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팔백쉰세 번째
AI는 우리가 갈 곳을 알고 있을까?
“그분 돌아가셨대.” 우리말에서 ‘돌아갔다’라는 말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왜 돌아갔다고 할까요? 우리네 사고에는 오랜 세월 우리가 어딘가에서 왔고, 이생에서 끝맺음을 하면 왔던 데로 돌아간다고 믿었던가 봅니다. 그렇다면 본디 있던 곳으로 갔다는 말이니 흙에서 온 사람은 흙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하나님으로부터 온 사람은 하나님에게로 돌아갔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전도서>에서는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영은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기억하라.”라며 흙으로 만들어진 우리 몸은 땅으로, 하나님이 주신 우리 영은 하나님께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20세기 후반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현대인을 노마드 nomade라고 표현합니다. 본디 유목민, 방랑자라는 뜻이지만, 들뢰즈에 의해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부여받았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족’은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 첨단 기기를 활용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21세기 창조적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현대인들은 배우기보다는 AI에게 물어 해결하는 일들이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제 학교는 필요 없어졌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조차 나타났답니다. 학교가 취업 준비 기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지요. 어쨌든지 현대 노마드족들은 스스로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이라고 믿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들이 이용하는 첨단 기기, AI를 통해 그들이 돌아갈 곳을 알고 있을까요? 그곳은 어떤 곳일까요? AI는 현대 노마드족들에게 어디를 향해 가라고 일러주고 있을까요? 현대인은 이미 기계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