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보면 불길한 예감…미국 경제는 리먼 사태 때보다 더 악화될지도 모른다 / 5/12(금) / 데일리신조
◎ 파산 3개 은행의 채무 합계는 리먼 쇼크 때 이상
미국 금융시스템의 동요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5월 1일, 미 지방은행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가 경영 파산했다. 파산한 미 은행의 자산 규모로서는 과거 2번째였지만, 미은행 최대 대기업 JP모건·체이스에 의한 매수가 결정되어 시장에서는 「큰 혼란은 회피되었다」라고 안도감이 퍼졌다.
하지만, 다음날인 2일의 미 주식시장에서 지방은행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를 지반으로 하는 팩웨스트 뱅코프는 한때 42% 하락했다.
실리콘밸리뱅크, 시그니처뱅크에 이어 두 달도 안 돼 3개 은행이 파산한 데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파산한 지방은행은 슈퍼프라임으로 불리는 신용력이 높은 부유층을 전문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니혼게이자이신문 5월 2일자). 이것은 경영상의 이점으로 여겨져 왔지만, 급속히 금리 인상이 진행되면서, 부유층이 더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는 다른 은행이나 투자처로 빠져나간 것이 화가 되고 말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2008년 리먼 사태 때는 신용도가 낮은 가계주택담보대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문제가 됐지만 이번 위기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는 늘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는 경구의 옳음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일본에서도 또다시 금융위기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발밑 상황에서 이미 리먼 초과의 숫자가 산견되고 있다.
2008년 리먼 쇼크 때는 25개 은행이 파산해 채무 합계는 3736억 달러였지만, 금년 파산한 3개 은행의 채무 합계는 그것을 웃도는 548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 FRB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는 고조될 뿐
예금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미국인 비율도 리먼 사태 때를 넘어섰다.
미국 갤럽이 5월 5일 발표한 여론조사(4월 3~25일 실시)에 따르면 48%가 (은행 등에 맡겨둔 돈의 안전성에 대해) 걱정이라고 답했는데 이 수치는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 9월 시점의 45%를 웃돌았다.
지지 정당에 따른 차이도 뚜렷하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걱정이라고 답한 비율은 55%로 민주당 지지자(36%)에 비해 높았고 갤럽은 현 정부에 대한 불만과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미 서플라이매니지먼트협회(ISM)가 5월 1일 발표한 4월 미국 제조업 체감경기지수도 47.1로 호불황의 고비인 50을 6개월 연속 밑돌았다. 리먼 쇼크 후의 기록에 나란히 섰지만, 이 기록을 갱신받는 것은 확실한 정세다.
잇따른 은행파산이 촉발돼 미국에서 신용경색(여신환경 타이트화)이 일어나고 제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최근 어느 때보다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의식되는 가운데 골치 아픈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FRB는 5월 3일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금리인상 속도는 1980년대 이후 가장 빨랐고 정책금리는 16년 만에 최고 수준(5.05.25%)에 이르렀다.
연준은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했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를 유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4월 고용통계에서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가 전월보다 25만 3000명 증가해 실업률이 반세기 만에 수준(3.4%)으로 나타나 연준이 6월 회동에서 11번째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5월 3일 기자회견에서 은행 파산이 잇따르는 상황을 묻는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는 실수를 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으나 시장에서는 「많은 지방은행이 파탄에 몰리는 수준까지 금리를 올려버렸다」며 연준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금융시스템 전문가들도 4800개에 이르는 미 은행의 절반이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제로헤지 5월7일자).
◎ M2의 감소는 미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갑자기 예상하기 어려운 사태지만 미국에서 대량의 은행이 파산한 전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1929년 9월 미국 증시 폭락으로 촉발된 세계공황 탓에 1933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929년의 4분의 3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미국에서는 다수의 은행이 파산에 몰리고 있어 예금 인출을 원하는 국민이 장사진을 이루는 것은 당연한 광경이었다.
이 사태를 무겁게 본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3월 6일 나흘간의 전국은행 휴무일(뱅크 홀리데이)을 선포하고 모든 은행을 폐쇄시켜 인출 소동을 진정시켰다. 미국인들에겐 꺼림칙한 기억이지만 악몽의 내후를 예감케 하는 조짐이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다.
FRB의 금리인상으로 미국 전체의 돈 흐름이 부진해 3월 머니서플라이(M2)가 전년에 비해 4.05% 감소했다. M2 감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며 세계공황이 한창이던 1933년 12월 이후 90여 년 만이다.
머니서플라이란 세상에 나도는 돈의 양 전체를 말하며 현금이나 보통예금에다 해지가 쉬워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정기예금 등)이 포함된 M2가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
미국의 M2는 매년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고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늘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발등의 M2 감소는 향후 미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930년대 악몽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단언할 생각은 없지만 미국 경제가 리먼 사태 때 이상의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은 확실하지 않을까.
후지카즈히코 경제산업연구소 컨설팅 펠로우. 경력은 1960년 나고야 출생, 1984년 통상산업성(현·경제산업성) 입성, 2003년부터 내각관방에 출장 (내각정보조사실 내각정보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