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2. 비온다는 일요일.
살다보면 참 알 수 없는게 우리네 삶이다.
오랫동안 마음 설레며 기대한 것들이 막상 경험해보면 별 것 없어서 실망할 때도 있고
아무런 생각없이 갔는데 뜻밖의 큰 기쁨으로 행복에 겨워했을 때도 있다.
그렇게 알 수 없는 미래가 놓여있기에 이렇게 열심히 살아볼만한 것이 아닐까?
아침부터 아니 새벽부터 고민이 많았다.
새벽6시.
마치 지옥의 문이 열리는것 같이 울려온 전화벨소리
힘겹게 전화기를 더듬어 찾아서 받아보니 도요새형님이다.
반가움과 고통이 동시에 밀려든다.
아... 너무 힘든데...
우짜꼬~
며칠전부터 서울에서 도요새형님이 대구로 오신다는데
반가운 마음에 비온다해도 같이 산행하겠다고 큰소리로 호언장담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컨디션도 그렇고... 모든 조건이 흔들리네?
(이 간사스런 마음봐라~!)
비가 억수같이 온다는데 ~
날씨가 엄청 추워진다는데 ~
겨울에 비맞고 어떡할 것인가?
그리고, 어머니는 하나뿐인 몸 나이 들어서 조심히 잘 가꿔야지, 예전처럼
철없이 마구 싸돌아댕겨선 안된다는 말씀까지 하셨는데, 거기에
특히나!
술마시고 짐나른다고 피곤한 몸을 모처럼 눕혀, 뒤늦게 막 잠 들었는데
잠들자마자 울려온 새벽의 전화는 사람 미치게 만드는거였다.
진짜...
딱 5분만 더 눕고 싶었다. 5분만! 간절히...
그러나!
나는 예의바른 괜찮은 남자였다.
실제 괴로운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반가운 형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약속을 해버린다.
목적지 성주사 앞에서 7시쯤에 만나기로 ~
허얼~
내 뱉은 말의 책임을 져야 내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쨌든 나가는게 기본이고 예의다.
훌륭하게 대답은 잘하고, 끊고나서 이제부터 난리가 났다.
우짜노...?
머리도 안 움직여지고, 몸은 망치로 세게 두들겨맞은듯
더더욱 움직이기 힘들다.
시간을 보니 후다닥 준비하고 밟아서 가는 시간 빼면 여유시간 15분은 남는것 같다.
아, 조금만 누워서 숨 좀 고르고 일어나까?
딱 10분만 뒹굴거리고 준비하까?
(악마의 유혹이 마구마구 머리속을 휘젓는다.)
개코다! 속지마라~
이때 자면 모든게 끝이다. 누우면 끝인거다.
미치겠네.
끙끙거리며 머리속 싸움에서 이겨내고 독하게 일어나
찬물에 얼굴을 맡긴다. 휴우~
그제서야 잠이 달아나고 원래의 나로 돌아온다. (참 잘했어요~! 짝짝)
그렇게 달려나갈 수 있었다.
세상사 참 모르는 것!
매번 감탄하고 또 감탄하며 삶의 불규칙성을 바라보는데
앞을 전혀 알 수 없어서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은근슬쩍 기대도 되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구라청의 도움으로 아침에는 비가 내리고 있지 않다.
아이고 고마워라~
덕분에 운치있는 구름속에 조용히 잠겨있는 와룡산의 속살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진짜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너무너무 좋았다.
가까운 지형적 위치로 대략 열번은 넘게 올랐지 싶은데
이렇게 이뻤던 적이 있나 싶다.
몰랐던 와룡산 전체의 모습, 머리부터 꼬리까지
아~~ 좋다.
비는 오히려 고마운 존재였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더 조용한 분위기속에 형과 나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즐기다보니
아침에 내가 한 선택이 그렇게 잘 할 수 없는거였다.
으하하하 ~!
스스로를 크게 칭찬하며.. ㅋㅋㅋ
삶은 조건이 없다.
무조건 부지런한 사람의 몫이다.
강한 의지로 견뎌내어라. 극복해 나가자~!
혹, 아직도 와룡산 안 가보신 분이 있다면 오늘 산행코스 참조해 꼭 이렇게 타시기 바람. ㅎㅎ
비를 맞으며 즐거이 산행은 하지만 손가락이 시려워 중간중간 폰을 꺼낼수 없었다.
그래서 사진은 근진이형 올리는 후기를 보고 뽑아서 쓰려고 했으나
급한 성격상 언제 기다리겠노~ ㅋㅋ
몇장 안되는 풍경사진으로 대신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