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 한해도 1주 반 정도가 남았다. 슬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이렇게 해(年)가 넘어가는 시기가 되면, 사람들은 해(日)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곤 한다. 어제 해나 오늘 해나 다를 리가 없건만 한 해의 마지막 일몰과, 새해의 첫 일출은 우리를 감상적으로 만든다.
국토의 서쪽에 있는 수도권에서 일출을 보려면, 강릉의 정동진을 가거나 당진의 왜목마을 등으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 추위와 이동 거리를 생각해보면 너무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수도권이 서쪽에 있는 관계로 낙조는 쉽게 볼 수 있는데 서해 바닷가로 가면 된다. 특히 수도권에 잘 깔려있는 전철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낙조를 보러 다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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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철 노선도의 서쪽 끝. 빨간 색으로 표시한 용유역, 인천역, 오이도역 |
ⓒ 한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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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떠오르고 있는 낙조의 명소는 바로 인천 용유도이다. 영종도와 함께 매립되어 큰 섬이 된 용유도에는 마시안 해변이 있으며, 남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곳에서 서해의 낙조를 즐길 수 있다.
섬이라 교통이 불편할 것이란 선입견이 생길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바로 공항철도가 운행되기 때문이다. 공항철도는 국내에서 유일한 '섬에 들어가는 전철'이다. 현재 공항철도의 종착역은 인천국제공항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1개 역이 더 있다. 인천공항을 지나 공항철도 차량기지 안에 있는 용유임시역이다. 이 역에서 내려서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마시안 해변에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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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안해변에서의 일몰 |
ⓒ 코레일공항철도 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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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시안 해변에는 깨끗하고 긴 모래해변이 형성되어 있어 겨울바다도 즐길 수 있으며, 주변에 생선회, 조개구이, 해물칼국수 등의 먹을거리 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편리하다.
마침 세밑을 앞둔 29일 김포공항부터 서울역까지 전 구간을 개통하는 공항철도는, 발 빠르게 해넘이 특별열차를 준비하여 낙조를 보러온 승객들을 실어 나를 준비를 하고 있다. 30~31일 하루 2회 왕복운행 하는 해넘이 열차는 서울역을 14시 39분과 15시 39분에 각각 출발하여 약 1시간 후에 용유임시역에 도착한다. (중간역은 모두 정차)
승객들은 17시 20분으로 예정된 해넘이를 즐긴 뒤, 다시 용유임시역에서 18시 33분과 19시 33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면 된다. 서울역에 도착한 승객은 종로 1가로 이동하여 자정에 열리는 보신각 타종 행사를 즐길 수도 있다.
수도권에서 낙조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곳은 바로 오이도이다. 오이도(烏耳島)는 그 모양이 마치 까마귀의 귀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으로, 시흥시 시화지구의 남서쪽 끝에 붙어있는 섬이다. 오이도는 애초 바다 위의 섬이었지만 지금은 간척에 의해 육지가 되었다. 오이도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데, 바로 수도권전철 4호선의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4호선을 타본 사람들은 오이도행이라는 행선지를 보면서 오이도가 어떤 섬인지 한 번 쯤 궁금증을 가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서해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는 오이도의 위치 덕분에 오이도에서도 멋진 낙조를 볼 수 있다. 특히 바다를 가로지르는 시화방조제와 방파제의 빨간 등대가 바닷가를 더욱 운치 있게 해준다. 간만의 차에 따른 풍경의 개성도 뚜렷한데, 간조시에는 갯벌에 들어가 조개를 캘 수 있을 정도이고, 만조시에는 찰랑거리는 바닷물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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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도의 낙조와 오이도항의 빨간 등대 |
ⓒ 시흥시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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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오이도를 가려면 지하철 4호선 각 역에서 오이도행 열차를 타면 된다. 오이도역은 실제 오이도에서 약간 떨어져 있으므로, 역에서 내려 30-2번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물론 수도권 통합요금제에 따라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
오이도 주변에는 조개구이나 해물칼국수 등 다양한 먹을거리촌이 형성되어 있으며, 구획도 잘 정리되어 있어서 깔끔하다. 이것은 원래 오이도가 이주단지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연말을 맞이하여 낙조를 보면서 한 해를 깔끔히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4호선을 타고 훌쩍 오이도로 떠나볼 만하다.
용유도나 오이도가 낯설게 느껴진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인천의 월미도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1호선 인천행 전철을 타고 종착역인 인천에서 내려 수시로 운행되는 버스를 갈아타면 곧바로 월미도에 도착할 수 있다.
월미도 역시 이름은 섬이지만, 실제로는 섬이 아니다. 아울러 월미도는 바다가 깊어 간조시에도 갯벌 없이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월미도는 오래전부터 관광지였던 곳으로 다양한 관광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야외무대와 문화의 거리는 최고의 데이트 코스이며, 주변에는 다양한 음식점들과 기념품점이 있다. 또한 디스코팡팡이라는 놀이기구로 유명한 월미 놀이공원 역시 젊은이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면서도 군부대가 떠나간 자리에 '월미공원'을 새로 만들고, 인천역에서 편리하게 연결되며 월미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월미모노레일'을 짓는 등 추가적인 관광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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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미도의 낙조와 전망대, 디스코팡팡 |
ⓒ 인천시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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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월미도의 낙조를 즐기는 좋은 방법은 산 위에 있는 월미전망대에 올라가거나 관광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이다. 월미전망대는 월미산 정상에 위치한 23m의 유리전망대로서 서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보는 서해의 해넘이는 일품이다. 또한 월미도항에서 수시로 운항되는 관광유람선을 타면 바다 한가운데에서 낙조를 즐길 수도 있다. 멀리 보이는 태양이, 바로 자신의 배가 떠 있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장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아쉬움도 커지고 1년 동안 한 게 없다는 자괴감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 서해안의 낙조를 보면서, 나쁜 기억과 여러 미련들을 해와 함께 바다에 묻어버린 후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 좋을 듯하다. 일출은 멀리 있지만 낙조는 멀리 있지 않다. 수도권에서 전철을 타고 종착역으로 향하면 그곳에 바닷가가 있고 낙조도 있다. 이번 연말에는 전철을 타고 낙조를 구경하러 가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