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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일 대한민국 철도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KTX 고속철도망을 대폭 확장해 전국의 주요거점을 90분 안에 연결함으로써 국토 균형발전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정책의 실현가능성과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이번 철도망 구축계획은 지난 40년 동안 도로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누적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이끌어 갈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를 하고 싶다.
전국 어디서든 주요 도시에 1시간 반 안에 도달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국토 전체가 하나의 메가(mega) 시티로서 새로운 국가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 이제 세계는 국가 간 경쟁을 넘어, 메카시티 간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예컨대 일본은 2020년까지 도쿄~오사카를 시속 500㎞의 자기부상열차로 1시간에 주파해 하나의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고질적 논쟁거리인 수도권 집중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전국이 하나의 도시가 된다면 공기 좋고 한적한 도시 외곽의 가치가 높아지고, 공장과 기업 입지선택도 전국으로 확산되어 기업들의 지방투자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이 인류적 과제가 된 녹색성장시대에 CO₂ 배출이 도로나 항공의 30분의 1도 안 되는 친환경 교통수단인 철도에 주목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연간 철도건설 예산이 5조~6조원에 불과한 현실에서 전체 사업비 규모가 97조원에 달하는 철도망 구축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철도산업의 글로벌화와 민간 참여가 핵심이다. 세계 철도시장은 연간 수백조원에 달하는 블루오션이다. 최근의 비약적 발전에도 우리 철도산업이 세계철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2% 수준에 불과해, 수출산업으로의 육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민간의 창의력과 자금력의 유치 없이는 철도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 과감한 법제도의 개혁과 규제 철폐가 선행돼야 한다. 철도공사의 13만평 땅으로 30조원 규모의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진 용산 역세권개발사업이 성공해 한국형 역세권사업이 활성화되기 바란다.
KTX 중심의 간선철도망 확충만으로는 교통·물류혁신을 이룰 수 없다. 간선철도와 도시철도, 철도와 공항, 항만과 도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국제물류의 허브 기능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전체 국가교통망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대규모 SOC 사업인 만큼 국민 합의를 얻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철도역과 박물관, 철도대학, 철도기술연구원, 민간연구원과 철도물류단지가 집합되어 있는 의왕을 철도특구로 추진 중인데, 조속히 추진해 대한민국 철도시대 개막의 상징물로서 세계적 철도관광단지로 만드는 것도 좋은 정책 홍보 방법이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실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반드시 실천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무엇보다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철도투자액은 도로투자액의 20%에 불과한데, 2020년에 가서야 도로 대 철도 투자를 같게 만드는 계획으로는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20년 걸려 경부고속철도 420㎞를 건설하는 동안, 중국은 매년 1000㎞ 이상의 고속철도를 건설하며 우리를 추월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철도 중심의 국가신성장전략이 반드시 성공해 철도가 IT·자동차·조선·원자력에 이어 우리 국민의 먹을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보배로 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