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낭만가도 길
동해안의 해파랑 길 800 여 킬로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길이 놓여있다.
그중 만든지 오래되지 않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삼척이 자랑하는 해안길이 인기가 높다. '낭만가도 길'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에 선정될 정도로 길이 빼어나다.
삼척 항에서 출발하여 북쪽 후진 항 해변에 이르는 약 12킬로의
새천년 해안도로와 7번 국도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정평이 나있으며 걸으면 연신 탄성이 나온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인 오십천 길을 걷다보면 항구 가까이에 시멘트 공장이 보인다.
예전부터 삼척에는 시멘트가 유명하다.
이를 이용한 항구가 발달하고 지역 경제 의존도가 높다.
걷는동안 공장 주변에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화물차와 흐릿한 공기가 눈을 따갑게 한다.
이곳을 지나 해안길로 접어들면 좋은 경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오십천은 요즈음 한창 하천 고수부지에 꽃길 조성을 하느라 공사가 한창이다.
마침 시가 주관하는 정월 대보름맞이 축제가 있어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늘 대보름 전야 축제를 하고 있었다.
낮에 해안 길을 걷고 다시 삼척에 돌아오니 저녁이다.
오전에는 죽서루와 문화예술회관에 이르는 광장에서 각종 공연이 있었는데
서울에서 가수를 초청하고 잔치를 벌였다고 했다
밤이되니 광장 부스에서는 먹거리와 특산물 등 파는 물건들과 인파로 넘쳐났다.
삼척 시민들의 마음이 정초부터 들뜬 분위기에 표정이 달라 보인다.
첫째 날은 삼척에서 남쪽으로 길을 내달았다.
근덕면 대진항까지 약 20킬로에는 산간 마을과 농로가 연결되어 있고
꽤나 알려진 명사십리 맹방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수욕장에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이 족히 십 여리에 이른다.
동해안에 이토록 넓은 사구로 이루어진 모래사장은 드물 것이다.
특히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숙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마을 전체가 민박 특구로
지정되어 주민과 행정기관과의 노력을 엿 볼 수 있었다.
해변 따라 형성된 마을의 가가호호 모두 민박간판을 걸고
멋있게 가옥을 리모델링해 손님맞이를 해놓았다.
아직은 이른 철이라서 한가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시내와 멀지 않은 이곳에 자연 휴양지가 있는 삼척이 부럽다.
바다와 접한 모래사장 해안의 우거진 송림은 바람막이를 겸하여 풍치가 잘 어울린다.
바닷가 옆으로 해안선 따라 길게 만든 골프장도 있다.
한가롭게 라운딩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해수욕장과 골프장, 동해의 푸른바다가 함께 잘 어울리는 맹방 해안이다.
시내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식당을 나와 새천년 해변도로를 걷기위해 삼척항에 이르니 먹거리 식당이 줄지어 보인다.
그걸 모르고 어느 기사 식당에서 변변치 못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보니 후회막급이다.
선창가 횟집에서 싱싱한 대게와 팔팔 뛰는 생선을 사람들이 흥정하고 있었다.
여기서 구입한 횟감은 바로 뒷골목 식당에서 요리를 해준다. 모처럼 삼척에서 이런 신선한 먹거리를 놓쳤다.
삼척항의 아침이 고요하다. 상쾌한 기분으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따뜻한 햇볕과 약간은 차가운 바람과 동행이 되었다.
수평선 너머로 아득한 동해의 물결이 밀려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에는 낭만이 실려 있다.
젊은 연인들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바다 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팔각정이 퍽 인상적이다.
여기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전망이 좋아 많은 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척이 자랑하는 새천년해안도로와 조각공원이 동해안을 따라 5킬로에 걸쳐 펼쳐진다.
차도 인도를 구분하여 걷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흙을 밟으며 걷는다면 더욱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다.
이곳에는 확 트인 동해와 조각공원 등 아름다운 해변이 있으니까.
도시생활에 찌든 때를 벗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산과 바다를 보고 걸으면서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 본다.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담아 본다.
소망의 탑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매년 1월1일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탑에서 소원을 빌고 동해안의 절경을 한눈에 담아가고 싶다면 한 번쯤 와서 둘러보는 것이 좋다.
소망의 탑 아래 주차장 양지 바른 곳에 이르렀다.
쉴 겸 간식을 꺼내 놓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어디선가 색소폰 연주곡이 조용히 들려온다.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는 훌륭한 연주솜씨이다. 건너편 승용차 안에서 들리는 음악이었다.
나이 70 이 넘은 세 노인분들이 벤승용차에 앰프와 스피커 등 일체를 구비하여
오늘같은 날 야외에 나와 한적한 바닷가에서
느긋이 음악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낭만적이었다. 마치 '이렇게 즐기는 거야' 하는것 같다.
우리 싱잉커플즈처럼 그들 또한 수 십 년 경력을 지닌 동호인클럽 회원들이라 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한동안 음악을 감상하고 있자니 탁 트인 바다와 함께 오늘은 마냥 들뜨고 즐거운 자리였다.
길을 걸으면 마냥 걷기도하고 때론 이런 낭만적인 모습을 보기도 하며 길과 친하게 친구가 되어 즐길 수 있어 좋다.
얼마쯤 걸었을까. 해안의 종점 후진항이 보인다.
그리고 후진 해수욕장이 있다. 속으로 웃음이 난다.
얼마나 항구가 후지면 후진항이라 했을까...웃자는 얘기다.
어느 식당 앞을 지나는데 안에 꽤 사람들이 붐벼 보인다. ‘KBS, MBC 곰치 국 전국방영의 집’이라고
자랑스레 간판에 쓰여 있다. 들여다보니 곰치 국 전문식당이다.
아침도 만족스럽게 못한데다 이런 곳을 놓치면 안 되겠다싶어 아내를 재촉해 식당 문을 열었다.
단체손님이 많아 종업원들이 이리저리 바쁘다.
요즈음 곰치 어황이 신통치 않다고 한다.
가게 사장 말에 의하면 곰치 값이 올라서 겨울장사는 손해를 본다고 엄살이다.
휴일이면 관광차가 단체로 이곳을 들려가는 대도 말이다. 삼척명물 곰치를 맛보았다.
동해시와 삼척시를 연결하는 해안 길은 없다. 이유인 즉 동해시의 예산부족으로 해안 개발을 못하고 있다한다.
그리하여 삼척 후진 항을 끝으로 동해시부터는 내륙을 따라 시가지로 길이 인도된다.
동해 해파랑 길 800킬로는 끊어질듯 이어지면서 북쪽으로 계속된다.
틈나는 대로 동해시를 거쳐 다시 북쪽을 향해 해파랑의 새 얼굴이 만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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