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래 가까운 친인척 들이 잇달아 타계를 하였다
네살 연상의 누님이 3년전에 돌아 가셨고 그 즈음에 큰 처남이 칠순을 앞두고 암투병을 하다가 그만 하늘 나라로 갔다
지난달엔 큰 동서가 또 일년여의 암 투병 끝에 일흔 셋의 나이로 머언 나라로 떠났다
가까운 사람들의 잇다른 죽음은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한분, 한분이 정직하게, 치열하게 사시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였는데 미련맞게, 허랑하게 사는 나는 외려 질긴 목숨 줄을 잘도 부지하고 있다
2.
태어나서 보름만에 아버지를 여윈 나는 성장기를 참 지독한 가난과 고통속에 보내야 했다
굶주림은 일상이라 점심은 별로 먹어 본 기억이 없다.
먹거리가 없어서 이틀을 굶은 적도 있고 거의 한 달을 아침, 저녁으로 고구마 한개씩 먹으면서 버틴적도 있고 사료용으로 나온 납작밀을 가지고 두달을 버틴적도 있었다
가난으로 주눅들고 뚜렷한 목표도 없이 분노와 슬픔으로, 자포자기하는 삶을 살고 있던 나를 달래주고 용기를 주시던 이가 누님이셨고 누님의 영향으로 어려운 중에서도 어찌어찌 상급학교 진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지독한 가난속에서도 부산 최고의 명문 학교라고 일컫던 A 여중을 진학하였던 누님,
등록금 미납으로 정학 처분을 밥 먹듯 당하면서 겨우 졸업을 하고 남들은 과외다 뭐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속에서 학급1,2등 정도의 실력이 되어야 겨우 들어가는 소위 최고 명문 B여고를 연탄도 못 때는 겨울 냉골 방안에서 한줌 햇볕에 의지하며 남들이 버린 헌 참고서를 가지고 공부하여 너끈히 합격한 누님,
그리 어렵게 진학한 고등학교도 가난때문에 반년도 다니지 못하고 공장으로 떠나야 했던 누님,
그 누님은 그래도 학업을 포기하지 아니하고 공장일이 끝나면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며 고등학교를 마쳤고 졸업 후 상경하여. 외국계 회사의 사무직으로 취업을 하였고 회사 생활 중 좋은 남자를 만나 평생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다가 가족력인 당뇨로 조금은 아쉬운 나이에 세상을 뜨게 되었다.
청렴한 생활을 하는 정직한 공무원의 아내로
남편을 모 부처의 최고위 공무원인 청장 직위까지 올라가도록 내조하였고 슬하의 네 아이를 잘 키워 성혼시키고 자리잡게 하였으니 한평생 바쁘고 바르고 치열하게 사시다 가셨다.
3.
또 다른 인척 큰 처남.
어려운 가정의 오남매 맏으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자원하여 해군 복무를 마치고 마침 교사 부족으로 고졸자도 단기 강습 후 초등학교 준교사로 임용되는 기회를 얻어 충청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평생을 봉직하였던 큰 처남.
교사 생활을 하며 방송통신 대학을 마치고 또 충남대학교 교육 대학원도 이수하는 등 자기 관리에 힘 썻지만 관운은 없었는지 평교사로 정년 퇴직을 하였다
그러나 평소 생활은 정직하고 주변을 챙기고 베프는 생활이 몸에 배여서 5남매의 구심점으로 동생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두 아들을. 두었는데 둘 다 서울대학교를 나와 큰 아들은 MBC PD로 작은 아들은 모 금융그룹의 유명 펀드메니저로 근무 중 이다. 며느리도 둘 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재원으로 큰 며느리는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로 있고 작은 며느리는 KBS PD로 있다.
열심히 살았던 큰 처남도 칠순을 두달 앞두고 이른 나이에 타계를 하였다.
4.
한 달 전 큰 동서가 뇌암으로 일년여 투병생활 끝에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처갓집 5남매가 모두 모이면 배우자와 자식들 까지 스물 셋이다
십여년 동안 해마다 한 차례씩 그 대부대가 모여든 데가 큰 동서네다
그 식구들 뒤처리를 싫은 내색 한번 안하고 기쁨으로 감당 해주던 넉넉한 큰 동서.
자신은 농고를 나와 배운게 농사라며 재개발 광풍이 불던 지역에서 이웃들이 투기업자들에게 땅을 팔고 떠날때도 묵묵히 농사만 짓던 큰 동서네다.
지금은 끝없는 아파트 단지로 변하여 동서네의 농사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 곳을 지나칠라면 그 옛날 그 많던 식구들이 모여서 떠들고 즐기던 그 때가 아련히 그립다.
큰 동서는 워낙 성실한 인품이 인정을 받아서 농지를 수용당할 때도 주민들의 추대로 농지 수용 대책 위원장으로 활동하였고 또 수용 후 이사한 곳에선 공원 유치 및 관공서 유치 추진 위원장으로 활동하여 그 사업을 결국 성사 시켰다.
네자녀를 두었는데. 경찰 공무원인 두 아들과.사업을 하는 큰 딸네 내외, 그리고 대기업에서 수석 연구원과 상담교사로 일하는 작은딸네 내외 등 자식들을 모두 반듯하게 성장시켰다
토지 보상금으로 커다란 상가 건물을 지어서 노후를 안락하게 살만하게 만들고서는 그만 타계하였으니 참 가슴이 아프다
5.
오늘 손위 작은 동서가 두툼한 책자를 한권 보내왔다.
본인이 저술한 네번째 저서로 이번 책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지금까지 오십오년을 써 온 일기를 추려서 쓴 자서전이다.
동서는 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 가 평생은행원으로 지내다가 42년을 봉직하고 소위 1급 지점인 대형 지점의 지점장으로 정년 퇴임한 성실맨이다
행원생활 틈틈이 방송통신대학을 수료하고 또. 고려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마쳤다.
영어 중국어 일어등 외국어에도 두루 능통해 은행장이 해외 순방 중에는 자주 수생원으로 외국에 나갔었다
원불교 신자로 평신도들에게 주는 최고위의. 칭호인 ㅇㅇㅇㅇ법사 칭호를 3차례의 심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중앙종단의 심사위에서 자격을 부여받은 교리의 지식과 실천에 특출한 독실한 신자다
기독교 신자인 나와는 신앙적으로 맞지 아니하지만 인격적인 면에서는 나는 한참을 못 미친다
가정생활도 원만하고 자녀들도 착하고 바르게 키워 놓았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는데 큰 딸과 큰 사위는 각각 모 은행 차장으로 근무중이고 아들과 며느리는 영상의학과 의사로 또 약사로 근무 중 이다
이 집 가정은 너무너무 화목하여 샘이 날 덩도다.
지나온 세월동안을 회고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다짐하는 작은 동서의 자서전을 보면서 나를 생각하며 본다
6.
이제 내 주변의 인연은 하나 둘 떠나고 있다.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서도 벌써 떠나셧고 또 삼남매인 내 형제들도 한사람이 유명을 달리했고 ,처가의 5남매 중 둘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이제 슬슬 나도 나의 노후를 정리해 가면서 살아야 한다
돌아보면 아직 가슴에 회한으로 남은 일도. 많고 관계가 껄끄러운 사람들도 많다
무슨 억하심정이라고 한과 미움을 남기고 사라질 것인가?
남아있는 인연을 소중히 가꾸고, 돌아보고, 반성하고, 사랑하고, 고백하고, 그리고 즐길 일이다
첫댓글 백팔번뇌를 다 알지못하고
돌아 가는것이 윤회의 길인데....
참 세월 빠르게 지나가네요
토마토님 늘 건안하시기를 염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쿠사님도 늘 건강하셔요
장문의 글
정독을 하였습니다.
사노라면
이런저런 일들이
얽히고 섥히여
살고 있지요.
지금은 더욱더
코로나19 때문에
생활도
문화도
패턴이 어찌 돌아가는지
도 ...
가장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건강 하시구요.
하시는일 마다 잘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레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
부산이 고향 이셨군요 그즈음 부산은 피난민이 몰려 살면서 더욱 어려웠겠지요
살아온 한생을 돌아보면서 샘님은 열심히 부끄럼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정말로 반성하고 살아야겠습니다
고향은 강원도 원주입니다
산다는거 큰 일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덧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성경에도
사람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 연수를 자랑하지 마라. 수고와 슬픔뿐이라
신속히 가니 날아가나이다(시편90편)
남은 세월, 밝고 맑은 기운을 주변에 많이 끼치고 가야 할텐에. .
참 소설의 한 대목처럼 읽었네요 인생사 나이들어 보니 거기서 거기 이제 갈날이 언제인가 꼽아 보며 주위를 둘러 보면 우리 세대는 참 변화도 많이 격었나 봅니다 남은 날까지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즐거운 날들이 되겠지요
그래도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부럽군요
건강하세요~~~
우리세대는 살아 있는 자체가 잘 산 인생 같습니다
어려움을 묵묵히 이긴 인내의 삶이요, 자녀 양육과 부모공양을 동시에 해 낸 효경과 자애의 삶이며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박애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잘못한 일도 많고 이기심에 타인을 가슴아프게 한 일도 많겠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냈다는 훈장이라 생각 합니다
너무 자책하지 않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리 답댓글을 달아 보았습니다
처갓집을 잘 만났네요
형제가 많어도 잘되고 우애있고
좋은 인연 입니다
이제는 그런 가족 관계가 없을듯
비결혼에 무자식으로 가는 삭막한 세상에 보태어 코로나까지 힘들겠어요 젊은 사람들이...
나이듬은 늙는게 아니라 익어간다는데 지는 곰삭여지고 있는 중입니다 너무 빠르게 변해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