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라비에서 방콕으로
2009년 4월 14일(화) 맑음
끄라비의 K.R 맨션 호텔
어저께 바다에서 수영을 했던 것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저녁에 침대에 쓸어져서 언제 잠이 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불이 켜진 채로 방문을 잠그지도 않은 채로 선풍기가 세차게 돌고 있었고 새벽 2시 30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잠들어 근래에 처음으로 아침 늦도록 잠에 깊이 빠졌었다. 아침 8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피피에 갔다가 방콕 가는 버스 시간에 맞춰 끄라비로 돌아오려고 계획했다가 아무래도 일정이 무리할 것 같아서 생각을 접었다. 게다가 그저께 ‘라이 레’에서도 좀 무리하게 다녔고, 또 어저께 섬 투어를 하면서 체력 소모를 너무 많이 했다. 여기서 며칠 더 쉬면서 피피를 갔다가 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버스표를 예매해 놓은 것을 취소하는 것도 번거롭고, 또 여기 일정을 늘였다가 미얀마 여행 시기를 더 늦출 경우 우기에 접어드는 미얀마 여행이 어려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아쉬운 끄라비 여행을 여기서 끝내고 방콕으로 가기로 하였다.
오늘 낮에는 여관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에 방콕 행 버스를 탔다.
오늘 낮에는 소설을 읽는 재미로 시간이 잘 갔다.
여관 주인 Chai가 캐나다 애인을 나에게 소개시키면서 한국 울산에서 학원강사를 하다가 지금은 끄라비에 와서 같이 지낸다고 하였다. 그녀의 한국 이야기를 들으면서 재미있게 1시간 이상을 보낼 수 있었다.
그녀는 한국의 산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등산한 곳도 수월찮이 많았다. 한국에 다시 갈 생각은 없느냐니까 생각을 더해 보아야겠다고 하였다. Chai와는 언제 결혼할 것인가 하고 물었더니 계획에 없단다. ???
쏭크란 축제 때문에 미얀마 비자를 낼 수 있는 날짜까지 방콕에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서 이번 끄라비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방콕에서 끄라비에 올 때 끄라비에 대한 정보를 구하지 못하여 현지에 와서 자세한 것을 알아보기로 했는데, 다행히 그레이 영감을 만나서 아름다운 아오 낭과 라이 레를 함께 다녀왔다. 그리고 태국 사람들이 Island Tour하는 보트에 함께 타서 그들 속에 어울려 쪽빛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아름다운 섬들을 둘러보았다. 같이 보트를 타고 다니면서 아주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태국 사람들의 성정(性情)의 일면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끄라비 여행은 이렇게 우연찮게 좋은 경험을 하여 마음도 흡족했다.
여관 주인 Chai가 내가 방콕에서 끄라비에 도착하여 픽업해 주었을 때는 돈을 받지 않더니 오늘은 여관에서 터미널까지 태워주고는 백 바트를 달라고 하였다.
끄라비 터미널에서 방콕행 버스 대합실 앞에 서서 기다렸다. 혼자 외롭게 서있는 모습에 가여운 생각이 들었던지 나를 지켜보던 한 청년이 대합실 안에 앉을 자리를 마련 해주었다. 사람들이 무척 친절하여 태국사람들에 대한 좋은 인상을 더욱 굳게 가지게 되었다.
어저께 섬 투어를 마치고 아오 낭에서 끄라비로 돌아오는 길에 처음 물벼락을 맞았을 때는 무척 당혹스럽고 화도나고 짜증스러웠다. 그러나 마을들을 통과할 때마다 그 마을을 통과하는 길 가운데에 춤판을 벌려 놓고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추면서 자동차나 사람들이 지나가면 물세례를 주는 것이 무척 흥겹고 재미있었다. 나도 그들의 쏭크란 축제에 참여한 일원이 된 기분이어서 흐뭇하였다.
여행이 모두 이렇게 내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어느 것이든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하면 즐거운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6시 조금 지나서 버스가 끄라비 터미널을 출발하였다.
오늘 탄 버스는 방콕에서 끄라비로 올 때의 버스만 못 하였다.
의자 폭도 좁고 차도 낡고 서비스도 엉망이었다.
이것도 또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자.
2009년 4월 15일 (수) 맑음
어제 저녁 6시에 끄라비를 출발하여 방콕을 향하여 밤새도록 달려온 시외버스가 오늘 새벽 5시 전에 방콕 남부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시내버스가 앖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시내버스들이 다니기 시작하였지만, 내가 기다리는 카오산으로 가는 516번 첫 버스는 1시간 40분이나 기다린 다음에야 왔다. 8시 경에 카오산에 도착하여 Siri Baan Thai로 갔다. 오늘은 밤새도록 버스를 타고 왔기 때문에 여관에서 하루 푹 쉬기로 하였다.
태국 국내 사정이 요즈음 상당히 불안하다.
연일 데모를 하고, 드디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인이 출동하여 데모를 진압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런 태국 국내 사정 때문인지 쏭크란 축제 기간의 휴일을 늘려서 이번 주말까지 휴일을 연장한다고 한다. 나의 미얀마 비자 발급이 또 늦어지게 되었다.
내일은 Siri Baan Thai의 모든 객실이 예약이 되어있어서 다른 여관으로 가든지 아니면 다른 지방을 여행하고 돌아오든지 해야 한다. 그래서 태국 북부 여행을 할 때 아유타야를 들리려고 했다가 바로 쑤쿠타이로 갔기 때문에 내일은 아유타야를 가보기로 하였다.
아유타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아유타야의 유적지 탐방을 마치고, 아유타야에서 깐자냐부리로 직접 가는 버스가 있다니까 깐짜냐부리까지 돌아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였으나 잠이 오지 않아 씨암 스퀘어에 가서 바지 하나를 샀다. 지난번 호치민에서 산 바지가 싸구려 바지라 약해서 입고 다니기가 불안하여 조금 품질이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사가지고 왔더니 젊은이들이 입는 옷이라서 내가 입고 다니기에는 민망해 보였다. 매사에 치밀하지 못하고 대충 살피는 버릇 때문에 항상 낭패를 당하곤 한다.
저녁을 먹으려고 카오산으로 나갔다가 물만 뒤집어쓰고 돌아왔다.
끄라비에서는 13일 하루만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는 행사가 있었을 뿐이었다. 태국에서 쏭크란 전날은 물 뿌릴 준비를 완료하고. 쏭크란 데이에는 사람들에게 물을 뿌려주면서 축복하면서 하루를 보내며. 그 다음날은 뒷정리를 한다는 말을 끄라비의 여관 주인 Chai가 들여주었다.
그런데 방콕에서는 쏭크란 데이뿐 아니라 축제일 기간 내내 물뿌리는 놀이가 이루어지는 모양이었다. 오늘 씨암 스퀘어에 갈 때와 돌아올 때도 어떤 길목을 지날 때마다 버스 차창 안으로 물을 뿌렸다. 물을 뿌리는 게 아니라 호수로 뿜어대는가 하면 바스켓으로 퍼붓는 바람에 옷이 함뿍 젖었다..
쏭크란 데이가 이틀이 지났는데도 카오산에서는 이런 뿌리기가 계속되었다
나는 저녁밥을 사먹으면서 카오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장난도 구경할 겸하여 카오산에 나갔다가 도저히 근처에 접근할 수가 없어서 여관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런데 카오산과 그 인근은 한마디로 아수라장 판이었다. 디카를 가지고 나갔다가 물벼락을 맞을 것 같아서 사진을 하나도 못 찍었다. 내국인이나 여행객들이 하나같이 어울려서 얼굴에 횟가를 바르고 물을 뿌리는 그런 장난스런 행동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행해지고 있었다. 좀 젊었으면 그들과 어울려 그런 분위기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밖에서 여관으로 돌아오니 이 여관에 들어있는 한국인 젊은이들은 전부 물총 하나씩을 들고 전장에 나가는 사람들처럼 카오산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여관에 돌아왔을 때는 모두 얼굴과 머리와 옷에 회칠을 당하고 옷은 완전히 물과 횟가루로 범벅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축제에서 돌아온 벅찬 기분을 얼굴에 가득 담아가지고 있었다. 그 젊음이 부러웠다. 나는 왜 나이 탓만 하는가! 나이가 들었어도 좀 주책스럽더라도 그런 곳에 함께 함으로써 이질감보다는 동질감을 가지게 할 수 있을 텐데.
첫댓글 선배님께서는 무슨 과목을 가르치셨어요?
혹시 국어요?
예, 국어 과목입니다.
아~
그러시네요
선배님
앞으로는 새까만 후배인데 말씀도 낮추시고 편하게 대해주시면 감사하구요
좋은 말씀 아름다운 글도 선사해 주시구요......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