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동네에 김치찌개 전문점이 문을 열었길래 가보았습니다.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두 가지만 하는 집인데 김치찌개는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밥맛이 영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을 불러 요즘 쌀값이 얼마나 싼데 밥맛이 영 아니라고 핀잔을 하고 당장 쌀부터 바꾸라고 얘기해줬습니다.
지금이야 쌀이 다 별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좋은 품종의 쌀을 쓰는 것이 좋을 겁니다.
밥맛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는 쌀맛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좋은 쌀로 지은 맛있는 밥은 반찬이 없어도 먹을 수 있지만 형편없는 쌀로 밥을 지으면 반찬이 아무리 좋아도 별루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예전 '정부미'로 지은 군대 밥맛은 정말 먹기 힘들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쌀이 70%이고 보리쌀이 30%이니 상당히 좋은 비율의 밥이었지만 그 밥은 보리쌀 70%가 섞인 시골밥맛만도 못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훈련소에서 밥을 도통 먹지 못했는데 냄새가 나고 입에 들어가면 역하고 씹어도 맛이 없어 잘 넘어가지 않아서였습니다. 조교에게서 '네가 얼마나 잘 살다 왔는지 모르지만 며칠이나 버티나 보자'는 악담도 들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자대에 가니까 거기서는 적응이 되었는지 그래도 먹을만해서 크게 어렵지 않게 먹었습니다.
쌀이 좋아야 밥맛이 좋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밥맛이 좋은 쌀이라고 하는 것들은, 백진주 > 고시히끼리 > 추청(이끼바리) > 삼강 > 신동진 > 일품미 등의 순서라고 하는데 이것도 사람들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대략 이 정도의 벼 품종이 많이 재배된다고 생각하면 맞을 겁니다.
그리고 쌀맛보다는 밥을 짓는 사람의 밥짓는 솜씨라는 얘기도 있어서 어느 것이 더 맞는 말인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같은 품종이라고 해도 재배한 지역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것도 큰 변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미'라고 해서 여주 이천의 쌀과 간척지 쌀이라고 계화도 쌀을 얘기하는데 저는 제 고향의 쌀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어서인지 제 고향 쌀이 최고로 맛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무슨 품종을 재배하는지 관심도 없지만 예전엔 아끼바리 품종을 제일로 쳤습니다.
제가 어려서 듣기로는 우리 고향 쌀이 '오수미'라고 해서 임금님께 진상했다고 들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오수미는 무슨 배우 이름으로만 나오고 쌀 이름은 찾을 수가 없네요,,,,
오서산 아래이니 '오서미'였을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인터넷 검색으로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옛어른들이 자랑거리가 없어서 만들어내신 말인지도 모르긴 하지만 고향의 자랑거리였다는데 증거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