점 감정이 끌림을 느낀다.
#2. 호숙 동네 솔숲 (이른 아침)
현기, 추리닝 복에 달린 모자를 쓰고 솔 숲길을 뛰고 있다. 얼굴엔 땀이 가득하다.
괴로움을 떨치려고 무조건 힘껏 달려가는 느낌의.
#3. 모래사장
있는 힘껏 열심히 달려가는 현기, 모래 사장에 털석 드러 누워 버린다.
분노와 설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목을 조여 오는 것 같다.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의 슬픈 눈빛...
막막한 바다, 그위를 나는 갈매기. 현기, 문득 표정이 굳어지며 생각을 떠올린다.
#4. 회상 (4회 #16. 골목)
세진이 걸어내려 가고 있다. 그 뒤를 미행하는 문형사. 그들 뒤로 몸을 숨기고 세진과 문형사를 지켜보고 있는 현기.
이때, 크락션 울리며 세진의 앞으로 와서 멎는 찬석의 차. 세진, 의아한 표정으로 보고.
문형사, 표정이 얼핏 굳어 한쪽으로 숨는다.
찬석, 차에서 내리며 세진의 핸드폰 들어 보인다. 현기의 표정, 싸늘해진다.
세 진 : (아차하는 표정 짓고) 차에 두고 내렸어요? 정신이 없어서 잃어버린 것두 몰랐네...저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오셨어요?
찬 석 : (조수석쪽의 문을 열어준다)
세 진 : ?
찬 석 : 카풀합시다, 우리.
세 진 : .....
찬 석 : 병원에 가시죠? 저두 지금 거기 가는데.. 친한 친구가 그 병원에 입원하구 있어요.
세 진 : ......
찬 석 : (손을 선서하듯 들고) 차비 달란 소리 안할께요. 밥 사라는 소리 절대 안 합니다.
세 진 : ......
세진을 실은 찬석의 차, 골목을 떠난다.
#5. 모래사장
현기, 벌떡 일어나 앉는다. 이 찬석 이 자식.. 어쩌지 못하는 찬석에 대한 노여움과 분노로 손안에 한웅큼 모래를 불끈 쥔다.
#6. 다혜 아파트안
다혜, 찬석의 잠든 얼굴에 화장을 해주며 장난하고 있다. 찬석의 머리엔 예쁜 핀도 꽂혀 있다.
눈꺼풀엔 형형색색 아이섀도우를 바르고, 입술과 뺨에도 빨간 루즈를 칠하고, 반짝이도 붙인다.
찬석은 피곤한 듯 잠에서 깨지 않는다.
다혜, 재밌다는 듯 혼자 키득키득 웃다가 찬석의 이마에 “다혜꺼” 라고 아이펜슬로 쓰는데,
찬석, 그제야 힘겹게 눈을 뜬다. (완전히 뜨지는 못하고 몹시 졸려서 눈을 다시 감았다 떴다하는 상태)
그런 찬석의 시선으로 보이는 다혜의 모습...환하게 웃고 있다.
찬석,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린다.
찬 석 : 내...내가 왜 여기 있냐?
다 혜 : 새벽에 라면 끓여 달라구 왔었잖아.
찬 석 : 아아... (기억이 난다) 라면 먹구 그냥 뻗었구나, 내가. (다시 털석 눕는다)
다 혜 : (킥킥거리고 웃는다)
찬 석 : 왜 웃어?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다 혜 : 아니야.
찬 석 : 몇시냐?
다 혜 : 더 자. 두 시간두 채 못 잤어.
찬 석 : (잠시 몸 일으키며) 가봐야 돼.
찬석, 일어나서 화장대를 스쳐 나오다 문득 발걸음 멈추고 거울을 본다.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보고 기함하며.
찬 석 : 야, 차 다혜, 너!!
다 혜 : (까르르 웃으며) 우와. 우리 오빠 진짜 이쁘다. 나보다 더 이쁜데, 미스 리?
찬 석 : 일루 와, 너! 일루 와!
찬석, 다혜를 잡으려고 다가가고, 다혜, 도망간다. 방안을 빙빙 돌며 서로 실랑이하며 장난하는 두 사람.
찬석, 결국 다혜를 잡으며 함께 침대로 넘어진다. 서로 얼굴이 닿을 듯 가까운 두 사람.
찬석,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키는데, 다혜, 찬석을 당겨 안으며 입맞춤한다.
#7. 다혜 아파트 주차장 / 찬석 차안
찬석, 차에 올라 시동을 건다. (깨끗하게 세수했다)
다혜, “오빠! 잠깐만!” 하며 뛰어온다. 찬석, 무슨 일인가 차창문 여는데.
다 혜 : 나 오빠 만나면 할 얘기 있었는데, 인제 생각났어.
찬 석 : 뭐?
다 혜 : 우리 혼인 신고하자.
찬 석 : (어이 없는) 엉?
다 혜 : 결혼은 나중에 하더라두 혼인 신고부터 하자구. (대단한 생각이라도 했다는 표정) 그럼 삼촌두 꼼짝 못해.
찬 석 : (피식 웃고) 잠이나 더 자. 간다. (하며 차를 출발시키려는데)
다 혜 : (차창문을 탁 치며) 어지간히 좀 튕겨라. 뭐가 그렇게 잘났냐?
찬 석 : .....
다 혜 : (식식거리며) 솔직히 내가 훨씬 더 아까워. 내 친구두 그러더라. 내가 천배쯤 더 손해라구.
찬 석 : (피식 웃으며) 너 정말 나랑 결혼할 생각 있어?
다 혜 : 그러엄!!
찬 석 : 나 같은 놈 못 써, 임마... 내가 니 삼촌이라두 나같은 놈한테 내 조카 안줘.
다 혜 : (인상 일그러지며) 그런 말이 어딨어?
찬 석 : (손을 뻗어 다혜의 뺨을 톡톡치며 진지하게) 차다혜! 사내놈이란 말짱 도둑놈들이구, 나도 사내다?... (피식) 가께. 들어가.
다 혜 : 작별의 키스나 해 주구 가라, 그럼.
찬 석 : 응큼하긴. 아까 했잖아....간다.
찬석, 차를 출발 시켜 간다. 백미러에 다혜의 모습 비친다. (밉게 흘기며 삐죽거리고 있는 다혜)
찬석, 손가락 두 개에 입을 맞추고는 그 손가락을 백미러 비친 다혜의 모습에 천천히 가져다 댄다.
사랑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늘 이만큼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서글프다...찬석의 안타까운 눈빛.
#8. 찬석 차안
찬석, 차를 몰아가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찬 석 : (스피커폰으로 받으며) 네, 이 찬석입니다.
현 기(F) : 나, 강현기요.
찬 석 : (표정이 싸늘하게 경직되는)
#9. 공중전화
현기, 전화하고 있다.
현 기 : (잠시 말 잇지 못하다가) 세진이 옆에서 얼쩡대구 있는 거...계획적인 거요?
#10. 도로가 / 찬석 차안
찬석, 비상등을 켜고 차를 한 쪽에 대놓고 전화하고 있다.
찬 석 : (애써 여유롭게) 지켜보구 있었습니까?
#11. 공중전화
현 기 : (솟구치는 화를 누르며) 세진이한테서 떨어져... 세진인 건드리지 마.
#12. 찬석 차안
찬 석 : (픽 비웃고) 세진씨가 요즘 많이 힘들어해요. 애인도 많이 바쁜 거 같구....
안타깝네요. 당신이 옆에 있었음 세진씨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텐데.
#13. 공중전화
현기, 미간이 꿈틀한다.
#14. 찬석 차안
찬 석 : 한 세진이란 여자가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당신이 살인까지 저질러 가며
당신 인생을 망가뜨려 가며 지켜주구 싶어한 거...솔직히 좀 이해가 안돼서요, 전.
#15. 공중전화
현 기 : (마음이 쓰려온다. 다시 마음 가다듬고) 부탁한다. 그 아이...세진이는 건드리지 마.
#16. 찬석 차안
찬 석 : (강경하게) 자수해, 강현기!! 한 세진인 강현기란 존재에 대해 별루 생각두 안하는 거 같던데...
강현기란 존잰 안중에도 없는 거 같은데...억울하지도 않어? 서운하지도 않나?
#17. 공중전화
현 기 : 경고한다. 난 이제 무서울 게 없는 놈이야.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나도 몰라. 세진이한테서 떨어져...니가 다칠 수도 있어.
(전화 쥔 손을 내린다)
#18. 찬석 차안
찬 석 : (버럭) 지금 날 협박하거야?!! (하는데, 뚜뚜하고 끊어진 신호음 들린다)
찬석, 분노에 찬 표정으로 자동차 핸들을 탁 내려친다.
#19. 공중전화
현기, 멍한 표정으로 전화 박스에 기대어 서 있는데, 저편에서 미자가 현기를 찾으며 두리번 거리며 오는 모습 보인다.
미 자 : (현기를 발견하고) 오빠!!
현 기 : ...어.
미 자 : (현기에게로 와) 또 도망간 줄 알았잖아요. 어서 가요. (현기의 손을 꼭 붙들며 끌고 간다)
현 기 : (피식 웃으며 미자를 따라간다)
#20. 세진집 일각 / 찬석 차안
찬석, 분한 표정 역력해서 차를 몰아오는데, 세진집 대문 열리며 수미와 세진이 나오고 있는 모습 보인다.
찬석, 차의 속력을 늦추며 세울 준비한다.
#21. 세진집 대문앞
세진, 병원으로 가려하는 수미를 억지로 말리고 있는 중이다.
세 진 : 글쎄 엄마, 아빠가 엄말 별루 보구 싶어 하지 않는다니까.
수 미 : 이상해. 뭔가 이상해... 나 갈래. 느이 아버지한테 갈거야. 어서 차 키 내놔!!
찬 석 : (차안에서 무슨 일인가 지켜 보는)
세 진 : 아우, 참... 엄만 자존심두 없어? 아빠가.. (하는데)
수 미 : (O.L.) 아빠 많이 다치신거지? 너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지, 그치?
세 진 : (잠깐 당황하다가 애써 태연하게) 내가 왜 거짓말을 해? 아빠 내가 담주에 집으로 모셔올게. 됐지?
수 미 : (잠깐 망설이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나 갈래. 갈거야. 느이 아빠 보구 싶어. 갈래... 차 키 안 내놓으면 택시타구 가면 돼.
(세진을 밀 쳐내고 가려하며)
세 진 : (다급해져 수미를 잡으며) 엄마, 저기...저기, 엄마.
찬 석(E) : 세진씨!
세진과 수미, 그 소리에 함께 돌아본다. 찬석, 차에서 내려 세진과 수미앞으로 온다.
찬 석 : 어머니신가 부죠. (하며 수미에게 깍듯하게 인사하고)
세 진 : (약간 당혹스러운)
수 미 : 누구...세요?
찬 석 : 저희 아버지가 세진씨 아버님과 같은 병실에 입원하구 계십니다.
세 진 : (어이없는)
찬 석 : (세진보며) 세진씨 아버님 좀전에 비서 대동하고 외국 출장가셨어요.
수 미 : 네?
세 진 : (점점 더 어이가 없고)
찬 석 :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연락두 못하고 간다구 세진씨한테 전하라셔서요.
세 진 : (기가 막힌다)
수 미 : 그 양반이 외국엘 왜 가요? 교통 사골 당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
찬 석 : (O.L.) 말이 교통사고지, 아저씬 별루 다치신데두 없는 거 같던데요, 뭐.
세 진 : (실소하는)
수 미 : (안도하며) 정말 별루 안 다치셨어요? 그게 정말이예요?
#22. 거리 (또는 세진집앞 일각 골목 정도)
달리고 있는 찬석의 차.
#23. 찬석차안
찬석, 세진을 옆자리에 태우고 운전해가고 있다. 세진, 맥이 탁 풀린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다.
찬 석 : 얼마 못가 뽀록날텐데... (하며 세진을 살피는) 엠브란스 대기시키구 지금이라두 털어놓는 게 어때요?
세 진 : (갑자기 코에서 코피가 흐른다) 저기 약국 앞에 좀 세워 주실래요?
찬 석 : (보는)
#24. 약국앞
비상등 켠 차를 세워 놓고, 차 안에 앉아 있는 찬석.
약국 유리문 안으로 솜으로 코를 막으며 약봉지와 드링크제를 입안에 털어넣고 있는 세진의 모습 보인다.
몸이 많이 약하나...유심히 보는.
#25. 약국앞
세진, 솜 뭉치 빼며 약국에서 나온다. 찬석, 차에서 내려 조수석문을 열어준다.
찬 석 : 병 있어요? 코피가 습관성인 거 같은데?
세 진 : (차에 탈 생각은 안하고 멈춰서서 찬석을 보며) 병원에 친구 있다는 말 거짓말이죠?
찬 석 : (약간 당황한 듯 보는)
세 진 : 거짓말이죠?
찬 석 : (얼른 당황한 기색 감추고 웃음 터뜨리며) 역시 예리하네.
세 진 : (기가 막힌 듯 보는)
찬 석 : 친구 같은 거 없어요. 그쪽 처음보구 이 여자다 싶어서 줄곧 내내 맴돌았어요.
핸드폰 떨어뜨렸던 거 아녜요. 인연 한번 더 만들구 싶어서 내가 훔쳤어요.
세 진 : (기가 막힌 표정 짓다가 반지낀 손을 들어보인다) 이게 뭔지 알아요?
찬 석 : (픽 웃고) 아아, 그 레지던트 선생? 워낙 바빠서 애인이 이 지경인데 와 보지두 않는 그 무정한 남자?
세 진 : (이를 앙물다가 택시를 잡는다) 택시! 택시!
찬 석 : (세진의 팔을 잡으며) 일단 한번 만나봐요. 나두 꽤 괜찮은 남잔데.
세 진 : (찬석의 정갱이를 힘껏 걷어찬다)
찬 석 : (아파서 어쩔줄 모르고)
세 진 : (울컥 터지는) 너 나일 대체 어디루 먹었니?
찬 석 : (찡그리고 보는)
세 진 : (노한 표정) 머리가 나쁜거야, 철딱서니가 없는 거야? 상황 판단이 그렇게 안돼? 나 교통 사고나서 중태에 빠진
우리 아버지 병원에 눕혀놓고 온 사람이야. 치근거릴 여자가 필요하면 다른 사람으로 알아봐!!
세진, 찬석을 뿌리치고, 택시를 부르고, 세진의 앞으로 택시 와서 멎는다.
찬석, 세진을 잡을 생각은 않고 본다. 세진, 그대로 택시를 타고 떠나고.
찬석, 피식 서늘한 웃음 지으며 본다. 만만한 기집애가 아니군. ...그러다 차인 정갱이가 아파 인상 찌푸리고.
#26. 택시안
세진, 힘겨운 듯 털석 시트에 기댄다. 그렇잖아도 주저앉고 싶을만큼 힘든데...
세진, 문득 기준에게 핸드폰을 해 본다. 핸드폰 꺼져 있다는 안내음 들리고, 메시지 남기라는 안내멘트도 들린다.
세진, 메시지를 남긴다.
세 진 : 기준이형...나 세진인데... (하다가 핸드폰 닫아버린다. 아직은 힘든 소리하며 칭얼거리고 싶진 않다)
#27. 세진부 병실
세진, 들어서면, 의사, 세진부를 진찰하고 있다. 세진부, 아직 의식을 못 차린 상태다.
세 진 : (들어와서 의사에게 인사하고) 선생님...저희 아버지 꼭 살려 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살려 주셔야 돼요. 네?!
세진, 세진부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28. 호숙마루
현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 평상에 밥상 차려져 있다.
밥상 가운데 커다란 회 접시 놓여 있고, 여러 가지 정성스럽게 만든 반찬들 놓여 있다.
호숙, 호구, 미자, 그 옆으로 둘러앉아 있다.
미 자 : 와아...오빠랑 외삼춘이랑 맨날 맨날 왔음 좋겠다. 엄마랑 둘이만 있을땐 김치랑 김이랑 딱 두 개만 놓구 먹었는데.
호 숙 : (얼른) 호구야, 마이 무라... (슬쩍) 아저씨도 마이 잡수이소.
현 기 : ....(다른 사람말은 듣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
호 구 : (옆에 있다가 현기를 흔들며) 혀엉!!
현 기 : (그제야 흠칫하며) 응?
호 구 : 생각은 나중에 하시구요. 식사하시라구요, 식사.
현 기 : 으응.. (하며 젓가락으로 깨작거리며 밥알을 입에 넣는다)
호 숙 : (현기가 먹는 게 마음에 안들어) 우리 뒷집에도 아저씨맨치로 몸이 안좋아서 요양온 조카가 있었는데예.
맑은 바람 쐬고 싱싱한 생선 묵고 한달인가 있더만 대꼬쟁이 같던 사람이 뽀빠이가 돼가꼬 올라 갔어예.
현 기 : (여전히 깨작거리며 먹고)
호 숙 : (보다가 안되겠는지 상치에 회를 한가득 싸서 현기에게 내밀며 ‘자! 아 해보이소’ 하려는데)
미 자(E) : (동시에) 오빠! 아 해봐요!
현기앞으로 동시에 내밀어 지는 호숙과 미자의 쌈.
호숙, 당황해서 미자를 흘끗 본다. 현기, 난처한 표정 지으며 호구를 보고.
호 구 : 이햐! 우리 형 인기 많네...좋겠어요, 형!
미 자 : (집요하게) 오빠아! 아! 아아!
호 숙 : (머쓱한 듯 손을 내린다)
현기, 그제야 멋쩍은 듯 웃으며 미자가 싸주는 쌈을 받아 먹는다.
미 자 : 내가 싸주니까 되게 맛있죠, 오빠?
현 기 : (고개 끄덕이며 미자를 향해 웃는)
호 숙 : (당혹스런 표정으로 쌈을 호구의 입에 넣어준다) 자. 니 무라... (괜히 멋쩍어서) 호구 니는 밥 묵고 바로 올라 갈끼가?
호 구 : 어...나 가구 나두 우리 형님 잘 모셔야 돼. 잘 부탁한다, 누나.
호 숙 : 세 번만 더하모 백번이다.
호 구 : (웃으며 현기를 향해 눈을 찡긋해 보인다)
현기, 호숙과 미자, 호구를 따뜻한 시선으로 본다. 그들의 정겨운 모습에 괴로움과 고민들이 잠시나마 잊혀지는 느낌이다.
그런 현기를 보는 호숙의 시선.
#29. 호구 비디오 가게앞
호구의 차, 와서 멎는다. 호구, 차에서 내려 가게 열쇠를 열려는데.
찬 석(E) : 장호구!
호 구 : (흠칫해서 돌아보면)
찬 석 : (싸늘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서 있다)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호 구 : (놀라고, 당황하는)
찬 석 : 잠깐 서로 같이 갈까?
#30. 강력반 사무실안
호구, 앉아 있다. 당혹감과 불안감을 감추려고 애써 눈을 힘주어 뜬다. 찬석, 호구앞에 앉아 있다.
찬 석 : 강현기 어딨어?
호 구 : 몰라요.
찬 석 : 몰라?
호 구 : 예, 몰라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찬 석 : 너, 내가 호구루 보여?!!
호 구 : 호구는 제가 호군데요. 제 이름이 장호구예요.
찬 석 : (벌떡 일어서며 멱살을 잡고) 이 자식이.. (버럭) 너 지금 나랑 장난 해?!!
백형사 : (와서 말리며) 진정해. 이 형사...말루 해, 말루.
문형사와 하형사, 다른 용의자 앞에 두고 조서받고 있다가 흘끗 곁눈질로 본다.
찬 석 : (듣지 않고 호구의 목을 더 조르며) 너두 콩밥 한번 먹어볼래? 강 현기 엇다 숨겼어? 엇다 숨겼냔말야, 이 자식아!!
호 구 : (지지 않고) 숨기긴 누가 누굴 숨겨요!! (숨이 막힌다는 듯 과장되게 기침하는) 이거 좀 놔요. 숨 막혀 죽겠어.
찬 석 : 오바하지 마. 한번 속지 두번은 안 속아, 이 자식아. (과장하는 것을 알고 더 목을 조르며 멱살잡고 흔든다)
백형사 : 야, 이형사아아.
문형사 : (다가오며) 이 형산 비켜! 얘는 내가 조사할테니까 나한테 넘기고 비켜!! (하는데)
찬 석 : 선밴 상관말아요.
문형사 : 비켜어. 이형산 이번 사건에서 손 떼야 하는 거 아냐?
찬 석 : (문형사를 노려 보는데)
문형사 : 이 형사 아버지, 이 명섭씨도 소환해 조사해야할텐데... 니가 이러구 설쳐 대는 거 꼴이 우습지 않냐구?
찬 석 : (부릅뜬 눈이 부르르 떨리는데)
이때, 차반장, 들어오며.
차반장 : 그 손 놔.
찬 석 : ...(호구를 그대로 멱살 잡은 채 노려 보고 있는데)
차반장 : 그 손놔라, 찬석아.
찬 석 : (하는 수 없어 멱살을 놓는다)
차반장 : (호구 앞으로 오며) 앉아라. 장 호구.
호 구 : (목 졸린 자욱을 어루만지며 과장되게 아픈 표정 지으며 자리에 앉는다)
찬 석 : (답답한 마음에 창밖으로 시선 돌리고)
차반장 : (책상에 걸터앉으며) 강 현기가 너한텐 혈육같은 사람이라구?
호 구 : ......
차반장 : 그래, 순순히 대답 할 수가 없을거다. 어딨는지 안대두 절대로 순순히 대답하기 어려울거야. 나 같애두 안한다.
근데, 호구야.
호 구 : 그럼 묻지 마십시오. 전 현기형이 어딨는지두 모르구요. 안대두 대답 못해요. 차라리 혀를 깨물고 말지, 대답 안해요, 저!!
찬 석 : (흘끗 돌아보며 호구를 노려보고)
차반장 : (난감한 표정짓는데)
호 구 : 그 사람 우리 형이 죽인 거 아녜요. 억울한 누명을 쓴거라구요. 잘 알지두 못하면서 왜 우리 형을 갖구 이러는 거예요?!
형사라는 사람들이 멍청하게 것두 몰라요?!!
찬 석 : 이 새끼가 진짜... (달려들 듯 하는데)
백형사 : 이 형사.. (얼른 찬석을 안으며 붙잡고)
호 구 : (찬석을 지지 않고 노려 보며) 두구 봐요. 당신 아버지.. 우리 아저씨가 꼭 진범 찾을거예요.
진범 찾아 끌구 올테니까 두구보란 말예요!
찬 석 : (어이가 없는데)
차반장 : (호구의 뒷통수를 탁 때리며) 아우, 이 놈 이거 정말 사내네. 멋있네, 이 새끼.
찬 석 : (기가 막히고)
문형사 : 반장님!
차반장 : 보내줘.
찬 석 : 반장님!
백형사 : (어안이 벙벙한) 이 녀석을 보내주라구요?
호 구 : (자기도 의외다)
차반장 : 보내줘! 족친다구 불 녀석이 아니잖아. 보내줘라.... 요즘 세상에 이렇게 목숨 내놓고 따르는 동생놈도 있고,
강현기 그 놈 참 부럽다 야. (다시 호구 뒷통수 툭 치며) 세상에 아직도 이런 의리가 남아 있었냐?
찬 석 : (이를 앙무는)
#31. 경찰서앞
찬석, 땡감 씹은 표정으로 호구와 함께 나온다.
호 구 :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꿍얼거리는) 정작 잡아 넣어야 할 사람은 가만 두구, 엉뚱한 사람이나 쫓아다니구...
형사라는 사람들이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네.
찬 석 : (걸음 탁 멈추고 노려 보는)
호 구 : (눈 치켜 뜨고 찬석을 보며) 우리 형이 그 위험 각오하고 왜 나타났는지 알아요?
세진씨 아버지 죽일려던 그 공장장 놈 손 봐줄라구, 그래서 나타난 거예요.
찬 석 : (흠칫) 무슨 소리야?
호 구 : 씨이...형사들이 제 할 일 제대루 못하니까, 정작 나쁜 놈은 잡지두 못하니까 우리 형이 나선 거...(아녜요)
찬 석 : (말자르며, 버럭) 그게 무슨 소리냔 말야, 이 자식아!!
#32. 도로 / 하형사 차안
하형사, 운전하고 있고, 찬석, 옆자리에 타고 있다.
하형사 : 그게 무슨 소리야? 공장장인가 하는 사람이 그럼 지가 회사를 먹겠다구 한세진이 아버질 죽이려 했다는 거야?
그 사채업자가 공장장이랑 결탁한 놈이구, 그래서 강현기가 그 사채업잘 죽였다?
찬 석 : (고개 끄덕이는) 그렇대네. (표정이 긴장되어 있다)
하형사 : 하우, 갑자기 뭐가 이렇게 복잡해지냐?... (하다가 툴툴거리며) 근데, 왜 내 차를 끌구 가자 그래? 내가 니 따가리냐?
찬 석 : (얼른 웃는 표정되어 하형사 어르는) 니 차가 성능두 캡이구, 스피드두 죽이잖아.
내 차는 워낙 고물이어서 걸핏하면 가다가 서버려서 말야.
하형사 : 새루 사, 그럼.
찬 석 : 내가 너처럼 재벌 아들인줄 아냐? (차안을 둘러보며) 햐아, 정말 좋다. 이 차 이거 비싸지?
하형사 : (으쓱) 이건 그냥 공무용이구, 집에 가면 스포츠카두 한 대 있어.
찬 석 : (장단 맞춰주며) 이햐아, 부럽다...강욱아, 근데 너 속력 좀만 더 내볼래?
#33. 공장장집 앞
제법 부유한 느낌이 나는 저택앞. 자가용 서 있고, 뒷 드렁크에 짐을 싣고 있는 기사의 모습 보인다.
공장장, 뒷자리에 타고 있다.
#34. 공장장집 부근 길
찬석을 태운 하형사의 차, 온다. 저 앞 반대편으로 공장장이 탄 자가용 달려오고 있다.
잠시후, 서로 스치며 엇갈려 지나는 하형사의 차와 공장장의 차.
생각에 잠겼던 찬석, 고개를 돌리다 문득 공장장의 모습을 발견하고.
찬 석 : 저 차야! 저 검은색 그렌절 쫓아!!
하형사 : 엉?
찬 석 : 차 돌리라구, 어서!!
하형사의 차, 골목으로 꺽어들어가서 다시 유턴해 나온다.
#35. 거리 / 찬석 차안
공장장이 탄 자가용, 저 앞으로 달리고, 그 뒤를 쫓는 하형사의 차.
찬 석 : 너 이런 좋은 차 갖구 저 차 못 잡으면 등신인 거 알지?
하형사 : (어이없는 듯 노려 보는)
#36. 거리
하형사의 차, 이리 저리 다른 차를 추월해서 공장장 차와 나란히 간다.
찬석, 몸을 내밀어 손을 휘저으며 차를 세우라고 한다.
공장장, 표정이 굳어지며 오히려 속력을 더 높여 간다.
찬석, 하형사보며.
찬 석 : 더 밟아.
#. 거리
하형사의 차, 속력을 높이며 공장장의 차보다 훨씬 앞서 나가버린다.
#37. 공장장 차안
공장장, 앞서 가버리는 하형사 차를 보고 의아한 표정짓는데.
공장장의 차, 잠시후, 커버를 도는데, 이때, 저 앞 차선으로 가로 질러 서 있는 하형사의 차 보인다.
기사,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38. 거리
공장장의 차, 급브레이크를 밟지만, 하형사의 차를 들이받고 멈춘다.
잠시후, 찬석과 하형사(목을 다쳤는지 아픈 표정짓고 목을 주무르며), 차에서 내린다.
찬석, 하형사 향해 웃으며 어깨를 툭툭 치고, 최고라고 엄지 손가락 세워 보인다.
하형사, 우쭐한 표정 짓다가 차가 움푹 들어간 것을 보고 다시 인상 일그러진다.
#39. 강력반 사무실
공장장, 찬석앞에서 취조 받고 있다. 찬석 옆으로 백형사와 하형사도 서 있다.
문형사, 문 입구에 서서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공장장 : 이건 모함이야! 모함!! 니 상관 나오라 그래! 서장 불러, 서장!!
백형사 : 서장님은 출장 중이신데요.
공장장 : 박의원...박의원 사무실에 전화 넣어!! 어서 전화 넣어!!
찬 석 : (답답한 표정으로 공장장을 보는데)
이때, 차반장, 안으로 들어선다. 문형사, 곤혹스럽게 차반장을 보며 눈짓준다. 찬석이 좀 말리십시오...하는.
공장장 : (버럭) 안 들려? 박의원 사무실에 전화 넣으란 말이야!!
차반장 : (다가오며) 나랏일로 바쁘신 국회의원께 이런 사소한 일로 심렬 끼치는 건 국민의 도리가 아니죠.
찬 석 : (차반장을 보는)
백형사 : 저희 반장님이십니다.
공장장 : (조금 느긋해진 표정으로) 증걸 대봐요, 증걸!! 내가 그런 짓을 저지른 증걸 대란 말이야!!
무고한 사람 잡아다 놓고 이게 뭐하는 짓 이야?!
차반장 : (찬석을 보면)
찬 석 : (자기도 곤혹스럽다. 사실 물증은 없다)
차반장 : (잠깐 생각하다가 느긋하게) 증거요?...아, 증거, 있습니다. 하필 이런때 서둘러 외국으로 출국하려 하신 거,
그게 증겁니다. (정색하고) 영장 신청해서 여기 이 분, 가족, 가까운 친척부터 사돈에 팔촌까지
은행 계좌 모조리 압수 수색해. (하며 밖으로 나간다)
문형사 : (못마땅한)
찬 석 : (표정...차반장이 고맙다)
#40. 찬석빌라앞
명섭, 호수로 차를 씻고 있다. 머리 수건을 쓰고 찬석의 바지로 갈아 입은 다혜, 걸레 들고 나온다.
다 혜 : (애교스럽게 생글거리며) 비키세요, 아버님...마무린 다혜가 할께요.
명 섭 : 넌 촬영없으면 집에서 쉬지 여긴 뭣하러 와? 찬석이두 없는데?
다 혜 : 아버님보면 찬석오빠 보는 거랑 마찬가지예요.
명 섭 : 뭐어?
다 혜 : 아버님이랑 찬석 오빠 되게 닮은 거 모르시죠?
명 섭 : .......
다 혜 : 되게 닮았어요. 전혀 안 닮은 거 같은데두요 국화빵처럼 참 많이 닮았어요.
명 섭 : (피식 웃고)
다 혜 : (빙긋 웃으며) 저 춤춰두 야단 안치실거죠?
명섭의 차안에서 “Califonia Dream”정도의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있고, 다혜, 흥겹게 춤을 추면서 마른 걸레로 차를 닦는다.
명섭, 그런 다혜를 한쪽에서 미소 머금고 지켜 보다가 문득 고개 돌린다. 당혹스런 표정되는.
다혜, 명섭의 굳어진 표정에 자기도 고개 돌려 보다가 놀란 표정이 된다.
차반장, 소주병과 안주가 든 봉지들고 오고 있다.
차반장, 다혜를 싸늘하게 보고, 다혜, 시선 떨구며 죽을 상을 한다.
명섭, 곤혹스런 표정 감추지 못하는데.
#41. 찬석빌라 문앞
다혜, 곤혹스런 표정으로 문에다 귀를 대고 안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42. 찬석거실
차반장,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테이블엔 소주병과 찌개 냄비 놓여 있다.
차반장 : 다혜, 앞으론 여기 못 오게 하십시오.
명 섭 : 차반장, 그게 말이야.
차반장 : 부탁드립니다, 형님...못 오게 해주세요.
명 섭 : (답답한)
차반장 : (다시 자작하려는데)
명 섭 : (병을 뺏아 소주잔에 술 따라준다)
차반장 : 형님이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다혜 전석 때문에 눈을 못 감으시길래 제가 그랬습니다.
다혜는 걱정말라구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이쁜 아이로 키워서 세상에서 가장 대단하고 잘난 놈하고 맺어주겠다고
걱정 말고 가시라고 약속했습니다, 제가.
명 섭 : (착잡한 표정으로 술을 따라 마신다)
#43. 찬석빌라앞
다혜, 짜증난 표정으로 발을 구르고 몸을 뒤틀며 벽에 기대 서 있다. 몹시 속이 상한다.
#44. 찬석 거실
차반장, 술잔을 비우고, 테이블에 놓으며.
차반장 : 그 약속 지키게 해 주십시오.
명 섭 : 찬석이 나 때문에 못난 애비 때매 저렇게 된거야. 너두 알잖아. 우리 찬석이가 얼마나 훌륭하고 똑똑하고
따뜻한 아이였는지 동재 니가 더 알잖아. 니가 우리 찬석일 얼마나 좋아하구 아꼈는데...
차반장 : (O.L.) 다혜 짝으론 안됩니다. 그렇게 모나고 독한 놈... 가난뱅이 형사 나부랑이한테 우리 다혜 절대 줄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명 섭 : ...(한숨 푹 쉬고)
차반장 : (자기도 안타깝지만...애써 강경한 표정 지으며 툭) 강현기 어딨습니까?
명 섭 : ....(흠칫 보는)
차반장 : 형님 때문에 찬석이가 아주 곤란합니다. 찬석일 위해서라두...
명 섭 : (O.L.) 난 현기 어딨는지 몰라.
차반장 : (보다가) 다시 연락이 온다면...저희한테 연락해 주실수 있습니까?
명 섭 : (흠칫 하다가 이내 강경하게 고개 젓는다) 아니.
차반장 : 대체 강현기가 뭡니까? 형님한테 그 자식이 어떤 놈이길래....
찬석이보다 형님 아들보다 그 자식을 더 싸구 도시는 거예요, 네?!
명 섭 : ......
차반장 : (답답해서) 강현긴 살인을 저지른 범죄잡니다.
명 섭 : 현긴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야.
차반장 : .....(보는)
명 섭 : 현기가 아니었음 찬석인 죽었을지도 몰라. (술잔의 술을 따라 마신다...표정)
#45. 호숙 마당
현기, 망치질 뚝딱뚝딱하며 개집을 만들고 있다. 이마엔 구슬땀이 송글송글하다.
호숙, 옆에 쪼그리고 앉아 지켜 보고 있다.
호 숙 : 와아, 아저씨 솜씨 진짜 직인다.
현 기 : (피식 웃고)
호 숙 : 우리 미자 학교 갔다오모 입이 고마 째지것네.
현 기 : ......(그대로 일하고)
호 숙 : (슬며시) 은자 오데 안 갈끼지예?
현 기 : (보면)
호 숙 : 온다간다 말도 없이 또 그래 없어지삐모 대문 걸어 잠가삐고 안 열어줄낍니더.
현 기 : (피식)
호 숙 : 옴마야. 땀 봐라. (별 생각없이 치마 자락을 들어 현기 얼굴의 땀을 닦아주는데)
현 기 : (당황하는) 아니...괘..괜찮습니다. (하며 호숙의 팔을 잡는다)
호 숙 : (팔을 잡힌 느낌에 흠칫하다가...그제야 경솔했다 싶어 당혹스러운 표정 역력한데)
이때, 밖에서 “계세요? 주인 안 계세요?!” 하는 소리 들린다.
호 숙 : (얼른) 예...나가예. 나갑니더. (하며 대문열고 나간다)
현기, 피식 웃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본다.
호 구(E) : 혹시 일 생기면...세진씨한테 작은 일이라두 생기면 이리루 연락할 테니까 잘 갖구 계세요.
절대루 혼자 맘대루 행동하심 안돼요. 저번처럼 그런 일 또 생기면 호구 돌아요. 저 돌면 아무도 책임 못지 는 거 알죠?
현기, 핸드폰을 다시 호주머니에 넣는다.
#46. 동네 빵집앞 / 골목 길
호구, 빵가게에서 빵을 사서 나온다. 그 뒤를 미행하고 있는 하형사.
호구, 하형사가 뒤를 밟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린다.
#47. 동네 어귀
호구, 저 앞으로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몇이 둘러 앉아 핸드폰으로 게임하고 있는 것을 본다.
호 구 : (아이들에게 반갑게 아는체 하며 다가간다) 어이! 김 한수! 오 영 철! 뭐하냐, 여기서?
아이들, “호구 형!” 하며 아는 체 하고.
호 구 : (아이들에게 빵 하나씩 주며) 게임하냐? 나두 좀 해 보자. 핸드폰 좀 빌려줘봐. (하며 아이들 사이로 앉는다)
하형사 : (몸을 숨기고 지켜 보고 있는)
#48. 호숙 마당
현기, 개집을 마무리 손질하고, 페인트를 칠하려고 하는데...삐삐하는 소리 들리며 메시지 왔다는 신호 들린다.
현기, 핸드폰을 펼쳐본다. 핸드폰 문자 메시지에 “공장장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중임” 이라는 글귀가 뜬다.
#49. 동네 어귀
아이들 사이에 둘러 앉아 있는 호구. 게임하는 척하며 문자 메시지 보내고 있다. “모두 잘 되어 가고 있으니...”
호구, 한켠에 숨어서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하형사를 조롱하는 기분이 들어 피식 미소를 흘린다.
#50. 호숙 마당
현기, 계속 들어오고 있는 메시지를 보고 있다. “잘 되어 가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말길..”
현기, 심난한 마음에 담배를 꺼내문다.
#51. 병원밖 벤치 일각
세진, 두리번 거리며 온다.
백형사(E) : 여깁니다.
세진, 돌아보면 백형사,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세진, 백형사 앞으로 다가간다.
백형사 : 한 세진씨죠? 좀전에 전화 드렸던 방배 경찰서 백진줍니다. (명함 건네준다)
세 진 : (의아한) 무슨...일이시죠?
백형사 : 아, 네...몇가지 좀 여쭤 볼 게 있어서요. 김병철이라는 공장장님 아시죠?
세 진 : 네...아저씨가 왜요?
백형사 : 아직 조사중이긴한데 공장장님이 회사 부도와 한 사장님, 그러니까 세진씨 아버님 뺑소니 사고와 관련해
몇가지 혐의를 받고 있어요.
세 진 : ....그게 무슨 말이예요?
백형사 : 공장장이 일부러 수출품에 불량품을 넣어 회살 부도로 몰고 갔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세 진 : ...(어이가 없는) 공장장님이요?...(어이없어) 뭔가 잘못 아셨나 본데요? 저희 아빠 회산 부도 안 났어요.
백형사 : 아, 그게 저...
세 진 : (문득) 그리구 방금 뭐라셨죠? 아버지 뺑소니 사고라구요?
이때, 세진의 핸드폰 울린다.
세 진 : (핸드폰 열며) 네, 아줌마. (사이. 놀라며) 채권자라뇨? 그게 무슨 말이예요?!! (백형사를 보는)
#52. 세진 거실
채권자들 우르르 몰려와(어깨처럼 보이는 해결사들 대동하고) 소파, 골프 채, TV등 집안의 집기등을 모조리 내가고 있다.
가정부, “왜 이러세요? 대체 왜 이러세요?” 하고 동동거리고 있지만,
수미, 충격받은 얼굴로 훌쩍이며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다.
이때, 세진, 뛰어 들어온다. 집안의 광경을 보고 기함을 해서.
세 진 : 뭐예요? 당신들 뭐하는 거야?!!...(하다가 수미를 보고) 엄마.
수 미 : (세진을 보자 서러워져서) 세진아...우리 회사가 부도가 났대...어떡 하니? 우리 인제 어떡해? 저 사람들 다 채권자들이래.
세 진 : 뭔가 잘못됐어. 잘못 됐을거야. (안타깝게 보다가 집기들을 내가는 사람들 앞을 막으며) 잠깐만요.
무슨 일인지 무슨 일루 이러시는 건지 저희한테 설명을 해주세요. 설명을 좀 해주세요!!
채권자 : 비켜, 어서!! 안 비켜!! (하며 세진을 밀치는데)
세 진 : (휘청하며 넘어진다)
수 미 : (놀라서) 세진아.
세 진 : (이를 앙물고 다시 일어서며 부르짖는) 설명을 해달라잖아요!! 우리 아버지 회사가 왜 부도가 났는지,
우리가 왜 이런 일을 당하는 건지, 뭐가 어떻게 된건지 누구든 제발 설명을 해달라구요?!!
#53. 세진 대문앞
승용차 서너대와 용달차 두어대 정도 서 있고, 어깨들(건장한 사내들), 끌어낸 집기들을 트럭에 싣고 있다.
찬석의 차, 와서 선다. 드디어 일이 터졌군...표정.
건장한 사내, 첼로 케이스를 들어내 오고 있다. 잠시후, 맨발로 집안에서 뛰쳐 나오는 세진...첼로 케이스를 잡으며.
세 진 : 안돼요, 이건 안돼요...이 첼로, 저희 아버지한텐 분신같은 거예요. 제발 이건 가져 가지 말아주세요.
어깨, 세진을 밀어내며 무시하고 첼로를 용달차에 실으려 한다. 찬석, 차에서 지켜 보고 있다.
세진, 다시 어깨를 잡고 매달리며.
세 진 : 갚겠습니다. 당신들한테 빚진 돈 반드시 갚겠어요. 그 첼로는 안돼요. 제발 가져 가지 마세요!!
어깨, 몹시 짜증난 듯 “아우 증말!!” 하며 세진을 후려친다.
세진, 비명 지르며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진다. 입가에 피가 흐른다.
찬 석(E) : 에라, 이 치사한 새끼들!!
세진, 돌아보면 찬석, 앞으로 오고 있다.
찬 석 : 대체 몇대 몇이야, 이거?...연약한 여자 하나 놓구 곰만한 사내새끼들이 뭐하는 짓이야, 이게?
어 깨 : 넌 뭐야, 이 자식아.
찬 석 : (그대로 어깨의 면상을 갈겨 버린다) 봤냐? 사내 자식 주먹은 이런 데 쓰라구 있는 거야, 임마!
어디 때릴 데가 없어 여잘 때리냐, 쪽 팔리게!
어깨, 찬석에게 달려들고, 옆에 섰던 서너명의 어깨들도 찬석에게 달려든다.
찬석, 그들의 주먹을 막아내며 민첩하게 싸운다.
찬 석 : 그래, 다 와! 다 덤벼!! 다 뎀벼 봐, 자식들아!! (하며 다시 주먹을 휘두르고 이단차기 하며 싸운다)
세 진 : (그런 찬석을 멍하니 표정없이 보다가...버럭) 그만 하세요!! 그만해요, 제발!!
#54. 세진집 대문앞
맨발의 세진...멍하니 앉아 있다. 눈가에 반창고 붙이고 얼굴에 핏멍이 든 찬석, 다가와 서며 청심환을 내민다.
채권자들은 다 돌아갔다.
세 진 : 괜찮아요.
찬 석 : 어머니 드리라구요. 기절 안하셨어요?
세 진 : 고맙습니다. (하며 받는다)
찬 석 : (옆으로 앉는다. 다친데가 아픈지 인상을 쓰는데)
세 진 : (멍하니 앞을 보며) 깡패예요?
찬 석 : 에?
세 진 : (찬석 안 보고, 앞만 보며) 싸움...잘하시대요.
찬 석 : 아, 예...(괜히 목에 힘을 주고 돌린다. 그러다 삐끗..아픈 표정 짓고) 왕년엔 한 주먹했었는데..요즘은 맘 잡고 착실하게
살구 있습니다. 여잔 안 패니까 걱정 말아요.
세 진 : (일어선다) 들어가봐야 겠어요. (꾸벅 인사하고 들어가려는데)
찬 석 : 나 그렇게 재수없는 놈은 아니죠?
세 진 : (돌아보면)
찬 석 : (싱긋 웃으며) 이쁘게 봐달라구요. (웃다가 찢어진 입가가 아파 인상 찌푸리고)
세 진 : (보다가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들어간다)
찬 석 : (세진 가고 나자 웃음기 가시는)
#55. 세진거실
세진, 들어서는데.
#56. 세진 거실 - 세진의 환상
세진부,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수미, 옆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황홀한 듯 감상하며 사랑스런 눈길로 세진부를 본다.
두 사람, 마주 보고 웃다가 세진부, 들어오는 세진을 보고. (카메라를 보고)
세진부 : 어이구, 세진이 왔구나? 어서 와라. 어서 와, 우리 딸...(하며 안을 듯 팔을 벌리는데)
#57. 세진 거실 (현실)
세진,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수미와 세진부, 첼로가 있던 따뜻한 풍경은 없어지고, 모든 세간이 빠져 나가고 엉망이 된 거실만이 눈 앞에 있다.
세진의 환상이다. 허탈한 표정 짓는 세진.
#58. 수미방
수미, 방바닥 한쪽에 처량하게 쪼그리고 앉아 있다. 방안의 가구들도 제법 빠져 나갔다.
수미, 울기도 지친 듯 멍한 표정이다. 세진, 수미앞으로 와서 앉는다.
세 진 : (애써 씩씩한) 별 거 아니야, 엄마...지금 이런 거 별 거 아니야.
수 미 : (가만히 있는)
세 진 : ....세진이가 나중에 유능한 변호사가 돼서 한 백억쯤 벌어서 엄마 침대, 목걸이, 반지...아빠 첼로....다 찾아주께...
아우, 갑자기 막 힘이 생기네. 인제 절대 농땡이 안 까구 열심히 공부해야지.
수 미 : .....
세 진 : 괜찮아, 엄마...별 거 아니야. 엄마하구 세진이 긴 인생에서...정말루 이건 별거 아니라니까.
수 미 : (중얼거리듯) 아빤 어디 가신거야? 아빠 좀 찾아와. 아빠 오시라 그래...아빠 어서 오시라 그래, 세진아.
아빠 어서 오시라 그래.
세 진 : 알았어. 그럴게. 알았어요, 엄마. (내심 괴롭다)
#59. 바닷가
바다를 보며 먹먹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현기.
#60. 미용실
호숙 마을에 있는 영세 규모의 작은 미용실이다.
미용실 거울에 비친 호숙의 모습...머리를 풀고 산뜻하게 웨이브 파마를 했다. 화장도 연하게 하고,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옆 의자엔 중년의 촌부가 촌스런 파마를 하고 있다.
호숙, 거울속의 달라진 자신을 어색하고 낯설게 본다.
#61. 미용실밖
호숙, “수고 하이소. 고맙심니더.” 하고 문 닫고 나오다가 저 편에서 오고 있는 미자와 시선을 마주친다.
호 숙 : 아이구, 우리 미스 코리아! 학교 갔다 오나?
미 자 : (벙한 표정으로 본다. 도무지 눈 앞의 사람이 자신의 엄마라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
호 숙 : (어색한 듯 머리 만지며) 옴마 우떤노? 옴마 이쁘나?
미 자 : (보다가 심통난 표정 되어) 나두 할래.
호 숙 : 뭐?
미 자 : 나두 파마할래. 파마 할래, 나두.
호 숙 : (기가 차서) 이 가시나가.
미 자 : (호숙의 치마를 잡고 조르는) 나도 엄마처럼 파마 시켜 달란 말야. 나두!!
호 숙 : (황당한)
#62. 호숙 마을 길 (파출소 일각)
호숙과 미자(촌스럽게 곱슬곱슬한 파마한), 함께 손을 잡고 온다. 두 사람, 함께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세대 가요)
미 자 : (문득) 엄마. 열 여덟살에 결혼했지?
호 숙 : (문득 표정 굳어져) 그거는 와?
미 자 : 외할머니는 열 세살에 결혼했댔지?
호 숙 : (점점 더 의아한)
미 자 : (걸음 멈추고) 엄마, 그럼 나두 열 세살에 결혼하면 안돼?
호 숙 : (기가 막혀) 뭐라꼬?
미 자 : 엄마 나 현기 오빠랑 결혼하구 싶어. 오빠, 나이두 많구, 너무 오래 기다리니까, 나 중학교에 입학하면 그냥 시집 보내줘.
호 숙 : (어이가 없어) 뭐 이런기 다 있노, 이기?...(미자의 목덜미 잡으며) 저게 파출소 있네, 파출소 가자.
미 자 : 어우, 파출소는 왜애?
호 숙 : 니 거치 똥인지 오줌인지 분간 몬하는 가스나는 감방에 넣고 몇 년 살리야 제 정신을 채린다. 보이소! 순경 아저씨예!!
(하는데)
미 자 : (O.L. 겁을 집어 먹고) 엄마아...(호숙의 손을 쳐 내더니 도망가며) 난 현기 오빠랑 결혼할거야.
두구 봐. 꼭 결혼하구 말거다, 뭐... (약 올리듯 혀를 쏙 내밀고 도망 가버린다)
호 숙 : 하아, 가시나...눌로 닮아가꼬 콩만한기 저래 까짓노, 저기...(기가 막 힌 나머지 허탈한 표정으로 보며
파출소 게시판 앞을 지난다. 별 생각 없이 문득 고개 돌리다가 놀라는 표정 짓는다)
파출소 게시판에 현기의 수배 전단 붙어 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 보다가...충격으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해지는 호숙.
#63. 가게
모자를 푹 눌러쓴 현기, 가판대에 있는 신문 한부를 뽑아든다.
#64. 호숙 마루
현기, 신문을 이리저리 뒤적여 본다. 경제면을 뒤지던 현기, 문득 표정이 굳는다.
인서트-신문지면 “세영 전자 최종 부도” 라는 제호아래 기사가 실려 있다.
현기, 당혹스런 표정 짓는데, 호숙이 들어온다.
현 기 : (신문 접으며) 다녀 오셨어요?
호 숙 : (눈길도 안 주고 들은 체도 않고 수화기 들어 전화번호를 누른다)
현 기 : (의아하게 보는)
호 숙 : (다짜고짜) 장호구! 야 이 미친 놈아!! 니 도대체 눌로 우리 집에 델다 놓은기고?
현 기 : (당황하는)
호 숙 : 느그 누나 직일라꼬 작정했나!! 느그 누나꺼지 감방에 보낼라꼬 작정했냐꼬, 이 문디 자슥아!!
현 기 : .....(호숙이 알아챘구나)
호 숙 : 니는 내 동생도 아이다! 이 천하에 납뿐 놈!! (하고는 전화기 탁 내려놓고는 현기를 노려본다)
현 기 : (오히려 담담한 표정)
호 숙 : 열 개 셀 동안 우리 집에서 나가이소!
현 기 : ......
호 숙 : 안 나가모 경찰에 신고해서 포상금 타 묵을 생각인께 더럽은 꼬라지 안 볼라모 퍼뜩 나가이소. (하며 시선 돌린다)
현 기 : ...(막막한 표정 짓는데)
#65. 호숙집 앞
모자를 푹 눌러쓰고 쌕을 현기, 가방 하나 메고 밖으로 나온다. 호숙집쪽을 잠깐 보다가 걸음을 옮긴다.
#66. 호숙 마당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는 호숙.
#67. 바닷가길
바닷길을 정처없이 걸어가는 현기.
#68. 호숙마당
그렁하던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진다.
#69. 중환자실안
세진, 세진부가 있는 침대앞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세진부, 산소호흡기 쓴 채 여전히 의식없이 누워있다.
세 진 : 저기 아버지...아버지 어서 일어나세요... (울컥 눈물이 솟는) 제발 좀 일어나 주세요, 아버지.
세진이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요. 아빠. (더 말을 하려 하지만 가슴이 꽉 막혀와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70. 중환자실밖
세진, 눈가가 그렁해서 힘없이 걸어나온다. 이때, 세진 앞으로 와서 서는 사람...찬석이다.
세진, 금방 눈물을 쏟을듯한 눈으로 찬석을 본다.
찬 석 : 살다보면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두 혼자 힘으로 버티고 서 있기 힘들 때가 있어요.
썩은 나무라도 붙들고 기대구 싶을 때가 있더라구요.
세 진 : (기운없이 보는)
찬 석 : 그 나무...내가 해주면 안되겠어요?
세 진 : .......(눈물이 툭 떨어진다)
찬 석 : (세진을 천천히 안아준다)
세 진 : (멍한...악몽 같은 현실에 지친 듯 아무 저항도 않는다)
이때, 저편에서 그런 세진과 찬석을 지켜 보고 있는 현기. (안경과 가발을 쓰고 변장하고 있다. 전혀 다른 사람같다)
싸늘한 표정의 현기, 미간이 꿈틀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