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나선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는 레이건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강위석 前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우파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수요자 중심의 선거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故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에 필요한 지도자의 모습을 설명했다. 레이건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이전인 헐리우드 시절부터 생활 속에서 늘 공산주의와 싸웠던 사람이다. 그는 공산주의와 싸우면서 체험을 통해 공산주의의 본질과 전략을 꿰뚫어보게 됐다. 이는 그가 '공산주의자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책을 읽은 사람이고 반공주의자는 마르크스와 레닌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조갑제 조갑제 닷컴 대표. ⓒkonas.net |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미국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레이건은 취임과 함께 경제를 회복시킴과 동시에 미국의 강점으로 소련의 약점을 치고자 했다. 바로 경제였다. 그는 취임 후 매년 군사비를 크게 증강하는 한편 스타워즈 계획을 발표했다. 소련을 군비경쟁에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또한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협조를 통해 소련의 외화소득원인 석유가격을 기존 국제거래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런 레이건의 정책으로 소련은 점점 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여기에다 레이건은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소련의 약점을 파악했다. 바로 폴란드의 자유노조였다. 레이건은 자유노조를 동구권 붕괴의 안전핀으로 봤다. 자유노조를 지원하면 동구권이 무너지고 동구권이 무너지면 소련 또한 해체될 것으로 봤다. 이를 위해 레이건은 폴란드 출신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나 자유노조에 관해 협의하고 바웬사를 지원하는 한편 소련의 인권탄압 사례를 들어가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바로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부른 것이었다. 레이건은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미국을 '선'으로, 소련을 '악'으로 부르며 냉전을 선악 대결로 바꿔 놓았다. 이는 소련 내부적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결국 궁지에 몰린 소련이 선택한 것은 자신들의 노선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후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선출되면서 소련은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결국 레이건이 사용한 정책과 전략은 레이건 퇴임 2년 후 빛을 보게 됐다. 폴란드에서 바웬사가 집권하게 되고 불과 2년 사이에 동구권이 붕괴되고 소련이 해체되어 버린 것이다. 조 대표는 "이런 레이건의 전략에서 우리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서 "지금 우파가 정권교체에만 보고 있는데 정권을 만드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그 여세를 몰아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상향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제안했다.
조 대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을 압박하면 전쟁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소련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우리의 강점으로 북한의 약점을 쳐야 한다. 즉 경제력으로 김정일 정권을 압박해 무너뜨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한 "남북한 관계는 가치 중립적인 게 아니라 역사의 정통성을 놓고 다투는 총체적 권력투쟁"이라면서 어설픈 중도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강위석 前중앙일보 논설위원. ⓒkonas.net |
다음 발제자인 강위석 前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선거 운동에서도 수요와 공급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두 번의 대선에서 좌파가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정치 수요자 운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공급자 위주의 정치 환경이었다고 한다.
우파는 이런 정치에 익숙해 다른 생각을 못해왔다는 것. 이렇게 타성에 젖게 된 우파는 민주화를 하게 된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베풀기만 하면 자기를 따를 것이라는 착각에 좌파들에게 자리, 돈, 인심을 베풀었다는 설명이었다.
강 前위원은 지금 국내의 좌파와 우파가 보이는 행태의 차이를 설명했다. 좌파는 자신들의 수요를 위해 소수이지만 조직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반면 우파는 주로 대가를 바라고 움직인다. 또한 좌파는 좌파 후보가 자신의 여러가지 선택기준 중 한두 가지만 충족해도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우파는 같은 우파 후보라도 같은 지역 출신인지, 학교는 어디인지, 인물은 어떤지 이리저리 따진 후에 지지를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좌파는 지금까지 합집합이 되는 투표를 해온 반면 우파는 교집합이 되는 투표를 할 수 밖에 없어 지난 대선에서 계속 졌다는 것이다.
강 前위원은 "저는 지금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데 한나라당은 지금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다"며 또 다시 2002년과 같은 대세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강 前위원은 앞서 말한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으로 대중방송과 김정일 변수, 도덕론, 후보 지지 기준 등을 꼽았다. 대중 방송의 경우 과거에는 단순한 사실 전달 수단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매체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우파에게는 이런 대중 매체를 통해 소위 '판'을 벌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정일 변수나 도덕론 등의 문제와 함께 후보 지지기준도 문제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사람의 능력과 방향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前위원은 "부산으로 가는 기관차가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결국 목적지는 부산"이라며 우파는 후보를 지지할 때 능력과 이념성향을 따로 봐야지 좌파가 능력이 있다고 지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강위석 前위원이 우파가 지켜야할 원칙으로 꼽은 것은 ▲자유주의자 집권 ▲선 좌파후보 배제 후 우파후보 선별 ▲마지막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불리하다 싶을 때에는 다른 우파 후보를 지지하는 것 ▲모든 결정을 개인이 직접 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우파 후보의 당선을 위해 어떤 경우라도 좌파를 배제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지난 1월 31일 재향군인회가 새로 만든 율곡포럼에 김상철 자유지식인선언 공동대표가 참가한데 대한 답례로 김규 안보국장이 참석했다. 김규 국장은 작년 4월 23일 박세직 향군회장 체제의 출범 후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박세직 회장과 향군 자문위원단은 안보현안에 대한 오랜 회의 끝에 6월 25일 기념식에서 대통령에게 ▲국가보안법 존속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연기 ▲북한과의 NLL협의 불가 ▲김대중 前대통령의 방북 시기 부적절 등에 대해 제안했다. 하지만 결과는 무시.
이후부터 군 원로 및 안보 전문가들의 건의와 성명 발표, 대규모 국민대회 개최 등 일련의 일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후 북한이 핵실험까지 했는데도 변하지 않는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정치활동의 테두리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대국민 안보교육을 하기 위해 율곡 포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규 국장은 "우리 향군은 철저히 국가안보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포럼 등의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자유지식인선언 회원들에게 "율곡 포럼 등과의 횡적 연대를 통해 안보강사진으로 활동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참가자들에 대한 소개와 발제자들의 발표, 열띤 토론으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젊은 회원이 거의 없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우국의 신념을 가진 근대화 세대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Konas)
전경웅 코나스 객원기자
첫댓글 경제력으로 북한을 무너뜨린다?...이해 안되는 말씀이군여. 핵 한방이면 나라도 사라질것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