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아직 한두 차례 남았습니다만 봄은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 아래 들녘을 돌아 배시시 웃으면서 저만치 오고 있습니다. 얼음장 밑을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서, 송아지 울음소리에서, 보리밭 움트는 소리에서 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가 솔솔 들립니다. 봄 내음 가득합니다.
동장군(冬將軍) 무서워 좀처럼 제 모습 보이지 않던 봄입니다.
매서운 한 겨울 품속에서 서럽게 자라온 봄입니다.
이제 발걸음도 가볍게 사뿐사뿐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갖 설움, 매운 한파 이겨내고 곱게 단장하고 오는 봄을 반겨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반겨주지 못할까요. 왜 봄의 여인을 이다지 반겨주지 못할까요.
코로나 때문에 여유가 없어 그럴까요, 각박한 삶으로 인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럴까요. 아닙니다. 그 이전에도 늘 무뚝뚝했습니다.
그저 계절이 오면 오나 보다, 가면 가나보다 목석같이 보고만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감정 표출 못 하고 살아 온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나라도 마중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좀 먹기는 했지만, 나라도 봄의 여인을 힘껏 껴안아 줘야 되지 않을까요.
봄의 여인아! 곱게 단장한 봄의 여인아! 어서어서 내게로 오려무나 - 잘 쓰다듬어 줄게.
나는 봄을 기다리지 못해 수색하러 ‘세계평화의 숲’ 공원에 나가봅니다.
흙을 만져봅니다. 벌써 흙의 촉감이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흙에는 무기물, 썩은 유기물, 공기, 수분, 그리고 아주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흙 속에는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중요한 영양분이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자란 식물은 동물과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합니다.
흙은 물을 정화(淨化)시켜 줍니다. 깨끗한 식수를 제공해 줍니다.
흙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흙의 고마움을 다시 느낍니다.
그래도 나는 봄을 맞이하는 식성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꽃샘추위가 닥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겨울 내내 입고 있던
내의를 벗어 던져 버립니다. 감기들어 혼이 날것을 확연히 알면서도 말입니다.
이것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얼마 전 TV를 보니 국민가수를 뽑는다고 경연대회가 있었습니다.
7살 먹은 어린아이 ‘김유하’가 출전하여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부릅니다.
얼마나 잘 부르는지 놀랬습니다. 리틀 이선희가 탄생했다고 환호하고 열광들 합니다.
나도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꽉 막힌 가슴 시원히 뻥 뚫리는 듯합니다.
>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 있고 네가 있네/ (중략) 우리 사는 이곳에/
사랑하는 그대와 노래하리/ 먼 훗날에 너와 나 살고지고/ 영원한 이곳에 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 보고파/ 봄 여름 지나면/ 가을 겨울이 온다네/ 아름다운 강산/
너의 마음 나의 마음/ 나의 마음 너의 마음/ 너와 나는 한마음 너와 나/ 우리 영원히
영원히 사랑/ 영원히 영원히/ 우리 모두 다 모두다/ 끝없이 다정해.
우리가 사는 이 강산이 정말 좋다는 것을 외국에 나가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년 반 있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는 물보다 휘발유가 비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당시 사우디에서는 500㎖ 프라스틱 생수 한 통의 값이 휘발유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요. 우리가 사는 이곳이 물 좋고 공기 깨끗하며 사계절이 분명하여
너무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는 수려(秀麗)한 이곳, 아름다운 이 강산을
선택받아 산다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풀 한 폭이 안 나는 열사(熱砂)의 땅에 비해
생동(生動)하는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합니까!
그나저나 이런 애틋한 봄맞이가 나에게 몇 번이나 남았을까요?
코로나 사태가 2년 이상 계속되면서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와 스트레스 안겨 주고 있습니다.
작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1일 10만명 오르내리며 사태 추이가 심각합니다.
올해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한층 심화(深化)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비감(悲感)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봄 하늘은 곱게 푸르기만 합니다그려.
첫댓글 김선생님,
진심으로 우리는 수려한 이곳, 아름다운 강산에 살 수 있도록
축복 받은 것 같습니다. 당연시 하지말고 언제나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춘래불사춘이 심화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김선생님의 연륜이 흐르는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꽃샘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윤권선생님 저는 오늘 8년만에 처음 들어 왔습니다. 글을 쓴다고 썼지만 호응이 없어서 이제 접을까
싶어요.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저도
봄을기다리고 있었네요. 그게 희망 이겠지요. 건필하십시요 빛고을 김정동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