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恩惠)는 고맙게 베풀어 주는 신세나 혜택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다 보니 그동안 여러분들로부터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추석명절이 가까워오니 그분들이 한 분 한 분 떠오릅니다. 우리 속담에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겨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수는 빨리 잊어버리고 은혜는 두고두고 잊지 말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반대로 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거꾸로 할 때가 다반사입니다.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은혜는 물에 새겨 금방 잊어버리고 마음에서 버려야 할 원수는 돌에 새겨 두고두고 기억하며 마음의 병을 키웁니다. 부부싸움이 좋은 예입니다. 수십 년이 지난 잘못을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꺼내서 상처를 줍니다. 그것이 쌓이다 보면 황혼이혼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나 동료가 철천지 원수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할 경우, 정신병원을 찾기도 합니다. 살인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가까운 사람들이 원수가 되어 큰 상처를 줍니다. 이럴 때일수록 물에 새겨서 더 큰 상처를 받지 말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나도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아직까지 돌에 새긴 원수(?)가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오싹하고 큰 일을 벌일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하지만 이젠 많이 수그러들었습니다. 나만의 해결방법입니다. 나를 괴롭힌 그 원수들에게 내가 전생에 많은 빚을 졌다고 생각하면서 상대방 입장에서 서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추석이 내일모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합니다. 이번 추석을 맞이하여 인생여정에서 만난, 아직도 못 버린 원수는 모두 물에 떠내려 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게 음으로 양으로 은혜를 주신 분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조그마한 정성이라도 베풀고 싶습니다. 영원히 내 가슴속의 돌에 새기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첫댓글
은혜와 원수, 둘 다
인생길에서 만납니다.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겨라"고 합니다.
참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지나고보니 원수 덕분에 잘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방끈이 짧았던 내게 큰 상처를 주었으나 초인적인 노력으로 튼튼한 가방을 장만했으니 전화위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래서 성경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