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소에서 쓰는 물건은 중고제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폐업하는 곳에서 싣고 오고, 무료로 가져 온 것들.
누가 봐도 중고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저분하고 더럽기 때문이죠.
조림이나 국 끌일 때 많이 쓰는 간택기(업소용 가스레인지)도 중고였습니다.
청소도 안 되고 더럽기가 말도 못했습니다.
이것을 새것으로 구입해준 분이 있습니다.
송파구 신천동, 김치만 김수정 후원자부부께서 친히 바꿔준 것입니다.
이분들, 매번 필요한 걸 후원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제 조금 더 청결하게 조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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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갈 줄 알았는데, 지난 2년 동안 잘 버텨줬는데,
그만 네 식구 모두 걸렸습니다.
순차로 양성이 뜨는 바람에 1주가 아니라 2주 동안 좁은 집안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는 중입니다.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한 아이 둘과 함께 지내니 몽땅 걸린 것입니다.
각오는 돼 있었는데 덜컥 걸리고 나니 정신 못 차리겠더군요.
밤새 아내와 번갈아가며 아이들을 케어했습니다.
밥먹이고, 약먹이고, 씻기고, 낮잠 재우고, 또 밥먹이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금요일 24시에 격리가 풀리는데 그때까지 잘 먹고 다시 힘차게 일어나겠습니다.
다행히 저희를 사랑하는 분들께서 집 앞에다가 먹을 걸 많이 갖다놓고 가는 바람에 아주 풍족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아마 이 은혜는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지금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글도 써야 하는데
의욕이 안 생기기고 그냥 드러눕고만 싶습니다.
그래도 엔진을 풀가동해서 전력질주해보려고 플랜을 짜고 있습니다.
다행히 봉사자들은 확진자가 없었기에
매일 아침 점심 저녁 무료급식은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봉사자 모두에게 감사하고 미안합니다.
이 사순절 기간, 나를 위해 피 흘리신 십자가의 보혈을 더욱 묵상하는 시간으로 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