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건물 주변을 자세히 보면 벽면 타일은 깨져 있고 바닥 타일과 포장은 뜯겨져 나간 채 방치되고 있다. 지상 7층 지하 7층 건물 중 현재 영업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부 층을 제외하고는 지상 2층에서 7층까지는 대부분 폐쇄되어 언제 정상 운영될지 모르는 채 기약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해운대 시티코아’이다. 2001년에 준공된 시티코아는 도시철도 장산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이점 등으로 인해 당시 투자 열기가 대단했다. 하지만 얼마 후 시행사가 부도 나는 바람에 관리 업체를 제대로 선정하지 못했고, 600여 명에 이르는 구분소유자들은 상가를 놀려야 했다.
현재 시티코아 건물 지분의 48%는 롯데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롯데는 지상 1개 층, 지하 3개 층을 분양받았으나 준공 무렵 한국부동산투자신탁이 부도가 나면서 시행사도 파산해 롯데건설이 각 층의 미분양 지분을 대물로 받았기 때문이다.
지상 2층부터 7층까지 대부분이 폐쇄된 채 운영중인 해운대 시티코아 상가 건물
현재 구분소유주 모 씨에 따르면 “매년 재산세만 꼬박꼬박 내고 있다”며 “문을 닫은 상태라 관리비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답이 없다”며 의외로 담담하게 지금까지 시티코아상가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시티코아가 정상화되려면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소유한 롯데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티코아 문제 해결의 좋은 선례가 서면 피에스타 건물이다. 피에스타는 2004년 시행사의 부도로 건설사인 포스코건설이 떠안게 되었다. 이후 이 건물 역시 12년 동안 분양자와 법적 다툼을 벌였다. 그동안 피에스타 건물은 그대로 방치됐다. 그러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1월 기존 분양자와 10년여에 걸친 지루한 협상 끝에 계약 해지 작업을 완료하고 매각을 진행해 마침내 삼정이 피에스타를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 7월 마침내 재오픈하면서 서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가가 되었다.
지금 시티코아 건물은 단순히 지역 상권의 활성화를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부실한 관리로 인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받을 정도이다. 단순히 600여 구분소유자들의 투자 실패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지역 상권의 활성화와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은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 시티코아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마천루에 둘러싸인 해운대의 깨진 유리창이 될지도 모른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