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정유년 (1597년 4월)＞「 "어머니의 부고를 전했다. 뛰쳐나가 가슴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씨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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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유년 4월 (15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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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월 초1일 (신유) 맑음 [양력 5월 16일]

6

옥문을 나왔다. 남문(숭례문) 밖 윤간의 종의 집에 이르니, 조카 봉 ∙ 분(芬)과 아들 울(蔚)이 윤사행(尹士行) ∙ 원경(遠卿)과 더불어 한 대청에 같이 앉아 오래도록 이야기했다.

7

지사 윤자신(尹自新)이 와서 위로하고 비변랑 이순지(李純智)가 와서 봤다. 더해지는 슬픈 마음을 이길 길이 없다. 지사가 돌아갔다가 저녁 밥을 먹은 뒤에 술을 가지고 다시 왔다. 윤기헌(尹耆獻)도 왔다. 정으로 권하며 위로하기로 사양할 수 없어 억지로 마시고서 몹시 취했다.

8

이순신(李純信)이 술병 채로 가지고 와서 함께 취하며 위로해 주었다. 영의정(류성룡)이 종을 보내고 판부사 정탁(鄭琢) ∙ 판서 심희수(沈禧壽) ∙ 우의정 김명원(金命元) ∙ 참판 이정형(李廷馨) ∙ 대사헌 노직(盧稷) ∙ 동지 최원(崔遠) ∙ 동지 곽영(郭嶸)이 사람을 보내어 문안했다. 취하여 땀이 몸을 적셨다.

9

4월 2일 (임술) 종일 비가 내렸다. [양력 5월 17일]

10

여러 조카들과 이야기했다. 방업(方業)이 음식을 매우 풍성하게 차려 왔다. 필공을 불러 붓을 매게 했다.

11

어두울 무렵 성으로 들어가 영의정과 밤 깊도록 이야기하다가 헤어져 나왔다.

12

4월 3일 (계해) 맑다. [양력 5월 18일]

13

일찍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14

금오랑 이사빈(李士贇) ∙ 서리 이수영(李壽永) ∙ 나장 한언향(韓彦香)은 먼저 수원부에 이르렀다. 나는 인덕원(의왕시 인덕원)에서 말을 쉬게 하고 조용히 누워서 쉬었다. 저물어서 수원에 들어가서, 경기체찰사의 수하에서 심부름하는 병졸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집에서 잤다.

15

신복룡(愼伏龍)은 나의 임시로 사는 집에 이르러 내 지나가는 걸 보고는 술을 준비해 가지고 와서 나를 위로했다.

16

순천부사 류영건(柳永健)이 나와서 봤다.

17

4월 4일 (갑자) 맑다. [양력 5월 19일]

18

일찍 길을 떠나, 독성(수원시 태안읍 양산리) 아래에 이르니, 반자(判刺) 조발(趙撥)이 술을 준비해 놓고 막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취하도록 마시고 길을 떠나 바로 진위구로(평택군 진위 면 봉남리)를 거쳐 냇가에서 말을 쉬게 했다.

19

오산에 이르러 황천상(黃天祥)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황천상(黃天祥)이라는 사람은 내 짐이 무겁다고 말을 내어 실어 보내니, 고마울 뿐이다.

20

수탄을 거쳐 평택현 이낸손(李內隱孫)의 집에 투숙했는데, 주인이라는 사람이 대접이 매우 은근했다. 자는 방이 몹시 좁은데 따뜻하게 불까지 때어 땀이 흘렀다.

21

4월 5일 (을축) 맑다. [양력 5월 20일]

22

해가 뜨자, 길을 떠나 바로 선산(아산시 염치읍 백암리)에 이르렀다. 나무들은 두번이나 들불이 나서 불에 탄 꼴을 차마 볼 수 없었다. 무덤 아래에서 절하며 곡하는데 한참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23

저녁이 되어 내려와 외가에 와서 사당에 절했다. 그 길로 조카 뇌의 집에 이르러, 조상의 사당에 곡하며 절했다. 남양 아저씨가 별세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24

저물 무렵 우리집에 이르러 장인 ∙ 장모님의 신위 앞에 절하고 곧 작은 형님(堯臣)과 여필(禹臣)의 처 제수의 사당에 다녀 와서 잠자리에 들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25

4월 6일 (병인) 맑다. [양력 5월 21일]

26

멀고 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와서 모였다. 오랫동안 막혔던 정을 푹 풀고 갔다.

27

4월 7일 (정묘) 맑다. [양력 5월 22일]

28

금오랑(이사빈)이 아산현에서 오므로, 나는 나가 그윽히 대접했다. 홍찰방 ∙ 이별좌 ∙ 윤효원(尹孝元)이 와서 봤다. 금오랑은 변흥백(卞興伯)의 집에서 잤다.

29

4월 8일 (무진) 맑다. [양력 5월 23일]

30

아침에 자리를 깔고 남양 아저씨를 곡하고 상복을 입었다. 저녁나절에 변흥백(卞興伯)의 집에 가서 이야기했다.

31

강설장(姜楔長)이 세상을 떠났다고 하므로 나는 가서 문상했다. 그 길로 홍석견(洪石堅)을 집에 들렀다. 저녁나절에 변흥백(卞興伯)의 집에 이르러 금부도사에게 접대했다.

32

4월 9일 (기사) 맑다. [양력 5월 24일]

33

동네 사람들이 술병 채로 가지고 와서 멀리 가는 길을 위로해 주므로 정의상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 마시니, 매우 취하여서 헤어졌다. 홍군우(洪君遇)는 노래부르고 이별좌도 노래불렀다. 나는 노래를 들어도 쬐끔도 즐겁지 않았다. 금부도사는 잘 마시면서도 실수함이 없었다.

34

4월 10일 (경오) 맑다. [양력 5월 25일]

35

아침밥을 먹은 뒤에 변흥백(卞興伯)의 집에 이르러 도사와 함께 이야기했다.

36

저녁나절에 홍찰방 ∙ 이별좌 형제 ∙ 윤효원(尹孝元) 형제가 와서 봤다. 이언길(李彦吉) ∙ 허제(許霽)가 술을 가지고 왔다.

37

4월 11일 (신미) 맑다. [양력 5월 26일]

38

새벽 꿈이 매우 번거로워 다 말할 수가 없다. 덕(德)이를 불러서 대충 말하고 또 아들 울(蔚)에게 이야기했다. 마음이 몹시 불안하다. 취한 듯 미친 듯 마음을 걷잡을 수 없으니, 이 무슨 징조인가! 병드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종을 보내어 소식을 듣고 오게 했다.

39

금부도사는 온양으로 돌아 갔다.

40

4월 12일 (임신) 맑다. [양력 5월 27일]

41

종 태문(太文)이 안흥량에서 들어와 편지를 전하는데,

42

"어머니께 서는 숨이 곧 끊어질 듯해도 초9일에 위 ∙ 아래 모든 사람이 모두 무사히 안흥량(서산시 근흥면 안흥)에 도착하였다."

43

고 했다. 법성포(영광군 법성면 법성리)에 이르러 배를 대어 잘 적에 닻이 끌려 떠내려 가서 배에 머물며 엿새나 서로 떨어졌다가 탈없이 만났다고 했다.

44

아들 울(蔚)을 먼저 바닷가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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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계해) 맑다. [양력 5월 28일]

46

일찍 아침을 먹은 뒤에 어머니를 마중가려고 바닷가로 가는 길에 흥찰방집에 잠깐 들러 이야기하는 동안 아들 울(蔚)이 종 애수(愛壽)를 보내면서

47

"아직 배오는 소식이 없다."

48

고 하였다. 또 들으니,

49

황천상(黃天祥)이 술병을 들고 변흥백(卞興伯)의 집에 왔다.

50

고 한다. 흥찰방과 작별하고 변흥백(卞興伯)의 집에 이르렀다.

51

조금 있으니, 종 순화(順花)가 배에서 와서 어머니의 부고를 전했다. 뛰쳐나가 가슴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늘이 캄캄했다.

52

곧 갯바위(아산시 염치읍 해암리)로 달려가니, 배는 벌써 와 있었다. 애통함을 다 적을 수가 없다. 뒷날에 대강 적다.

53

4월 14일 (갑술) 맑다. [양력 5월 29일]

54

홍찰방 ∙ 이별좌가 들어와 곡하고 관을 장만했다. 관의 재목은 본영에서 마련해 가지고 온 것인데, 조금도 흠난 곳이 없다고 했다.

55

4월 15일 (을해) 맑다. [양력 5월 30일]

56

저녁나절에 입관했다. 오종수(吳終壽)가 점심으로 호상해 주니, 뼈가 가루로 될지언정 잊지 못하겠다. 관에 따른 것에는 아무런 유감이 없으니 이것만은 다행이다.

57

천안군수가 들어와 치행해 주고 전경복씨가 연일 마음을 다하여 상복 만드는 일 등을 돌보아 주니, 고마운 말을 어찌 다 하랴!

58

4월 16일 (병자) 궂은 비 오다. [양력 5월 31일]

59

배를 끌어 중방포 앞으로 옮겨 대고, 영구를 상여에 올려 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을을 바라보니, 찢어지는 듯 아픈 마음이야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집에 와서 빈소를 차렸다.

60

비는 퍼붓고, 나는 맥이 다 빠진데다가 남쪽으로 갈 날은 다가오니, 호곡하며 다만 어서 죽었으면 할 따름이다.

61

천안군수가 돌아갔다.

62

4월 17일 (정축) 맑다. [양력 6월 1일]

63

금오랑의 서리 이수영(李秀榮)이 공주에서 와서 가자고 다그친다.

64

4월 18일 (무인) 종일 비가 내렸다. [양력 6월 2일]

65

몸이 몹시 불편하여 머리를 내놓지 못하고, 다만 빈소 앞에서 곡만 하다가 종 금수(今守)의 집으로 물러 나왔다.

66

저녁나절에 계 원들 중에서 나 있은 곳에 모여 와서 곗일을 논의하고서 헤어졌다.

67

4월 19일 (기묘) 맑다. [양력 6월 3일]

68

일찍 길을 떠나며 어머니 영전에 하직을 고하며 울부짖었다. 천지에 나 같은 사정이 어디 또 있으랴! 일찍 죽느니만 못하다. 조카 뇌의 집에 이르러 조상의 사당 앞에서 아뢰었다.

69

금곡(연기군 광덕면 대덕리)의 강선전의 집앞에 이르니 강정(姜晶) ∙ 강영수(姜永壽)씨를 만나 말에서 내려 곡했다.

70

그 길로 보산원(연기군 광덕면 보산원리)에 이르니, 천안군수가 먼저 냇가에 와서 말에서 내려 쉬었다 갔다.

71

임천군수 한술(韓述)은 중시(重試)보러 서울로 가던 중에 앞 길을 지나다가 내가 간다는 말을 듣고 들어와 조문하고 갔다.

72

아들 회 ∙ 면 ∙ 울(蔚), 조카 해 ∙ 분(芬) ∙ 완(莞)과 주부 변존서(卞存緖)가 함께 천안까지 따라 왔다.

73

원인남(元仁男)도 와서 보고 작별한 뒤에 말에 올랐다. 일신역(공주시 장기면 신관리)에 이르러 잤다.

74

저녁에 비가 뿌렸다.

75

4월 20일 (경진) 맑다. [양력 6월 4일]

76

아침에 공주 정천동에서 밤을 먹고, 저녁에 니산(공주시 노성면 읍내리)에 가니, 이 고을 원이 극진하다. 군청 동헌에서 잤다.

77

김덕장(金德章)이 나의 임시로 거처하는 집에 왔다가 서로 만났다. 금부도사가 와서 봤다.

78

4월 21일 (신사) 맑다. [양력 6월 5일]

79

일찍 떠나 은원(논산 은진면 연서리)에 이르니, 김익(金翼)이 우연히 오게 되었다고 한다.

80

임달영(任達英)이 곡식을 사러 배로 은진포(恩津浦)에 왔다고 하는데, 그 꼴이 몹시 궤휼하다.

81

저녁에 여산(익산군 여산면 여산리) 관노의 집에서 자는데, 한밤에 홀로 앉았으니, 비통한 생각에 견딜 수가 없다.

82

4월 22일 (임오) 맑다. [양력 6월 6일]

83

오전에 삼례역(완주군 삼례읍 삼례리)의 역장과 역리의 집에 이르렀다.

84

저녁에 전주 남문밖 이의신(李義臣)의 집에서 잤다. 판관 박근(朴勤)이 와서 봤다. 부윤(府尹)도 후하게 접대했다.

85

판관이 비올 때 쓰는 기름 먹인 두꺼운 종이 ∙ 생강 등을 보내 왔다.

86

4월 23일 (계미) 맑다. [양력 6월 7일]

87

일찍 떠나 오원역(임실군 관천면 선천리)에 이르러 아침밥을 먹었다. 저물어서 임실현에서 잤다. 임실현감이 예에 따라 대우했다. 현감은 홍순각(洪純慤)이다.

88

4월 24일 (갑신) 맑다. [양력 6월 8일]

89

일찍 떠나 남원 시오리 쯤에서 정철(丁哲) 등을 만나서 남원부 오리 안까지 이르러 우리 일행과는 헤어지고 곧바로 십리 바깥 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이희경(李喜慶)의 종의 집에 이르렀다. 슬픈 회포를 어찌하랴! 어찌하랴!

90

4월 25일 (을유) 비가 많이 올 모양이다. [양력 6월 9일]

91

아침밥을 먹은 뒤에 길을 떠나 운봉(남원군 운봉면)의 박롱(朴 )의 집에 들어가니, 비가 많이 퍼부어 출두할 수가 없다. 여기서 들으니, 원수(권율)가 벌써 순천으로 떠났다고 한다. 곧 사람을 금오랑 있는 곳으로 보내어 머물게 했다. 운봉현감(남한)은 병으로 나오지 않았다.

92

4월 26일 (병술) 흐리고 개지 않았다. [양력 6월 10일]

93

일찍 아침밥을 먹고 길을 떠나 구레현 금부 도사가 먼저 와 있었다. (손인필의 집)으로 내려가니 손인필(孫仁弼)의 집에 이르니, 구례현감(이원춘)이 급히 나와 보고는 대접하는 것이 매우 은근하다. 금부도사(이사빈)도 와서 봤다. 나는 금부도사에게 술을 권하라고 원에게 청했더니 원이 아주 대접을 잘했다고 한다. 밤에 앉았으니 비통함을 어찌 다 말하랴!

94

4월 27일 (정해) 맑다. [양력 6월 11일]

95

일찍 떠나, 송치(松峙; 순천시 서면 학구리 바랑산 해발 619m)밑에 이르니 구례현감이 사람을 보내어 점심을 지어 보냈다.

96

순천 송원(松院: 순천시 서면 학구리 신촌)에 이르니, 이득종(李得宗) ∙ 정선(鄭瑄)이 와서 기다렸다.

97

저녁에 정원명(鄭元溟)의 집에 이르니, 원수(권율)는 내가 온 것을 알고, 군관 권승경(權承慶)을 보내어 조문하고, 또 안부도 묻는데, 그 위로하는 말이 못내 간곡하다.

98

저녁에 순천부사가 와서 봤다. 정사준(鄭思竣)도 와서 원균(元均)의 망녕되고 전도된 상황을 많이 말했다.

99

4월 28일 (무자) 맑다. [양력 6월 12일]

100

아침에 원수가 또 군관 권승경(權承慶)을 보내어 문안하고서 말 하기를,

101

"상중에 몸이 피곤할 것이니, 기운이 회복되는 대로 나오라"

102

고 전했다. 또 말하기를,

103

"통제사와 친한 군관이 있다 하니, 편지와 공문을 보내어 나오게 하여 데리고 가서 돌보라"

104

고 하는 편지와 공문을 만들어 왔다. 부사의 소실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105

4월 29일 (기축) 맑다. [양력 6월 13일]

106

사과(司果) 신씨와 방응원(方應元)이 와서 봤다. 병마사(이복남)도 원수와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여 순천부로 들어왔다고 한다. 신 사과와 함께 이야기했다.

107

4월 30일 (경인) 아침에 흐리고 저물 무렵에 비가 내렸다. [양력 6월 14일]

108

아침 밥을 먹은 뒤에 신 사과와 함께 이야기하였다. 병마사에게 남아서 술을 마셨다고 했다. 병마사 이복남(李福男)이 아침밥 먹기도 전에 와서 보며, 원균(元均)에 대한 일을 많이 말했다. 감사도 원수에게 왔다고 군관을 보내여 편지로 안부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