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을 어떻게 구분을 할까?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진단기준인 DSM-IV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자폐증 (전형적인 자폐증인 autistic disorder와 비전형적인 자폐증인 PDD-NOS)은 모두 전반적 발달장애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PDD)의 범주에 해당하는 장애들이다.
영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or Autistic Spectrum Disorder)'라는 용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개념은 자폐증상을 보이는 환자들 가운데, 아주 가벼운 상태의 자폐증 환자가 한쪽의 끝에 위치하고 다른 끝에는 전형적이고 심한 형태의 자폐증을 연속선상으로 연결하여 그 사이에는 다양한 증상들과 기능 수준을 보이는 자폐증 환자군이 존재한다고 간주한다. 이렇듯 자폐증상의 환자군을 하나의 스펙트럼의 관점에서 보아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개념은 전형적인 자폐증인 자폐성 장애 (Autistic Disorder)와 비전형적 자폐증 (Atypical autism or PDD, NOS)로 구분하여 진단할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던 영국의 저명한 소아정신과 의사인 Lorna Wing은 가벼운 자폐증상이나 아스퍼거 증후군을 포함시키는 경우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유병율이 약 10,000명당 91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통계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10,000명당 20~30 명)보다 높기는 하지만, 그만큼 자폐 스펙트럼장애는 생각보다 많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Autism Spectrum Disorder로 사용하며,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개념에 아스퍼거 증후군을 포함시키지 않고 별개의 장애로 간주하고 있으나, 영국에서는 Autistic Spectrum Disorder를 사용하면서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아스퍼거 증후군을 포함시키는 경향이 있는 등 약간의 차이가 있다.
Lorna Wing (영국)이나 Christopher Gillberg (스웨덴)와 같이 유럽에서 발달장애의 대가로 유명한 소아정신과 의사들은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의 구분에 대하여 명확하게 하지 않고, 하나의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심지어, Gillberg의 경우는 어려서 고기능 자폐증이었다가 나이가 들면서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바뀐다고 주장하였으나, 현재 학계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일부 전문가 (Towbin, 2003)들은 고기능 자폐증이나 아스퍼거 증후군의 치료에 있어서 사회성 발달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약물치료에 있어서 두 질환 사이에 차이가 없으며, 유전적인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연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면서, 아스퍼거 증후군과 자폐증을 구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 (Rinehart 등, 2002; Klin & Volkmar, 1997, 2000, 2003; Fitzerald & Corvin, 2001)에 의하면, 유전적으로 고기능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에 관련된 인자들이 다르다는 연구들이 많이 발표하면서,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은 원인론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참고적으로 고기능 자폐증에 대하여 잠깐 언급해 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자폐증의 기능 수준과 예후는 만 5-6세 경에 검사된 IQ와 언어구사능력에 의하여 결정적으로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치료에서 가능한 빨리 소아정신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아 아동의 상태에 적합한 집중적인 조기 특수교육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치료 원칙이 중요한 이유이다. 신박이 보호자들에게 쉽게 설명하기로는, 초등학교에 들어 갈 연령에 지능검사 (K-WISC-III)를 시행하여, 자폐 아동이 검사 문항을 이해를 못하여 전혀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우리가 임상에서 흔히 보는 저기능의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폐 아동이 검사 문항을 이해는 하지만, 문제 행동이 심하여 신뢰성 있는 검사결과가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행동치료 (행동수정요법)과 약물치료를 적절하게 시도하여 문제행동을 해결함으로써 아동이 자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하며, 이는 초등학교 통합교육에 적응함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여하튼,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연령의 자폐 아동이 지능검사를 시행하여 IQ 71 이상 (70이하는 정신지체에 해당하는 지능이다)를 보이는 경우를 광범위한 의미의 고기능 자폐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IQ는 70 이하를 정신지체, 71-84는 정상 범주도 아니고 정신지체도 아니라고 하여 경계선 지능 (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이라 부르며, IQ 85 이상을 정상 범주 (IQ 100이 그 연령대에서 딱 평균이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의 고기능 자폐증은 IQ 85 이상 (정상범주 이상에 해당)이면서 자폐스펙트럼 장애 라고 진단받은 아동이지만, 보편적으로 IQ 71 이상의 자폐 아동을 고기능 자폐증이라 부르고 있다. 현재 장애등록에서 발달장애 3급이 IQ 71 이상이면서 자폐증 또는 전반적 발달장애로 진단받은 환자에게 주도록 되어 있는데, 고기능 자폐증이나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들이 이에 해당된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을 여러 측면에서 비교하도록 하겠다. 두 장애의 환자들이 보이는 Full Scales IQ (전체 평균 지능)가 동일하다고 가정하여 나열해 보겠다.
1. 아스퍼거 증후군을 보이는 아동과 고기능 자폐증 아동이 동일한 IQ를 보인다고 가정하면,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들이 상대적으로 언어능력이 발달되어 있다. 물론,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들 역시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결여로 인하여 얼굴표정이나 제스처뿐만 아니라 대화 상황에서 적절하게 목소리의 톤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또한, 언어 표현능력이 특이한 측면들이 있어 대화내용이 핵심에 쉽게 도달하지 못하고, 우회적이며 자신의 의도를 명백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화상황에서 주제를 적절하게 전환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상대방에게 효율적으로 소개하지 못한다. 대화 과정에서 상대방의 관점이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대화를 하기 마련이다.
2. 아스퍼거 증후군의 DSM-IV 진단기준에서 D, E에 해당되는 부분에서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은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D. 임상적으로 심각한 전반적인 언어발달의 지연은 없다 (예: 단음절 단어를 2세에 사용하고, 의사소통을 위한 구를 3세에 사용한다).
E. 소아기에 인지 발달이나 나이에 맞는 자기-보호 기술 및 적응 행동의 발달 (사회적 상호작용 이외의), 환경에 대한 호기심의 발달에 있어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지연은 없다.
이 이슈를 자세히 설명해보면, 다른 병원이나 치료센터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진단을 받았는데, 이 진단이 정확한지 신박의 소견을 듣고 싶다면서,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의심되는 아동이 보호자와 함께 신박의 클리닉을 방문하여 second opinion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의뢰된 아동들을 진료실에서 30분 또는 45분 가량 진료를 하면서 관찰을 하는데, 외견상으로는 DSM-IV 진단기준에 부합된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스퍼거 증후군의 중요 진단기준들 중 임상적으로 어려서 심각한 전반적인 언어발달의 지연은 없다는 점과, 소아기에 인지 발달이나 나이에 맞는 자기-보호 기술 및 적응 행동의 발달 (사회적 상호작용 이외의), 환경에 대한 호기심의 발달에 있어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지연은 없다는 점이 있는데, 이 기준들에 맞지 않는 환자들이 꽤 많았다. 신박에게 의뢰된 아동들 중 상당수가 어려서 심각한 언어발달의 지연이 있었으나, 부모가 아동에게 어려서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해 왔으며, 아동의 인지기능의 잠재력이 높아서 현재 상당한 호전을 보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어려서 언어 발달이 늦었던 아동이 수 년간의 치료 후에 신박의 진료실에서 30-40분 가량 진료를 하는 동안 보이는 모습은 아스퍼거 증후군의 임상양상과 매우 유사하지만, 아동이 어려서부터 보여 온 발달 단계를 고려하면 정확한 진단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에 동료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내리는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진단에 있어 이 부분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3.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은 신경심리학적으로 중요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고기능 자폐아동은 웩슬러 아동용 지능검사 (WISC)에서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보다 높이 나오는 경향이 높다 (PIQ>VIQ). 소검사 항목에서 이해(Comprehension), 차례맞추기(Picture Arrangement)의 항목이 낮은 점수를 보이며, 토막짜기 (Block Design), 숫자 (Digit span)의 항목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점수를 보인다고 연구보고가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는, WISC에서 공통성(Similarities)이 높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반적으로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보다 낮다 (PIQ<VIQ). 토막짜기는 자폐증과 마찬가지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은 IQ가 정상범주이거나 정상범주에 가까운 수준을 보인다. 종종 매우 우수한 지능을 보이기도 하여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영재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도 한다.
보다 전문적인 소견을 적어보면, 자폐증상은 신경심리학 이론 중 주로 ‘마음의 이론의 이상 (deficit in theory of mind)’으로 해석하며, 일부분을 ‘실행기능의 이상 (executive dysfunction)’이나 ‘weak central coherence’의 개념으로 보충한다. 그러나, 아스퍼거 증후군은 주로 실행기능의 이상으로 증상을 설명하고, 마음의 이론의 이상으로 일부분을 보충하여 설명하고 있다.
4. 아스퍼거 증후군이 고기능 자폐증보다 나중에 발생하고, 사회적 의사소통 (social communication)의 분야에 덜 손상이 있으며, 특이한 주제에 대한 집착이 더욱 뚜렷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대근육이나 소근육 운동기능의 이상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며, 가족력에 대한 연구 등으로 보아 더욱 유전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이 고기능 자폐증보다 더욱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5.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에서 보이는 공존 질환 (comorbidity)에 있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청소년기가 되어 정신분열증이 동반되는 증례보고가 종종 나오지만, 자폐증의 경우는 정신분열증의 동반에 대한 보고가 전혀 없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고기능 자폐증에 비하여 ADHD가 공존질환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더 많다. 즉, 아스퍼거 증후군은 ADHD에 대한 동반 치료를 함께 해야 할 가능성이 더 높다.
6.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이 보이는 예후에 대하여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의 예후는 그들이 보이는 IQ와 언어구사능력에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다. IQ와 언어구사능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성인이 되어 보다 나은 기능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고기능 자폐증의 부모님들은 자녀의 IQ에 대하여 숙지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가 발달의 측면에서 변화가 많은 시기라면, 매년 심리검사 (지능검사 포함)를 받는 것이 좋으며, 청소년기까지 적어도 매 3년 마다 정기적으로 심리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자폐증에 비하여 IQ나 언어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예후가 좋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이 동일한 IQ를 가진다고 가정했을 때, 두 장애의 예후에 대하여 논란이 많이 있다. 아직 체계적으로 시행된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한 연구는 아직 없는 것은 사실이다. 스웨덴의 저명한 발달장애 대가인 C. Gillberg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고기능 자폐증보다 보다 나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일부는 성인이 되어 비교적 독립적이고, 직업도 가지며, 비록 소수이지만, 결혼도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보고의 배경에는,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들이 자라 성인이 되면 저절로 좋은 예후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스웨덴과 같은 선진국에서 갖춘 적절한 특수교육 시스템, 좋은 복지 시스템, 훌륭한 장애인 지원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전제하에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반면에, 캐나다의 저명한 발달장애 대가인 Peter Szatmari는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의 IQ가 동일하다면, 두 장애의 예후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하였다. 즉, IQ와 언어구사능력의 수준에 따라 성인이 되어 기능을 발휘할 것이며, 어느 정도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암시를 하는 것이다.
1944년 아스퍼거 증후군을 처음으로 발표한 Hans Asperger는 처음 이 장애에 대하여 발표를 하면서,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이 성인이 되어 보이는 예후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의 말년에서는 유아 자폐증보다 좋은 예후를 보일 것이라고 했으나, 초기보다는 보다 조심스러운 전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예후에 대하여 전망한 글들이 많지는 않으나, 신박이 이 글을 쓰면서 여러 자료들을 찾아 보니 세계 유수의 발달장애 전문가들 중에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권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예후를 보다 좋은 쪽으로 보는 듯하고, 북미권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성인기가 되어 상당한 호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발달장애로서 가지는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으리라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 나라의 실정에서는, 부모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들이 성인기가 되어 보다 나은 예후를 기대하기 위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고 할 수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성인이 되어 좋은 예후를 기대하려면, 비교적 어려서 진단을 받고 아이의 상태에 필요한 치료들을 꾸준하게 받으면서, 정상 아동들과의 통합교육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지속적으로 시행해 온 사회성 발달훈련, 학습치료 (학과 공부 외에, 시지각 발달 훈련 등), 작업치료 (감각통합 훈련 포함), 심리치료 등을 청소년기가 되어서도 받아야 성인기가 되어 보다 나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고기능 자폐증 아동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환자의 상태에 맞추어 필요한 치료들이 지속되지 못하고 중단되는 경우들을 자주 보는데, 결과적으로 성인기에 기대에 못미치는 예후를 보이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만 10세가 지난 남아가 부모님과 함께 신박의 클리닉을 방문하였고, 부모는 아이가 아스퍼거 증후군이 의심된다고 하였다. 아동과 상담을 해보니, 언어발달이 또래의 수준에 비하여 꽤 떨어진다고 여겨졌으나, 간단한 수준의 기본적인 대화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또한, 또래 아동들 수준에 비하여 대화 시 눈맞춤을 하거나 친구를 사귀는 데 어느 정도 어려움을 보였다. 부모에게 물어 본 결과, 또래 아동들과 길게 의사 교환을 한다든지, 주제토론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이나 주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부모가 맞벌이여서 최근까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지 못하였고, 치료 역시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하였다. 아동의 발달력 상 만 3세 경 또래에 비하여 뚜렷하게 언어발달이 떨어졌으나, 특별한 치료없이 유치원에 다니면서 조금씩 언어능력이 개선되었다고 하였다.
지능검사 결과, 전체 평균 IQ 105, 언어성 지능 94, 동작성 지능 115 이었다. 언어발달 연령이 생활 연령에 비하여 약 3년 정도 떨어졌다. 초기 진료시에는 임상 양상으로 보아 아스퍼거 증후군과 유사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발달력 상 어려서 뚜렷한 언어 발달의 지연이 있었고, 지능검사 (WISC)에서 언어성 지능이 동작성 지능에 뚜렷하게 비하여 떨어진 점으로 보아, 부모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은 아니라고 말해 주었다. 부모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니라는 얘기를 너무 빨리 하는 것이 아닌가의 질문을 하였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신박과 같은 전문가로서는 진료 및 검사 결과로 보아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닌 것이 명백하기에, 논의의 방향을 바꾸어 아동에게 해당되는 진단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에 미련을 버리고, 이 아동에게 해당되는 진단, 즉, 고기능 자폐증이나 언어성 학습장애의 가능성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때 부모가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에 계속 매달려 있다면, 정해진 진료 시간 내에 아동의 상태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당시 진료와 검사를 통하여 아동의 진단이 어려서부터 언어 발달의 지연이 있으면서, 언어성 지능이 동작성 지능보다 뚜렷하게 떨어지는 소견으로 보아 고기능 자폐증이나 언어성 학습장애의 가능성을 고려하였다. 언어성 학습장애는 어려서 언어장애로 보였던 아동이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 지지 않아 학령기에도 여전히 의사소통의 문제, 대인 관계 등 사회성 발달의 어려움 및 학습 영역의 부진을 보일 때 보이는 언어 및 학습의 장애 (language and learning disorder)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신박은 부모에게 고기능 자폐증 보다 언어성 학습장애의 가능성을 설명하였다. 그 이유로는, 아동이 만 10세가 되도록 전문적인 치료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로 언어표현 능력이나 의사소통은 부족하지만, 학교 수업을 웬만큼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아동이 고기능 자폐증이라면, 만 3세 이전부터 집중적인 조기 교육, 언어치료, 감각통합훈련, 부모의 열성적인 지원, 그 이후 모니터를 동반한 통합유치원 교육과 초등 통합 등 수많은 노력을 통하여 아동이 어느 정도 초등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여전히 초등통합 상황에서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위하여 모니터 (도우미)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특이하게도, 신박이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언어성 학습장애의 가능성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녀가 오히려 예후가 훨씬 안 좋은 고기능 자폐증이 아니냐면서, 진단에 대하여 회의를 표시하였다. 그러면서, 엄마가 고기능 자폐증이 나중에 정상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아인슈타인이 아스퍼거 증후군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였다. 이 글을 쓰면서 해당 아동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부모가 고기능 자폐증에 대하여 개념이 부족하였으며,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여 용어를 사용했던 것 같다.
당시 신박은 속으로 ‘웬, 아인슈타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영국 Cambridge 대학의 Simon Baron-Cohen 교수가 아인슈타인과 아이작 뉴턴의 전기를 면밀하게 살펴보니 아스퍼거 증후군에 해당하는 증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보고를 했다는 기사를 나중에 인터넷을 통하여 읽을 수 있었다. Baron-Cohen은 자폐증에 대하여 연구도 많이 하고 유명한 교수인데, 이런 내용을 말하다니 내심 많이 놀랐다. 잘 알려진 발달장애 전문가인 Baron-Cohen이 이러한 내용을 기사화 하였으니, 나중에 이와 관련된 그의 연구가 정식으로 논문이나 책으로 발표된다면 발달장애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으리라 예상된다. 신박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려서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은 아동으로 자라면서 전반적 발달장애의 문제들을 개선시키기 위한 특수교육이나 전문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아인슈타인이 저절로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되어 결혼을 하여 자녀를 갖고, 친구들과의 친분을 평생 유지하며, 대학교수로서 조직 문화의 생활을 잘 할 수 있었고 결국에는 노벨상도 타고 세계 최고의 과학자가 되었다는 가설이 옳다면, 현재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교과서가 다시 쓰여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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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