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에 우두커니 선 감나무가 밭을 내려다 보며 말한다.
"흠, 올해는 배추를 심었구나."
연두빛 떡잎이 밭이랑을 따라 나란히 돋아나 있었다.
여기서 지낸지도 벌써 여러 해, 웬만한 채소는 모르는게 없는 감나무이다.
언덕 위 줄지어 돋아난 배추 잎들
우등 배추들이다.
그 옆 빈터 감나무 아래 누군가 말을 했다.
"나는 누구일까?"
감나무가 내려다보니 바람에 날려 왔는지 배추 새싹이 쏟아나 있었다.
거름이 부족한 밭 가장자리 빈터의 배추는 작다.
작은 배추는 속잎이 자라면서 알이 차기 시작했지만
다른 배추들에 비하면 아직은 작은 배추였다.
농부가 때를 맞추어 거름을 주고 보살피는 배추들에 비하면 작은 배추
찬바람이 불어올 무렵, 트럭이 나타나서
밭에 있는 튼실한 배추들을 실었다.
다들 채소가게로 간다는 감나무의 말을 듣고 작은 배추도 트럭에 타고 채소가게로 가고 싶었다.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들었지만 작은 배추는 작아서 태워 주지 않았다.
작은 배추는 얼른 크고 싶어서
체조도하고 노력을 하지만
땅이 단단해질 만큼 추워져도
배추가 속이차고 얼지 않도록 지푸라기로 머리띠를 해도
작은 배추는 트럭에 타지를 못하고
혼자 남았다.
트럭 아저씨가 작은 배추를 톡톡 토닥이며
" 좀 작은가? 그래, 넌 여기서 봄을 기다렸다가 꽃을 피워 나비랑 놀려무나."
넓디넓은 언덕 밭에 작은 배추는 혼자 남았다.
둘레가 텅 비었다.
"봄이 뭐야? 꽃은? 나비는 또 뭐야?"
감나무는 친절하게 이야기해줍니다.
"봄이 되면 해님이 네 곁에 바짝 다가와, 그러면 쪼개 있던 속잎이 활짝 펼쳐지며 쑥쑥 크지."
느긋하게 한숨 자라고 봄이 오면 깨워준다는 감나무
그리고 그림자처럼 작은 배추를 지켜 주었다.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작은 배추에게 어떤 일이 일어 났을까?
작은 배추는 세상의 기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것에 비해 그 기능이 온전하지 못하다.
자신이 노력을 한다고 해도 남들과 같아질 수 없는 것이 있듯이
그런 작은 배추를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주고 지혜를 주는 감나무
나에게 그런 감나무 같은 존재는 누구인가
지혜를 구하고 도움을 요청할 때
무엇이든 언제 든지 나에게 알려주고 보호해주는 그런 사람
또 나는 누군가의 감나무일까?
그리고 살다보면 남들이 가는 그 길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혼자였지만 그 곳에 있었기에 봄을 맞이하고 꽃을 피운 작은 배추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그 여정을 찾기위해 묻고 노력한다.
나 답게 산다는것
그것을 온전하게 아는 자가 누가 있을까
첫댓글 나는 누군가의 감나무일까?
나에게는 그런 감나무 같은 사람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