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 마지막 여행 쉼표, #2 횡성 강원 참숯마을
집이 아닌곳에서 맞는 아침은 늘 부산하다. 씻고, 준비하고, 먹고, 치우고, 다시 싸매고..부산떨고 준비를 해도 벌써 10시다. 밖은 밤새 내린 눈으로 온세상이 하얗다. 평창강도, 그 위의 유연한 산도, 보수중인 길도..
강원참숯마을 전경, 파란색 막이가 들어갈수 있는 가마다. ⓒ copyright soodong-p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횡성의 <강원참숯마을>. 들어서는 첫 느낌은 .. '이게 뭐야?' 라는.. 아무것도 없다. 편의시설은 고작하고라도 매점도 없다. 탈의실은 간이 콘테이너 박스로 만들어 놓았다. 말 그대로 숯공장이다. 숯을 만드는 공장에서 만들어 놓은 가마에서 참숯을 빼고 나서 사람이 들어가 앉을수 있는 온도가 되면 가마를 개방한다. 나 자신을 위하여 온것은 아니니 장모께 여쭙는다. "어떠세요.." "좋은데 뭘.." 아이들과 모두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가마입구에 준비된 식용 목초액 을 한잔씩 들이킨다. 아이들은 인상을쓰며 "맛이 이상해요.."란다. 그 맛이 숯향이 나는것도 하고 나무의 그 향 같기도 하고..난 참 좋던데.. 목을 축였으니 제일 뜨거운 가마로 들어선다.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 그러나 희한하게 숨이 막히지 않는다. 온식구가 우르르 몰려 나온다. 발바닥과 엉덩이가 뜨거워 더 이상 앉아 있지를 못하고 그 옆의 숯불뺀지 좀 더 시간이 흐른 가마로 들어선다. 버틸만 하다. 물론 호흡하기도 좋다. 10여분이 흐르니 땀이 비오듯 한다. 밖으로 잠시 나오니 상쾌하고 한기를 느끼지를 못한다. 10분 찜질, 5분 휴식을 반복하고 식사를 주문하니 오늘 숯불 빼는 날이라고 삼초삼겹살을 해준단다. 숯을 빼는 큰 삽위에 삼겹살을 얹고 가마 입구의 근처에서 불이 붙어버리더니 찰나에 다 익어 버린다. 구워진 삼겹살을 들고 구내식당(사실은 천막)으로 들고가 숯을 피워 다시한번 덮히어 준다. 아주머니가 내밀어 주신 정이 담뿍 담긴 김치와 함께 먹는 그 맛은 천하제일이다. 삼초삼겹살도 그만이지만, 모자르면 또 내오고, 비어 있으면 또 퍼다 주시는 아주머니의 후한 김치 인심에 고기 맛은 절로 더해진다. 귀가하는 길에 국도 변 쉴만한 곳이 있으면 아무대고 가서(요즘엔 쉴수 있는 정자들이 많이 있다) 컵라면에 말아먹을 예정이던 펜션에서 남겨 싸온 찬밥까지 몽땅 털어 놓았어도 김치 하나에 고기 한점으로도 모든 그릇들은 비워진다. <밥 남기면 밥알 수대로 굶는다!> 이것이 우리집의 가칙(家則)! 어디에서나 해당된다^^ 꼭 그것만이 아니라도 없어서 모자랄 지경으로 맛있는 삼겹살과 양파와 깁치와 밥이다.
잠시의 휴식, 다시 찜질로 휴식으로으로 몇차례 반복하고 숯가마에 아쉬운 마음을 보태어 돌아 나온다.
숯이 될 운명인 참나무들 ⓒ copyright soodong-p
숯가마의 입구, 그냥 가마다. ⓒ copyright soodong-p
가마의 입구 ⓒ copyright soodong-p 별스런 편의 시설도 없다. 그냥 박스 깔고 들어가 평상에 앉으면 된다.
가마속 ⓒ copyright soodong-p
바람막이를 걷어내도 찬바람이 감히 들어 오질 못한다. ⓒ copyright soodong-p
다른 가마속에는 숯제작에 준비가 한창이다. ⓒ copyright sood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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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을 꺼내고 있는 가마의 열기 ⓒ copyright soodong-p
만들어져 나온 불량숯. 고기굽는 숯(막숯)으로 사용된다. ⓒ copyright soodong-p
한 포스하는 숯공장의 공장장^^ ⓒ copyright soodong-p
삼초삼겹살. ⓒ copyright soodong-p 올려 놓기만 해도 지글거린다.
입구에만 닿아도 바로 불이 붙고 삼초가 넘어가면 겉은 바싹, 속은 푹~ 익는단다. ⓒ copyright soodong-p
그래서 살짝 겉만 굽고 속은 별도의 숯으로 다시 덮히면 삼초삼겹살구이 완성이다. ⓒ copyright soodong-p
살짝 덮굽는 삼겹살 ⓒ copyright soodong-p
싸서 먹고.. ⓒ copyright soodong-p ⓒ copyright soodong-p
찍어먹고.. ⓒ copyright soodong-p
숯공장이어서인지...별도로 아름답게 꾸민 흔적이 없다. ⓒ copyright soodong-p 그냥 숯만드는 곳을 알리는 정도의 무던한 숯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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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모레 한번 더오자.." 장모의 말씀이다. 낼모레는 1월1일이다. 무자년의 새해. 좋으신가 보다. 숯공장에서 하는 정말 찜질다운 찜질. 검은 숯가루 날리고 허연 연기 가득해도 그 또한 좋으시단다. 그러고 보니 이게 <웰빙> 이 아닌가 싶다. 웰빙이 뭐 별건가? 잘 먹고, 잘 싸고, 잘 즐길줄 알면 그게 웰빙이지.. 길손은 찜질을 별로라 하는데 그 시원한 열기가 나름 좋았다. 편의 시설 하나도 없고 샤워장도 없어도, 땀을 많이 흘렸음에도 정말 끈적임이 없다. 목욕하고 나온듯한 상쾌함이다.
정해년의 마지막 휴일의 편안한 쉼, 그리고 여행. 그 여행을 웰빙이라 하고 싶다.
*2007/12/30/ |
출처: 길손의 旅行自由 원문보기 글쓴이: 길손旅客
첫댓글 정말 제대로 숯가마다녀오셧구만....대통이두 길손님같은생각에 편의시설잘돼어있는곳은 안간다우...왠지 숯찜질손님이 먼저고..숯생산은 나중인..그런숯가마찜질방을보면..싫어...난 ..아예면옷을 입구가서 찜질복안입구 들락거린다우..샤워는 할필요없구..숨쉬기좋구,숯냄세가 몸에서나면 그게..또..좋아요^^*차타고 집에올때는 차안에 숯내가 가득..차안이 소독 돼버리는기분 ..알랑가 몰것네요...
대통님 덕에 좋은 체험 하고 왔습니다. 찜질을 위한 시설이 아닌 숯을 만든 후의 가마속..정말 좋았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애효 가고파요...겹살도 맛있지만... 땅속 김치독에서 막 꺼낸 더 맛있는 김치의 맛...푸근하고 넉넉한 쥔마님의 정성스런 인심...날 좀 델고 가세요....겨울이 가기 전에....*^^*^^*
정말입니다. 독속에서 꺼내온 김치. 아삭하고 사큼하고..지금도 침이 좔~좔~흐흡~..^^
나도 애효 가고싶어요 ^^
대통님께 땡강 한번 부려보시지요. 아마도 못 이기척하고 횐님들 몇분 모시고 가실것도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