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갈등의 국가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갈등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사회 갈등 해소 센터와 한국 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2022 한국인의 공공 갈등 의식조사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새 정부 즉 윤석열 정부에서 갈등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중은 57.8%로 절반을 넘어섰다. 32.2%는 이전 정부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10%만이 갈등이 줄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갈등의 수준에 대한 답에서는 집단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자가 91.1%로 조사됐다. 이 조사 보고서를 요약하면 한국인들이 느끼는 사회적 갈등이 엄청난 상황이며 새 정부 들어서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느끼는 갈등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있는 통계치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갈등 구도속에 놓여 있다. 물론 갈등이 없는 사회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정도가 심해도 아주 심한 상황이다. 보수와 진보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에서부터 세대갈등, 망국적 지역 갈등 ,남녀 갈등, 빈부 갈등, 고부갈등, 층간소음으로 인한 아래윗집 갈등 등등 마치 갈등의 백화점같은 모양새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슬픈 상황속에 그로인한 남북 갈등은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갈등이 모여 자살률 세계 1위국, 세계 저출산 1위국이란 오명까지 뒤짚어 쓰고 있는 형국이다.
리더의 덕목이 무엇인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큰 덕목은 바로 갈등 해소이다. 그래서 정권을 잡으면 대부분이 탕평책을 쓴다. 탕평책은 사회적으로 꼬여있는 매듭을, 비틀어진 감정들을 가슴으로 품고 녹여낸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그만 싸우고 모두 발전적 방향으로 나라와 사회를 만들어보자며 정적에게도 손을 내밀고 손을 잡으려고 손짓하는 것이 바로 탕평책 아니겠는가. 이런 저런 이유로 감옥에 간 인사들을 사면조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더가 마음을 열고 갈등요소를 포용하는데 거부할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권 교체 직후에 어느 정도 사회적 안정을 이루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실제로 정권의 집권 1년동안에는 사회적 갈등이 다소 완화되는 상황이 있어왔다. 험한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어짜피 양쪽으로 의견과 생각들이 갈리게 되어있다. 그렇게 갈라진 민심을, 갈등의 깊이를 조금씩 메우기 위해 일반적으로 정치권에서는 통합 그리고 협치를 내세우게 마련이다. 박근혜 정부때도 집권 첫해 조사에서 갈들이 늘었다는 답은 40%정도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때도 갈등이 늘었다는 응답이 23%정도였다고 통계치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그런 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 조직의 리더나 한 나라의 리더는 갈등 해소에 우선 나서야 한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보다 승리후 더 힘든 여정을 겪는 것이 한 나라의 지도자이다. 승리의 기쁨에 취해있는 시간은 당선된 당일밖에 없다는 말도 있다. 국민의 힘든 생활을 이해하고 보듬고 그 아픔을 해소하는데 리더는 앞장서야 한다. 비록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찾아 손을 내밀어야 한다. 건성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난 행동이어야만 감동을 줄 수 있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손 내밈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게 된다. 나를 지지해준 사람들만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다가는 더 큰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지금 한국은 참으로 어려운 상황속에 놓여 있다. 누구라도 한나라의 리더가 되면 이 나라 잘 이끌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지금 한국은 복합적인 난기류 그리고 난국속에 휘말려들고 있다. 국제정세가 그렇고 국제 경제가 그렇다. 이런 저런 경제상황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될지 예측불가한 모습이다. 물가고에, 공공요금 인상에, 집값 급락에 ,기업들의 긴축경영에, 이래저래 서민들만 힘들게 되어 있다. 이럴때 일수록 더욱 해야 하는 것이 바로 갈등 해소책이다. 나라의 리더가 나서야 한다. 나라의 리더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야당이던 정적이던 말이다. 같이 노력하자는 그 협치도 과감하게 제시해야 한다. 나라의 리더가 만나지 못한 인물이 어디 있던가. 그래야 이 사회에 만연하고 망국적 병폐라는 그 지긋지긋한 갈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 갈등의 치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들의 90%이상이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갈등의 늪에서 조금이라도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이 정말 많이 남지 않았다.
2023년 1월 2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