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연루자 끝까지 파헤쳐야
중앙일보
입력 2022.10.12 00:09
2017년 6월 당시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사진 앞줄 오른쪽 둘째)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기념촬영하며 '일자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검찰은 이상직 전 회장(전 민주당 의원) 등이 2015년 말~2019년 초 500명을 신규 채용하면서 100명 이상을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를 잡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상직 전 의원 등, 100여 명 부당채용 혐의
정치권 유력 인사들이 공정가치 훼손했다니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규모가 100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15년 말∼2019년 초 신규 채용 직원이 5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전체의 20%가 자격 미달인데도 부당하게 뽑혔다는 얘기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취업난 시대에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해 온 청년들을 허탈하게 하는 명백한 불법이자 불공정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주지검은 이스타항공에서 대규모 부정 채용 정황을 포착해 지난 7일 업무방해 혐의로 이상직(이스타항공 설립자) 전 민주당 의원과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2015년 10월 이후 이뤄진 이스타항공 승무원은 물론 조종사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과 채용 심사위원에게 특정 지원자를 뽑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월 이스타항공 압수수색 과정에서 2017∼2018년 채용 담당자의 업무용 e메일에서 이런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스타항공 2014년 수습 부기장 입사 지원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청탁자로 의심되는 인물이 한명숙 전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양기대 의원이라고 실명을 공개했다.
검찰은 2014∼2015년 상반기에도 이 전 의원 등이 정치권 인사들에게서 취업 청탁을 받아 부정 채용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지만,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이번 영장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이 2007년에 이스타항공을 설립해 2012년까지 회장을 지냈으니 채용 비리가 그 전에도 있었을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모씨 채용 특혜 의혹 등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6월 보석으로 풀려나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확정되면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그는 지난 8월 “공기업처럼 (정원의) 30%를 지역 인재로 채용하는데, 그 과정에서 추천받는다. 정부 정책을 이행한 것이지 청탁은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14일 열리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이 전 의원을 대검에 고발하면서 시작됐으나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강서경찰서가 두 차례 무혐의 처분해 논란이 됐다.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전주지검이 지난 7월 재수사하면서 진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청년들의 공분을 일으키는 채용 비리를 발본색원한다는 각오로 검찰은 끝까지 수사하고, 법원은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