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성산동에 위치한 창원공장에서 LG전자 직원이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G전자]
LG전자 생활가전(H&A)이 올해 상반기에만 8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강력한 추격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가전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결과다. LG전자는 생활가전 사업 부문의 핵심 경쟁력으로 다름 아닌 모터와 컴프레서 등 부품 경쟁력을 꼽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은 탁월한 성능과 함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춰야 하는데 LG전자는 모터와 컴프레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모터와 컴프레서를 별도 사업부(Business Division)로 구성하는 등 다른 종합가전 업체들과는 다른 조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더비즈타임스는 LG전자의 부품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 다른 업체와 달리 별도 사업부에서 직접 생산
사람에게 심장, 자동차에 엔진이 있다면 생활가전 제품의 핵심으로는 모터와 컴프레서를 꼽는다. 모터는 세탁기나 청소기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등을 직접 움직이게 하는 기능을 한다. 전기를 꽂아 세탁기를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모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컴프레서는 냉장고와 에어컨 정수기 제습기 등에 사용된다. 냉장고를 예로 들면 냉매가 기체로 변할 때 주변의 열을 빼앗아 온도를 낮추게 된다. 컴프레서는 이때 기체로 바뀐 냉매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액체로 압축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컴프레서의 동작을 위해서도 모터가 필요하다.
모터와 컴프레서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한 LG전자는 핵심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췄다. 전 세계 종합가전 업체 가운데 모터와 컴프레서 등 부품 사업을 직접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LG전자는 모터와 컴프레서의 제품 경쟁력을 통해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해외 가전 업체에 공급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경남 창원과 중국 인도 태국 등 총 7개 글로벌 생산거점에서 모터와 컴프레서를 생산 중이다. 연간 생산 규모는 모터와 컴프레서가 각각 3000만대 수준이고 지금까지 누적 생산량은 약 10억대에 달한다. 모터와 컴프레서 10억대를 위로 쌓아올리면 높이가 13만㎞ 이상으로 지구 둘레의 3배가 넘고,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의 1만5000배에 달한다.
◆ 1962년 국내 최초 모터 생산
LG전자는 1962년에 국내 최초로 선풍기용 모터를 생산한 것을 시작으로 모터와 컴프레서를 자체 개발·생산해오고 있다. 1973년 국내 최초로 냉장고용 컴프레서를 생산했고 1993년에는 국내 최초로 세탁기용 BLDC(Brushless Direct Current) 모터를 독자 개발하고 양산에 성공했다. 또 LG전자는 1998년 세탁기용 DD(Direct Drive·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2001년에는 직선 방향으로 운동하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모터와 컴프레서는 가전제품에서 전력 소모가 가장 많은 부품이다. 일반적으로 세탁기 소비전력의 60~70%를 모터가, 냉장고와 에어컨도 소비전력의 70~80%를 컴프레서 안에 있는 모터가 소모한다. 이 때문에 LG전자 연구의 많은 부분이 두 부품의 소비전력을 줄이는 것에 할당돼 있다.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 에너지의 필요량에 따라 모터의 회전수를 조절해 소비전력을 절약하는 인버터 모터다. 이 모터는 정지시켜야 할 때를 제외하고 모터에 공급하는 전원을 끊지 않으면서 모터에 공급하는 전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회전 속도에 변화를 준다.
정속형 모터가 전기를 꽂으면 모터가 똑같은 속도로만 움직여 불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에 비해 인버터 모터는 전력 낭비가 없다. 또 인버터 모터는 모터 움직임의 정밀한 제어와 모터의 마모 최소화, 모터가 발생시키는 소음의 최소화 등이 가능해 가전제품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낸다.
LG전자는 1993년 국내 최초로 인버터 모터를 적용한 세탁기용 모터를 개발한 데 이어 현재 국내에 판매하는 드럼세탁기와 스탠드형 에어컨, 냉장고(195ℓ 이상),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의 전 모델에 인버터 모터를 탑재하고 있다.
◆ DD 모터가 보여준 혁신
LG전자 모터 역사에서 가장 큰 혁신으로 손꼽히는 것은 1998년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상용화한 'DD 모터'다. 기존의 방식은 세탁통과 모터를 벨트로 연결해 작동시켰다. 이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크고, 세탁기 외부통과 내부 세탁통 사이의 간격이 넓어야 했다. 또 벨트를 통해 모터의 회전이 세탁통에 전해지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생겼다.
반면 DD 모터는 세탁통에 모터가 직접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세탁기의 외형 크기는 유지하면서 세탁통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기존 방식에서 사용되는 벨트처럼 마모되는 부품도 없어 세탁기의 수명을 늘려주고 진동과 소음도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특히 DD 모터는 모터의 힘을 세탁통에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에 모터의 회전 동작에 맞춰 세탁에 필요한 만큼 강력하거나 섬세한 동작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LG전자가 인버터 기술과 DD 모터의 구조를 활용해 두드리기 등이 가능한 6모션 세탁 방식을 선보인 것도 기술력 높은 모터 덕분에 가능했다.
LG전자 세탁기에 사용되는 인버터 모터 [사진 제공 = LG전자]
◆ 냉장고 품격 높인 컴프레서
냉장고나 에어컨처럼 냉기를 이용하는 가전은 휘발성이 강한 냉매를 사용해 냉매가 기체로 변할 때 주변의 열을 빼앗아 온도를 낮추게 된다. 이는 알코올을 몸에 바르면 시원하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컴프레서는 이때 기화한 냉매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액체로 압축하는 역할을 한다.
컴프레서 내에 있는 피스톤은 냉매를 압축하기 위해 직선운동을 해야 한다. 일반적인 컴프레서는 회전운동을 하는 모터를 피스톤과 연결해 직선운동으로 바꾸지만 이때 20% 정도의 에너지 변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또 회전운동이 직선운동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피스톤과 모터 사이의 마찰과 소음도 크게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LG전자는 2001년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Inverter Linear Compressor)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 이는 직선운동을 하는 리니어 모터를 사용해 에너지 변환 손실 없이 모터의 에너지를 피스톤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또 마찰과 마모가 발생하는 연결 부위를 줄여 소음도 대폭 낮추고 컴프레서의 수명도 늘렸다.
LG전자는 직선운동을 할 수 있는 리니어 모터를 통해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에 필요한 직선운동을 구현했다. 리니어 모터는 전자석과 영구자석을 직선으로 나란히 설치해 직선운동을 한다. 전류의 성질에 따라 N극과 S극이 변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전자석은 위쪽에, 극이 변하지 않으면서 위치가 고정된 영구자석은 아래쪽에 있다. 이때 전자석에 흐르는 전류의 양과 성질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면 두 자석 사이에 잡아당기거나 밀어내는 힘을 통해 전자석이 속도와 방향을 달리하며 직선 방향으로 움직인다.
◆ BLDC 모터, 브러시 장치 전자회로로 대체
LG전자는 1993년 국내 최초로 BLDC 모터를 개발해 냉장고 식기세척기 청소기 에어컨 등에 적용하고 있다. 이 모터는 모터에 힘을 전달하는 탄소 막대인 브러시 장치를 전자회로로 대체한 것이다. 브러시 장치가 있는 모터는 회전이 많아지면서 탄소 막대의 마모가 일어난다. 탄소 막대의 마모로 모터의 수명은 줄어들고 탄소 먼지가 발생된다. 반면 BLDC 모터는 탄소 막대가 없어 수명도 길고 탄소 먼지의 걱정도 없다. 또 모터의 크기와 무게도 줄일 수 있다. 특히 LG전자는 청소기와 공기청정기 등 소형가전에 무게와 크기를 줄인 BLDC 모터를 탑재해 성능을 높였다. 특히 올해 무게가 470g으로 가벼운 BLDC 모터인 '2세대 스마트 인버터 모터'를 개발해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에 탑재했다.
◆ 핵심 특허로 경쟁력 확보
LG전자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와 DD 모터 등 핵심 부품에 대한 특허도 대거 확보했다. LG전자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와 관련해 국내에서 총 907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또 미국에서 157건, 유럽에서 33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LG전자는 DD 모터와 DD 시스템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총 68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47건과 20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DD 모터와 DD 시스템은 다른 업체가 로열티(기술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와 DD 모터에 대해 10년 무상보증제를 실시해오고 있다. 핵심 부품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다. 유럽 최고의 규격 인증기관인 VDE(Verband Deutscher Elektrotechniker)도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와 DD 모터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내구성을 인증했다.
지난해 VDE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에 대해 총 6만2000회의 운전시험을 통해 20년간 사용할 수 있다고 인증했다. VDE는 시험을 통해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의 마모율이 기존 일반 컴프레서 대비 약 64%포인트 낮고, 에너지효율과 소음이 초기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