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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창의포럼에서는 아주대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를 초청했다. 고려대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지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아트 마크먼 교수의 지도하에 인간의 판단, 의사결정, 문제해결, 창의성에 관해 연구했다. 아주대 창의력 연구센터장,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을 지냈고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어쩌다 어른’, ‘세바시’, ‘속보이는 TV 人사이드’, ‘책 읽어드립니다’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 출연하고 있으며 삼성, LG 등 수많은 기업강연에서 심리학의 지혜를 널리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 『지혜의 심리학』,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십대를 위한 공부사전』 등 다수가 있다.
< 이야기를 시작하며... >
베이지색 자켓과 청바지가 멋지게 어울리는 정겨운 모습의 김경일 교수가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올랐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KIST 구성원 여러분을 좋은 자리에서 만나뵙게 되어 너무 반갑고 즐겁고도 영광스럽다. 사회자께서 내가 ‘여러분을 지혜의 샘으로 인도한다’고 했는데 꼭 이단종교 같다 라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방송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이단종교 취재할때 경기대 이수정 교수님을 만나러 온김에 부록으로 내게 와서 인터뷰를 따간다. 가끔 내가 범죄심리학자라고 잘못 알고 있는 분도 계신다. 범죄심리학은 정말 내 영역이 아니다. 내가 찍으면 꼭 범인이 아니더라. 망신, 망신, 정말 망신 많이 당했다. 내 전공이 인지심리학이다. 언제 처음 KIST에 왔었는지 기억을 쭉 더듬어 보니 1989년 이었다. 그 후 2006년까지는 그래도 2,3년에 한 번씩은 주로 심부름을 왔었다. 어떤 심부름 인가하면 ‘8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PC 보급 초기때여서 통계처리를 위한 테스트 자료를 맡기러 왔었다. 자료를 맡기고 KIST 앞 당구장에서 짜장면 먹고 당구치면서 2시간 정도가 지나면 테스트 결과를 찾아 조교형에게 가져다 주곤 했다.
컴퓨터가 대량 보급되고 난 다음에는 세미나 때문에 KIST에 많이 왔었다. 근데 심리학자가 여기 왜 왔냐 하는 얘기를 많이들 하셨다. 상담심리학 같으면 뭐 하는건지 금방 감이온다. 사회심리학은 사회문제를 다룬다. 근데 내 전공인 인지심리학은 뭐하는 학문이냐고 많이들 물어보신다. 재밌는 건 다른 심리학자들도 우리가 뭐 하는 줄을 모른다. 나같은 인지심리학자가 옆으로 쓱 지나가면 다른 심리학자들이 우리를 ‘어이~ 이공계 일루 와봐!’ 이렇게 부른다.
< 심리학과... 공통과목 강의실에서... 쫓겨났다... >
보통 심리학과 대학원에 들어가면 석사 첫학기 때 어떤 심리학 전공이든 간에 공통과목으로 임상심리, 사회심리, 발달심리, 심리상담 등을 공동 강의실에서 공통과목으로 배운다. 그 과목들은 거의 대부분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성격 이해, 우울증 치료, 정신분석 등의 영역이다. 누가 봐도 이런게 심리학이다. 나와 같이 1993년에 대학원에서 인지심리학을 전공한 동기 1명이 더 있었는데 이 친구는 지금 포항제철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이 친구와 난 공통과목 강의실에서 쫓겨나 다른 3과목... 분자생물학, 네트워크 모델링, 공업수학을 배우게 했다. ‘해법수학’이랑 ‘수학의 정석’만 알았지 공업수학이라는게 있다는 거 이때 처음 알았다. 그 다음 2학기가 되니까 이건 더 황당했다. 신경계의 구조, 자바스크립트, 이산수학을 배웠는데 그때 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지도 교수님한테 따졌다. ‘교수님! 저는 프로이드는 안 배우나요?’ 물었더니 지도교수님이 앞으로 그런 인간들은 잊어라 하셨다. 앞으로 네 인생에서 절대 안 나오는 인간들이 프로이드, 융, 아들러, 피아제라고 했다.
< 인지심리학에서... 노벨경제학상이 나온다... >
이런거 많이 물어보시는데 ‘교수님! 심리학자이시죠? 저 좀 많이 도와주세요. 많이 우울합니다.’ 라고 하면 우습지만 ‘흑~ 저두요!’ 이렇게 대답한다. 나도 심리학자인데 이런거 물어보시면 전 아무 생각이 없다. 이렇게 보통 심리학에서 다루는 과목을 배우지 않고, 오로지 위에서 열거한 그런 과목들을 배웠고 또 그런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진로는 물리학 베이스로 가는 분들이 있고, 화학쪽 즉 신경전달물질 쪽으로 가는 분들과... 수학 쪽으로 가는 분들이 있다. 근데 수학쪽에 문제가 많은데 내가 수학쪽으로 갔다. 수학쪽에서 제일 중요한게 돈이다. 그래서 돈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다른 쪽으로 가면 돈을 못 벌것 같아서 큰 돈을 벌자 해서 이쪽을 선택했다. 인지심리학자 중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3명이 나왔다. 쟤들은 대체 뭔데 잊을만하면 나와서 우리도 순서가 밀려있는 노벨상을 냉큼 받아가는지 경제학자들이 의아해 한다. 2020년에 인지심리학자인 프린스턴대학의 ‘다니엘카네만’ 이라고 하는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는데 우리나라에는 ‘생각에 관한 생각’ 이란 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람이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운다. 내가 하는 인지심리학이 이쪽에 가깝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경제학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근데 제자들은 나보다 보다는 조금 더 아카데믹해서 뇌를 연구하는 쪽으로 가는 친구도 있다. KIST 치매DTC연구단에 배진희 박사가 제자중 한명인데 나보다 훨씬 더 성실한 친구다. 이 친구는 근데 돈을 별로 안좋아하더라. 그 다음 인공지능쪽으로 가는 친구도 좀 있다. 그래서 난 계속해서 말린다, 돈이 중요하다고... 학문에 대한 열정을 이렇게 과다한 제자들은 좀 부담스럽다.
< BTS 얘들아~! ... 미안하다... >
노벨상 수상자가 심리학과에서 20년 주기로 한 번씩 나오는데 그것도 인지심리학계에서 나타나면 어떤 느낌일까? BTS가 나타난거랑 똑같은 거다. BTS 하니까 갑자기 트라우마가 온다. 내가 기업 자문을 워낙 많이 하는데 쪽집게와는 거리가 멀다. 오늘도 여기 오기 전에 카카오에 있다가 왔는데 몇 분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더라. 10년 전에 카카오에서 자문할때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이 성공하면 이 손에 장을 지진다‘ 라고 호언장담 했었다. 또 6년 전에 EBS에서는 펭수가 성공하면 내가 이민 간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건 5년 전 일이다. 처음으로 어떤 방송을 하게 되어 교양국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예능국에서 잠시 30분만 지금 이제 갓 데뷔한 아이돌 그룹 애들과 대기실 같이 쓰실 수 있냐고 양해를 구해왔다. 누구냐 그랬더니 방탄소년단(BTS) 이라고 했다. 30분 동안 같이 있었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때 걔들이 데뷔한지 한 달도 안 됐을 때였다. 그래서 내가 진지하게 아이들 손을 잡고 ‘아이돌로 성공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사람이 모자라는 판금, 용접 등 기술 배우라고 했다. 근데 애들이 6개월인가 1년만에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BTS가 내 이름 기억할까봐 1년 가까이 잠을 못 잤다. 근데 한명이 나를 기억한다고 한다. 나중에 참회의 방송을 함 해야할것 같다. 이렇게 내가 참 뭘 잘 못맞춘다.
< 노벨수상자에게... 미움받은... 한국인들... >
이렇게 BTS처럼 대접을 받는 다니엘카네만이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 받았다. 나는 2003년에 박사과정이었고 2005년에 학위를 했다. 인지심리학자들이 모이는 ‘싸이코노믹스’라고 하는 학회가 끝나면 이어서 컨퍼런스 JDM(판단과 의사결정학회)이 열리는데 거기에 그가 왔다. 그가 나타나니 홍해바다가 갈라지듯 사람들이 두줄로 갈라졌다. 근데 그가 내쪽으로 오고있었다. 내가 그 홀에 유일하게 참가한 한국사람이었고 동양인도 나 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가 나에게 ‘야~ 네가 KYUNG KIM 이지? 하고 물었다. 그 순간 소름이 확 돋았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될 성부른 나무의 떡잎부터 알아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고 헤드라인과 abstract 를 보다가 궁금한게 생긴거였다.
그가 내 옆에 앉더니 ‘지금 시간있냐? 커피한잔 할 수 있냐?’ 물어서 50잔도 할 수있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나의 지도교수랑도 친분이 있는 분이어서 나에 대해 조금은 사전지식이 있었다. 그가 나에게 ‘야~ 나 노벨경제학상 받은 거 알지? 그리고 너 한국 사람이지? 근데 왜 너희들만 내 이론대로 행동을 안 하냐?’ 하고 물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긴지 몰랐다. 10초 후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하니 뭘 물어보는지 알겠더라. 내가 그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 2002년 다니엘 카네만이 노벨상을 받은 조망이론 프로스펙스 theory 의 절반이상이 아래의 게임이론이다. 자~ 보라. 한국 사람 진짜 특이하다. 자! 여러분은 어떤 게임을 하겠는가?
A : 1억원 딸 확율 100% B : 1억원 딸 확율 89% 5억원 딸 확율 10% 아무것도 따지 못할 확율 1% |
오늘 2 게임 중에 하나만 할 수 있다. 심리학자들이 뭔가 물어보기만 하면 긴장들을 하는데 이거 심리검사가 아니다. 둘 중에 뭐를 선택 하시겠는가? 어떤게 마음에 드는지 손들어 보시라. A 손드시라. 이번엔 B 손드시라. 4대 6이 나왔다. 이래서 다니엘카네만이 돌아버리는거다. 이렇게 B를 선택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조망이론의 절반에 해당하는 내용이 뭐냐면 ‘인간은 획득할때 모험하지 않는다’ 이다. 즉 A를 선택한다는 말이다. 다니엘카네만이 실험했던 것은 A가 단돈 100만원이었고 B도 100만원, 500백만원 이었다. 우리나라에선 할 필요도 없는 실험이다. 지금 100만원이 아니라 1억원으로 올려 했는데도 모험을 찾아 떠난 B가 60%가 나온것이다. 더 웃긴 건 뭔가하면 B를 택한 분들의 재산을 조사해보면 A를 고르신 분들보다 재산이 더 많은 분들도 아니었다. 거기서 거기인 분들이 왠지 B가 땡겨 그리로 간거다.
< 한국을 두려워하는... 꼼수 연구자들.... >
인간은 획득할 때 모험을 안 좋아하는데 왜 한국인들은 그렇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5억이 보인거다. 게다가 우리 한국인은 순간적으로 계산도 한다. 웩슬러 지능검사로 대표되는 아이큐 검사를 해 보면 한국이 1등으로 안 나오는 연구들도 꽤 있다. 그런데 사실 좀 뒷 얘기를 해보면 아이큐에 순위를 매기는 연구들이 대부분 약간 자기나라에 자존심이 걸려 있는 연구를 한다. 그래서 샘플링에 약간 꼼수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꼼수를 부려 본 연구자들이 더 한국을 두려워한다. 그렇게 꼼수를 썼는데도 한국을 3, 4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한다. 조금 각색을 해서 이야길 해보자. 싱가포르와 한국을 비교한 연구가 있었다. 한국을 밀어내고 싱가포르를 1등 만들려고 싱가포르는 싱가폴대학 애들을 대상으로 하고 한국은 서울 Unversity Area로 했다. 이게 뭔 뜻이냐면 서울 유니버시티 학생이 대상이 아니고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관악산에서 등산 마치고 내려오는 등산객들, 노점상들이 대상이란 말이다. 이 정도의 엽기적인 꼼수 샘플링을 해도 살짝 차이밖에 안난다. 정말 한국인들 무시무시한 인간들이다.
왜그렇까?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출발해서 제일 끝까지 간 인간들이기 때문이니 얼마나 독 하겠냐’ 라고 말하며 그러니 머리가 좋을수 밖에 없다고 얘기를 한다. 그 다음에 기후연구 하는 분들이 사계절 때문에... 연중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과의 레인지가 이렇게 넓은게 이게 사실은 대재앙 인데... 여기서 살아남은 자들이니 말할것도 없다는 것이다. 각자 자기 전공분야에서 한국인이 머리가 좋아질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한 오륙십 개가 나온다.
< 왜? 우리는... 행복하기에... 가장 불리할까 ?... >
한 두달전에 KIST에서 치매연구하시는 박기덕 박사님이랑도 이야기했는데 행복감 만들어내는 신경전달 물질인 아난다마이드가 우리에게는 아예 안나온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행복을 만드는 신경전달물질 생산량이 전 세계에서 제일 꼴찌다. 아예 안 나온다. 행복하기 가장 불리한 것이다. 아난다마이드 생산 지수를 뉴로사이언스에서 나온 국가별로 순위를 쭉 나열하고 이것을 탁 뒤집으면 뭐가 나오는지 아는가? 그러면 근면성실 순위가 나온다. 낙천성이라고 하는게 아난다마이드 순위와 일치한다. 낙천적이다라고 하는 건 적게 가져도 쉽게 행복해지는 걸 말한다. 이걸 뒤집어서 얘기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관련된 뉴로트랜스미터 생산량이 떨어지는 한국 사람들은 그러니까 제일 많이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5억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거다. 많이 가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나쁜 방법 ‘전쟁’ 또 하나는 정상적인 방법 ‘근면성실’ 이다. 한국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하드웨어적으로 제일 머리 좋고 낙천성 떨어지기 때문에 열심히 살기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거다. 계절까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가장 열심히 산다. 단지 우리끼리라 모르는 것 뿐이다. 외국학자에게 우리 말고도 주위 다른나라... 일본, 중국, 대만 애들도 있는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고 하면 논문에서는 차마 못 썼던 얘기를 사석에서는 이야기를 해준다. ‘개네들도 일할때는 부지런하기는 하다. 그러나 놀 때도 부지런한 애들은 너희들 밖에 없다. 너희는 설렁설렁 놀지않는다. 자기네 나라 기준으로 신혼여행을 가장 멀리 떠나는 나라가 한국이다. 놀이동산에서 엄마가 자녀를 이렇게 혼내는 나라도 한국 밖에 없다 ’너 그거밖에 못 놀겠냐? 똑바로 놀아~ 이 자식아!‘ 막 이런다. 자유이용권을 받은 아이들은 마치 강철부대 나오는 출연자 처럼 ’오늘 다 타고 갈거야‘ 하면서 투지를 불태운다.
< 유럽의 새벽... 갑자기 좀비들이 나타났다.... >
유럽 심리학자들을 학회에서 만나면 제일 많이 하는 얘기가 있다. 한국사람들은 우리 유럽에 놀러 오면 복장만 관광객이지 행동은 근로자라고 말한다. 남의 나라에 놀러 온 너희들이 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냐? 벨기에 심리학자가 나에게 CCTV 새벽 4시 반에 것을 보여 준적이 있다. 완전히 불꺼져 있어 아무도 다니지 않는 벨기의 어두운 새벽... 4시 반쯤 되니까 갑자기 좀비들이 막 나타나기 시작한다. 누가 봐도 한국 사람들이다. 왜? 등산복 입고있다. 모든 상점 문을 기웃거리면서 ‘아직 안 열었네~’ 하고 다니고 있다.
또 덴마크 심리학자가 나한테 해분 얘기가 있다. 유럽의 렌트카업체 직원들은 동양인으로 보이는 관광객이 일주일 동안 렌트카를 빌려서 일주일 후에 다 쓰고 반납을 하면 운전한 km 수치만 보고도 바로 한국 사람들을 알아본다고 한다. 그 친구가 이에 대한 데이터를 보여줬는데 막대 그래프에 대한 기억이 너무 선명하다. 맨왼쪽은 당연히 한국이다. 왼쪽 하나만 63빌딩 처럼 높게 솟아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49개 나라는 2층 연립주택처럼 옹기종기 파란색으로 되어 있는데 그 위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잊을 수가 없는데 숫자 단위가 달랐다. 2016년 그 유럽 렌트카 회사에서 일주일 이상 렌트카를 빌린 한국인 관광객 10,800명의 일주일 평균 운행거리가 3,672km라고 되어 있었다. 내가 KIST L3 앞에서 부산 웨스틴조선호텔까지 거리가 얼마인지를 쳐봤다. 446km가 나오더라. 일 주일에 3,672km는 유럽을 왕복질주한 거리다.
한국 사람들을 종합해 보면 전 세계에서 제일 좋은 머리로 제일 열심히 낙천성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잘 생각해 보라. 그런데 이 KIST에 한국 사람들 중에서도 제일 머리좋고, 제일 낙천성 떨어지고, 제일 열심히 사는 분들이 여기 모여 있는것이다. 여러분! 여러분이 정상적인 인류라는 생각을 버려라. 보편적인 분들이 여기 앉아 계신게 아니다. 75억 인류를 놓고 보면 극단적 아웃라이더들이 여기 계시는 거다. 우리 이건 인정하자. 이게 한국 사람이고 한국 사람들 중에서 제일 특이한 분이 여기 앉아있는 분들 이란것... 그런데 그런 한국 사람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느냐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내가... 계... 탄날... >
다니엘 카네만을 만난 그 날은 내가 계탄 날이다. 나의 지도교수 아트만 교수는 ‘스마트씽킹’ 의 저자인데 나를 애제자라고 소개하고는 저쪽에서 누굴 데리고 오는데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다니엘은 보면서 ‘헤이~ 로버트~!’ 라고 불렀고 나는 뒤돌아서 있어 못보았는데... 로버트가 원래 흔한 이름이다. 그래서 근데 설마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건 지금 BTS를 만나고 있는데 뒤에서 블랙핑크가 또 나타난거와 같은 것이다. 진짜로 로보트치알디니가 온거였다. 전 세계에서 살아있는 심리학자 책 중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로버트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이다. 설득의 심리학은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350만부가 팔린책이다.
내 앞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로보트치알디니와 다니엘 두사람이 방갑게 인사를 한다. 두사람이 내옆에 있었다. 그때 내가 얼마나 간절히 기도를 했는지 아시는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우리 셋이서 앉아 있는 걸 봐야 되는데... 아무도 안지나가더라. 그때가 설득의 심리학이 한국에서 300만부를 돌파해서 한국어판 기념서문을 새로 쓰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나의 지도교수에게 오늘 한국 제자가 여기 있다는 얘기를 들은 그가 ‘네가 아트먼 제자냐?’ 고 방갑게 물었다. 한국에서 300만 팔렸다면 되게 좋아 할줄 알았는데 ‘너희 나라는 얼마나 설득이 안되면 책을 그렇게 많이사냐’고 했다. 그래서 속으로 많이 사줘도 뭐라고 한다고 생각하며 약간 삐졌었다. 사실은 이때부터 로버트치알디니에게 코가 껴가지고 치알디니의 책이 새로 나오면 번역을 하고 있다. 근데 번역이 별로 재미없는 작업이 잖은가. 번역 인세는 1%, 내 책 인세는 10%를 준다. 근데 내책의 15배 팔리기 때문에 번역을 한다.
< 분위기 파악... 못하는 인간... 욕이다... >
치알디니가 한국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스페셜하다고 이야길 한다. 왜냐면 한국 사람들한테 너무나도 당연한데... 미국인들은 할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보 기관은 미국 CIA가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첨단과학으로 해결 못 하는 걸 우리는 한다. 만약에 사업가나 선교사가 아랍에서 납치를 당하면 CIA는 정밀폭격을 어떻게 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침투해서 구출할가를 과학적으로 계속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과학적으로 생각을 하는데 제일 중요한게 뭔지 아나? 한국은 그 부족 사투리를 하는 사람들 데리고 온다. 나도 부산에 가면 서울토박이인데 자갈치 시장에서 ‘아지메’ 하고 불러본다. 그러면 오뎅이라도 하나 더준다. 우리한테는 당연한 거다. 분위기 파악을 하는 거니까... 그런데 이게 그 친구들에게는 되게 신기한 거란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심한 욕이 무언가? 바로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인간’이란 말이다. 학생의 추천서를 한번 써본다. 위 학생은 매사에 성실하고 품행이 방정하고 타의 모범이 되고 어쩌고~ 저쩌고~~ 진짜 좋은 일들만 20개 넘게 쓰고 두 번째 페이지 맨 마지막 줄에 ‘근데 분위기 파악을 못 합니다’ 이러면 말짱 황이 된다. 이 추천서를 구글 번역기로 돌려 거의 20개 넘는 언어로 번역해서 이 학생이 어떤것 같냐고 외국인들에게 줘봤다. 다 이렇게 얘기한다. 인디펜던트 그러니까 그냥 원오브뎀이예요. 근데 우리나라에선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건 20개의 장점을 한방에 무너뜨릴수 있는 강력한 거다.
< 나는 고맥락 문화... 너는 집단주의 문화.... >
로버트치알디니가 한국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우리들을 어마어마한 사람들이라고 얘기하는데 그 옆에 있는 나라 즉 일본을 별로 안 좋아한다. 얼마나 설득이 안되면 그렇게 자기책을 많이 사냐라고 했지만 사실은 속마음은 그 옆에 있는 나라 일본을 뭔가 좀 못마땅해하는 그런게 있다. ‘일본에 내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알아?’ 하고 물었다. 우리나라가 오천만 인구에 350만부 팔렸으니... 단순계산 하면 일본인구 1억이 넘고, 책 보는거나 좋아하니까 700만부 800만부는 팔렸을거라 생각했는데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43,000부 팔렸다고 했다. 내가 잘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하고 귀국해서 출판계를 잘 아는 분에게 여쭤봤다. ‘설득의 심리학’이 월드베스트셀러 아닌가. 그분도 전화로 다음날 말도 안되는 얘기를 했다. 진짜 43,000부가 맞다는 거다. 본인도 깜짝 놀랬다고 했다. 근데 그 다음 날 한 말이 더 웃긴다. 43,000부중 35,000부를 재일교포들이 샀다고 했다. 순수 일본인은 8천부 밖에 안산거다.
로버트치알디니 최신작 PRE-SUASION 이란 책을 번역할때 그 책의 출판사가 ‘21세기북스 출판사’ 였다. 굉장히 큰 출판사인데 부사장님 중에 한 분이 일본인이다. 그래서 이 얘기를 기억해 놨다가 물어봤더니 일본에서는 ‘소통과 설득’ 이란 말이 들어가면 책을 안 팔겠다는 얘기랑 비슷하다고 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소통과 설득이란 말이 들어가면 책을 팔겠다는 얘기인 것이다. 한·일이 생물학적으로 비슷하고 언어의 구조까지도 거의 비슷한데 왜 이런 극단적 차이가 나왔을까? 한국은 고맥락문화... 관계주의다. 그런데 일본은 맥락이 중요한게 아니라 집단의 가치가 모든 걸 딱 잡는 집단주의다. 그 차이가 뭔지 오늘 그것도 같이 말씀드리겠다. 어쨌든 한국 사람들이 되게 특이하다. 소통과 설득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머리로 가장 낙천성이 떨어지고, 가장 열심히 산다. 우리들이 단순할까? 복잡할까? 당연 복잡하다. 명쾌할까? 꼬여 있을까? 꼬여있다. 전 세계에서 제일 복잡하고 꼬여 있는 사람들이 여기 앉아 있는 여러분들이다. 허심탄회한 사람 여기 없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맺고 끝는게 분명히 불가능하다. 한국인의 뒤끝이 전 세계에서 제일 길다. 가장 복잡하고 미묘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이건 나의 얘기가 아니다. 치알디니가 하는 얘기다.
< 나를 제자로... 받아준 이유... >
나에게 얘기해 줬던 다니엘 카네만, 로버트치 알디니, 파울 슬로빅 이런 기라성같은 인지심리학자들의 공통점 있는데 100% 유태인이다. 그래서 그렇게 친한거였다. 요즘은 해외컨퍼런스 가기가 좀 힘들지만 해외컨퍼런스 가서보면 각 전공별로 유태인들은 따로 한번씩 모인다. 생각해 보니까 전 세계적인 인지심리학자들은 싹 다 유태인이더라. 김경일만 빼고... 그래서 물어봤다. 유태인 심리학자들이 한국 사람들을 되게 특이하게 본다고 했더니 너를 대학원생으로 받는 거 보면 몰랐냐고 반문을 했다. ‘내가 너를 대학원생으로 받을때 예일대학교 3.5, 하버드대 3.9도 있있다. 근데 넌 고려대 3.14 였잖아.’ 4.5 만점에 원주율(3.14) 학점을 받았던 거다. 내가 대학때 하도 C학점을 받아서 별명이 C받이였다. ‘근데 왜 너를 뽑아내는 줄 알아?’ 해서 ‘왜요?’ 하고 물었더니 ‘한국 제자가 얼마나 특이한가 보려구...’ 라고 했다. 이렇게 복잡하게 꼬여있는 이런 문화를 고맥락 문화라고 한다.
< 복잡하게 꼬여있는... 복합정서... >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심리학자들이 농담으로 ‘한국에서는 노벨문학상 못 나온다’ 라는 얘기를 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꼬여있는 복합 정서들을 번역할 방법이 없는거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은 폴에크먼이라고 하는 정서심리학의 세계 최고의 권위자가 자문 정도가 아니라 거의 감독처럼 옆에 붙어서 앉아 만든 영화라고 한다. 그 영화를 보면은 기뻐하는 애, 까칠한 애 등 특이한 다섯, 여섯개 캐릭터가 나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 복잡 미묘한 캐릭터가 많아서 15개도 넘는다고 봐야한다.
우리는 일단 앵그리(angry)부터 달라진다. 한국 사람들은 하루에 화내는 빈도는 거의 없다. 근데 앵그리 그 다음에 무언가? 그 옆에 있는 다른 것을 살짝 섞어서 훨씬 반응이 빈번하게 나오는 감정이 ‘삐진다’ 이다. ‘삐진다’가 영어로 뭔지 아시는 분? 외국에는 여기에 대응되는 단어가 없다. 지금 당장 표준어 ‘삐친다’ 를 네이버에서 찾아봐라. 사전에서 한번도 안본 단어들이 거기 있을 거다. 심지어 1970년대에 나왔던 한영에센스 사전을 보면 ‘삐쳤다’, 좀더 찰진 표현으로 ‘삐졌다’ 가 ‘앵그리’ 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한국 사람들한테는 ‘삐졌다’ 와 ‘화난다’가 전혀 다른 행동으로 나타난다. 화난 부장님은 자기 밑에 김대리를 ‘저리가~’ 하고 밀어낸다. 하지만 삐진 부장님은 그 김대리를 밀어 내지는 않고 점점 그 주위를 맴돈다. ‘오늘 넥타이가 왜이래?, 목소리는 또 왜이래?’ 하면서 계속해서 주위를 맴돈다. 근데 그 ‘삐졌다’ 옆에 또 ‘빈정 상하다’가 있다. 삐졌다와 최종적인 결과물은 같은데 빈정 상하다는 좀 더 감각적이다. 그래서 한국어를 번역하는게 너무 너무 어려운거다. 자동번역기 AI 번역기를 만드는 분들이 한국어는 정말 돌아버리는 언어라고 한다. 고맥락 언어니까 복합감정 다 나온다. 그래서 이런 고맥락문화에서는 사람들의 진이 빠진다.
< 체력과 정신력은... 같은 전원장치에서 나온다... >
재미있게도 머리 좋고 열심히 살기 때문에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사실은 체력이 굉장히 중요한 나라다. 왜 그거 있잖은가. 우리나라 아나운서가 얼마나 어이없이 축구 중계방송을 하는지 알 수가 있다. 다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 선수들 전반전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하고 후반전이 됐다. 자! 우리 선수들 이제 체력은 바닥 났으니 뭘로 싸우라고 하나? 정신력으로 싸우라고 한다. 한국만 이런 축구 방송을 한다. 이 성실함과 이 좋은 머리로 지금까지 이 악물고 버텼으니까... 근데 아무리 연구해도 뇌과학 하는 분들이랑, 바이오 쪽에 있는 분들이랑 같이 연구를 하고 여기에 심리를 붙여 연결해 보면 한결같이 나오는 결과는 이거다. ’인간의 체력과 정신력을 같은 전원 공급 장치로부터 나온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체력도 그 정신과 같이 가는것이다. 그래서 프로 바둑 기사들도 체력 훈련을 하는 거다. 걔네들이 언제 수가 틀어지나면 체력이 떨어졌을 그때 자충수가 나온다. 체력과 정신력은 같은 전주에서 나온다. 근데 체력이 떨어졌는데 어떻게 정신력으로 싸우는가? 그러니까 과학기술의 요람인 KIST는 체력단련장을 아주 특별하게 잘 갖추어야 한다.
< ‘화’ 이렇게... 다스려 보자.... >
한국 사람들이 총량의 법칙을 잘 안 지킨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체력적으로 소진되고 난 다음에 정신적으로 버텨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우리가 첫번째 거꾸로 해왔던 거다. 왜 우리나라에서 난폭 운전에 많은 줄 아는가? 경찰분들이 많이 질문하신다. 왜냐면 다른 흉악범과 달리 도로에서의 난폭 운전이나 보복운전의 경우 입건해서 딱 앉혀놓으면 너무 평범하고 착한 분들이 유난히 많다고 한다. 도대체 운전대만 잡으면 왜 이렇게 되는가? 한국사람들의 뇌에 문제가 있나?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에서 도로에 나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화를 컨트롤을 못하는 거다. 화난다 했을 때 화가 불 화(火)자 이다. 그러니까 화가 안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화를 어떻게 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화를 어떻게 내느냐에 가장 중요한 첫 번째가 체력적으로 안 지쳐있어야 한다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니까 정신적인 것을 하기 위해서 몸을 안 지치게 하는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걸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자주 잊어버린다. 고맥락 문화에 있기 때문에 건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화 얘기가 나와서 우리들이 하는 살짝 옆구리를 찌르는 재밌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도저히 못 버티고 터질 것다. 그러면 이때 상대방에게 내뱉었던 말이 화를 나게 됐던 진짜 이유 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긴다. 대부분 그렇게 된다. 나도 10년 전에 부부싸움을 대판 했는데 그때 왜 싸웠는지 아무 기억도 안난다. 근데 그때 했던 서로에게 주고받았던 그 말만 상처가 된다. 그것만 피하면 된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뚜껑 열려 입도 이제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밷어낼것 같다 그러면 그 때는 무조건 3~4분 이상 도망가셔야 된다. 왜? 3~4분이 지나면 호흡이 내려 앉는다. 그러면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그걸 의지력으로 버틸려고 참으시면 더 이상하게 된다.
더 재밌는 방법 하나 더 알려 드리겠다. 또하나 방법은 거울을 등지면 된다. 사람이 누군가와 싸울 때 화가 나면 상대방만 보인다. 나를 못 보게 된다. 그런데 화가 날 때 내가 거울을 등지면 상대방이 나의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화나는 모습도 보인다. 자기 화내는 거 보신적 별로 없을거다. 진짜 못생겼다. 진짜 추하다. 상대방의 화난 모습도 보기싫지만 자기 화난 모습을 봐도 그렇게 보인다. 순간적으로 거울을 보면서 굉장히 멋적어지거나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난 부부싸움 할때 항상 거울을 등진다. 그분께 그분(와이프) 모습을 보게 해주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집에는 모든 방에 거울이 있다. 그 분은 결혼 이제 22년차인데 한 15년자 정도 되니까 알아차리더라.
< 영희 아빠... 철수 아빠... >
한국 사람들이 총량의 법칙을 위반하는 것을 넘어서 고맥락문화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다. 재밌는 건 유태인 소사이어티에서 한 연구들이 한국에 도 잘 맞는다. 유태인도 우리와 같이 고맥락문화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꼬여 있는 것들 이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참 재밌게도 이게 책이나 방송에서 대놓고 말씀드리긴 어려운데 이렇게 조금 제한돼 있는 공간에서는 좀더 솔직히 말씀드린다. 어떤 연구냐면 인간의 욕구에 관련된 연구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영희 아빠>, <철수 아빠>로 구분해서 이야기 하겠다. 영희 아빠, 철수 아빠가 있다. 영희 아빠는 ‘영희야! 너 이번 기말고사에서 평균 90점 넘기면 네가 좋아하는 제주도에 아빠가 보내 줄게~’ 이렇게 얘기한다. 근데 철수 아빠는 ‘철수야! 너 이번 기말고사에서 평균 90점을 못 넘기면 해병대 캠프를 보내주마~’ 이렇게 얘기한다. 결국은 같은 얘기다. 이번 기말고사에서 평균 90점 넘기라는 얘기인데 분위기가 좀 다르다. 영희 아빠는 네가 좋아하는 걸 가지기 위해서... 철수 아빠는 네가 싫어하는 걸 막아내기 위해서... 그런데 이게 단순한 사람들은 혹은 단순한 분들이 많이 사는 나라는... 이 말이 나쁜말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하다는 거 되게 나쁜 뜻으로 생각한다. 한국에서 그 사람 어때? 단순해! 라면 한국에서 욕이다. 바보란 뜻이다.
우리나라가 워낙 복잡하니까 복잡하다를 ‘더 단순하지 않다’라는 좋은 뜻으로 쓰고... 단순한 분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단순하다는 걸 더 좋은 뜻으로 쓴다. 그러니까 오해하면 안된다. 단순한 분들이 주로 어디에 많이 사는가? 주로 아프리카, 남미다. 이런 데는 고맥락문화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편한 문화인데 이런 문화에서는 영희 아빠의 말을 하셔야 될 때와 철수 아빠의 말을 하셔야 될때를 굳이 구분 안해도 된다. 말하는 사람이 나에게 진심으로 중요한 얘기를 한다는 것만 딱 켓치를 하면 어느 아빠의 분위기로 얘기해도 크게 개의치를 않는다. 그런데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아시아 국가들도 상당히 그런 경향이 있지만 북미지역 그리고 유럽의 일부 이런 고맥락 문화에서는 영희 아빠 얘기로 해야될 때가 따로 있고, 철수 아빠의 언어로 해야할때가 따로 있다. 이걸 거꾸로 하면 즉 영희 아빠의 분위기를 유지해야 될 때 철수 아빠의 언어로 하고... 철수아빠의 언어로 해야할때 영이 아빠처럼 얘기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봤더니 진짜 재미있다. 말하는 사람이 진심으로 얘기 할수록 상대방이 더 의심의 양을 키운다. 말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얘기 할수록 상대방이 더 귓등으로도 안듣는다.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환장할거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방 목소리를 더 내니까 정말 고통스러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고맥락문화에서의 갈등이나 불통은 대부분 이것 때문에 발생한다. 이걸 거꾸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 영희 아빠처럼 얘기하라는 거야? 언제 철수 아빠처럼 얘기하는 거야? 라는 질문이 남는다. 그걸 부모 자식에 대화에서부터 직장에서 하는 회의, 광고,기업의 캐치프레이즈, 정부의 아젠다 까지 싹 다 분석을 해 봤는데... 결과는 이렇다.
< 30년 후... 카트 끄실래요! ... 미실래요! ... >
오래 하고 길게 해야 되는 일 있은 접근동기... 즉 당신의 소망에서 가까워지기 위해서 하는 모든 종류와 범주의 말이 상대방 마음에 더 잘 먹힌다. 반대로 지금 당장 해야 되는 일, 결과도 빨리 볼 수 있는 일일수록 회피동기 즉 당신이 두려워하거나 걱정하는 걸 막아내기 위해서라는 류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2003년에 첫 논문이 나오고 이후 지난 20년 동안 많은 열심히 케이스들을 모아 보고 소위 말하는 케이스 스터디도 해보고 실험연구도 해봤는대 결과는 같았다. 드디어 이 결과를 옳은 결과로 확정하게 되었다. 와우~ 우리 정말 엄청난 발견을 했어~ 뿌듯하다! 이러고 있었는데 허탈하게도 이걸 우리들보다 한 발 앞서 알아낸 라이벌이자 위대한 분들이 계셨다. 그분들이 바로 보험 회사... 항상 그분들이 우리들보다 한 발 앞서 먼저 알아낸다..
미래에 혜택 보는 은퇴설계 프로그램과 오늘 당장 일어날수 있는일 실비, 실손보험 광고 어떻게 하는지 다 아실거다. 이 분들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시행착오를 거쳐 졌지만 이젠 정리가 완벽히 끝났다. 이 지구상에 모든 보험 회사는 100% 은퇴설계 프로그램 광고를 100% 영희 아빠의 말로 한다. 행복한 노부부의 원더풀라이프를 보여준다. 무조건 기본 컨셉은 이렇게 살고 싶으시면~ 이다. 보험 회사에서 가장 상위 1% 세일즈 하시는 분들은 저희 지도교수님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걸 안 따랐다가 괜찮은 카피를 만들어 놓고도 여론의 뭇매를 많이 맞는곳이 바로 국민연금관리공단이다. 4년 전에 진짜 괜찮은 카피를 뽑았는데 그 다음날부터 일간지가 난리가 났다. 그 카피가 바로 ‘30년 후에 카트 끄실래요! 미실래요!’ 다. 바로 그 다음날부터 일간지가 저소득층 노인비하 발언했다고 융단폭격을 하기 시작했다. 미래를 경고에서 안된다. 미래를 얘기하는데 철수 아빠처럼 하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 지금 당장 드셔야... 짠맛을 피하실 수가 있어요... >
실험연구도 해보면 이렇다. 기사식당에서 직접 본거다. ‘500년 후 지구의 빙하가 다 녹습니다’ 라는 광고를 보면서 기사 한 분이 ‘야~ 지금 너무 더워서 내가 녹아버리겠다. 에어컨 빵빵 틀어라~’ 하더라. 그런데 ‘500년 후 당신의 자손에게도 오늘 당신이 만끽하시는 이 아름다운 날씨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지 않으신가요?’ 라고 하면 자식도 없는 사람들, 독신주의자들도 도네이션을 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먼 미래, 오래 해야 되는 일... 내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좋은 소망은 이루기 위해서... 라는 말에 마음을 연다는 거다. 하지만 실손 실비보험 광고를 그렇게 하는 보험회사는 어디에도 없다. 이 경우 무조건 기본 컨셉은 ‘이런 걸 안 당하려면~’ 이다.
외식업체들과 함께 끓이는 음식에 대해서 실험을 해봤다. 그냥 단 몇 분의 시간 차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과... 오래 끓여야 될 때를 구분해서... 어느 메세지에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지 직접 보여준 적이 있다. 식당 종업원이 ‘지금 당장 드셔야 짠맛을 피하실 수가 있어요...’ 라고 철수아빠의 말로 하면 사람들이 ‘아~ 그래요?’ 하고 가스불을 끄고 먹는다. 그런데 ‘지금 당장 드셔야 맛있게 드실 수 있어요’ 라고 하면 ‘저것들 가스값 아끼려고 그러는 거지~` 하면서 의심을 시작한다. ’오래 끓여야 맛있게 드실 수 있어요‘ 라고 얘기하면 ’아 그런가요? 야~ 조금 더 끓이자‘ 이렇게 얘기한다. 그런데 ’오래 끓여야 짠맛을 피하실 수가 있어요‘ 라고 하면 ’야~ 그럼 끓여서 내오지. 식당이 성의없이 굳이 여기서 이걸 끓이라고 하는 건 뭐야?‘ 이렇게 나온다.
자~ 그렇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나와 똑같이 양쪽 다 진심이고... 똑같이 양쪽 다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갈등 일어나고 있다고 하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된다. 저 사람이 나랑 같은 시간을 다른 길이로 느끼고 있지 않을까. 또 나는 길게 보고 있고 저 사람은 짧게 보고 있지 않는가... 혹은 그 반대인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게 부모 자식 관계다. 부모가 자식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 그러니까 부모는 대부분 아이에게 ’철수 아빠‘의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는 자꾸 부모에게 ’영희 아빠‘의 말을 듣고 싶어한다. 왜? 그 시간이 기니까... 그래서 아이들은 ’30분 더 공부해라~ 미래 배우자 얼굴이 바뀐다.‘ 이런 말을 좋아한다. 부모님 보다 더 나이 드신 조부모님들, 80세 넘으신 시간이 없으신 분들 대상으로 제일 좋아하는 카피를 고르게 했더니 회피동기의 지존 ’잠은 죽어서 자라!‘ 가 몰표로 나왔다. 무시무시 하잖은가. 그러니까 상대방이 나와 같은 시간을 얼마나 다르게 보는 지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판매의 귀재들... ‘나’와 ‘우리’... 언어가 다르다... >
두 번째로 우리가 봐야 되는게 ’자아‘ 이다. 이렇게 표현해 본다. <나>와 <우리>가 있는데 우리가 계속 연구를 해 보면 ’나는 영희 아빠 말을 좋아해요.‘ 즉 ’나‘는 좋은 걸 가지고 싶은 접근 동기에서 반응하고... ’우리‘는 철수 아빠 말을 좋아한다. 우리는 나쁜 걸 막아내고 싶은 해피 동기에 반응한다. 업계에서 최상위 1% 딜러나 세일즈하는 분들은 같은 제품을 파는데도 혼자 온 손님과 일행으로 손님에게 하는 말이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이것도 필드스터디를 한번 했었는데 이런 연구들은 용역으로 하는것이라 논문을 쓰지 않는것을 대부분 전제로 한다. 왜냐면 이쪽은 영업 비밀이니까... 자기네들 최상 1% 딜러들의 비밀을 밝혀봐야 좋은게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최상의 1% 딜러들은 똑같은 차를 파는데도 혼자 온 손님한테는 이 자동차로 당신이 얼마나 간지날 수 있는가를 얘기한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들은 이 자동차로 당신이 얼마나 품격 있어지는가를 얘기한다.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계속 얘기한다. 그러니까 영희 아빠의 말을 하는 거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 6년 동안 1등한 독일브랜드 딜러의 언어를 분석했는데 그분이 이 말을 처음 알려줘 9년전에 내가 인터넷에 유포시켰다. 혼자 온 손님한테 스타일, 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해 얘기하다가 ’손님! 그래서 수입차는 승차감 보다 중요한게 하차감입니다.‘ 이 말에 손님이 뒤집어졌다. 그래도 체면은 있으니까 아무말 못하다가 돌아서서 ’아! 진짜 맞아!!!‘ 하는 표정이었다. 다음날 이 고객이 사람들을 데려온다. ’우리‘로서 오는거다. 그러면 첫마디가 이거다. 특히 그 자녀들 데려오면 ’고객님! 이 자동차 타시면 덤프트럭 들이받아도 안죽습니다.‘ 즉 철수 아빠의 말을 하는거다.
< 화장품... 이쁘다... 어려보인다... >
자동차 판매만 그럴까? 이번엔 여성분들이 많이 필요하신 화장품에에 대해 얘기해 보자. 신세계, 현대 등 별의별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서 판매실적이 최상 1% 1등이신 분들의 언어를 연구해보니 유일한 차이가 ’자아‘를 건드린다는 거다. 화장품에는 두 가지 뷰티와 안티에이징이 있다. 여기서 혼자 온 손님에게는 뷰티관련 단어를 훨씬 더 많이 쓴다. 일행으로 온 손님들한테 안티에이징 관련 단어 훨씬 더 많이 쓰더라. 우리가 이 분들의 언어 분석을 해서 결과 태이블을 보여드렸더니 그분들 표정이 ’참 박사란 인간들은 참 어렵게 이야기 한다‘는 표정으로 ’박사님! 뭘 그리 어렵게 얘기하세요? 혼자 온 손님한테 ‘이쁘다’ 그래야 팔려요. 일행으로 온 손님들한테 ‘어려보인다’ 그래야 팔립니다.‘ 하더라. 그게 화장품이다. 진짜 고수의 언어는 다르구나 하면서 이 분들한테 90도 인사를 하고 왔다. 이게 나와 우리의 차이이다.
< Our Wife... Our Husband... Our boy friend... >
재밌는 건 ’우리‘가 되게 독특하게 사용되는 나라가 있다는 거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다. 나라 이름도 우리나라다. 일본에도 없고 중국에도 없는 패턴인거다. 왜 <나>를 써야 될 때 <우리>를 쓰는 걸까? 전 세계에서 ’우리 와이프‘ 라는 어이없는 표현을 누가 쓰겠는가. 참 충격적인 표현이다. 우리 와이프 영어로 바꾸면 Our Wife 다. 우리 남편은 Our Husband다. 우리 남자친구 Our boy friend... 미친 거다. 근데 한국 사람들은 아예 ’나’를 아예 안쓰고 ‘우리’를 쓴다.. 언제부터 그랬나 봤더니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그 다음에 경신기근... 부모가 자기 자식까지도 잡아먹었다 라는 그 끔찍한 기근... 이게 다 100년 내에 일어난 일이다. 근데 우리나라 역사를 보통 5000년 역사라 하는데 최악의 일들이 이 시기에 일어난 거다. 이때 사람들의 서신과 일기를 보니까 ‘나’가 ‘우리’로 싹 바뀐 것이다. 너무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으니까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나’ 보다는 나쁜 걸 막아내는 ‘우리’가 훨씬 더 중요한 자아로서 아예 인칭대명사의 사용 패턴까지도 바꾼 거다. 혼자 사는 사람도 자기 집에 놀러 와라 그럴 때 뭐라 그러나?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그런다. 무남독녀 외동딸도 자기 아빠를 우리 아빠라고 한다. 근데 영어, 불어를 쓰는 나라는 당연하고, 아시아 언어들도 대부분 내가 다니는 학교는 My school 이라 그런다. 내가 다니는 회사 My campany, 내가 사는 나라 My country... 살아오면서 한 번이라도 우리말로 우리나라를 ‘마이컨트리’ 라고 해본적 있으신가? 꼭 한번 해 봐라. 나중에 코로나가 좀 풀렸을 때 가까운 친구분들이나 혹은 동료분들과 함께 맥주 한잔 하실 때 TV에서 뉴스 나오면 이렇게 한번 얘기해 봐라. 뉴스 보면서 ‘야~ 요즘 내 나라가 왜 이렇게 시끄럽냐’ 친구분들이 대번에 이럴거다. ‘니가 이 나라 샀냐?’ 난 한번 해봤다. 2019년 초에 동창회에서 이 말을 했더니 한 친구가 뒤통수를 딱 때리면서 ‘너 같은 자식이 국정농단 하는 거야. 이 자식아~’ 하더라.
< 집단주의... 다중 인격... >
나와 우리가 버무려진 관계, 혼재되어 있는 이런 문화를 ‘관계주의 문화’라고 칭한다. 굉장히 복잡미묘한 거다. 일본은 집단주의 문화다. 근데 집단주의 문화는 굉장히 자아가 심플하다. 내가 sony 다니면 소니다. 그래서 소니가 망하면 그분들은 막 자살하고 그런다. 2차 세계대전 때 전쟁에서 지니까 시골학교 선생님들이 할복하고 그랬다. 우리가 볼 때 되게 이상하다. 근데 얘들은 왜 이럴까? 집단주의는 집단이 망하는 갑자기 순간적으로 소멸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들이 ‘쟤들 왜 오바를 하냐? 이렇게 얘기한다. 그 다음에 이렇게 ’쟤는 가족도 없어? 주위에 친구도 없어? 제자도 없어? 선생도 없어? 동료도 없어? 부하 직원도 없어? 상사도 없어?...’ 계속 우리 얘기를 하면서 ‘너는 아무리 집단이 무너져 속상하고 슬퍼도 넌 아직 죽으면 안 돼~ 왜? 너는 아직 우리의 일부로서 할 일이 엄청 많다 라는 생각인 것이다. 근데 문제는 ’집단‘은 소니나 일본이라고 하는 이렇게 간단한 몇 개지만 ’우리‘는 실체가 너무 많다. 우리는 몇 백개다. 그리고 계속 내가 이동하면서 그 우리도 계속 바뀐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성격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 왜냐면 성격보다 중요한게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어떤 우리 안에 있냐 이기 때문이다.
성격의 정의가 뭔지 아시는가? 성격에 정의는 그 사람의 행동을 가장 안정적으로 예측하게 만들어 주는 기질변이 즉 타고난 변이다. 근데 우리는 성격에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아무리 점잖은 위치에 있는 분도 동창회를 갔는데 내가 나이로 지금 제일 막내라고 하면 막 접시를 날라 드리고 노래방에서 탬버린도 쳐드린다. 또 아무리 내가 나이가 어려도 동창회 갔는데 나이로 1등이면 30대 초반인데도 이런 얘기를 한다. ’형아가 요즘 나이 들어서 술잔들 기력이 없어‘ 막 이런다. 외국인들의 눈으로 보면 다중인격 이다. 그때 그때마다 거기 상황에 맞추는 거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이 본 한국 사람들은 종잡을 수가 없고, 한국 사람이 본 일본 사람들은 약간 맹목적으로 보이는 거다. 그래서 전쟁을 해도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전쟁을 한다. 유럽 심리학자들이 말하길 ’영국, 프랑스, 독일은 지난 천년동안 철저히 이해관계 때문에 싸웠고, 너네 한국이랑 일본은 지난 천년동안 철저히 이해가 안 돼서 싸웠다.‘ 라고 했다.
< 관계주의... 집단주의... >
관계주의와 집단주의랑 싸우면 진짜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일본 지들이 가해자인데 오히려 공포를 안고 간게 임진왜란이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집단주의 일본은 집단의 아이콘이 왕이다. 그리고 물리적 아이콘은 수도... 그러니까 왕을 잡거나 수도를 점령하면 바로 전쟁이 끝난다. 우리는 왕을 잡으면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미친 듯이 부산 동래에 상륙해서 동래부사 송상현을 제거하고 미친듯이 40일만에 한양으로 갔다. 부산에서 한양에 과거보러 가는 선비들이 50일 걸렸던 길을 40일만에 간거다. 이거 무슨 얘기냐면 뛰어갔다는 얘기다. 한양가면서 왕 잡으면 전쟁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얘들은 도성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일본은 적병력 5만이 몰려오는데 내 병력이 500밖에 안 되도... 100대 1의 차이가 나도 왕이 도성을 안 버린다. 근데 우리는 버리라고 있는게 도성이다. 왕이 가볍게 평양으로 도망간다. 그러니까 그때 일본군 수뇌부가 충격에 빠졌다. 이거 뭐지? 실제로 소서행장(고나시유티나가), 덕천가강(도쿠가와에야스) 이런 사람들의 서신 기록을 보면 ’왕이 아리마생, 수도가 이전했나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왕이 다시 평양에서 의주로 갔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한국이 일본에 비해 문화와 과학에서 100년 200년 앞서 있어 한국에 가면 엄청 좋은 거 많으니 조선정벌을 하자고 꼬셨는데 정치 시스템은 왜 이래?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더 큰게 일어난다. 분명히 진격해 오면서 성주(시장)와 관찰사(도지사)를 다 죽였다. 그럼 그들의 사고방식에서 보면 정복이 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길을 따라서 모든 곳에서 뭐가 일어났나? 우리가 한자로 써줘도 그들이 이해를 못하는 의병... 의병이 뭔가? 나라도 불러도 안 나오던 사람들이 ’관계‘가 부르니까 다 튀어 나온 거다. 다시 말하면 임금님께서 오라고 하면 ’뭐 어쩌라고요~‘ 그랬던 분들이 ’형이 맞았다. 누이가 당했어‘ 그러니까 다 튀어나왔다. 그때 일본군 기록을 보면 ’왜 어저께 우리랑 교전했던 부대의 포로는 고씨였는데 오늘은 왜 박씨만 잡힐까?‘ 하는 얘기들이 있다. 지금도 일본에 가면 임진왜란을 배경으로한 가면극과 경극 중에 조선 백성을 불사의 귀신으로 묘사하는 그런 장면들이 있다.
< 정말 황당한... 자기소개서... >
집단주의와 관계주의는 굉장히 다르다. 왜 말씀을 왜 드리냐면 지금은 세대가 많이 다르잖나. 지금 여기만 봐도 거의 30년이 넘는 세대가 공존하고 계신다. 이제 좀 지나면 40년 넘는 세대가 공존할거다. 수명은 계속해서 길어지고 인구는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제 굉장히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대학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이 2002년생이다. 임홍택 작가가 쓴 ’90년대생이 달려온다‘가 재작년 베스트셀러였다. 임홍택 작가가 얼마전에 나에게 ’형~ 90년대생은 온게 아니라 이미 맛이 갔어, 개네들도 이제 작년같지 않아~‘ 이러드라. 그들도 이제 기성세대다. ’여러분! 2002년생 외계인 KIST에 곧 보내드릴니 기다려라‘ 그때가 되면 ’90년대생은 완전 우리 편이었구나 할거다. 걔네들한테 2002년 월드컵 얘긴 절대하지 마시라. 걔네들한테 2002년 월드컵은 살수대첩이랑 똑같을 거다. 그런데 지금 온 나라가 세대 간의 소통이 안되어 힘들지 않은가.
연구를 해보면 오로지 관계주의 만큼은 강도 차이가 안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관계주의를 이해하면 세대간의 소통도 굉장히 잘 재밌게 풀어 갈 수 있다. 실험을 해봐도 그렇고 실제 데이터들도 그렇고, 데이터가 아닌 샘플도 그렇다. 자기소개서만 봐도 안다. 무슨 얘기냐면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만 자기소개서에서 자기소개를 안 한다. 자기 관계를 소개한다. 90대 어르신부터 10대 초반 아이들까지 다 똑같다.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사이에서 3남 2녀 중 ~로 태어났고 반장 두 번, 중학교때 반장 한번, 대학때 ~ 우리 KIST에서 어쩌구~ 우리 동네에서 뭐~ 아파트에서~ ’우리‘ 얘기를 한 20개 정도 쓴다. 그게 우리의 자기소개서다. 일본에서 잘 쓴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집단이 자기소개를 요구한거니까 나를 딱 하이라이트 시킨다. 일본인들의 3,40대의 자기소개서를 평균화 시키니까 이렇다. ’저는 32세의 활발한 성격에 스포츠를 좋아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이 뛰어난 나까무라고 합니다.‘ 4년전 우리나라 민간기업에 채용담당 50분 실장님들에게 가상의 인물 나까무라씨의 자기소개서를 쭉 나누어 드렸다. 그랬더니 절반도 안 읽고 휙 던진다. ’되바라진 인간 같은라고...‘ 그래서 ’아니 멀쩡히 잘 쓴 자기소개서를 왜 이렇게 던지세요?‘ 라고 했더니 대부분 ’좀 보세요. 자기소개서에서 자기 얘기만 하고 있잖아요.‘ 자기소개에 자기소개 했다고 욕을 먹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모든 세대의 자기소개서는 외국 분들한테 다 이런 소리를 듣는다. ’이분은 언제 자기소개 하는 걸까!‘ 여기에는 정말 세대 차이가 안 난다.
< 12,000원 짜리 풍선이... 공중부양 했다....>
한국 사람들은 여기서 행복의 중요한 한 가지가 함정에 빠지기 쉽다. ’우리가 가진 건 나도 가져야 돼, 우리가 입은건 나도 입어야 돼‘ 근데 여기서 내가 좋아 것과 원하는 것과의 괴리가 만들어지기 쉽다. 굉장히 단결도 잘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굉장히 미묘하고 복잡한 일도 척척 해내는데 딱 하나 행복해지기가 어렵다. 행복은 내가 느끼는 거다. 행복의 단위는 ’우리‘ 가 아니다.
WANT와 LIKE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 한번 예를 들어보겠다. 난 대학교 1학년 딸과 중학교 3학년 딸이 있다. 대학교 들어간 딸은 이제 사람으로 돌아 왔다. 근데 중학생 좀비가 하나 있다. 얘는 사람 아니다. 가끔 생활이 좀 힘들다, 삶이 좀 지친다 싶으면 근처에 있는 중학교 2, 3학년 교실에 한번 가보시라. 여러분이 있는 이곳이 천국이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막내딸이 10년 전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을 때 롯데월드에 간 적이 있다. 들어가자마자 풍선 사 달라고 난리를 쳐서 안 사줄수가 없었다. 거금 12,000원을 들여 사줬다. 불과 10여분 지났는데 앞서서 걸어가고 내 뒤통수에 대고 딸이 이렇게 얘기한다. ’아빠~ 팔 아파요‘! 불길 하더라. 뒤를 돌아보니 풍선이 막 공중 부양중이었다. 여러분! 12,000원이 공중부양하는거 보신 적 있는가? 물끄러니 하늘로 올라가는 풍선을 보면서 한 사람의 심리학자로서 그제서야 깨달음이 왔다. 부모도 친자식을 학대할 수 있는 거에 대해서 말이다. 그날 딸내미는 먼지나게 혼났다. 그때가 스마트폰 초창기여서 무조건 사진을 많이 찍을때였다. 나랑 같이 살아주시는 그분이 그날 하루종일 많은 사진을 찍었나 보드라.
집에 돌아와 그날 찍은 사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막내가 풍선 사 달라고 난리 쳤던 곳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니까 주위에 자기 또래 거의 모든 아이들이 풍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10분 후에 풍선 줄 놓고 나에게 무지하게 혼났던 바로 전에 찍었던 사진을 보니까 주위에 또래들이 없었다. 그러니까 얘는 뭐냐면 <우리>가 다 가지고 있는걸 보면서 나만 풍선을 안 가지고 있는 상태가 너무너무 불편했던 거였다. 즉 WANT를 한거다. 그런데 가져 보니까 이게 내가 좋아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다. 좋아하는 건 혼자... <나>의 단위이다. 그래서 인간이 혼자 있는 시간 필요하고 무언가를 굉장히 강렬하게 원하고 있다면 그게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무조건 만나 봐야 된다. 왜? 안 그러면 내 WANT에 속으니까. 즉 내 회피동기에 속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내 인생에 있어서 만큼은... 내가 가정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 KIST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 연구팀에서 만큼은... 이런일 만큼은 안 일어나게 만들어야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굉장히 지혜롭고도 열심히 살아왔다. 근데 그 과정에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거다. 그것은 <우리> 안에서는 알 수가 없다. 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500년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로 인해 한국 사람들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온 거다. 코로나로 모든나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게 만들었다. 재밌는 건 한국에서 만큼은 처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낸거다. 그 시간에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나를 꼭 알아 내셔야 된다. 왜 그러냐면 약물연구 하시는 분들과 함께 연구해 보면 아나볼릭스테로이드 같은게 그냥 근육강화제가 아니라 바로 그것의 복용으로 인한 웰빙감이 고통스러운 훈련을 더 잘 견뎌내게 하는 도구라는 거다. 행복을 목표라고 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측의 생각을 버려야 된다. 인간이 왜 살까? 행복하려고? 아니 죽지 않으려고... 행복해야 한다. 금지 약물들의 상당부분은 웰빙감과 만족감을 만들어서 다음날 고통스러운 훈련을 잘 견디게 만든다. 그렇게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도구다. 연세대 심리학과에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의 저자다. 행복에 관해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지은 책이다. 지금까지 그 책에 절반의 내용을 말씀드렸다.
< 마음의... 장부... 부킹 프라이스... 부킹 해피니스... >
그럼 ‘행복의 기원’ 책 살 필요없게 나머지 절반도 말씀드리겠다.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다. 1년에 100점짜리 행복 10번 경험하는 것 보다 1년에 10점짜리 행복 10번 경험하는게 훨씬 더 ’나‘라는 유기체에 더 유리하다. 우리 뇌는 크기보다 빈도에 더 민감하다. 이제 ’행복의 기원‘의 내용 100%를 알려드렸다. 근데 나같은 인지심리학자에게 딴지를 거는 분들이 있다. 인지심리학자들과 제일 친한 분들이 물리, 수학 하는 분들이다. 인지심리학이 영어로 cognitive psychology 인데 기본적으로 인지심리학이 5,60년 전부터 cognitive psychology 라는 이름을 썼지 그 전까지는 psychophysics 즉 정신물리학이었다. 실제로 우리 학문의 족보를 보면 위로 올라가 8번 위로 올라가면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스가 나온다. 결국 물리, 수학, 화학에서 인지심리락학 만들어졌단 얘기다. 제일 얘기가 잘 통하는 건 불행하게도 옆에 있는 경희대 김상욱 교수다. 그 인간 정상이 아니라고 농담을 하곤한다. 어느 날 김상욱 교수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역시나 마각을 드러내더라. ’김교수! 1년에 100점짜리 행복한 한번 보다 10점짜리 행복 10번이 더 낫다며?‘ 물었다. 보통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구나~!‘ 하는데 ’그럼 0.1점짜리 행복 1000번은?‘ 역시 물리학자 다운 질문 아닌가. 그래서 나는 그 질문에 인지학자다운 대답을 했다. 용돈을 한번 예를 들어 보겠다. 조카들에게 용돈을 준다. 어느 정도 금액으로는 줘야 얘네들이 받았다고 칠까? 10만원 한번 주면 ’와~ 삼촌!‘ 이러지만 만원을 줘도 좋아한다. 그러면 10만원 한번 주는 거 보다 만원을 10번 주는게 훨씬 좋다. 500원 주면 어떨까? 만번을 줘봐라. 걔네들이 받았다고 치나? 안 친다. 이렇게 ’마음의 장부‘에 기록하는 금액이 있다. 마음의 장부에 기록하는 금액... 즉 ’장부에 기입하다‘ 가 바로 부킹이다. 그래서 장부에 기록하는 금액을 부킹 프라이스라고 한다. 무엇이든 그 만큼은 돼야 한번 받았다고 치는 금액이다. 한국 사람들은 아까 그 5억 원처럼 그 프라이스가 크다. 그래서 한국은 월급을 받는다. 유럽은 프라이스가 낮으니까 주급을 받는다. 만약에 지금 갑자기 KIST에서 월급을 1/4로 나누어 주급으로 준다고하면 ’장난하냐? 감질나게 뭐하는 거야‘ 하실거다.
부킹 해피니스 들어보셨나? 무슨 얘기냐면 ’나 오늘 한번 행복했어‘ 라고 카운팅하는 그 작은 행복들이 있다는 거다. 그 하한선을 알아 내셔야 한다, 근데 그걸 모르는 거다. 그걸 모르니까 자꾸 행복의 크기가 커질수록 더 좋을거다 라면서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소확행으로 가는 것이다. 소확행도 문제가 있다. ’내일 걱정 안하고 나 오늘 그냥 무조건 즐거울 거야‘ 이것도 아니다. 자원은 지켜야 한다. 그러니까 부킹 해피니스 그 하한선을 알아 내셔야 된다는 거다. 내일 쓸 자원도 필요하잖은가. 그러니까 내일 쓸 자원을 남겨놓고 오늘 나를 행복하게 만들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 최소한의 자원... 그게 뭔 줄 알아 내야 한다, 그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굳이 어려운 말로 표현하면는 회복탄력성이 좋은 거다.
< 맥주 두캔... 쥐포 1장... 땅콩 20알... >
코로나 팬데믹 지금이 ’우리‘ 로부터 ’내‘ 가 잠시 떨어져 있어 그걸 알아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딱 여기까지가 좋구나‘ 이걸 자꾸 적어야 한다. 난 작년에 코로나로 혼자 있으면서 맥주 두캔, 쥐포 1장, 땅콩 20알이 나에게 부킹되는 해피니스 란것을 처음 알았다. 30년을 음주하면서도 이걸 몰랐다. 얼만큼 먹어야 맛있는 줄을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많이 마셨던 거다. 21년산 보다는 30년산을 마셔야 되고... 그리고 한잔 먹는거 보다는 3잔이 좋은 거고... 한국 사람들 다다익선 정말 좋아한다. ’주량‘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봐라. 놀랍게도 drinking capacity 라고 나온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What is your drinking capacity? 물어봤더니 이게 무슨말일까 궁금해 했다. 이게 뭐냐면 넌 여기까지 먹으면 그거 넘으면 죽는 치사량이라는 말이다. 내가 어디까지 먹어야 가장 만족스러운가? 만족은 우리 인간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다. 만족의 시점을 모르면 우리는 끊임없이 그 행동을 더 과하게 만들어서 시스템 과부하를 만든다.
인간에게 유일한 스톱 장치가 만족감이다. 만족감을 발달을 못 시키면 반드시 그 시스템은 불행으로 가게 되어있다. 돈에 대해서 만족감을 모르니까 죽기 직전까지 돈을 번다. 심지어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굉장히 유명한 내 친구도 ’너 꿈이 뭐야?‘ 라고 했더니 ’건물주‘라 했다. 근데 건물주 되면 큰일난다. 내가 건물주 등 특이한 사람들 많이 만난다. 우리나라 1위 부자부터 100위까지 거의 80%를 만났다. 건물주가 70살을 넘기기가 되게 어렵다. 건물주가 과로사 하기 제일 좋은 직업이다. 20층 건물 가져 보시라. 그러면 법무팀을 내 옆에 두고 있어도 한 층에 3, 4군데 사업자만 들어와도 80명의 사업자와 싸워야 한다. 늘 내 주위에 소송이 한 세네 개쯤 있다. 재판 한 두 개만 걸려도 사람의 머리가 다 빠진다. 건물주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형벌인지 알아야된다. 우리는 근데 건물주 되면 월세 따박따박 나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사람들 죽을 때까지 그 돈 벌고, 건물을 세우고 10년 내 죽는다.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 난 돈이 인생의 필요가 없다 라는 순진한 얘기를 하는게 아니다. 나는 어디까지 벌고, 어디까지 쓰고, 어디까지 가 봐야 만족스럽다는 걸 모른다는게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를 말하는 거다.
< 복권 당첨... 1달내... 배우자를 바꾼다... >
혹시 재산 100억이상 가지고 계신가? 물론 나도 100억 없다. 거기다가 무주택자이고 군대도 4년 갔다 왔고 딸이 둘이다. 청문회를 통과 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 아닌가. 재밌는 건 부자들이 치르는 형벌 있다는 사실이다. 태어나서 부모님이 이렇게 가르쳐 주셨다. ’착하게 살아라~ 열심히 살아라~ 근면성실히 공부해라~‘ 이런거 가르쳐 주셨다. 몇백억 대도 아니고 그냥 천억 대가 넘어가는 모든 큰 부자들은 형벌을 치른다. 왜? 태어나자마자 그집 아이들은 제일 먼저 배우는게 ’남을 믿지 말라‘고 가르침을 받는다. 그래서 부자가 지금은 가장 큰 형벌이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믿어도 된다. 내 가방이 지금 저기 있지만 아무데나 놓아도 별 문제가 없다. 누가 뒤져 봤자 별로 뺏길게 없다. 근데 몇천억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잘못 믿었다간 큰일난다.
내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복권 당첨 됐다가 파산한 분을 17명과 서양, 일본 등 외국 분들도 5, 6명을 포함해 총 23명 정도를 인터뷰 했다. 복권 당첨되면 제일 먼저 뭘 바꿀 것 같은가? 집이나 차? 아니다. 내가 인터뷰 23명 중 21명이 그랬는데 이들이 제일 먼저 바꾼건 바로 배우자였다. 왠지 아는가? 이제 가장 믿을수 없는 인간이 배우자가 된거다. 끝도 없이 의심하게 된다. 내가 오늘 우리보다 아이큐도 떨어지는 유태인들을 너무 띠워주는 것 같은데.... 유태인 사회에서는 복권에 당첨되고 파산자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게 나온다. 한국도 마찬가지고 다른 소사이어티에서는 복권 당첨 되면 첫 번째 배우자랑 한 달 내에 이혼한다. 그리고 3개월 내에 자기 직계 가족들이랑 다 의절한다. 그리고 반년 내 친한 친구들은 다 떠나 보낸다. 그 다음에 그 빈자리에 외로움이라고 하는 것이 찾아온다. 결국 이들이 외로움을 못 견뎌서 나쁜 관계로 도피한다. 거기에 사기꾼들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 만약 1000 불이... 생긴다면 무얼할까? ... >
그럼 왜 유태인들은 복권 당첨 됐을 때 파산자가 적은 것인가? 그들은 평상시에 큰 돈 생기면 뭐 할지를 장난스럽게 얘기하고 써보고 있다는거에 주목한다. 이게 다섯 살때부터 하는 유태인 경제교육에 가장 중요한 핵심인데 이걸 우리가 아는만큼 보이니까 다큐멘터리에 담아오지 못하는 거다. 우리보다 더 똑똑하지도 않고, 우리보다 더 근면 성실하지도 않고, 우리보다 더 많이 가지지도 않았지만 우리가 좀 배워야 되겠다. 그들의 아이가 다섯 살 쯤 되면 꼭 시켜 보는게 있다. 아이한테 ’톰~ 너 100불 생기면 뭐 할래?‘ 라고 물어본다. 그럼 톰이 ’아빠 100불이 뭐예요? 그러면 ‘너 1불 알지?’ 하면 ‘그 돈이면 사탕 엄청 살수 있어요.’ 라고 아이가 대답한다. ‘100불이면 1불이 100개가 있는 거야’ 라고 알려준다. 그럼 아이가 ‘와 그 돈이면 이 세상 다 사겠다.’고 감탄한다. 그러면 아이가 2일을 꼬박 뭔가를 쓴다. 내 친구 재희한테 눈깔사탕 20개, 우리 형 마크 한테는 개구리모양 스티커 다섯 개... 이런식으로 쭉 쓴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뭐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거다. 여섯 살 때 500불로 해보고, 열 살 때 천불로 좀 해보고, 15살때 드디어 10만불로 해보는 경우도 봤다. 그러면 20살이 되면 그 리스트가 책 한권이 된다. 그게 바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거기에서 나의 부킹 해피니스가 나오는 것이다. 나는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아무리 머릿속에 떠올리려해도 잘 안 나온다.
< 마무리 말... >
오늘부터 KTX 타실 때 노트북 펼치지 마시라. 거북목 밖에 안 된다. 스마트폰도 하지마라. 눈만 아프다. 여기서 부산 갈 때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놀이는 오늘 100억이 당첨되면 뭐 할까를 써보는 거다. 그러면 거기서부터 계속해서 위시리스트가 생기게 된다. 부킹 해피니스가 거기서 발견된다.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가 사람 어떻게 뽑는지를 말씀드리며 마무리 하겠다. 배달의 민족이란 회사가 욕도 가끔 먹지만 우리나라에서 직원들이 들어가면 제일 안 떠나는 회사다. 그럼 회사가 엄청 좋아서 인가하면 그건 아니고 그런 사람들만 잘 뽑는다. 즉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만 뽑는건데 이런 식으로 뽑는다. 면접할 때 대부분이 파이널에서 2:1 이나 3:1 인데 거기서 떨어지면 진짜 속상하다. 그런데 마지막 3:1 면접에서 앞선 두사람에게 면접관이 ‘오늘 만약에 면접에서 떨어지면 속상하실 텐데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묻는다. ‘다시 한번 힘을 내겠습니다. 다시한번 재 도전하겠습니다. 왜 저는 대한민국의 청년이니까요.’ 둘다 이렇게 답을 했다. 근데 세 번째는 ’제가 3주 전에도 사실은 2:1 이었는데 떨어졌어요. 근데 그 회사는 너무 잔인하게 나올 때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나 물었더니 ’저는 그런 날은 막창 2인분에 소주 한 병반 먹고 딱 집에 들어가서 자면 다음 날 좀 힘이납니다.‘ 라고 했다. 그 사람을 뽑았다. 내가 무엇을 해야 더 힘을 낼 수 있는지 그 부킹 해피니스를 알고 있는 사람을 뽑은 것이다. 더 똑똑한 사람이거나, 더 능력 있거나, 더 의지력이 있는 사람들 보다 말이다. 이 코로나 팬데믹 때 나에게 어떤 부킹해피니스가 있는지 그 하한선들을 최대한 많이 알아보시면 아마 앞으로 100년을 살아가는데 든든한 나의 실탄, 나의 에너지바가 될 것이다. 나도 그래서 맥주 두 캔, 쥐포 1장, 땅콩 20알 같은 것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 우리가 코로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그런 소중한 기회가 아닐까 싶어서 정말 유치원 얘기지만 말씀을 드렸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하다.
(KIST 이동주 님의 후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