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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신전을 찾아 얼음의 땅을 헤매는 두 사람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부서진 건
물을 발견하고 그 앞에 서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사부님, 이게 빙하신전이에요?"
"아니, 넌 눈도 없냐?"
그렇게 말하면서 정각은 정문 아래에서 약간 외쪽의 바닥에 떨어져 박혀 있는
현판을 가리켰다.
반으로 조각난 현판이 눈 속에 절반쯤 박혀 있지만 워낙 커다란 현판이라 글
자를 이어서 읽어 가는 대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북해신궁?"
"여기가 북해를 지배한다는 무림세력 북해신궁이라구요?"
"그런 것 같은데----."
양평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사방이 부서져 있는 건물의 모습을 보다 말했
다.
"한때 강호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는 북해신궁이 이렇게 폐허로 변하
다니----."
"누가 이곳에 찾아와 북해신궁을 멸망시켰나 보다."
"그럼 빙하신전은요? 빙정은?"
"찾아 봐야지.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보자꾸나---."
정각과 양평은 대화를 끝내고 부서진 건물 안으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부
서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거의 대화가 없던 사부와 제자의 대화에는 여유가 있는 것이었지만, 부서진
하얀 건물이 풍기는 분위기는 알 수 없는 공포를 안겨주고 있었다.
하얀 백색의 땅에 세워진 하얀 건물은 절반 이상이 부서져 있고, 인기척은 느
껴지지 않았지만 적막과 함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백색의 공포를 안겨주는 괴
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던 것이다.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 얼굴마저도 하얀 복면을 하고 두 사람이 정각과 양평
이 건물 안으로 사라지자 모습을 드러냈다.
"대주님, 저들이 저 안에서 무사할까요?"
"모르지. 사람은 없어졌어도 저 건물 안에는 무서운 장치들이 아직도 많이 남
아 있을 거야. 게다가 저 안에는 괴물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도대체 어떤 괴물이 빙궁을 멸망시킨 걸까요?"
"몰라, 모르기 때문에 나도 역시 무섭구나."
"그래도 우리 역시 들어가야겠죠?"
복면인 중 대주라 불리는 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들이 아쉽네요. 몇 명만 더 살아 있어도 이렇게 무섭지는 않을 텐데---.
"
"북해의 차가운 바다 속에 잠든 동료들이 더 행복한 지도 모르지. 그들은 더
이상 북해의 무서움을 겪지 않아도 되니----."
얼음의 땅을 움직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
는 눈보라와 폭풍 그리고 움직이는 얼음의 산과 무서운 빙하---. 얼어붙은 순백
의 땅은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자연의 무서움을 한껏 뽐내며 동료들을 하나 하
나 죽어가게 만들고, 살아남은 것은 단 둘 뿐이었다. 잠시 부서진 북해빙궁의
건물 앞에서 죽어간 동료들을 생각하던 두 복면인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이 이 동토의 땅을 헤맨 것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건물을 찾기 위해서
였던 것이다. 폐허로 변해버린 북해빙궁이라 불리던 건물은, 사방이 환한 대낮
같은 상황이었지만 쥐죽은듯한 고요와 함께 알 수 없는 공포를 그들에게 안겨주
고 있었다.
"하여튼 일단 들어가자. 빙하신전은 이 북해빙궁의 안에 있다고 하니---."
"예, 대주님."
잠시 후 그들 역시 신중한 걸음으로 폐허의 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전설로만 전해져 오던 얼음의 궁전 북해신궁은 북해에 사는 사람이라면 절대
로 들어가서는 금단의 땅이었다. 공포와 신비 그리고 막대한 보물에 대한 소문
을 듣고 이곳에 찾아온 사람은 많았지만 돌아간 자는 아무도 없다고 알려진 그
런 곳이었다.
폐허로 변해 버린 건물들을 두리번거리며 빙하신전을 찾고 있는 양평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휙'
부서진 얼음의 기둥 뒤에서 무언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
만, 모습을 확인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이동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
볼 수 없기에 양평의 이마 위로 갑자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평아, 갑자기 왜 그러느냐?"
갑자기 걸음을 멈춘 제자를 돌아보며 정각이 물어왔다.
"사부님, 이곳에 누군가 있습니다."
굳은 얼굴로 대답하는 제자 양평의 말을 듣고 사방을 휘휘 둘러보며 정각은
사람의 흔적을 찾았지만 보이는 것은 부서진 건물들뿐이었다.
정각의 얼굴 위로도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자신과 제자의 이목을 속이고 숨
어 있을 정도의 실력이라면 결코 하수(下手)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잘 못 본 게 아니냐?"
"아닙니다. 분명히 제 등뒤에서 누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들 사부와 제자로 이루어진 두 사람은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청각에 신경을
집중시켰지만 들리는 것이라고는 싸늘한 북해의 바람 소리뿐이었다.
"일단 안으로 계속 가보자. 누군지 몰라도 우리를 방해할 생각은 없나보니---
-."
정각은 앞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그렇게 말하고 양평 역시 아무 말 없이 고개
를 끄덕였다. 양평은 그래도 불안했던지 등뒤에 매고 있던 칼을 뽑아서 쥐고 사
방을 두리번거리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 저기 부서져 있는 건물들 사이를 지나쳐 마침내 하나의 빙벽을 마주 대
하게 된 두 사람은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빙벽 아래에는 하나의 커다란 동굴이 있었고 그 앞에는 부러진 병장기들과 많
은 수의 시신들이 얼음 속에 갇혀 있는 모습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다.
사람의 시신을 보고 무서워할 양평도 정각도 아니었지만 동혈 앞에 널린 시신
들은 왠지 모를 오싹함을 그들에게 안겨주고 있었다.
"이 안에 빙하신전이 있는 것일까요?"
양평은 그렇지 않아도 추운 이곳에서 더욱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동혈
를 가리키며 말했다.
알 수 없는 공포를 뿌리며 열려 있는 동혈의 입구 앞에는 가지각색의 모습으
로 얼어죽어 있는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어떤 시신들은 선 채로 얼어붙어 그대
로 동상의 모습이 되어 버린 것도 있었고, 썩지 않은 시신들이 보여주고 있는
공포에 질린 시선이 향하고 있는 것은 빙벽 아래 뚫려 있는 동혈이었다.
"그--글쎄다----."
너무 참혹한 광경에 정각은 잠시 말을 더듬거리며 동혈과 그 주변을 둘러보았
다.
동혈을 바라보며 정각과 양평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부님, 안으로 들어가 보아야겠죠?"
고개를 돌려 사부 정각을 향해 말하는 양평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떨려
나오고 있었다.
어떤 것도 무서워하지 않던 양평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서웠다.
"양평아, 저 안에서 귀신 나올 것 같지 않냐?"
무섭기는 정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툭 튀어나온 말이 귀신 나올 것 같
다는 말이었고---.
"사부님, 사람이면 제가 상대할 테니까, 귀신이면 사부님이 상대하세요."
"무슨 소리냐?! 내가 왜 귀신하고 상대해야 한단 말이냐?"
"사부님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무엇이죠?"
"그야 내가 중이니 당연히 승복을 입고 있지."
"제가 배운 것은 무공과 의술뿐입니다. 제 검은 사람은 벨 수 있어도 귀신은
못 베니까, 당연히 불법이 높으신 사부님이 귀신을 맡아야죠."
"이놈아, 검기(劍氣) 검강(劍剛)이면 못 베는 것이 없다는 말이 왜 나온지 아
냐?"
"모르겠는데요."
"무술을 배우는 사람이 만이라고 하자, 그 중에서 신검합일의 경지에 이르러
검과 하나가 되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검에 기를 실을 수 있는 자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검강은 제쳐놓고 그보다 쉽다고 하는 검기도 만명에
하나도 힘든 일인 것을-----."
"그래, 잘 말했다. 너 검강은 아니더라도 검기를 일으킬 수준은 되지 않느냐
?"
"그래서요?"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냐 이놈아, 사람이 나와도 네가 상대하고 귀신이 나와
도 네가 상대해야지----."
"끄응, 사부님---. 저 제자로 삼은 이유는 부려먹기 쉬워서죠?"
"당연하지."
그들 사부와 제자는 마음속에서 부풀어오르고 있는 공포심을 이기고자, 그렇
게 농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동혈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동혈의 바로 앞에는 허리가 양단 된 시신이 있었고 상반신은 한 손에 검을 든
채 동혈의 왼쪽 벽에 박혀 있고, 하반신은 동굴의 입구 한 가운데 서 있는 상
태 그대로 얼어 있는 곳을 지나쳐 들어가는 그들 사제(師弟)의 말은 계속 이어
지고 있었다.
"사부님, 불경은 공으로 외웠어요?! 귀신이 나오면 성불을 시켜야죠!"
"이놈아 나도 산 사람은 치료할 수 있어도 죽은 사람은 치료할 수 없어!"
동굴의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하얀 백포로 몸을 감싼 두 사람이
다시 동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주님, 이 시신들은---?"
"암흑전사대의 전신인 암흑천사들이다."
"암흑천사?"
"그래, 바로 교주 직속의 최강의 정예들---. 빙정을 구해 오라는 교주의 명은
백년 전에도 있었다. 이들이 빙정을 구해 올 것이라고 모두가 믿고 있었는데--
-, 여기에 이런 꼴들로 죽어 있었구나."
"이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나 되지요?"
"이들의 실력은 나도 잘 몰라. 이들과 상대한 자는 무조건 다 죽어버렸으니까
--. 현재의 교주가 이들 중의 하나였다는 것만 알아둬라."
하얀 복면 사이로 드러난 눈이 찢어져라 부릅뜬 채 한 복면인이 다시 물었다.
"저--정말--, 마교 역사상 최강으로 불리는 현재의 교주님이 이 암흑천사 중
의 한명이었다는 말입니까?"
"그래. 어쩌면 교주보다도 더 강한---, 그래서 사지로 내몰린 자들이 바로 암
흑천사들이었지. 그리고 그 중에 하나는 전대의 교주를 죽이고 현재 교주가 된
것이고----."
두 사람 역시 대화라는 것을 이렇게 길게 나눠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
들은 임무만을 생각하고 꼭 필요한 때 외에는 말도 하지 않도록 훈련받은 사람
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 역시 동혈의 앞에 서자 갑자기 말이 많아지고 있었다.
"대주님, 저 동혈 안에 들어가서 살아 나올 자신이 없네요. 저보다 훨씬 강한
이 선배들도 실패하고 여기 이렇게 죽어서 시신도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는데---."
"무엇을 알고 싶은 거냐?"
"교주가 갑자기 왜 빙정을 구해오라고 한 겁니까? 단 열 밖에 남지 않은 우리
암흑전사단을 모두 이 일에 투입해서---."
"알면 비참해 질 텐데---."
"그래도 알고 싶습니다."
"교주는 과거 암흑천사단이 그랬던 것처럼 암흑전사단 중에서 교주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가 있는 것을 겁내 우리가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
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건 저도 짐작하고 있던 일입니다. 우리 암흑전사단을 꺼리는 교주의 태도
를 보아--, 또 하나는 무엇입니까?"
"흑목애의 미치광이를 알고 있느냐?"
"그 광혼이라 불리는 점쟁이 말입니까?"
"그래, 우리 마교의 의식을 담당하는 제사장이기도 한 그가 말했다. 교주가
찾는 사람을 찾으려면 빙정을 얻어야 한다는---."
"그럼 우리는 그 미치광이의 헛소리 때문에 여기 오게 되었다는 말입니까?"
"아까 말했지 아느냐? 알면 비참해 질 것이라고---."
정말로 비참한 기분에 빠진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사방에 널려 있는 과거 암
흑천사라고 불렸다는 사람들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목과 몸이 분리되어 몸은 얼음 속에 박혀 있고 목은 빙벽 위쪽으로 날아가 붙
어 있는 시신도 있었고, 얼음 속에 거꾸로 세워진 채 박혀 있는 시신도 보이고
허리가 잘라져 하반신은 동굴의 입구 앞에 서 있고 상반신은 동혈의 입구 옆에
박혀 있는 광경도 보였다.
"대주님, 저 동혈 안에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요? 정각과 양평이 나오면
그때 들어가도---."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들이 나올 수 없다면---? 너도 알다시피 마교 최강
이면 지상최강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런 마교 최강의 암흑천사들을 이꼴로
만든 무엇인가가 있다. 정각과 양평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나 역시 모르지
는 않지만, 그들 역시 우리가 암살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자들이
라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우리는 어쩌면 그들과 힘을 합쳐야 할지도 모른
다."
단숨에 긴말을 뱉어낸 대주라 불리던 복면인은 동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역시 무섭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이미 북해신궁의 영역 안으로 들어선 상태
였다. 차라리 정각과 양평과 힘을 합쳐 빙정을 찾아내는 일이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호, 어서 따라와라. 늦기 전에 그들을 찾아야 한다."
"네, 대주님."
일호라 불린 복면인은 침울한 목소리고 대답하고 그 역시 걸음을 옮겨 동혈의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동굴 안은 햇빛이 차단되어서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암
흑이었다.
그래서 밤에도 대낮 같이 밝은 이 북해의 땅에 와서는 전혀 쓸모가 없던 화섭
자가 쓸모가 있게 되었다.
"사부님, 이 안은 생각한 것과는 반대로 엄청 어둡군요."
"네 짐 속에 화섭자가 있을 테니 어서 꺼내서 불을 밝히려무나."
잠시 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칙' 하는 소리가 터지면서 동굴 안이
밝아졌다.
벽면이 모두 얼음으로 되어 있었고 불이 밝혀지는 순간 두 사람은 기겁을 하
고 등을 맞대고 사방을 경계했다.
사방 벽의 얼음 속에 무기를 들고 무엇인가를 공격하려던 사람들이 잔뜩 갇혀
있는 광경이 보였던 것이다.
"우리가 찾긴 제대로 찾은 모양이로구나---."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얼음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양평과는
달리 정각은 동혈의 안쪽에 서 있는 거대한 얼음의 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양평은 사부의 시선을 쫓아 거대한 얼음의 문과 그 문 위에 얼음으로 양각되
어 있는 빙하신전이라는 글자를 볼 수 있었다.
"저기가 빙하신전인가 보군요."
문이 있는 곳을 향해 두 사람은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빙하신전의 입구 앞에 하얀 얼음조각이 갈라지기 시작한 것은 그 순간부터였
다.
얼음 조각이 갈라지면서 그 안에 앉아있던 백미 백발의 엄청 늙어 보이는 노
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당
감사 합니다
즐감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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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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