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인공이 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성격이다.
개인전은 물론 생일조차 묵살하기 일수인데,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동자동 주민 스물 다섯명을 모아 합동 칠팔순 잔치를 열어준 것이다.
사진 찍기 위해 참석했으나, 팔순에 해당되어 어쩔 수 없이 잔치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는데,
외국 관광객처럼 한복으로 갈아입고 분장까지 했으니 꼴 볼견이었다.
그렇지만 거지가 어떻게 삼청각에서 팔순잔치를 할 수 있으며,
그 비싼 음식을 먹고 멋진 국악 공연을 볼 수 있겠는가?
팔순 선물 또한 얼마나 정성스럽게 포장했는지, 포장이 아까워 열어보지도 못했다.
사실은 선물 자체를 싫어해, 남에게 선물하는 것도 인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물을 좋아하는 정동지에게 여지껏 선물한 번 하지 못해, 정동지 주려고 열어보지 않은 것이다.
이튿날 선물을 챙겨 정동지가 사는 녹번동으로 찾아갔는데,
'은평평화공원'에서 민주당 선거유세가 열리고 있었다.
마침 은평구청장에 출마한 김미경씨를 잘 아는 분이라 사진을 찍어주며 후원하였다.
정영신 동지 집에 도착하여 가져간 선물을 내놓았는데, 영문을 모르는 정동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물을 풀어보니 방자유기 그릇인데, 수저에 조문호란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으로 주려는 선물조차 물거품이 되고 말았는데,
누가 선물을 선정했는지 모르지만, 빈민들의 실상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다.
쪽방 사는 대부분의 빈민이 불편한 방자유기 그릇을 사용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개 라면 끊이는 냄비나 프라스틱 사발 한 두 개가 전부인 사람들에게
무거운 방자유기란 쓸모없는 그릇에 불과했다.
방자유기 제작비도 만만찮을 것 같은데, 그 돈으로 다른 선물을 했으면 얼마나 좋겠나?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