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식
일산시장 솜틀집 마대자루엔
참수당한 백발의 꽃모가지들이
아가리 쩍 벌려 백치처럼 웃고 있다
마음으로 오는 것들 몸이 대신 받아
지독한 열병 앓았던 것일까
발진으로 뒤덮이고 종창 솟구쳐
가시도 옹이도 성날 대로 성나
순백의 폭죽으로 터져 버린
꽃
풀먹인 홑청 속에
고운 뼛가루로 누워 입적한
솜꽃의 일생을 보면서 문득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란 저렇듯
헐거워진 삭신까지도 버혀낸
가이없는 보시임을 안다
환하고 따뜻한 열반이다
계간 <시평>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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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시인의 <다비식> - 시평 봄호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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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92
04.03.13 18:2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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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로수 사이사이로 연등이 걸려 있는 걸 보니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나 봅니다. 목화꽃의 열반을 통해 사랑을 열어가는 시인이 있다니... 나도 누군가의 환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