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들의 발달체계 이해를 통한 사회성 길러주기
아동청소년의 사회성은 “친구를 잘 사귄다” 같은 단일 능력이 아니라, 아이가 사회 장면에서 상대 · 상황을 이해하고(인지), 감정을 다루며(정서), 행동을 선택 · 조절하는(행동) 일련의 과정이 안정적으로 연결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사회성은 흔히 ‘기술’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지–정서–행동 발달체계가 한 장면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종합 성과로 이해하는 편이 실제적으로 더 정확합니다. 이 관점에서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곧 “인성이 문제다”가 아니라, 정보 처리 · 정서조절 · 행동조절 중 어느 고리가 약해져서 사회 장면이 자꾸 삐걱거리는 상태를 뜻할 수 있습니다.
사회 장면에서 아이는 생각보다 복잡한 일을 합니다. 상대의 표정 · 톤 · 맥락을 단서로 부호화하고, 그 의미를 해석한 뒤, “내가 원하는 목표(관계 유지, 정의 구현, 체면 방어)”를 정하고, 가능한 반응을 떠올려 결과를 예측한 다음 실제 행동으로 실행합니다. 이 흐름을 ‘사회정보처리(Social Information Processing)’로 정리한 대표 모델이 Crick & Dodge의 SIP 모델이기도 합니다(Crick & Dodge, 1994).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이가 “고의로 싸우는” 게 아니라 애매한 단서를 ‘적대’로 해석하거나(예: 일부러 날 무시한 거야), 목표를 “관계 해결”이 아니라 “복수/체면”으로 잡아버리면, 뒤의 행동 선택도 그에 맞춰 공격적 · 극단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Crick & Dodge, 1994).
또 하나의 핵심 인지 축은 집행기능(EF)입니다. 집행기능은 계획 · 주의조절 · 억제 · 전환 같은 ‘목표지향 자기조절’인데, 메타분석에 따르면 유아기 집행기능은 이후 또래수용, 사회적 유능감, 친사회 행동과는 정적 관련이 있고, 외현화/내현화 문제와는 부적 관련이 관찰됩니다(Stucke & Doebel, 2024). 현장에서 아이가 “말을 하기 전에 못 참고 튀어나간다”, “상대 입장을 생각하기 전에 결론부터 공격한다”, “갈등 장면에서 유연하게 전환하지 못한다”로 보인다면, 사회성만 볼 게 아니라 집행기능과 사회정보처리의 결합을 같이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Stucke & Doebel, 2024; Crick & Dodge, 1994).
사회성의 핵심은 결국 감정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관계를 망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가입니다. 정서조절 연구는 “감정 자체”보다 감정이 올라올 때 그것을 조절 · 전환 · 회복하는 능력(특히 effortful control)이 아이의 적응과 문제행동에 깊게 연결된다고 정리합니다(Eisenberg, Spinrad, & Eggum, 2010). 더 중요한 포인트는 정서가 인지와 따로 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Lemerise & Arsenio는 SIP 모델을 확장하면서, 감정이 단지 ‘결과’가 아니라 해석 · 목표 설정 · 반응 평가 단계에 직접 개입해 의사결정을 바꾼다고 설명합니다(Lemerise & Arsenio, 2000).
즉, 같은 상황이라도 불안이 높은 아이는 위협 단서에 더 민감해져 회피로, 분노가 쉽게 치솟는 아이는 적대적 해석으로 공격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성 문제는 종종 “관계 기술 부족”이라기보다 감정–인지 결합이 불리한 방향으로 자동화된 상태로 나타납니다(Lemerise & Arsenio, 2000; Eisenberg et al., 2010).
또래 관계에서 중요한 정서 하위요소 중 하나는 감정지식(Emotion knowledge)입니다. 감정 표정 · 상황 단서를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인데, 메타분석은 감정지식이 사회적 유능감과 유의한 관련을 보이고, 외현화/내현화 문제와도 관련이 있음을 보고합니다(Trentacosta & Fine, 2010).
실제로 “눈치가 없다/공감이 없다”로 보이는 일부 아이는 ‘마음이 나쁜’ 게 아니라, 정서 단서를 해독하고(인지), 그 정서를 다루며(정서), 행동을 조절(행동)하는 연쇄가 끊기는 지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Trentacosta & Fine, 2010).
사회성은 결과적으로 행동 패턴으로 보입니다. 친사회적 행동(도움 · 협동 · 사과 · 조율)이 많아지면 관계가 강화되고, 반대로 공격/회피가 반복되면 관계가 깨집니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건, 관계가 깨지는 순간부터 아이는 사회적 연습 기회를 잃고, 그 결과 사회정보처리의 “데이터베이스”가 빈약해져(경험이 줄어듦), 다음 사회 장면에서 더 부정확한 선택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Crick & Dodge, 1994).
이런 ‘악순환’을 발달정신병리학에서는 발달적 연쇄(cascade)로 다루는데, 예컨대 초등 시기 연구에서는 또래거절 · 피해가 외현화 문제와 내현화 문제를 시간에 따라 연결시키며, 또래관계의 어려움과 심리적 어려움이 서로 얽혀(entangled) 함께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van Lier & Koot, 2010).
결국, 사회성은 개인 내부 체계(인지 · 정서 · 행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또래 · 교실 · 가정 · 문화 같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Bronfenbrenner의 생태학적/생물생태학적 관점은 ‘발달은 사람–맥락–시간의 상호작용(특히 근접과정)’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는데(Tong & An, 2024), 사회성 역시 “개인 능력”과 “관계 경험”이 맞물려 자라는 영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아이들의 인지, 정서, 행동의 3축 발달체계의 증진에 도움주기
1. ‘상황-생각-감정-행동’ 4칸 복기(하루 3분)로 인지-정서 연결을 복원하기
사회성은 “그때 왜 그랬어?”라는 훈계로 늘지 않고, 장면을 다시 보며 자동화된 해석을 교정할 때 늘어납니다. 아이가 갈등을 겪은 날, 짧게라도 “무슨 일이 있었어(상황) → 그때 너는 뭐라고 생각했어(생각) → 몸과 마음이 어떤 느낌이었어(감정) → 그래서 어떻게 했어(행동)”를 말로 꺼내게 해보세요. 이 과정은 사회정보처리(SIP)의 초기 단계(단서 부호화 · 해석)를 언어화해 느슨하게 만들고(Crick & Dodge, 1994), 감정이 인지를 ‘잡아먹는’ 순간을 알아차리게 합니다(Lemerise & Arsenio, 2000). 핵심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 “다른 해석이 가능했을까?”라는 대안 가설 1개를 같이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2. 감정지식(표정 · 상황 · 톤) 훈련을 ‘이야기’로 매일 5분씩
사회성이 약한 아이는 종종 “상대 감정을 못 읽어서”가 아니라 “읽은 감정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서” 흔들립니다. 감정지식은 사회적 유능감과 관련이 있다는 메타분석 결과를 떠올리면(Trentacosta & Fine, 2010),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훈련은 ‘감정 단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 감정 추론입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드라마 · 웹툰 · 책의 한 장면을 두고 “이 인물은 지금 어떤 감정일까?”, “그렇게 느낄 만한 정보가 뭐였지?”, “다른 인물은 이 장면을 어떻게 해석할까?”를 짧게 묻고, 아이가 말한 감정에 부모가 “그 감정이면 행동이 어떻게 나오기 쉬울까?”까지 한 문장만 덧붙여 주세요. 정서 단서 → 해석 → 행동 예측의 연결이 자주 연습될수록, 실제 또래 장면에서도 적용이 쉬워집니다(Trentacosta & Fine, 2010).
3. 집행기능을 ‘관계용’으로 번역하기(멈춤-전환-수리)
집행기능은 공부만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에서 “말하기 전에 멈추기”, “상대 반응 보고 전환하기”, “갈등 후 수리하기”의 기반입니다. 유아기 집행기능이 또래수용 · 사회적 유능감과 관련된다는 메타분석을 고려하면(Stucke & Doebel, 2024), 가정에서는 사회성을 “대화 기술”로만 보지 말고 자기조절 루틴으로도 다뤄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행은 3단계로 충분합니다. 먼저 갈등 장면에서 ‘멈춤 버튼’(손 신호/한 단어)을 정해 2초 멈추기를 연습하고, 다음으로 “지금 목표가 뭐야? 이기기야, 관계야?”처럼 목표 전환 질문 1개를 고정하며, 마지막으로 일이 끝난 뒤 “내가 미안한 건 ○○이고, 다음엔 ○○라고 말해볼게”처럼 수리 문장 1개를 같이 만들어 둡니다. 감정이 올라와도 선택이 가능해지는 지점이 바로 사회성의 핵심이고(Eisenberg et al., 2010), 이 루틴은 그 선택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늘려줍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향숙 소장님 인터뷰 및 칼럼] >> 변덕이 심한 청소년, 아이의 자율욕구를 이해하라
[초3학년~중2학년까지 왕따인 아이가 사회성 극복 치료후기]
[이향숙 소장님]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아동복지학과 박사 (아동심리치료전공)
상담 경력 25년, 대학교수 및 외래교수 경력 30년
현) KG 패스원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평생교육원 외래교수
KBS, MBC, SBS, EBS, JTBC,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청와대신문 등 아동청소년가족상담 자문
자격) 미국 Certified Theraplay Therapist (The Theraplay Institute)
심리치료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사티어 부부가족 상담전문가 1급 (한국사티어변형체계치료학회 공인)
청소년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공인)
재활심리치료사 1급 (한국재활심리학회 공인)
사티어의 의사소통훈련 프로그램 강사/ 사티어 부모역할훈련 프로그램 강사
MBTI 일반강사/ 중등2급 정교사/ Montessori 교사/ 유치원 정교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인터뷰) 이향숙 박사 “아이 사회성 교육의 중요성”
https://tv.naver.com/v/15458031
저서) 초등 사회성 수업, 이향숙 외 공저. 메이트북스 (2020)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1] Crick, Nicki R., & Dodge, Kenneth A. (1994). A review and reformulation of social information-processing mechanisms in children’s social adjustment. Psychological Bulletin, 115(1), 74–101.
[2] Lemerise, Elizabeth A., & Arsenio, William F. (2000). An integrated model of emotion processes and cognition in social information processing. Child Development, 71(1), 107–118.
[3] Eisenberg, Nancy, Spinrad, Tracy L., & Eggum, Natalie D. (2010). Emotion-related self-regulation and its relation to children’s maladjustment. Annual Review of Clinical Psychology, 6, 495–525.
[4] Trentacosta, Christopher J., & Fine, Sarah E. (2010). Emotion knowledge, social competence, and behavior problems in childhood and adolescence: A meta-analytic review. Social Development, 19(1), 1–29.
[5] Stucke, Nicole J., & Doebel, Sabine. (2024). Early childhood executive function predicts concurrent and later social and behavioral outcomes: A review and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50(10), 1178–1206.
[6] van Lier, Pol A. C., & Koot, Hans M. (2010). Developmental cascades of peer relations and symptoms of externalizing and internalizing problems from kindergarten to fourth-grade elementary school. Development and Psychopathology, 22(3), 569–582.
[7] Durlak, Joseph A., Weissberg, Roger P., Dymnicki, Allison B., Taylor, Rebecca D., & Schellinger, Kriston B. (2011). The impact of enhancing students’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A meta-analysis of school-based universal interventions. Child Development, 82(1), 405–432.
[8] Tong, Peiru, & An, Irene Shidong. (2024). Review of studies applying Bronfenbrenner’s bioecological theory in international and intercultural education research. Frontiers in Psychology, 14, 1233925.
* 작성 및 옮긴이: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안현우
* 이미지 참고: Pixabay
한국 아동 청소년 심리상담센터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76길 7 4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