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왔었나? 싶을 정도로 날이 추워지니 저절로 손이 가는 옷이 있다. 투박한 ‘오리털 파카’로 여겨지던 다운점퍼다. 과거 미쉐린 타이어 마스코트 같은 근육-다운점퍼가 요즘은 가볍고 더 따뜻해졌을 뿐 아니라 스타일까지 놓치지 않는다.
▲ 이러려고 '근육잠바'샀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하지만 막상 다운점퍼나 재킷을 구입하려고 보니 대충 봐선 얼마나 따뜻한지 알 수 없다. '왜 다운점퍼인지?', '필파워는 무슨 소리야?', '왜 얇은데 더 비싸지?' 이쯤 되면 차라리 다운점퍼를 입고 고산 정복하는 게 더 쉬울 것 같다. 디자인 예쁜 제품을 골라서 돈만 내면 끝날 것 같지만, 막상 사려고 보면 의외로 어려운 다운점퍼 고르기. 같은 이름의 다운점퍼나 재킷이라도 충전재와 함유량에 따라 가격과 품질은 천차만별 달라지니 더 헷갈린다.
덕분에 매번 살 때마다 우리 등골을 휘청이게 만드는 다운점퍼. '더 이상의 호갱은 사양이다!' 를 외치는 그대에게 다운점퍼 구매할 때 꼭 알아야 하는 알짜 정보를 준비했다. 제대로 알아보고 알뜰하게 월동을 준비하자.
■ 속을 보면 알 수 있다
▲ 다운점퍼의 보온력을 좌우하는 것은 대부분 겉감 속에 있다.
(이미지출처 : 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대로 된 '다운' 제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충전재, 우모량, 필파워(Fill-Power), 겉감, 이 네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우선 다운 제품의 ‘다운’이 뭘 의미하는 걸까? 여기서 말하는 '다운(down)'의 사전적 의미는 새의 솜털. 그중에서도 특히 보온 역할을 하는 가슴 부위의 솜털을 주로 지칭한다. 거기서 의미가 확장된 것이 바로 '다운=솜털로 만든 겨울 점퍼나 재킷'이다. 그래서 오리털을 충전재로 사용하면 덕다운(Duck down), 거위 털을 충전재로 사용하면 구스다운(Goose down)으로 불린다. 한마디로 우리가 흔히 덕다운, 구스다운으로 부르던 것은 다운 제품들의 속을 메우고 있는 충전재의 종류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오리털보다 거위 털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거위 털은 오리털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솜털이 길고 숱이 풍성해 보온성이 우수하고 가볍다. 게다가 비틀거나 구겨져도 우수한 복원력을 자랑하기 때문.
▲ 충전재는 오리 솜털(덕다운)보다 거위 솜털(구스다운)을 더 상급으로 친다. 사진은 거위.
■ 솜털 90%? 깃털 10%?
다운 제품의 보온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충전재의 중량(우모량)이다. 충전재가 많을수록 따뜻한데, 보통 300g 이상이면 '헤비다운'으로 분류된다. 300g 미만이면 '중량다운', '경량다운' 순으로 나뉜다.
우모량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충전재의 비율이다. 보통 충전재는 솜털(down)과 깃털(Feather)로 이뤄지며 최고급 충전재일수록 솜털의 비율이 높다. 만약 충전재의 다운 함량이 90%라면 솜털이 90%, 깃털이 10% 사용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솜털 함유량이 많을수록 보온력이 상승하지만 그렇다고 깃털 함유량이 없으면 안된다. 깃털은 솜털이 한 곳에 뭉치는 것을 막아주고 지탱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솜털 100% 제품이 없는 이유다. 솜털과 깃털의 비율은 대개 제품 택(Tag)의 섬유혼용률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택을 쳐다보지 않고 알아내는 방법은 제품을 만져봤을 때 깃대가 많이 만져진다면 깃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이다.
■ 700? 800? 소매에 쓰여 있는 숫자의 정체는?
정확한 보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충전재의 비율과 함께 필파워도 확인해야 한다. 요즘은 필파워 지수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추세여서 주로 눈에 잘 보이는 다운점퍼 소맷자락에 이 필파워 지수가 표시돼 있다. 필파워(Fill-Power)는 다운이 눌렸다 다시 살아나려는 복원력을 나타내며 주로 숫자로 표시된다. 일반적으로 필파워 600 이상을 고급 다운으로 치며 800 이상은 최고급 다운으로 분류한다.
최근 출시되는 구스다운은 1000까지 나오는 추세지만 600 이상만 돼도 충분히 높은 복원력을 자랑한다. 필파워가 높으면 그만큼 제품의 모양도 잘 유지되고 보온력도 좋지만, 헤비다운 제품의 경우 필파워가 높으면 팔이 안으로 잘 안 굽혀지는 등 일상적인 용도에선 불편할 때도 있으니 이를 감안해야 한다. 또 보온성능은 필파워보다는 우모량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운점퍼를 구매할 때 필파워는 구매에 결정적인 요인이라기보다는 부가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 좋다.
▲ 필파워가 높으면 복원력이 우수하지만 그만큼 부피가 커진다.
(이미지출처 : www.downandfeathercompany.com)
마지막으로 충전재를 감싸고 있는 겉감을 살피자. 보통 겉감의 원단은 실의 굵기를 표시하는 데니어(denier)를 표시한다. 데니어가 낮을수록 실이 가늘고 밀도가 높아 원단의 촉감이 부드럽고 다운이 밖으로 새는 것을 막아준다. 데니어를 확인하면서 원단의 소재를 함께 살피면 되는데 아웃도어용 고급 다운점퍼에는 주로 윈드스토퍼, 퍼텍스(Pertex)가 사용된다.
윈드스토퍼는 보온과 방풍 기능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개발한 기능성 원단이다. 퍼텍스는 다른 직물에 비해 매우 조밀한 밀도와 초발수 가공능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다운프루프(Down-Proof)가공 등이 되어있어 봉제선 사이로 털이 새는 것을 방지해 보온력을 더욱 높이는 게 특징이다. 주로 헤비다운이나 고가의 다운점퍼에 이 소재들이 사용된다.
■ 다운점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스펙 : 우모량
▲ 큰맘 먹고 다운점퍼를 지를 계획이라면 이 이미지를 인쇄해서 들고 가자.
위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해 보면, 다운점퍼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스펙은 역시 보온력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우모량이다. 충전재(털)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제품이 따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다음은 충전재의 종류. 덕다운과 구스다운 중 대체로 구스다운의 보온성능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다. 때문에 고가의 제품군은 주로 구스다운이 충전재로 들어가 있지만, 간혹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충전재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덕다운 등을 사용하는 제품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다만 덕다운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보온력이 확연히 낮은 건 아니므로 무조건 덕다운 제품을 피하기보다는 가격, 기타 편의성, 디자인 등 다른 요소들과 함께 비교하는 것이 좋다.
필파워는 최근 다운점퍼 제조사들이 앞다퉈 마케팅에 활용하는 수치이지만, 헤비 다운의 경우 필파워 600~700 이상이면 보온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필파워가 높은 제품은 그만큼 우모량이 낮아도 보온성능이 보장되고 빵빵하기 때문에 제품이 가볍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가능하다. 헤비 다운을 구매할 때는 보온력보다는 고급 제품과 보급형 제품을 나누는 기준으로 보면 된다.
반면 충전재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경량~초경량 제품의 경우에는 필파워가 높으면 한정된 충전재로 더 많은 공기를 머금을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그만큼 보온력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 초경량? 헤비? '몸무게 몇이야?'
(이미지출처 : 네파)
일반적으로 우리가 입는 다운점퍼는 크게 초경량 다운과 좀 더 두꺼운 중량, 헤비 다운으로 나눌 수 있다. 초경량 다운 제품은 가벼운 무게와 우수한 편의성에 힘입어 초겨울 야외 활동이나 나들이용으로 사랑 받는다. 대신 강추위에는 보온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므로 레이어드해서 입으면 보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미지출처 : 디스커버리)
헤비 다운점퍼는 가볍고 따뜻한 다운 충전재의 양을 대폭 늘려 보온성을 한층 강화한 제품이다. 방풍 및 방수성이 탁월한 윈드스토퍼 같은 소재를 적용해 겨울철 칼바람이나 폭설 가운데에서도 따뜻하게 착용할 수 있다. 초경량 다운재킷이 우모량 100g 선이라면 중량이나 헤비다운의 무게는 그 2배 이상에 달하는 300~500g 정도로 그 무게만큼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 추운 겨울 다운점퍼나 재킷으로 시린 옆구리라도 데우자
■ 고가의 다운점퍼 저렴하게 구입하는 법
다운점퍼는 주로 아웃도어 브랜드가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기능성은 기본으로 갖추 돼 다양한 패션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스타일로 탈바꿈하고 있다. 등산복 이미지를 벗고 회춘을 꾀하고 있는 셈. 한때 학생들 사이에서 ‘대장 잠바’로 명성을 날렸던 것처럼 이제 다운점퍼는 캐주얼은 물론 오피스룩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소화할 수 있는 제품들이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다운점퍼는 겨울철 교복처럼 매일 입을 수 있는 효자 아이템이지만 구매를 앞두고 보면 대개 가격대가 사악(?)하다. 특히 올해 출시된 신상 다운점퍼들은 수십만 원은 기본이어서, 이런 신제품의 가격대가 부담스럽다면 지난 시즌 사랑받았던 다운점퍼를 살펴보면 할인 폭이 크므로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기존 인기제품이 스테디셀러로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수준으로 나오기도 하니 잘 고르면 신상 부럽지 않은 다운점퍼가 많다.
라푸마 헤링본 라쿤퍼 구스다운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이지만 일반 남성 브랜드 다운재킷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보카시 컬러의 배색으로 어떤 옷이든 캐주얼하게 매치할 수 있는 제품이다. 라푸마의 고밀도 경량 소재인 에어제닌을 사용해 따뜻하지만 가볍게 착용할 수 있다. 거위 솜털을 80% 함유하고 있으며 700필파워의 높은 복원력을 자랑한다.
밀레 엠리밋 플레인 다운
2015년 겨울 상품으로 사파리 형태의 구스다운이다. 오리 솜털 90%를 360g 충전재를 함유했다. 지퍼와 벨크로 처리해 이중 여밈 구조와 이중 소매로 보온성과 방풍성을 강화했다. 허리 부분에 스트링이 있어 핏 조절이 가능하며 탈착이 가능한 라쿤퍼 후드로 다양하게 스타일을 연출 할 수 있다.
머렐 블레이즈 사파리 구스다운
프리미엄 헝가리산 구스 다운을 사용해 거위 솜털 90% 충전량 340g을 함유했으며 800필파워로 높은 보온성을 자랑한다. 윈드스토퍼 다운 소재를 사용해 발수 및 방풍은 물론 투습기능까지 높였으며 배색 디자인으로 아웃도어 활동은 물론 일상에서도 스타일까지 한 몫 더할 수 있는 제품.
K2 플레임 구스다운
몸의 실루엣을 부드럽게 살린 슬림한 디자인과 내추럴한 컬러의 여성용 다운점퍼. 허리벨트로 보다 날씬하게 입을 수 있다. 거위 솜털 90%, 200g 충전재를 함유했다. 탈부착 가능한 후드에 천연 여우털로 보다 따뜻하고 스타일리시하게 입을 수 있다.
■ 다운재킷 오래 오래 새것처럼
겨우내 다운재킷을 입고 나면 더러워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큰맘 먹고 장만한 다운재킷을 '대접'한다며 세탁소에 가서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는 것은 오히려 다운재킷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드라이클리닝에 사용되는 석유계 솔벤트는 다운 재킷 속 거위 털의 유지분까지 함께 세탁시켜 털을 수축시키고 꽉 뭉치게 하여 보온력을 잃는다.
다운재킷 세탁은 집에서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사용해 가볍게 손세탁한다. 강하게 비벼서 빠는 건 금물. 부득이하게 세탁기에 돌린다면 중성세제를 넣고 강도를 약하게 세탁한다. 이때 모자는 따로 분리하고 지퍼는 끝까지 채운 후 단독 세탁한다. 테니스공을 함께 넣고 빨면 다운이 한쪽으로 뭉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세탁한 다운재킷은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뒤집은 후 완전히 말리는 것이 좋다. 완전히 건조되지 않으면 자칫 다운이 부패할 수 있으니 말리는 것도 꼼꼼히 할 것. 마른 다운재킷은 살살 두들겨주면 세탁 후 뭉친 털이 되살아나 처음 같은 형태와 풍성함을 느낄 수 있다. 다운재킷 보관은 옷걸이 걸어두게 되면 다운이 밑으로 처질 수 있으니 부직포 백이나 종이 백에 싸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돌돌 말아 보관한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홍효정
기사 제보 및 문의 (news@danawa.com)
원문보기: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3&listSeq=3280241&page=1#csidxd3d1656aa165edaae7e0e97ff68d6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