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해풍에 피어나는 동백꽃이여
지은이 : 고경하
출판사 : 한비출판사
출판일 : 2025년 12월 20일
페이지 : 116
값 : 15,000
ISBN 9791164871780
ISBN 9788993214147(세트)
제재 : 반양장 길이_210 폭_130 두께_9
[책 소개]
2025년 한국문학예술진흥원
창작기금 지원 우수도서 선정
고경하 시집
[출판사 서평]
고경하 시인의 시집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한다.
이 시집이 말하는 행복은 성취나 비교의 결과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머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시인은 삶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일에 집중한다. 그 시선은 소박하고 단단하며, 무엇보다 인간적이다.
이 시집에 담긴 시적 철학의 중심에는 비교하지 않는 삶, 욕망을 절제하는 태도, 현재를 살아내는 용기가 있다. 시인은 사회적 기준과 타인의 시선이 만들어낸 ‘불행의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내면의 기준을 독자에게 조용히 건넨다. 그것은 강요가 아니라 제안이며, 선언이 아니라 체험에 가깝다.
고경하 시인의 시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언제부터 행복을 계산하기 시작했는가,
왜 이미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는가.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삶의 속도를 늦추고, 일상의 장면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 시집이 독자에게 주는 가장 큰 영향은 정서적 안정감과 존재에 대한 신뢰다. 격렬한 감정의 분출 대신, 잔잔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위로가 있다. 삶이 불안정할수록, 미래가 막막할수록, 이 시집은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감각을 회복하게 한다.
또한 이 시집은 희망을 유예하지 않는 시집이다. 희망을 먼 미래에 두지 않고, 지금의 삶 속에서 발견한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긍정하는 시인의 시선은 독자에게 스스로를 기다릴 수 있는 인내와 믿음을 준다.
2025년 한국문학예술진흥원 창작기금 지원 우수도서 선정은, 이 시집이 지닌 문학적 성취뿐 아니라 오늘의 독자에게 건네는 사회적·정서적 가치에 대한 공적 인정이다. 이 시집은 단순한 감상용 시집이 아니라,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조용한 정신적 쉼터이다.
고경하 시인의 시는 말한다.
행복은 더 멀리 가는 데 있지 않고,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자신을 긍정하는 데 있다고.
[저자 소개]
1965. 11. 4. 광주 출생
송원대학교 아동보육과 졸업
2017년 상주동학문집 특별상 등단
제15회 문예세상 디카시 신인문학상
제1회 미국로키문학상
제29회 한국크리스챤문학상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 회원
K펜문학회 간사
대구북구문인협회 회원
대구이육사기념사업회 사무처장
대명6동 11통 통장
[목차]
1부
시골소녀의 연분홍 꿈 – 12
전남방직 섬유 노동자 – 13
김포 여자종합고등학교 공순이 – 16
금속 여성노동자 – 20
덴마트어린이집 교사 노동자 – 22
광화문 촛불로 다시 일어서는 삶 – 24
다시 맺은 인연을 기억하며 – 27
2부
당신의 민들레 – 30
만남 – 31
번데기의 꿈 – 32
보리순 – 33
봄의 소리 – 34
봄비 – 35
오작교 다리 – 36
일상의 행복 – 37
바람 – 38
하얀 민들레의 꿈 – 39
3부
가을 나무에 대한 성찰 – 42
가을의 약속 – 43
가을의 향기 – 44
그대 그리운 날 – 45
그대는 내게 행복입니다 – 47
노오란 단풍잎 떨어질 때면 – 48
눈물 그칠 때 – 49
능소화 담장 아래 – 50
소화연정 – 51
첫눈 – 52
4부
가을 햇살을 심다 – 54
오작교 다리 – 56
고구마가 풍년 – 57
공동체 일자리 소독 작업하며 – 58
군고구마 – 59
냉장고를 보내며 – 60
대명시장 출근하는 날 – 61
만 원의 행복 – 62
미역국 – 63
번개시장 사람들 – 64
벚꽃나무 아래 – 65
봄은 마스크를 쓰고 오지 않는다 – 66
사과를 깎으며 – 67
생강 껍질을 벗기며 – 70
소방관의 하루 – 71
수박 껍질 무침 – 72
아빠의 등 베개 – 73
아침을 여는 첫 음성 – 74
양동통닭 – 76
소방관가족 – 77
참깨 볶는 날 – 78
커피 바리스타 – 80
홍보지를 붙이며 – 82
황금알 떡국 – 83
희망 일자리 – 84
5부
10월 항쟁 유령 탑 – 86
금남로에 피는 붉은 장미 – 88
꽃다운 나이 18세 – 89
미8군 캠프워크 담장으로 내리는 빗물 – 90
빗물 되어 – 92
조선의열단 100주년을 기념하며 – 93
최루탄과 마스크 – 94
평화통일 기행 – 95
호야 나무 아래 – 96
*해설 - 97
[작품 소개]
아침에 눈을 뜨면
부스스한 나를 보며
미소 짓는 당신 모습에서
고요한 행복을 느낍니다
구수한 된장국에
반찬 몇 가지 놓고 밥을 먹으며
다정히 오가는 말 속에서
잔잔한 행복을 느낍니다
출근하는 당신의 구두를 닦으며
잘 갔다 올게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현관문을 나서는 당신을 보며
애절한 행복을 느낍니다
아이는 학교에 가고
가족들의 남아 있는 흔적을 정리하며
평온한 행복을 느낍니다
저녁에는 무슨 반찬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줄까?
고민하는 나를 보며
일상의 행복을 느낍니다
「일상의 행복」
아침에 눈을 뜨면
익숙한 방안에서
하루의 만남이 시작된다
저소음의 시계는
출근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탁상시계에 맞춰
내 마음도 몸도 돌고 돌아간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시간
어린이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는
또, 어떤 만남이 있을까?
시내버스를 타고 인생의 종착지로
서로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안전제일 기도하는 소녀의 사진을 보며
어린이집에 가는 길목 정거장에 서고
만남과 이별이 교차할 때
오늘도 새로운 만남에 행복한 하루
「만남」
오늘은
그대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한잎 두잎 떨어지는 단풍잎은
그대의 발자국 소리일까요
서쪽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은
사랑스런 그대의 목소리인가요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여
그대를 생각해 봅니다
그대를 보고파하는 내 마음
그대가 너무 그리워 상사병에 걸렸어요
이런 나의 마음을
그대는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행여 그대가 구름타고 오신다면
나는 그대를 그리워하며
파란 하늘을 바라보겠습니다
하얀 구름이 그대의 사랑을
내게 가져다줄지도 모르잖아요
그대가 파란 나비로 오신다면
나는 한들한들 코스모스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그대를 만나면
기쁨의 눈물을 흘리겠습니다
나의 사랑을, 환한 미소와
행복을 듬뿍 담아
그대에게 살포시 안기고 싶습니다
그대 그리운 날
그대가 나에게 오신다면
「그대 그리운 날」
문뜩, 어릴 적 일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6학년 늦가을쯤
엄마는 사과 먹을래? 하고 물으셨다
나는 사과가 어디 있는데요
엄마는 과수원집에서 사과를 미리 갖다 먹고
내년 봄에 일을 해서 갚으면 된다고 했다
나는 사과가 먹고 싶은 마음에
사과를 먹겠다고 얼른 대답했다
다음날 사과를 한 박스 가지고 오셨다
사과를 항아리 속에 차곡차곡 넣어두고
하나씩 꺼내어 동생들과 나누어 먹었다
그때 먹은 사과는 정말 꿀맛이었다
이듬해 봄, 저녁 무렵쯤
피곤한 몸으로 집에 오신 엄마께
어디에 갔다 오는지 물었더니
작년 가을에 사과를 갖다먹은 과수원에서
일을 해주고 온다고 하셨다
나는 엄마께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엄마가 또 우리에게
사과 먹을래? 하고 물었다
나는 사과 안 먹어요
사과 안 먹어도 되니까
엄마, 힘들게 일하지 마세요
동생들에게도 사과를 먹지 말자고 말했다
엄마는 우리 딸이 철들었네 하시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는데
자식들에게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사과를 깎으며」
DMZ 평화기행 마치고
대구로 오는 길
퀴즈문제 맞추고 선물로 받은
온누리상품권 만원 한 장
김치 빼고 나면 빈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장바구니 끌고 간 중앙시장
과일 노점상 아주머니는
사과 한 바구니에 3,000원 덤이 2개
채소가게 둥글이아주머니도
온누리상품권 한 장에 활짝 웃고
계란 한판 3,500원
멸치 한 봉지 2,000원
두부 한 모 1,500원
정겹게 챙기는 투박한 손
재래시장 온누리상품권
“있으면 또 오라” 하시며
“계란 깰라” 꽁꽁 묶어주신다
언덕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풍성한 식탁에 행복할
남편을 생각하면
내 마음도 행복으로 가득하다
「만원의 행복」
어젯밤 꿈을 꾸었지
멋진 호랑나비가 되어
빨간 장미 꽃밭 위를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번데기일 뿐
조금만 더 참고 견디어내자
이 허물만 벗으면
멋진 호랑나비가 되어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가게 될 테니까
사람들은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판단을 하지, 수박은
겉모습이 딱딱하다고
속까지 딱딱하지 않듯
지금은 아무리 시끄러워도
조금만 참자, 조금만 더 참고
잘 견디어 내면
어둠 밝히는 호랑나비가 되어
행복한 마음 더 넓은 세상을
날아갈 수 있으리
「번데기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