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유대아동 종교교육, 무엇을 벤치마킹할까?
연력 특성을 고려한 종교교육
라못에는 ‘CHILD-CARE’라는 종교 유대인 자녀를 위한 유치원이 있다. 하시딤은 아닌데 비교적 철저한 유대 신앙교육으로 가르치는 유치원이다.
다섯 개의 교실은 어린이들의 나이에 따라 나누었는데 12개월 미만의 아기들이 있는 방에는 15명 정도 되는 아기들에게 네 분 선생님들이 매달려서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다. 가사를 들어보니 ‘하나님이 하늘을 지으시고 하나님이 세상을 지으셨다’는 내용인데 아기들을 반듯반듯하게 줄을 맞춰 앉혀 놓고 계속해서 노래만 들려주고 있었다.
마침 한 아기가 아앙! 울고 있는데, 선생은 안아주지 않고 그 아기를 카펫트 위에 앉혀 놓았다. 반듯하게 앉아서 울고 있는 아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우는 아기를 어르거나 안아주지 않는다는 방침이 모든 아기에 대한 공평한 배려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마치 아기를 물건 다루듯 하는 인상이 든다.
유치원 직원인 한나의 안내로 2살 아기 교실에 들어갔을 때 한나가 일일이 아이들을 소개해 준다. 러시아계 금발머리, 아프리카계 유대 아기, 남미에서 온 아기, …세계 각처에서 이주해 온 다국적 유치원이다.
그래서 헤어스타일도 재미있다. 얼굴이 까맣게 생긴 아이가 꼬불거리는 머리를 꼬아서 땋아 내렸는데 거기에 어울리지 않게 머리에는 유대인의 상징인 키파를 쓰고 있다. 한 사람의 머리에서 두 문화를 보는 느낌이다.
교사도 아주 다양하다. 흑인 선생도 있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문화를 유치원 교실에서도 볼 수 있는지….
3살 어린이 교실에 들어가니 제법 많은 어린이들이 선생님이 읽어주는 동화책에 낙서를 하고 있다. 선생님의 낭독에 흥미를 잃었는지 일부의 아이들은 책상에서 이탈해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제멋대로 굴고 있다.
교사의 통솔을 따르지 않고 각자 개인별로 자기 놀이를 하는데 마치 제 좋은 대로의 독학(?)을 하는 아이들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교사들은 간섭을 하지 않았다. 12개월 미만의 아기들반은 상당히 엄격해서 아기들을 집단 교육을 하고 있는 반면, 2~3살 박이 아이들 교실은 유동적이고 자유분방하다. 제멋대로 구는 이 시기, 그들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4살 어린이 방으로 들어갔을 때는 얼마나 어른스러운지, 낯선 우리들을 힐끗거리며 열심히 뭔가를 붙이고, 오리고, 뜯어내는 일에 열중이다. 실내 장식은 방마다 종교 색채가 짙어서 종교교육을 시키는 어린이 집임을 알 수 있다.
한나는 벽에 걸린 조그마한 상자를 열어 보이는데 그것은 모형 교육용 법궤였다. 항아리와 지팡이, 두루마리 성경이 그 속에 들어 있다. 구약의 성경이야기들이 어린이들의 ‘읽을거리’들이고 장난감 두루마리 성경이 토라를 상징한다. 라못은 종교인들의 부락인데 따라서 유치원의 교육도 엄격하게 종교교육을 시도하고 있었다.
며칠 전 우리나라의 식목일과 비슷한 투 베슈밭(어린 싹을 위한 신년) 절기를 지켜온 때문인지 교실에는 온통 나무 잎사귀와 꽃씨들로 가득하다. 층수를 올라갈 때마다 어린이들의 연령도 한 단계씩 높아지고 있었다.
다섯 번째 방으로 안내되었다. 4층 맨 구석진 코너에는 육중한 철문이 하나 있다. 한나가 그 문을 여는 순간 좀 놀랐다. 그곳이 어린이들의 방이라고 상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어린이 교실을 이렇게 철책 문으로 만들다니…. 유대교육도 교육적이지 못한 면들은 아주 많은데 이스라엘 식이라고 해서 뭐든지 미화시켜지는 경향은 유대교육의 터무니없는 유명세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좀 재미있게 본다면 철책문의 방을 ‘비밀의 아지트’라고 표현할까? 5살 어린이들이 모여서 그림지도를 받고 있는데 얼마나 조용한지 우리가 들어간 것이 오히려 미안할 정도였다. 손님인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 할 일에 열중인 어린이들이 어쩐지 좀 서운할 정도이다.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식탁 위에는 사과와 에스콜리옷 몇 개가 놓여 있는데 동시에 똑같은 과일이 그려진 그림책이 놓여 있다. 설명이 곁들인 그림책인데 한나는 어린이들이 이 과일을 공부하기 전에 과일을 맛보고, 만져보고, 냄새 맡아 보면서 이 과일에 대해서 교과서로 공부하고 난 후, 지금 그림으로 종이에 옮겨 그리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을 곁들인다.
2~3살배기 교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알고 보니 그 방은 방음 교실이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니까 한나는 매니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전화를 걸어준다. 매니저가 거절하는 바람에 견학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사흘을 이 유치원에 들락거리며 어린이들의 수업 광경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스라엘의 유치원 교실이 그렇듯이 반드시 교실 안에 어린이 키에 맞는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는 것은 참 부럽다. 공부시간에 교사의 지도에 따르기 싫어하는 어린이들이 오줌 마렵다며 화장실 변기에 올라앉아서 장난질하고 있다.
한나는 자랑하고 싶은 것이 많다. 다시 비밀의 방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5세 어린이부터는 컴퓨터교육을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키부츠 공동사회의 유대교육
키부츠 내에서 모든 생활이 해결되니 가족과 공유하는 시간이 넉넉한 것은 유대교육의 큰 장점이다. 일터에서 일하다가도 틈틈이 어린이 집에 들러서 아이를 안아준다든지 시간 맞추어 젖을 먹일 수 있는 것은 키부츠이기에 가능하다.
요즘은 단조로운 생활에 싫증을 느끼는 유대 젊은이들이 키부츠를 떠나 도시로 진출하므로 키부츠마다 노령화되는 데다 키부츠 경제가 날로 악화하여 적자를 가져오게 되어 문을 닫는 키부츠들이 늘어나고 있다.
키부츠 말키아도 그렇다. 말키아는 어린이 영재 교재를 만들어내는 오르다 공장을 운영하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5개국에 유대교육 교재를 수출한다. 수출 비중이 가장 컸던 한국이 IMF로 물량이 대폭 줄어드는 바람에 한동안 공장이 문을 닫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의 IMF가 키부츠 말키아에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주었다.
이렇게 누적되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키부츠가 한둘이 아니다.(생략) 2월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