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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옥에 밀려 도심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던 한옥이
최근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다시 도심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대한민국 한옥 대상을 받은 서울 인왕산자락길 ‘청운문학도서관’의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
서울, 한옥 장점 활용한 도서관‧어린이집 등 공공시설 지어 지자체, 한옥 진흥 정책 추진… 호텔업계도 한옥 짓기
나서
“죽동2리는 아미산 산자락에 위치한 동네입니다. 산밑에는 당연히 숲과 어울리는 집을 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 2010년
충남지역 최초로 한옥경로당을 짓는데 일조한 한기덕(80)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충남 당진시 죽동2리경로당은 전국에서 보기드믄 2층 규모의
한옥경로당으로 개관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장이었던 한 어르신은 숲과 어울리는 한옥경로당을 지어야 된다고 주장하며 지자체와
마을주민들을 설득했고 이는 결국 아미산의 자랑거리가 됐다. 한 어르신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한옥은 한국인의 몸에 맞는 최고의
건축물”이라고 강조했다.
양옥에 밀려 도시에서 거의 사라졌던 한옥이 최근 도서관, 주민센터, 어린이집, 공공시설과 호텔 등으로 건축되면서
다시 도심으로 스며들고 있다. 서울, 대구 등 대도시 ‘빌딩숲’에도 한옥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옥은 나무와 황토로 만들어져
자연적으로 습도가 조절된다. 한옥의 깊은 처마는 여름철에 태양이 높이 떴을 때 차양이 돼 뙤약볕을 가려 내부를 시원하게 해준다. 겨울철엔 낮게
뜬 태양 볕이 방안 깊숙이 들어 집안이 따뜻해진다. 창호지를 문짝에 붙일 때는 반들거리는 면에 풀칠을 해 솜털 있는 곳이 실내가 되도록 하는데
이를 통해 방안 먼지를 달라붙게 한다.
서울은 이런 한옥의 장점을 활용한 공공시설을 지어 양옥의 차가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시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대표적인 건물이 서울 종로구 윤동주문학관과 사직동 주민센터 사이 인왕산 자락길에 지어진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청운문학도서관은 2014년 11월에 문을 연 작은도서관으로 청운시민아파트 자리가 공원으로 바뀐 뒤 방치된 관리사무소를 시‧소설‧수필 등
문학책을 위주로 한 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수제 기와를 지붕에 얹었고, 돈의문뉴타운개발 중 수거한 한옥 기와 3000여
장을 담장에 활용했다. 한옥의 아름다움이 빼어나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2015년 대한민국 한옥 대상’을 받기도 했다. 도서관 1층은
자유롭게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지하 1층에는 70석 규모의 열람실과 카페가 있다. 지난 7월 4일 방문한 도서관엔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50여명이 열람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 도서관을 방문한 강희자(여‧60) 씨는 “한옥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책이
더 술술 읽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1년 개관한 구로구 개봉1동의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도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어린이도서관으로 독서공간 외에도 한옥과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을 갖춰 주말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도담도담한옥도서관은 어린이들이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특화한 곳이다. 전체 도서의 20%가량이 전통문화와 관련된 어린이
책이다. ‘도담도담’이라는 특색 있는 이름도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 ‘여럿이 모두 야무지고 탐스럽다’는 등의 뜻을 담고 있는
순우리말에서 따왔다.
도서관 다음으로는 주민센터가 한옥으로 변신해 친화성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역 내에서 ‘한옥집’으로 불리는
종로구 혜화동 주민센터다. ‘ㄷ’자 모양의 한옥과 4층짜리 현대식 건물이 연결된 형태로 통합민원실로 쓰이는 한옥의 마당에는 오래된 향나무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한옥 기둥에는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안중근 의사의
글귀가 쓰인 주련(柱聯, 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붙이는 글씨)을 걸어 한옥의 의미를 더했다.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에서는 한옥마을 조성을
통해 한옥을 도심 속에 전파하고 있다. 한옥진흥조례(2013년) 및 시행규칙(2014년)을 제정하고 한옥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부터 한옥지원사업을
추진한 대구시 등 91개 지자체에서 한옥 진흥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평당 건축비가 양옥보다 비싼 한옥의 장려를 위해
예산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한옥진흥조례에 따라 등록된 한옥에 대해 공사비용 중 신축의 경우 3000만~5000만원, 전면
수선하는 경우는 2000만~4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호텔업계에도 한옥 붐이 불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6월 강릉에 건립한
6성급 씨마크호텔은 한옥 스위트 객실인 호안재를 선보였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급 한옥 객실로 중국인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인천 송도에 들어선 경원재 앰버서더호텔은 건물 전체를 한옥으로 지어 주목받았다. 2만8000㎡의 넓은 부지에 총
30개 객실의 객실동과 영빈관, 한식당 건물을 갖춘 이 호텔은 한옥호텔로서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최근 호텔신라도 서울시의 인가를 받아
장충동 부지에 대규모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출처 : 백세시대 배성호 기자의 기사를 읽고 독자 이인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