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위한 세미나가 이번 주 토요일에 있습니다.
한국의 반공 교육이 어떠했는지 발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글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조언 부탁합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교육을 희망하며
동경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연구생 최종순
북한이 일본인 납치 사건을 인정한 후, 일본 매스콤에서는 연일 북한을 비난하는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 방송들을 보고 있자면 웬지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국에서도 60,70년대에는 늘 북한을 비난하는 방송을 일본과 똑같이 했습니다. 방송만이 아니라 학교의 교육도 일관되게 북한을 비난했습니다.
우리는 그 당시 북한 공산당은 무찔러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우리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는, 심지어는 그들은 얼굴이 빨간 사람으로, 머리에는 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아니 사람들이기보다는 사람의 탈을 쓴 이리나 늑대로 생각하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호시탐탐 남한을 쳐들어올 생각만 하고, 늘 사람을 죽이려고만 하는 나쁜 사람들이라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저녁 하늘에 지는 노을을 보면서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북한을 연상하게 만드는 그런 비인간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그 당시 교육을 받았던 세대들은 아직도 북한 공산당에 대한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편견을 가지는 것도 불행한 일이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그런 편견을 통해서 인간답지 못한 심성을 길러가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보다 이념이 먼저이고, 그래서 나와 이념이 다른 사람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 생각, 이런 생각은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로 하여금,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북한의 간첩 일당들에게 죽음을 당했고, 그 죽음은 전국을 또 다시 공산당을 혐오하게 만드는, 북한을 양의 탈을 쓴 늑대로 만드는 그런 악순환으로 몰아넣었습니다.
6월이 오면 모든 학교에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작문대회, 그림 그리기 대회, 표어 만들기, 웅변 대회 등 여러 가지 행사를 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그런 행사에 참여하고 북한에 대한 혐오를 만들어갑니다. 어린이들이 인간에 대한 신뢰, 믿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혐오와 미움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결국은 이런 교육은 어린이들의 인격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잃어버리는 교육을 하게 되는 거죠.
한국의 글쓰기 교육 운동의 선구자이신 이오덕 선생님은 늘 그런 현실을 개탄하셨습니다. 인간이 인간의 마음을 잃어버리게 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 이런 현실을 가슴아프게 염려하시며, 제발 현장에서 더 이상 사람을 미워하게 하는 교육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하시며 그런 행사가 없어지기를 바랬습니다만, 분단 한국의 현실로 볼 때,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바로 공산당으로 치부되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교사들은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묵묵히 비뚤어진 교육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교육은 9살의 어린 소년을 공산당이 싫어요하고 외치며 죽음을 당하게 만드는 그런 비참한 결과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하고 외치며 죽어간 초등학교 2학년 어린 소년이 있습니다.
그 소년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는 이승복 기념관이 강원도 평창군에 가면 있습니다.
아직도 학교에서는 현장 학습을 하면, 이승복 기념관에 들러 어린 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장하게 죽음을 맞는 그 소년을 기립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키워갑니다.
그런데 그 기념관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은 화해와 평화를 바탕으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찾은 학생들은 북한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북한에 대해 이런 적대감을 키워가는 것은 그 기념관을 방문해 그곳을 본 학생이라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 있는 전시물이나 설명이 학생들로 하여금 사람을 미워하게 만들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강원도는 북한과 맞닿아 있는 산악 지역으로 북한의 공비가 가끔가끔 내려와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산 속에 몰래 숨어 있다 먹을 것이 떨어지면 밤이 되면 마을로 내려와 먹을 것을 요구하기도 하죠. 이데올로기가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먹을 것이 없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라나는 어린이. 결국은 우리 사회가 그 소년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년을 죽인 것은 북한의 공산당 무장 간첩이며, 우리는 그들을 적으로 가슴에 안고 미워하면서 무찔려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이승복 기념관 홈페이지)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는 이승복 기념관을 찾아갑니다. 그곳을 갔다 온 학생들은 북한에 대한 편견을 키워가며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키워갑니다. 정부의 햇볕 정책으로 북한을 바로 알자는 운동을 하고 통일을 대비해 올바른 교육을 하자고 함에도 불구하고, 이승복 기념관을 다녀온 학생들은 또 다시 북한을 증오하게 됩니다.
그러는 한편 한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증오를 씻고 평화와 화해를 위한 교육을 하려고 하는 운동도 있습니다. 학교의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에 가졌던 편견을 씻어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직도 현장에는 북한을 색안경을 쓰고 보는 교사들과 교육 관료들이 많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화해와 평화를 위한 통일 교육을 하려는 교사들이 가장 염원하는 것은 인간성 회복입니다. 너무 오랜 시간 길들여져있는 인간에 대한 미움을 벗어버리고 같은 사람으로서 인간애를 실현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교사 모임 카페에 실린 글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지나쳐 간 사람들
오늘은 분도출판사에서 간행한 지나친 사람들이란 내용을 가지고 더불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유난히 풍랑이 거칠던 어느 날, 물고기 한 마리가 파도에 밀려 바닷가 모래밭으로 나오게 되었다. 마침 한 남자가 지나가다가 도움을 구하는 물고기에게 말했다.
“도와주고 싶지만 지금은 바빠서 안 되겠네,난 지금 어부의 미망인들을 돕는 모임에
가는 길인데 늦었어.“ 물고기는 또 다음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 두 번째 사람은 무언가 곰곰 생각하면서 오고 있었다.
바다에 넣어 달라는 물고기의 간청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글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군.”
‘가만있자, 내가 이 물고기를 물속으로 되던져준다 해도 또 다시 밀려나와서 허우적거리겠지...... 그렇다고 당장 도와주지 않으면 그는 아마.....젠장, 나도 모르겠다.“ 그 남자는 생각만 하고 지나쳐가고 말았다.
물고기는 숨이 가빠왔다. 거의 죽을 것만 같았다. 그때 한 여자가 다가왔다. “저 좀 살려 주세요. 저는 꼼짝도 할 수 없어요. 빨리....서둘러 주세요.”
그녀는 말할 힘도 없는 물고기에게 사정을 이야기해보라고 다그쳤다.
있는 힘을 다해 자기의 사정을 이야기한 물고기에게 그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 그러나 어떻게 하면 되죠?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몇 가지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이렇게 된 것은 신의 탓이니 스스로 이겨내도록 하세요.”하고 지나쳐 버려 그만 물고기는 숨이 차서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물고기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북한 동포가 이 같은 상태라면 같은 동포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룡천역 재해 및 지난주에 비디오에서 북녘의 실상을 보았듯이 식량부족 등으로 북녘동포의 실정이 파도에 밀려나 할딱거리는 물고기와 같은 처지인 듯합니다. 북녘 동포들은 몇 년 전부터 굶주려 6.25때 죽은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고도 합니다. 앞으로 남녘 북녘 하나 되어 오손 도손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도록 하기 위한 사랑의 실천이 필요한 듯합니다. 사랑의 실천의 핵심은 상대가 가장 원하는 것을 도와가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북녘동포가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은 배고픔을 들어주는 일일 것입니다. 체제가 공산주의라서 빨갱이라서 무기 사는데 보탤까봐서 ....물고기를 지나친 사람들이 여러 이유를 대다가 도움이 가장 필요한 순간을 넘겨 물고기를 죽게 한 것처럼 이런 핑계 저런 이유를 대면서 도움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될것 같습니다.
북한을 돕는다는 생각을 떠나서 인간의 생명을 더불어 지키고자 하는 인간애를 실천으로 옮기는 체험학습기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학교와 여러분이 원한다면 북한 어린이 돕기를 할 예정입니다.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합니다.
오늘도 친구와 선생님 그리고 가족과 친절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가운데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올린 김남선 선생님은 1989년 저와 함께 해직을 당하신 분으로, 평화 교육과 통일 교육에 많은 열정을 쏟고 계십니다.)
몇 년전에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로 수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기록사진가인 선생님을 모셔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에도 자주 가고, 그곳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한국에서 전시를 하시기도 하시는 분인데, 그 분이 어린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북한이 지금 먹을 것이 없다고 해서, 그들을 단순히 불쌍하니까 도와주어야만 하는 존재로 생각하면 안된다. 그곳의 아이들도 너희랑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슬퍼할 때는 슬퍼하고 기쁠 때는 기뻐하고 눈물도 흘릴 줄 알고, 그런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의 못사는 모습만 보고 그들이 무척 불쌍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의 생활을 즐길 줄도 아는 아주 천진난만한 모습을 하고 있단다. 내 이웃의 친구인데, 단지 상황이 나빠서 먹을 것이 부족할 뿐이고, 또 집집마다 사정이 다 있듯이 그들도 우리와는 다른 사정이지만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사람의 눈으로 사람을 보아야 한단다.
사람의 눈으로 사람을 보아야 한다.
위의 말은 아이들의 마음도 흔들었지만 교사인 내 마음을 더욱 더 흔들어댔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교육을 받아오지 못한 것이 아닐까?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교육을 해 온 것을 교사들이 진실로 깨닫지 않으면 앞으로 또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나이 드신 선생님들께서 당신들이 하신 잘못된 교육을 반성하며 양심선언을 했습니다. 그 때는 교육정책이었기 때문에, 속으로는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학생들에게 잘못된 교육을 했던 것을 철저하게 반성하시며, 더 이상 아이들을 정치의 도구나, 이념을 가르치는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하십니다.(원로교사반공교육참회선언)
한 번 잘못된 교육을 받게 되면 그것을 고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교육도 지금 많은 고통이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을 오려내고, 새 살을 이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이곳저곳에서 반발도 생기고, 또 권력을 누리려는 자들은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할 때, 일본은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과 교과서에 서술된 ‘북한의 납치 사건’을 통해서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일까? 그건 요즘 후쇼사 교과서 문제나, 아니면 동경지역의 기미가요, 히노마루 사건을 통해서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사람을 사람으로 보게 하는 교육, 또 내 인권이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의 인권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매스콤에서 연일 북한을 비난하는 방송을 접하는데, 게다가 교과서의 납치 기술마저 읽고 공부하게 된다면 어린이들은 북한에 대한 편견과 적대심만을 키워가면서, 동시에 일본에 있는 민족학교를 위시해 소수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던질 우려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게 하는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더 이상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을 사람답게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부터 지켜주어야 합니다. 더 이상 우리의 아이들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우리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지혜와 슬기를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를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