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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고 있다.
피가 열을 띄고, 몸 전체가 맥동하고 있는 탓이겠지.
생각해 낼 필요 따위 없는 광경을, 또, 이런 식으로 반복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의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 가장 오래된 기억이었다.
동시에, 평생 떼어낼 수 없는 기억이기도 하다.
평소 때의 일은 생각해 낸 적도 없는 주제에, 결코 사라지지 않는 10년 전의 광경.
잊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잊고 싶은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있어서, 그것은 일어나버린 사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특별히, 아프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그건 새삼스럽게, 분노에 떤 적도 없다.
지나가 버린 일은, 이제 와선 그것뿐이다.
다시 고쳐서 하는 건 불가능하고, 되돌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광경에서 빠져나가서, 에미야 시로는 지금도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그런 자신에게 가능한 것은, 그저 앞을 보는 것뿐이다.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니다.
다만 막연하게, 어릴 적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과거를 잊지 않고, 부정하지 않고.
그저 긍정하는 것 외에는, 잃어버린 것을 살리는 것 따위 불가능하다고
「뜨거」
자신의 몸의 열로 눈이 뜨였다.
……어느 정도 자고 있었는지.
결국, 방에 돌아가지 않고 밤바람을 맞고 있는 새에 잠들어 버린 거겠지.
어둑어둑한 광에는 나와
「읏, 세이버……!?」
「눈이 뜨였나요, 시로. 방을 빠져나가는 건 상관없지만, 여기서 잠드는 건 야무지지 못하지 않습니까」
왠지 불만을 말하고 싶은 듯한, 세이버의 모습이 있었다.
「아, 안녕. 아니, 어제는 몸이 뜨거워서, 밖에 나가있었더니 그만 졸려왔지」
「보면 알아요. 설명은됐으니까, 다음부터는 조심하세요. 마스터에게 이런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게 해서야, 제 면목이 없으니까」
「으……미안, 이후로는 가능한 한 방에서 잘게」
「알아주시니 고맙군요.
그런데 시로. 아까부터 타이가가 부르고 있습니다만」
「후지 누나가……? 부르고 있다니, 왜」
「아침 식사 문제가 아닐까요. 아침 식사 시간은 이미 지났으니까」
「에우와, 벌써7시 지난 건가……?! 위험해, 늦잠 잤다……!」
「그렇군요. 시로가 마지막에 일어나는 건 드문 일이죠. 어지간히 어젯밤 린과의 단련이 힘들었던 거겠죠」
냉정하게 사태를 분석하는 세이버.
하지만, 이쪽에 그런 여유는 없다.
「깨우러 와 줘서 미안한데, 먼저 돌아가 있어. 나도 금방 갈아입고 부엌에 갈 테니까」
「네. 그럼, 가능한 한 타이가를 달래고 있도록 하죠」
세이버는 침착한 걸음걸이로 떠나갔다.
하지만 후지 누나를 달래다니……세이버도 아주 우리 집 아침에 순응했구나…….
부엌으로 달려들어간다.
등 뒤에 쏟아지는 후지 누나의 온갖 매도를 흘려 들으며, 대충 5분도 안 돼서 아침 식사 준비를 했다.
「기다렸지. 학교 등교 시간까지 시간이 없으니까, 잽싸게 먹어」
탁, 하고 테이블에 아침을 놓는다.
「뭐」
그러자.
「뭐야 이거언!!」
콰과앙, 하고 기염을 토하는 후지 누나가 한 명.
「뭐야 이거, 구운 토스트뿐이잖아! 시로, 왜 오늘 아침은 이것뿐인 거야아……!」
「……이봐, 어쩔 수 없잖아, 늦잠 잤으니까. 다른 거 만들 여유 같은 거 없었고, 대개 빵으로 하는 식사는 이런 거잖아. 단지 샐러드와 프라이드 에그가 없을 뿐이니까, 그렇게 큰 차이 없어」
「큰 차이 있습니닷!자,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지!?」
아무 말 없이 아침 식사를 먹고 있는 세이버와 토오사카에게 말을 거는 후지 누나.
하지만 무르다.
둘 다 후지 누나 정도로 걸신이 들리진 않았다. 동의 따위 받을 수 있을 것 같나.
「……그래. 후지무라 선생님만큼은 아니지만, 이렇게 대충 만드는 건 용인할 수 없어. 빵을 얕보고 있다고 밖에 생각이 안 되는데」
……어이, 잠깐 기다려.
너, 원래 아침은 안 먹는 스타일 아니었냐.
「……………………후우」
우와, 뭐야 그, 노골적으로 실망한 것 같은 한숨은!? 세이버, 왠지 캐릭터 다르지 않냐!?
「봐, 모두 시로가 잘못했다잖아. 다수결로 결정했으니까, 반성한 뒤 제대로 된 아침밥을 제공할 것」
「그런 갑작스러운 결정에 따를 수 있겠냐! 애초에 말야, 지금부터 반찬 같은 거 만들고 있으면 지각한다, 후지 누나. 벌써 7시 반이니까, 빵 씹으면서 뛰어가지 않으면 제 시간에 도착 못하니까 포기하라고 제안한다!」
「괜찮아. 나, 지각이냐 공복이냐 선택하라고 하면, 아침밥을 존중하니까」
「하지 마! 그런 교사가 어디에 있냐……! 됐으니까 빨리 먹고 학교에 가란 말이야. 말해 두겠지만, 나는 고집으로라도 이 이외의 밥은 안 할 거야」
「음. 정말, 시로는 이상한 데서 진지하다니까. 그런 영감님 같은 소리 하고 있으면, 금방 영감님이 돼 버린단 말야」
「후지 누나가 말할 필요도 없어. 후지 누나 덕택에 나는 완전히 할아버지 취향이야」
흥, 하고 받아 치며 토스트를 씹는다.
……아니, 뭐 실제로는.
이만큼 사람수가 얼굴 맞대고 있는데, 아침 식사가 빵뿐이라는 건 쓸쓸하긴 하지만.
죽도 소리가 울린다.
겨루기 내용은 여전하다.
기를 쓰며 공격하는 나와, 그걸 가볍게 받아넘기며 배의 날카로움으로 반격해 오는 세이버.
그걸 간신히 버텨내고, 질리지도 않고 치고 들어가서 덧없이 패배라는 시합을 반복하고 있다.
「하하아, 하아, 하」
발을 멈추고, 어깨로 크게 호흡을 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팔로 닦고, 후우, 하고 호흡을 한다.
「뭘 쉬고 있는 겁니까. 어제까지의 시로라면, 거기서 포기하는 일은 없을 터. 자아, 빨리 치고 들어와 주세요」
「아니잠깐만, 기다려. 이 이상은 숨이 안 이어져. 조금, 휴식」
「무슨 답지 않은 소리를. 시로가 오지 않는다면, 제 쪽에서 공격해 들어갈 뿐입니다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거군요」
음, 하고 성적이 나쁜 제자를 응시하는 세이버.
하지만, 그런 표정을 지어도 내 몸은 만족스럽게 움직이질 않는 것이다.
「……하아.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시로. 오늘 아침의 당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람 같아요.
똑바로 치고 들어오는 칼만은 눈을 크게 뜨고 볼만 했는데, 오늘 아침의 시로에게는 강한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건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말야……도무지 잘 안 돼」
그, 어제와는 상황이 너무 달라서.
「몸의 열이 아직 덜 내린 건가요? 하지만, 그런 이유로 몸의 예리함이 떨어져서야 너무 시시해서 문제도 안 돼요. 좀 머리를 식하고, 마음을 새로 가다듬어 주세요」
「아니. 그렇게 할 거면, 우선 저걸 어떻게든 해 줘」
휙, 하고 벽에 서 있는 방관자를 가리킨다.
「왜? 나한테는 신경 안 써도 되니까, 훈련을 계속해도 돼?」
「………………」
토오사카는 전혀 알고 있지 않다.
거기서 머엉하니 보고 있으면, 신경 쓰여서 세이버와 진지하게 치고 받을 수 없다는 걸.
「린이 신경 쓰이는 겁니까. 그거야말로 수행부족이군요.
……좋아요. 그렇다면, 견학하는 사람 따위 신경 쓰이지 않게 해 드리겠습니다」
꾹, 하고 죽도를 강하게 쥐는 세이버.
「우와, 기다려, 세이버, 이쪽은 아직 숨이」
「문제 없습니다. 그런 것은, 한창 싸우는 중에 가다듬는 겁니다」
세이버가 시계에서 사라진다.
「!」
곤란하다, 하고 순간적으로 죽도로 얼굴을 방어한 순간, 타앙, 하고 세이버의 죽도가 정수리에 직격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오늘 아침 단련은 가열하기 그지 없었다.
한 번 기절하고 나서는 토오사카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게 되어, 세이버의 공격을 막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앗 하는 사이에 점심 때가 돼 있었던 것이다.
「근데 참, 세이버는 정말로 냉정하구나.3시간이나 시로랑 시합하고 있으면서, 눈썹 하나 안 움직이니까. 보통 때도 말이 없지만, 전투 때는 더욱 세련돼 진다고 할까. 뭐, 이젠 무기질? 같은 느낌」
내가 열심히 막고만 있던 모습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는지, 토오사카는 여하튼 기분이 매우 좋다.
둘은 거실에서 쉬고 있다.
나는 어떤가 하면, 오늘 아침에 진지하지 못했던 벌로 혼자서 점심 당번 중이다.
……진짜.
대충 소면 같은 걸로 파바박 끝내버리고 싶다.
「무기질, 인가요……? 그렇군요, 그렇게 의식했던 적은 없지만, 검을 쥐고 있을 때는 감정이 멎어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시합이라고 해도 변함은 없겠죠」
「흐응. 뭐야, 그건 여자의 몸으로 검을 잡기 위한 마음가짐이라는 거? 체격에서 떨어지니까, 마음만은 지지 않아야지, 하고」
「그건 아닙니다, 린. 냉정한 것은 싸울 때의 마음가짐이지만, 그건 남자도 여자도 관계 없겠죠.
린도 역시 전투 때에는 정을 버릴 터. 당신은 그게 가능한 사람이니까」
「음……잘라 말하잖아. 뭐, 그거야 사실이지만서도.
하지만 세이버의 그건 나랑은 달라, 절대로. 내가 버리고 있는 건 무른 부분뿐인걸. 너 정도로 달관하지는 못해」
「그런 것 같군요. 그래서 당신은 화려한 거겠죠. 싸움 속에서도 여성의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뭐야, 비웃는 거야? 화려함으로 말하자면 너한테는 당할 수 없어. ……시로가 저쪽에 있으니까 자백하면 말야, 나, 처음 너를 본 순간에 엄청난 미인이구나 하고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니까」
……아니. 들린다, 토오사카.
「그건 린의 착각이겠죠. 이 몸이 화려하게 보인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세이버라고 하는 이 화려한 뿐 아닐까요」
「그렇지 않다니까. 순수하게 말야, 같은 여자로서 졌다고 생각했는걸. ……그렇지도 않으면 거기까지 쇼크는 받지 않았어」
「……그러니까, 그게 잘못입니다. 저는 한 번도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고, 한 번도 여성으로서 취급된 적도 없어요.그 제가, 화려할 리가 없죠」
세이버의 그 말로, 둘의 대화는 끊겨버렸다.
「」
식칼을 휘두르면서, 세이버가 한 말에 신경이 곤두섰다.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자기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저 녀석」
탕! 하고 요란스럽게 식칼을 휘둘러 닭고기를 뼈에서 발라낸다.
왠지, 괜히 화가 났다.
저는,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흥. 뭐, 나한테는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탕탕! 하고 도마에 식칼을 꽂는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해도 화가 난 건 전혀 가라앉아주지 않았다.
「오늘 과제는 그거야.
어제보다 숫자는 늘렸고, 그 쪽 몸도 진정된 것 같으니까, 이번에야말로 성공하겠지」
어떻게 집까지 가져온 건지, 토오사카는 40개 정도의 램프를 꺼내왔다.
「나는 잠깐 밖에 나가 있을게. 좀 지나야 돌아올 테니까, 그 때까지 끝내 놔」
그럼, 하고 토오사카는 방에서 나간다.
「하아」
자.
어젯밤이 그 꼴이었으니, 이번은 하다못해 1, 2개는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 되겠지.
「…………후우. 일단, 절반은 끝났나」
1시간 걸려서 20개 정도의 램프에 "강화"를 시도했다.
그 절반은 깨지고, 절반은 변화 없음. 그래도, 변화하지 않았던 것들 중 5개의 램프에는 제대로 마력이 담겨 있었다. 뒤는 남은 20개에 챌린지할 뿐인데
「……잠깐. 5개나 있으니 테스트로서는 충분하지 않나?」
왠지 전부 다, 오래된 램프 같고.
이 이상 헤프게 파괴해 버리는 것도 토오사카한테 미안하고.
「…………음」
그렇군, 이렇게 되면
토오사카를 부르러 가자.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 이상 램프를 파괴할 수는 없다.
……아니, 이미 40개 파괴한 미숙자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이, 토오사카」
불러도 대답은 없음.
……이상하네, 집 안에는 없는 건가.
남은 토오사카가 들릴 만한 곳이라고 하면
「……광 안에 누군가 있다」
아무래도 토오사카와 세이버가,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어이, 토사」
그렇게 말을 걸려고 손을 들었을 때.
오싹, 하고 등골에 오한이 달렸다.
……그건 광에서 흘러나온, 적의에 가득 찬 토오사카의 마력의 파도였다고 생각한다.
「윽」
부르던 목소리가 멎는다.
……여기에서도 알 정도로, 토오사카는 화내고 있는 듯 했다.
「」
두 사람의 이야기만이 귀에 들어온다.
엉겁결에, 둘의 이야기를 훔쳐 듣는 거나 마찬가지인 입장이 되어 있었다.
「뭐 하는 녀석이야, 저 녀석」
분노로도, 두려움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토오사카의 중얼거림.
세이버는 아무 말 없이 토오사카의 등 뒤에 서 있다.
「믿어지지 않아. 세이버, 너 이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지……?」
「……아뇨, 저에게는 알 수 없었어요. 저는 기사이지 마술사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위화감이 있었을 뿐이고, 린 정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 그럼 가르쳐줄게. 저 녀석은 마술사 따위가 아냐」
증오조차 담긴 목소리로.
토오사카는, 그런 말을 내뱉고 있었다.
「……린.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문자대로의 의미야.
마술이라고 하는 건 말야, 결국은 등가교환이야. 어떤 신비도, 다른 곳에 있는 걸 여기로 가져와서 쓰고 있을 뿐」
「……하지만 이건 달라. 저 녀석은 어디에도 없는 걸 여기에 가져오고 있어. 여기에는 있어서는 안 되는 걸 모양으로 만들고 있어.
그건 현실을 침식하는 사상(事象)이나 다름없지.
저 녀석의 마술은, 분명, 어떤 마술이 열화(劣化)된 거에 지나지 않는 거야」
「…………」
토오사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그건 내가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광에서 떨어진다.
토오사카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방에 돌아가서 토오사카가 돌아오는걸 기다리고 있었던 척 해야겠지
2시가 되었다.
토오사카가 돌아오는 낌새는 없고,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수행한다.
「어라, 전화다」
멀리서 전화가 울리고 있다.
「……거실인가. 토오사카는참, 우리 집 전화니까 받을 수는 없지」
중요한 전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모르는 척도 할 수 없다.
바닥에서 엉덩이를 들고, 거실로 전화를 받으러 간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이버와 토오사카는 뜰 쪽에라도 있는 걸까.
「네, 에미야입니다만」
『여어, 에미야. 오늘도 학교는 쉬는 것 같은데, 몸이라도 안 좋은 거야?』
그 순간.
분명치 않은 웃음이 섞인, 신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지냐? 무슨 볼일이냐, 얘기할 건, 서로 없다고 생각하는데」
『뭐야, 박정하구나. 이쪽은 에미야한테 하나 가르쳐주려고 생각해서 전화했는데』
「……나한테 가르쳐줘……?」
『아아. 꼭 이야기해두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었는데, 너 학교에 안 오잖아.
이 이상 끄는 것도 뭐하고, 이제 참을 수 없으니까 연락을 한 거야. ……그래서, 그 쪽에 토오사카는 있냐?』
……신지의 말투는, 어딘가 이상하다.
목소리만 들어선 단정할 수 없지만, 매우 흥분돼 있는 듯한, 그렇지 않으면 절박한 심정인 듯한, 그런 목소리다.
수화기 저편에서 학생 목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아직 학교에 있는 듯 하다.
시간은 2시 좀 지난 정도. 5교시째가 끝나서, 딱 쉬는 시간 즈음일까.
『어이, 묻고 있잖아, 에미야. 토오사카는 거기에 있어, 없어?』
「……지금은 없어. 좀 자리를 비웠어」
『그래, 마침 잘 됐군. 둘이서만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 좋은 거 가르쳐줄 테니까, 지금부터 학교에 와라, 에미야. 물론 토오사카한테는 비밀로 말이지』
「」
대답에 궁하다.
신지의 분위기는 어딘가 이상하고, 무엇보다 이야기라면 지금 하고 있다.
일부러 학교까지 발을 옮길 필요는 없고, 토오사카에게 아무 말 없이 행동하는 건 토오사카를 배신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니, 미안하지만 학교에는 갈 수 없어. 볼일이 있다면 다음 주까지 기다려. 월요일에는 등교할 테니까」
『……하아? 뭘 제멋대로 이야기하고 있냐, 너.
그래서야 늦는단 말야, 못 참겠다고 말했잖아, 지금……!』
소리지르는 신지.
흥분해 있는 건지, 수화기 너머에서도 거친 숨결이 들려온다.
『……흥. 조금은 생각하고 있잖아. 그렇지, 역시 이제 와서 혼자서 올 리가 없나. 아무리 봐도 수상하지, 이 전화. 에미야라도 위험하다고 느꼈다는 거군』
일전해서 우습다는 듯이 웃는다.
「잠깐 기다려. 진정해, 너 이상하다, 신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하하하하! 거짓말 하지 마, 에미야, 토오사카 성격에, 너한테 전부 이야기했지? 괜찮아, 숨기지 않아도. 그래, 에미야는 세이버의 마스터인걸. 나보다 훨씬 훨씬, 남 못지 않은 살인자라는 거군……!』
신지는 어디까지나 즐거운 듯 하다.
……이 녀석과는 5년 사귀어왔지만, 이렇게까지 하이 텐션인 상태를 본 적이 없다.
「신지, 너」
『됐으니까 학교에서 기다리겠어. 서둘러라, 에미야. 지금부터라면 6교시에는 맞출 수 있어. 마침 후지무라 수업이고, 지각해도 문제 없겠지』
「아니, 아무리 후지 누나라도 지각하면 화 낸다구. 거기에 6교시째에만 나가다니, 결석하는 것보다 잔소리 들을 것 같은데」
『그런 건 자업자득이잖아. 아아, 그리고 토오사카한테 밝히면 정말로 절교할 거야. 지금까지 사쿠라가 거기에 가는 걸 눈감아줬다구. 마지막 정도는, 친구로서 의리를 지켜도 좋잖아?』
이야기는 그걸로 끝났다.
수화기는 따분한 전자음을 반복해서 내고 있다.
「뭐지, 저 녀석」
……하지만 어떻게 할까.
아까까지 집에 있었을 터인 토오사카는 찾아볼 수 없고, 학교에 가는 거라면 세이버를 데리고 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신지의 부름을 거절하면 그 녀석이 뭘 할지 불안하기도 하다.
어제, 토오사카에게 호되게 거절 당해서 침착하지 못한 듯 하고, 내버려두면 또 사쿠라에게 손을 댈지도 모른다.
「……그래. 아직 밝고, 문제 없겠지」
그렇게 정해지면 서두르자.
달려가면 6교시째에는제때에 대겠지.
교문에 사람 그림자는 없다.
수업 중이라는 이유도 있어서, 밖에서 보면 학교는 무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체육 수업도 없는 건지, 교정에도 학생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뭐, 그것도 앞으로 수십 분 지나면 일변한다.
6교시째가 끝나면 방과후다.
교정도 교문도, 학생들의 모습으로 금방 붐비게 되겠지.
3층에 올라간다.
당연히 복도도 아무도 없다.
교실은 전부 수업 중이고, 이 안을 C반까지 걸어가는 건 거북하다.
「……뭐, 다 보이는 것도 아니고, 잽싸게 교실에 갈까」
C반은 복도 저편.
여기가 계단 옆의 H반이니까, 실로 5반 정도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에?」
그 현기증은, 당돌하게.
구역질을 동반하고, 전신을 때려눕혔다.
「허윽」
위가 연동(?動)한다.
감각이 거꾸로 된다.
시계는 붉게.
안구에 피가 스며든 것처럼, 보이는 것 전부가 적색으로 반전했다.
「하아, 우…………………!!」
기온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몸만이 이상하게 뜨겁다.
「윽뭐지, 이거!?」
다리가 꼬인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모래시계처럼, 막을 수단도 없이 쇠약해져 간다.
마치 호흡을 할 때마다, 몸 안에 있는 것을 토해내는 것처럼.
「크, 윽…………!」
숨이 막힌다.
목구멍이 아프다.
복도, 아니, 교사 전체의 전소가 없어지기라도 한 건가.
헐떡이는 폐에 재촉 당하는 듯이, 무의식적으로 벽에 기대서 창문을 열었다.
「아」
의식이 얼어붙는다.
엄청난 사태에 혼란조차 사라졌다.
창 밖.
교사 주위는, 온통 빨강이었다.
이 학교만이 딱 잘려나간 것처럼, 붉은 세계에 덮여있다.
교사는, 붉은 천개(天蓋)에 덮인 제단이었다.
그걸로, 간신히.
이것이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
창문에서 떨어진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이성만으로 억누르고 눈앞의 교실에 들어간다.
그것이, 결과였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
학생은 전부 바닥에 쓰러져 있고, 교단에 있었을 교사도 바닥에 엎드려 있다.
아직 숨은 붙어있다.
누구나가 구원을 요청하듯 경련하고 있다.
아직 죽은 사람은 없다.
그들은 일어나지 못하고, 이대로 헛되이 죽어갈 뿐.
그, 무참하게 쓰러져 있는 그들의 모습을,
어질러진 쓰레기 같다고까지, 생각해버렸다.
「아우」
구역질이 강해진다.
그래도, 냉정하게 대응했다.
쓰러져있는 학생들을 관찰한다.
숨쉬기 괴롭다, 라고 해도 호흡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몸이 쇠약해져 있을 뿐이라면, 서두르면 아직 구할 수 있다.
그렇게 가까이에 있는 학생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딱, 하고 머리 속에서 소리가 울렸다.
「피부, 가」
녹고 있다.
전원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차가 있겠지. 쇠약이 심한 학생은, 피부가 녹기 시작하고 있었다.
물컹, 하고.
켈로이드처럼 문드러진 팔과, 죽은, 물고기 같은 눈.
「」
알고 있다.
이런 광경은 알고 있다.
「그만 둬」
이건 단지 지옥도다.
그런 건 옛날부터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만 둬」
때문에, 두려움 이전에.
분노만이, 이 몸을 지배했다.
「윽……!」
왼팔이 욱신거린다.
손등에 새겨진 령주가, 바로 근처에 "적"이 있다고 알려준다.
「하, 아…………!」
흐트러진 호흡인 채로 달렸다.
머리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여어, 에미야. 생각보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어때, 마음에 들었냐, 이 취향은」
복도 저편.
C반 교실 앞에, 마토 신지는 서 있었다.
팔이 욱신거린다.
저기 서 있는 남자가 원흉이라고, 령주가 호소해 온다.
「이건 네 짓이냐, 신지」
만족스럽게 호흡도 하지 못하고, 멈춰 서서 떨어져 있는 신지를 노려본다.
……그 모습이 대단히 마음에 들었는지.
신지는 야단스럽게 두 팔을 벌리고, 붉은 복도에서 웃음소리를 냈다.
「그렇고 말고. 네가 온 걸 알아서 말이지, 곧바로 결계를 발동시켰지. 타이밍 잡느라 고생했다구? 여하튼 너무 빠르면 도망칠 테고, 너무 늦으면 얼굴을 맞대니까 말야.
나로서는 에미야가 얼굴 창백해지는 걸 보고 싶었고, 단순히 일을 벌리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어」
「그래. 할 이야기가 있다는 건, 거짓말이냐」
「이야기? 이야기는 이제부터지. 나와 너, 어느 쪽이 뛰어난가 토오사카한테 깨닫게 해 주지 않으면 안 되고, 에미야에게는 거짓말한 사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말야
봐. 에미야한테는 말 안 했지만, 학교에 결계를 깐 건 나야」
아하하하, 하고 우습다는 듯이 신지는 웃는다.
「」
그걸로.
이쪽도, 정말로 통감했다.
「어라? 생각보다 안 놀라네. 뭐야, 이 결계를 친 건 내가 아니라고 했는데, 에미야는 믿어주지 않았구나. ……아하, 좋아 좋아, 너라도 사람을 믿지 않는 때가 있는 거군!」
즐거운 듯이 웃는 목소리가, 송곳이 되어 두개골을 찌른다.
「」
말해두지만, 충분히 놀라고 있다.
나는 그저, 결계를 친 마스터는 신지나 또 한 사람 둘 중 하나겠지, 하고 각오하고 있었을 뿐이다.
단지 그것뿐.
그 무른 희망의 결과가 이거다.
그 때신지가 마스터라고 안 시점에서, 이야기를 매듭지었어야 했다.
그러니 이것은, 내가 범한 실수다.
「……신지, 어째서 이런 걸 쳤냐. 싸울 생각이 없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나」
「아아니, 그건 사실이야? 나도 이런 걸 발동시킬 생각은 없었어. 이건 어디까지나 교섭재료였다구.
폭탄을 설치해두면 토오사카도 쉽사리 나를 공격하지 못하게 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비장의 카드도 되니까 말야」
「……그러냐. 하지만 결계의 발동에는 아직 며칠 더 필요하다고 토오사카는 말했었어. 그건 그 녀석의 예측이 빗나간 거냐?」
「흥, 토오사카다운 의견이군. 하지만 말야, 결계는 완성되지 않았을 뿐이고 형태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구? 단순히 발동시키는 거에는 지장은 없어.
뭐, 덕분에 효과는 약하지만 말야. 이래서야 한 명 죽이는데 앞으로 몇 분은 걸리지 않을까」
「세워라」
구역질은 이미 가라앉았다.
확실히 신지를 응시하며, 그것만을 입 밖에 냈다.
「세워? 뭘 말야? 설마 이 결계를 세워라, 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한 번 일으킨 걸 세우라니, 그런 아까운 짓 못하겠는데, 나는」
「세워. 너,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
「……화나는데. 너, 뭘 나한테 명령하고 있는 거냐?
애초에 말야, 이건 내 힘이잖아. 세우든 뭘 하든 결정할 수 있는 건 나 뿐이고, 멈추게 하는 걸 원한다면 무릎 꿇고 비는 정도는 하는 게 도리 아냐? 정말 후지무라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자기 입장을 모르는군」
「어이. 후지 누나가 어쨌다고」
「에? 아아, 후지무라 말이지. 이 결계가 발동하고 나서도, 그 녀석 꽤 움직였어. 다른 녀석들이 털썩털썩 쓰러지는데도, 혼자서 비틀비틀하고 있었다구?
그래서는, 쓰러지지 않은 나한테까지 와서, 구급차를 부르라던가 하는 거야. 굉장하지, 교육자의 귀감이랄까?」
「하지만 그런 거 부를 수도 없고, 부를 생각도 없잖아. 후지무라 녀석, 그래도 매달리니까 귀찮아져서, 차 줬더니 꿈쩍도 안 하잖아!
하하하, 그래서야 제일 먼저 죽은 거 아냐, 그 녀석!」
「」
완전히 바뀌었다.
토오사카는 머리 속의 스위치를 누르라던가 했었지만, 그런 게 아니다.
딱, 하고.
머리 속에서 격철(擊?)이 떨어지고, 완전히 몸 안이 바뀌었다.
「마지막이다. 결계를 세워라, 신지」
「못 알아듣는 녀석이네. 너한테 부탁 받으면 받을수록 세울 생각이 없어진다.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힘으로 해 봐라, 에미야」
「그래. 그럼, 얘기는 간단하지」
즉.
이 결계를 세우기 전에, 너 자신을 세워주겠다.
몸이 튀어나갔다.
몸은 불처럼 뜨겁다.
신지까지의 거리는 20미터도 안 된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그야말로 한 순간이다.
몸에는, 마술회로를 끼웠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활력이 넘치고 있다
「하, 진짜로 바보구나, 너!」
그림자가 꿈틀댄다.
복도 구석에 침전해있던 그림자가, 형태를 가지고 준동하기 시작한다.
검은색 일색으로 만들어진 칼날.
신지에게로 다가가는 것을 베어내는, 단두대 같은 것.
「」
그것이 어떤 마술에 의한 것인지는 모른다.
솟아 오른 그림자의 수는 셋.
멈출 필요 따위 없다.
그것이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안 맞으면 의미가 없다.
붕, 하고 바람을 가르며 닥쳐오는 3개의 칼날.
「, 바보는 너다, 신지……!」
그런 것, 세이버의 일격에 비하면 간단히 피할 수 있다!
「뭐……!?」
겹쳐지는 세 그림자 사이를 빠져나간다.
위태한 것 따위 어디에도 없다.
지금 그 그림자에는, 아무런 경이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다.
직감적으로 죽음을 위구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주저하지 말아라, 하고 세이버는 가르쳐줬다.
「신지!」
파고든다.
신지를 지키는 그림자는 없다.
앞으로 몇 발자국, 3미터만 파고들면 그걸로
「윽, 그만둬, 오지 마……!」
도망치는 신지.
그 등에 팔을 뻗으려고 한 찰나.
「!」
전신에 오한을 느끼고, 순간적으로 팔을 뺐다.
허공을 베는 궤적.
아까까지 내가 있었던 공간을 끊는, 검은 날붙이.
「윽……!」
발이 멈춘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눈앞에는,
이 너무나도 진한 적색마저 엷어질 정도로, 불길한 검은 여성이 있었다.
「아」
이성이 공포로 정지했다.
죽는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무참하게 목을 잘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뇌리에 떠오른다.
그것은.
아까 그 그림자 따위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죽음의 기척이었다.
「조, 좋아, 라이더……! 사양하지 마라, 그 녀석은 네 좋을 대로 해도 돼……!」
라이더의 모습이 희미해진다.
「윽!」
순간적으로 후퇴한다.
지금은 곤란하다.
우선 태세를 다시 가다듬고, 그 뒤에 신지에게 결계를 멈추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컥……!?」
무엇이 일어났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필사적으로 후퇴한다.
「하, 아, 아…………!」
공포로, 눈앞이 새하얗게 된다.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래도, 알지 못하는 채로 필사적으로 팔을 들어서, 목덜미 만을 완전히 감쌌다.
「윽……!」
팔에 쇠붙이가 꽂힌다.
뼈를 깎는 끼릭, 하는 둔한 소리가, 다음엔 죽인다고 고하고 있었다.
「하, 크윽!」
도망간다.
등을 보일 여유도 없다.
두 손으로 급소만을 감싸고, 필사적으로 뒤로 뒤로 도망간다.
「히익…………!!!!!」
끽. 끽끽끽끽끽.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칼날이 몸 전체를 찢어 간다.
시계는, 자신 몸에서 솟아오른 피안개로 막혀 있다.
그 사이에.
시인조차 불가능한 속도로 닥쳐오는, 라이더의 모습이 있었다.
「긱…………!」
베일 때마다, 자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래도 결사적으로, 수십 번이나 죽음에 이르는 일격에서 목숨을 건지고, 필사적으로 뒤로 계속 도망쳤다.
「하하아, 하아, 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이더의 단도를 받아내고 있는 건 내 팔이다.
옷은 찢어지고, 살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래도 방패가 될 수 있는지, 목, 미간, 심장으로 쏘아지는 일격을 필사적으로 받아낸다.
거기에 자신의 의지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몸은 죽고 싶지 않은 한마음으로, 필사적으로 라이더의 일격에 반응한다.
「아아, 하」
이미 숨이 차 있다.
눈앞에 닥친 죽음의 기척에 재촉되어, 달리고 있을 뿐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곧 힘이 다하고, 추격당해서 죽을 뿐이다.
「으아, 악!」
그래서 그녀는 말했는데.
서번트와 싸우지 마라. 에미야 시로로는 전투조차 되지 못한다고.
그걸 들었으면서, 왜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건가, 나는.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신지를 잡아서, 이 빌어먹을 결계를 풀지 않으면 안 되는데, 뭘!
「뭐하고 있냐, 라이더.
이제 됐지, 빨리 베어 죽여버려. 어차피 아무것도 못하니까, 그 녀석은」
의기양양한 신지의 목소리.
거기에 끄덕이고, 라이더는 한층 크게 단도를 들어올렸다.
확실하게 정수리를 노린 일격.
피하는 것 따위 불가능하다.
나에게 가능한 최선은, 하다못해 급소를 피하는 정도다.
「윽…………!」
어깨쇄골 밑에, 단도가 꽂힌다.
한층 높은 금속음과, 치이, 하고 혀를 차는 소리.
「에……?」
뭐지……? 라이더의 단도 끝이, 너덜너덜하게 이가 빠져 있다
「……놀랐어요. 내 칼로는 죽일 수 없군요」
라이더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 단 한 순간 생긴 틈을 어떻게 살릴까 사고한 찰나.
「그럼, 떨어져 죽으시죠」
해머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고, 창문에서 밖으로 내쫓겼다.
「커」
배에 일격, 돌려차기를 맞았을 뿐.
그것만으로 몸은 크게 튕겨나가, 창문을 깨고 공중으로 던져졌다.
지상 3층.
이제 내버려둬도 출혈과다로 죽을 텐데,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끝장이다.
아니. 이미 인간을 수십 미터 날려버리는 일격을 맞은 시점에서, 보통이라면 죽음에 이르겠지.
「아아」
팔을 뻗는다.
아직 낙하하고 있진 않은 건지, 그렇지 않으면 죽음 직전의 착각인 건지.
몸은, 아직 하늘에 멈춰있다.
「아얼, 마나」
무언가에 매달리듯이, 필사적으로 팔을 뻗는다.
하늘은 붉고.
교사는 두근두근 맥박 치는, 생물의 위 같다.
그걸.
그걸 보고도 그냥 둔 채로, 이대로 죽는 건가.
이대로.
이대로.
이대로.
이대로누구 하나 구하지 못하고, 멋대로 죽는다는 건가!
「얼마, 나」
분함에 이를 깨물었다.
이길 수 없다. 싸움조차 되질 않는다. 그런 건, 알고 있었을 텐데 실수했다.
몸 전체가 아픈 것 따위 알 바 아니다.
그저, 분노로 미쳐버릴 것 같을 뿐.
자기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세이버에게는 싸우게 하지 않겠다고 한 결과가, 이거였다.
「윽」
내가 바보였다.
나 혼자서는 누구도 구할 수 없다.
정말로 이 싸움을 끝낼 거라면, 처음부터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녀석은 말했다.
누구와도 싸우지 않고, 누구도 죽이지 않고, 누구도 죽게 두지 않는 거냐, 라고.
자신이 틀렸었다고 알았다면, 우선 무엇을 바로잡고, 누구를 벌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고.
그리고.
하늘을 잡으려는 듯이 뻗는 나의 팔에는, 내려질 명을 기다리는 령주가 있다
「와 줘」
기도하듯이 중얼거린다.
내 목숨 따위 어찌돼도 좋다.
그저, 지금은 이 흉행(凶行)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아니와라, 세이버어어어어어어!!!!」
혼신의 힘을 담아서, 자신의 검을 불렀다.
령주가 사라져간다.
동시에 출현하는, 물결치는 공간.
문자 그대로, 그건 마법이었겠지.
공간에 나타난 파문을 깨 부수듯이, 은의 갑주로 몸을 감싼 세이버가 튀어나왔으니까.
「커허…………!」
등부터 지면에 떨어졌다.
「아하, 아…………!」
호흡이 멈춘다.
낙하의 충격으로 내장이 전부 맛이 가 버린다.
갈비뼈 몇 대는 부러졌든지, 멋지게 금이 갔겠지.
「아윽」
그래도.
내 몸은 찢어지는 일은 없고, 피투성이였던 두 팔도, 아직까지 떨어져나가지 않고 붙어있었다.
「시로……!」
……세이버가 달려온다.
감각이 없는 손발에 채찍질하며, 무사하다고 보이기 위해 가슴을 폈다.
「설명하고 있을 시간은 없어. 상황은 알겠지, 세이버」
「기다려 주세요, 시로. 그건 알겠지만, 그 전에 당신의 몸을」
「라이더를 부탁해. 그 녀석은, 너 밖에 쓰러뜨릴 수 없어」
「안 됩니다, 시로의 치료가 우선이에요. 이대로 놔두면 당신이 죽어요」
「그건 아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잖아」
나 따위보다, 지금은 1초라도 빨리 라이더와 신지를 쓰러뜨린다.
그 이외에 우선해야 할 일 같은 건 없다.
「하지만, 그래서는」
세이버는 끝까지 이쪽 몸을 걱정하고 있다.
……기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말싸움하고 있을 틈은 없다.
세이버가 거부한다면, 두 번째 령주를 쓸 뿐이다.
「윽…………」
이쪽의 결의가 전해진 건가.
세이버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삼켜 주었다.
「알았습니다. 마스터, 지시를」
「라이더를 쓰러뜨려. 나는 신지를 치겠어」
그렇게 되면 세이버에게 주저 따위 없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끄덕이고는, 그대로, 돌풍처럼 교사로 달려나갔다.
계단을 달려 올라간다.
라이더와 신지가 있는 건 3층이다.
신지가 3층에 머물러 있는 것은 령주의 반응으로 안다.
3층 복도에 올라간 순간, 불꽃이 튀었다.
「라이더인가……!?」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세이버가 머리 위에서 기습해온 라이더를 포착하고, 그 공격을 튕겨낸 듯 하다.
「시로, 라이더는 여기서 쓰러뜨리겠습니다.
당신은 라이더의 마스터를……!」
말할 필요도 없다.
세이버라면 라이더에게 지는 일은 없다.
그건 라이더와 싸우고, 그녀의 역량을 약간이라도 알았기에 생긴 확신이다.
세이버의 전투능력은, 라이더의 그것을 크게 웃돌고 있으니까.
「맡기겠어……! 하지만 깊이 쫓지는 마, 신지를 막으면 그걸로 끝나……!」
세이버의 옆을 빠져나가 달린다.
즉각 나를 해치우러 오는 라이더의 단도와, 그것을 라이더 채로 튕겨내는 세이버의 일격!
복도를 달린다.
시선 끝에는 허둥대는 신지의 모습.
「……역시 맨손으로는 불리한가!」
무기가 된다고 하면 긴 것, 예를 들면이 로커에 들어있는 대걸레 정도……!
「, 」
달리면서 마력을 통과시킨다.
잡념이 없기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쓸데없는 짓을 할만큼의 체력이 없는 건지.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플라스틱으로 된 대걸레를 '강화'한다
그림자가 솟아난다.
그 정도로 다쳤는데도, 몸에 둔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덤으로, 지금은 무기까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와선 피할 필요조차 없다.
덮쳐오는 그림자를 전부 대걸레로 힘껏 벤다.
대걸레는 그걸로 부러졌지만, 급조한 무기로는 어쩔 수 없겠지.
거기에, 여기까지 오면 그런 것도 필요 없다!
「신지!」
「히!」
정면에서 후려갈겼다.
갈기갈기 찢어진 팔은, 그것만으로 실신할 것 같은 아픔을 낳는다.
신지의 배를 때리고, 그대로 벽에 밀어붙인다.
「크, 이……!」
내 팔을 풀려고 손을 뻗는 신지.
그 팔을, 노 타임으로 차 버렸다.
자신도, 자신을컨트롤할 수 없다.
찬 팔을 벽에 밀어붙이고, 그대로 꺾었다.
「아으아, 이아아아아아아……!!」
신지의 비명도 잘 들리지 않는다.
「윽, 」
꽤안 좋다.
긴장을 풀면 이쪽이 의식을 잃을 것 같다.
아직 손발이 움직이는 동안에, 빨리
「힉……!」
신지의 머리카락을 잡고, 그대로 벽에 꽉 누른다.
「비명은 나중이다. 지금 당장 결계를 세워라, 신지」
「우웃기, 웃기지 마, 누가 너 따위, 가」
남은 팔로 신지의 목을 잡는다.
톡, 하고.
옷에 스며든 피가, 신지의 몸을 더럽혀 간다.
「그럼 결계 전에 네 숨통을 끊을 뿐이군. 어느 쪽이라도 좋아, 나는. 빨리 정해라」
목을 쥔 팔에 힘을 넣는다.
몸 안에 돌고 있는 마력 덕분이겠지.
이 정도 목이라면, 간신히 부러뜨리는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하엉터리군. 너한테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냐. 거, 거기에 나는 아직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그저 모두로부터 조금씩만 생명을 나눠 받았을 뿐」
「알았다. 잘 가라, 신지」
팔에 힘을 넣는다.
주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약간 동정이 있었다.
상대가 같은 마술사라면, 죽이는 것에 저항 따위 없다고그런 마술사의 기초지식조차, 신지는 배우지 못했으니까.
「자잠깐! 기다려 줘, 알았어, 내가 졌다, 에미야……! 결계는 금방 세울게, 세울 테니까……」
「………………」
목에 넣었던 힘을 푼다.
「윽하아, 하아, 하아……제길, 바보 같이 힘만 세 가지곤. ……어이, 라이더! 블러드 포트를 세워라! 마스터의 목숨이 위험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라이더에게 외치는 신지.
「」
라이더로부터의 대답은 없다.
다만, 지금 그 말로 세이버는 라이더로부터 한 발 떨어져 있다.
라이더는 단도를 내리고, 약간 입술을 움직인다.
「……이걸로 됐지. 이 결계는 특수하다는 것 같아서 말야, 한 번 친 장소에는 그리 간단히 다시 칠 수는 없다고 해.
……이제 여기에 결계를 치는 일은 없으니, 그 손 놔라」
「그렇게는 못하지. 이긴 이상 이쪽 말에 따라줘야겠어. 신지, 령주를 버려라. 그러면 두 번 다시 싸우는 일도 없다」
「뭐웃기지 마라, 그런 짓 가능할 것 같냐!
령주가 없어지면 라이더를 따르게 할 수 없어. 그렇게 되면, 나는」
「마스터가 아니게 되잖아. 그럼 신토에 있는 교회에 가면 돼. 싸움에서 빠진 마스터를 보호해주는 장소라는 것 같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뭐야. 몸을 지키기 위해서 결계를 쳤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고, 너는 다른 마스터에게 이기기 위해서, 이런 결계를 쳤다고 하는 거냐」
「윽……별로 그런 말은 하지 않았잖아. 나는 단지, 마스터가 돼서, 서번트를 복종시키고 있으면」
마술사가 될 수 있다, 라고 생각한 거냐.
……하지만 그런 건, 돼 봤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냐.
「여기까지다, 신지. 령주를 버리지 않는다면, 그 팔을 베어내겠어. 그걸로 마스터의 자격은 없어진다는 것 같으니까」
「하……? 팔을 베어내……?」
신지는 정말로 이상하다는 듯이 머리를 갸웃한다.
그건 연기가 아니라, 신지는 정말로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 했다.
「아니, 그러니까」
「시로, 떨어져요……!」
세이버의 목소리.
도장에서 실컷 주입 당한 보람이 있었는지, 세이버의 질타에, 뇌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신지한테서 손을 놓고 뒤로 뛴다.
동시에, 내가 있던 곳에 라이더의 단검이 휘둘러진다.
「라, 라이더……!?」
「물러나세요, 마스터. 이 곳에서 이탈합니다」
「시로, 물러나요……! 라이더는 결계유지에 쓰고 있었던 마력을 전부 해방할 작정입니다……!」
「……!? 마력을 해방해……!?」
보니, 확실히 라이더의 낌새가 이상하다.
세이버와 대치하고 있었을 터인 그녀가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 것도 그렇고, 전신에서 뿜어지는 냉기도 그렇고, 지금까지의 라이더와는 위압감이 차원이 다르다.
「라, 라이더……!? 무슨 생각하는 거야, 너, 에미야의 서번트에게조차 이기지 못하는 주제에 제멋대로 행동하지 마……!」
「네. 확실히 저는 세이버에게는 미치지 못해요.
하지만 안심하시죠. 제 보구는 다른 서번트를 능가합니다. 설령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저의 질주를 막을 수는 없어요」
라이더의 단도가 올라간다.
「뭐」
그 자리에 있던 자, 전부가 놀라서 목소리를 흘렸다.
어처구니 없게도, 라이더는 자신의 목에 단도를 대고
그걸, 단숨에 그었다.
……사방으로 튀는 선혈.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싼 라이더의 하얀 목줄기에서, 엄청난 량의 피가 뿜어져 나온다.
「무무슨, 짓을」
마스터인 신지조차, 라이더의 행동에 숨을 삼키고 있었다.
서번트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다고는 해도, 저건 치명상이다.
라이더는 대량의 피를 잃고, 스스로 소멸할 뿐 아닌가.
「윽……!?」
하지만, 그것은 모르는 자만의 기우.
뿌려진 혈액은 공중에 멈추고는, 서서히 진을 그린다.
그것은, 피로 그려진 마법진이었다.
본 적도 없는 문양.
비유할 수도 없는 불길한, 생물 같은 도형.
……라이더가 낳은, 강대한 마력 덩어리.
아까까지의 결계 따위, 이 마법진에 비하면 어린애 속임수라고까지 여겨진다.
「아……!? 모, 몸이 밀려난, 다」
너무나도 강대한 마력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인지.
강한 바람에 밀리듯이, 몸이 질질 물러난다.
「시로, 떨어져요……! 라이더는 보구를 쓸 생각입니다, 거기에 있으면 말려들어요……!」
말하고, 세이버는 나를 억지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나를 감싸면서, 라이더의 마법진과 대치한다.
「도망칠 생각이냐, 라이더.
자신의 마스터도 말려들게 한다면, 여기서 저승길을 열어줄 뿐이다. 그런 보구를 쓰게 할 수는 없지」
「……후후. 설마, 마스터를 지키는 것이 서번트의 역할이잖아요. 나는 마스터를 데리고 도망칠 뿐이에요.
그게 마음에 안 든다면 쫓아와 봐요, 세이버」
「물론이걸 본 뒤에도, 당신에게 싸울 기백이 남아있을 때의 이야기이지만」
고동이 들린다.
찌직, 하고 살을 억지로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라이더의 머리카락이 날아오르고
「윽…………!」
「시로, 숙여요……!」
세이버에게 손을 끌려서, 지면에 쓰러진다.
굉음과 섬광.
마구 불어대는 열풍에 눈을 감는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어도 원하든 그렇지 않든 느껴졌다.
지나간 하얀 무언가.
거대한 빛의 화살 같은 것이, 터무니 없는 스피드로 복도를 달려 나갔다고
「」
얼굴을 들자, 거기에 있는 것은 무참한 파괴의 흔적이었다.
신지와 라이더의 모습은 없다.
……지금 그 빛은 우리들을 노린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여기에서 이탈하기 위한 것이었던 듯 하다.
「윽」
상처가 아프다.
철컥, 하고 머리 속에서 드럼에 박혀 있었던 격철이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몸을 움직이고 있었던 열이, 급속히 식어간다.
「시로……?」
세이버의 물음도, 이제 들리지 않는다.
의식은, 그대로 하얀 어둠에 떨어져 갔다.
……그 꿈을 꾼다.
이것이 자신에게 있어서의 『죽음』의 이미지인 건가.
죽음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볼 생각이 없는 이 광경이 되살아난다.
시체의 산.
무너져가는 사람들.
누구나가 도움을 구하고, 도움 따위 없었던 순간.
그건 괴로웠다.
괴로워서 괴로워서, 살아있는 것조차 괴로워서, 아예 사라져버리면 편해지겠지 라고까지 생각했다.
몽롱한 의식으로, 의미도 없이 손을 뻗었다.
도움을 바라며 손을 뻗은 것이 아니다.
그저, 하늘이 멀구나, 하고.
마지막으로, 그런 걸 생각했었지.
그 연후에 의식은 반쯤 사라져서, 들어올린 손은 털썩 하고 지면에 떨어졌다.
……아니.
떨어질, 터였다.
힘없이 가라앉는 손을 쥐는, 큰 손.
그 사람은 그 불 속, 누구라도 좋으니까 누군가를 구하려고 찾아와서, 이 나를 찾아낸 것이다.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눈에 눈물을 머금고, 살아있는 인간을 찾아냈다 하고,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
그것이, 너무나도 기뻐 보여서.
마치, 구원 받은 것은 내가 아니라, 남자 쪽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그리고 나서.
죽음 직전에 있는 자신이 부럽다고 생각할 정도로, 남자는 무언가에 감사하는 듯이, 낯선 아이를 구해냈다.
그것이 전기(키리츠구의 힘)
죽음을 받아들였던 약함은, 살고 싶다고 하는 강함으로 바뀌었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던 마음은, 살았다고 하는 기쁨만으로 가득히 채워졌다.
나는 남자의 손을 놓지 않도록, 가능한 한 힘을 담아서 손가락을 움직이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 뒤, 정신이 드니 병원에 있고, 자신을 구한 남자의 면회를 받게 된다.
그것이 10년 전의 이야기.
그 뒤의 에미야 시로는 그저 키리츠구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 사람처럼 될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구해줬으니까, 라는 이유가 아니다.
그저 그 때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아서, 그 환영을 덮어쓰려고 했다.
그렇게 되는 것을 목표로 달려왔다.
마음 어딘가에서, 눈치채지 못했으면 하고 꿈꾸고 있었다.
그렇다언젠가는, 자신도.
그 때의 키리츠구처럼 웃을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커다란 구원일까 하고 희망을 안고
「」
……눈을 뜨자, 거기는 낯익은 거실이었다.
시계 소리가, 매우 시끄럽다.
바닥에 눕혀져 있었던 듯, 팔을 들어보자, 두 팔은 붕대로 빙글빙글 감겨 있었다.
「밖이, 어둡구나」
몸을 일으킨다.
시계는 밤 10시를 지나고 있었다.
「밖이, 어둡구나라니, 이 배은망덕한 녀석아. 눈이 뜨였으면 우선 해야 될 말이 있는 거 아냐?」
「토오사카. 뭐야, 있었냐」
「있었냐, 라니.
네 바로 옆에서 계속 간병해 줬는데, 너무한 태도잖아」
……그랬구나.
그거, 미안한 짓을 해 버렸다.
「미안. 아무래도 머리가 굳어 있는 거 같아. 잘 생각을 할 수 없는데……어쨌든 고마워, 토오사카. 또 너한테 신세 졌네」
「윽뭐, 뭐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니까 됐어. 시로도 그 정도 상처였으니까, 의식이 몽롱해 있는 것도 당연하고 말야」
「……그래서, 아픈 데는 없어? 일단 상처는 아물었지만, 안쪽까지는 모르니까. 이상이 있으면 치료하지 않으면 곤란하잖아?」
「아니. 나른할 뿐이고, 아픈 데는 없어.다만, 어쩐지」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다.
자신이 여기에 있는 경위를 모르겠다.
오늘 하루, 뭘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낼 수 없
「! 토오사카, 학교는!? 나는 그 뒤에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학교 사람들 일은 안심해. 학교에는 키레가 갔으니까.
복도의 보수라던가 사후처리는 그 녀석이 할 테니까 생각 안 해도 돼. 저래 봬도 성직자고, 이 정도는 시키지 않으면 벌 받겠지」
「그 녀석이? 그럼, 학교 쪽은」
「심각한 사태가 되진 않았어. 병원으로 옮겨진 학생은 많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 같아. 모두 영양실조라니까, 2, 3일 병원에서 쉬는 정도래」
「그래, 그건」
다행이다.
결계를 푸는 건 늦었지만, 제시간에 대지 못한 것만도 아니었구나.
안심한 찰나, 전신에서 힘이 빠졌다.
후우, 하고 크게 숨을 토하고, 벽에 등을 기댄다.
「……그럼 내 몸 쪽도, 코토미네가 낫게 해 준 거야?
아무리 토오사카라도, 그 정도 상처는 치료 못하잖아」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건 네가 멋대로 고쳤어. 버서커 때랑 마찬가지. 우선 상처가 아무는 것만이라면 초(超)가 붙을 정도 회복력인데……네 쪽에는 기억은 없지?」
「있을 리가 없잖아. 나도 영문을 알 수 없어. 세이버랑 계약할 때까지는, 나는 평범한 몸이었다니까」
「……흐응. 어쩌면 자신이 모르는 것뿐이고, 선조가 도마뱀이라던가 그렇지 않아?」
「……………이봐. 진지한 얼굴로 그런 무서운 농담은 하지 말라니까. 나도 기분 나쁘다구. 자기 몸이, 자기가 모르는 물건이 돼 있는 거 같은 거니까」
「괜찮잖아? 어찌됐든, 그걸로 몇 번이나 목숨을 건졌으니까.
벌써 두 번이나 도움 받았고, 도마뱀이 되는 정도는 타협할 수 있는 교환조건이라고 생각하는데?」
「……토오사카. 중상 입은 사람을 괴롭히면 재미있냐」
「아까까지 중상이었던 사람, 이잖아.
뭐, 어쨌든 세이버에게 감사하도록 해. 이치는 모르겠지만, 시로의 몸이 그렇게 된 건 세이버 덕분이고」
「아」
그래서, 조잡해져 있었던 머리에 간신히 활기가 돌아왔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
그녀에게 구해지고, 그녀를 필요로 한 자신이, 1초라도 빨리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말이 있다.
「큭」
바로 일어난다.
역시 움직이면 몸 여기저기가 아팠지만,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을 수 없다.
「토오사카, 세이버는?」
「도장에 있어. 나는 방에 짐 가지러 갔다 올게」
토오사카는 가벼운 걸음걸이로 별채로 향했다.
「아얏……」
삐걱삐걱하고 관절이 아프다.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어쨌든 도장으로 걸음을 빨리 했다.
도장에 겨우 다다른다.
세이버는 혼자서, 명상하듯 정좌를 하고 있었다.
「시로……!? 깨어난 건가요!?」
들어온 나를 알아챈 세이버는, 즉각 일어나서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다가왔다.
「미안, 지금 정신이 들었어. 그래서, 세이버」
「미안, 이 아니에요! 당신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산만큼 있습니다……! 저를 두고 적의 꾀임에 넘어간 것, 혼자서 싸우려고 한 것, 자신의 몸을 걱정하지도 않았던 것……!」
「알고는 있는 거예요, 그 모두가 죽음에 직결되는 우행(愚行)입니다! 아니, 실제로 당신은 죽을 뻔 했어요. 이렇게 저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면 재미있나요……!」
「아아니, 저」
「뭐죠! 어중간한 변명으로는 물러나지 않겠어요. 오늘은 정말, 철저하게 당신의 생각이란 걸 들려줘야겠어요!」
쿠아, 하고 덤벼드는 세이버.
그건 확실히 박력이 있었지만, 뭐랄까, 여기까지 감정을 드러낸 세이버를 보는 건, 기뻤다.
「……알고 있어, 확실히 이야기할게.
그러니까 얘기 좀 하자, 세이버. 몸 쪽은 보는 대로 괜찮으니까」
「에……시로, 회복한 건가, 요?」
「아아, 그런 것 같아. 일단, 살아는 있어」
「그렇습니까그건, 다행이군요」
아까까지의 험악함은 어디에 갔는지.
세이버는 정말로 안심한 듯이 숨을 쉬고, 내 무사를 축하하듯, 부드럽게 웃었다.
「」
……통감한다. 그 무표정한 세이버에게 그런 얼굴을 시킬 정도로, 나는 그녀를 불안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그녀는, 그런 나를 함께 싸우는 자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윽」
……내가, 바보였다.
이런 순수한 신뢰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녀에게 싸우게 한다고 하는 단순한 신뢰조차, 주지 않았으니까.
「세이버」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 눈을 맞추는 것도 겸연쩍었던 상대를, 정말로 자연스럽게,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네? 뭐죠, 시로?」
「미안. 내가, 바보였어」
머리를 숙인다.
「아……시로, 그만두세요. 아까 한 말은 표현을 그렇게 한 것뿐이에요. 화내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당신이 사과할 필요는」
「있어. 파트너로서, 세이버에게 사과하는 건 당연해. 걱정시켜서 미안. 세이버랑 있는 한, 나는 두 번 다시 혼자서는 싸우지 않겠어」
「시로, 그건」
「응. 세이버, 네 힘을 빌려 줘.
나 혼자서는 다른 마스터에게는 이길 수 없어. 나에게는, 네 도움이 필요해」
「……그럼, 지금까지의 행동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는 거군요? 시로는 마스터로서 후방지원에 주력하고, 싸우는 건 제 역할이라고」
「」
……그건, 아니다.
그것에 관해서만은, 나는 틀리지 않았다.
지금도, 세이버가 상처 입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그녀가 싸우는 것을 금해 왔다.
……잘못돼 있던 것은 그것뿐.
그녀와 함께 싸우겠다고 정했으면, 나는 전력으로, 그녀를 지켜나가면 됐으니까
「……아니. 나는 자신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세이버가 나를 지킨다면, 나도 세이버를 지킬 거야. 세이버만을 싸우게 하는 건, 나에게는 불가능해」
「」
뀉세이버는 대답하지 않는다.
도장에는 차가운 공기만이 흘러간다.
「」
그래도,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세이버에게 허락을 받을 때까지 끈질기게 부탁할 뿐이다, 하고 얼굴을 든다.
그러자.
「……하아. 그 완고함은, 실로 당신답군요」
「에……? 저, 세이버?」
「정말, 이제 와서 대답할 필요도 없겠죠.
저는 당신의 검입니다. 저 이외의 누가, 당신의 힘이 된다는 겁니까, 시로」
그렇게 말하고, 세이버는 왼손을 내밀어왔다.
「」
세련된 말도 떠오르지 않고, 그 왼손을 잡는다.
……서로 쥔 확실한 감촉.
만나고 며칠 지나서, 겨우진짜 계약이라고 하는 것을, 우리들은 맺고 있었다.
「? 뭘 악수 같은 걸 하고 있어, 둘이서?」
하고.
어째서 이 타이밍에서 나타나는 거냐, 네 녀석은……!
「윽」
세이버와 둘이서, 허둥대며 손을 놓는다.
「? 어쩐지 수상한데. 설마, 나한테 비밀로 작전회의를 하고 있었다던가?」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저, 마스터의 몸이 건강한지 어떤지, 맥을 짚고 있었던 것 뿐이니」
「」
어리둥절.
세이버가, 어엄청 수상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니, 도대체 왜 세이버까지 당황하고 있는 거지.
「헤에. 이상하게 맥을 짚는구나」
이상하다는 듯이 세이버를 보는 토오사카.
익숙하지 않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인지, 세이버는 점점 더 거동이 수상해져 간다.
……이건 조력하지 않으면, 더더욱 이상한 사태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이, 무슨 볼일이야, 토오사카. 방까지 짐을 가지러 간다고 하지 않았었냐, 아까」
「아, 그거그거. 자, 세이버, 이거」
「고마워요. 린에게는 신세를 지는군요」
토오사카는 손가방을 세이버에게 건넸다.
……받은 세이버는, 이거 참 드물게도 기쁜 얼굴을 하고 있다.
「그게 마지막이니까 조심해. 아무리 강제소환이라도, 억지로 무장하면 옷 같은 건 날아가버리니까」
「죄송해요. 돌연한 일이었기에, 거기까지 생각이 가지 않았어요. 그래도, 린이 같은 옷을 가지고 있어 줘서 살았어요」
「뭐, 그렇지. 단순한 디자인이고, 교복 같은 거니까.
키레 녀석, 수수한 옷들만 나한테 억지로 주는걸. ……뭐, 나한테는 안 어울리는 옷이니까 괜찮지만. 왜 그 옷에 구애되는 거야, 세이버」
「네. 시로가 어울린다고 했으니까요」
……하아.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세이버의 옷은 저걸로 3벌째라는 듯 하다.
우리 집에는 여자 옷 같은 거 없고, 세이버는 토오사카에게 의복을 빌리고 있는 것이다.
「…………」
하지만, 그.
그런 여자다운 이야기는, 내가 없는 데서 해 주면 매우 고맙겠다.
나도 남자고.
모처럼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긴장이 풀려서 곤란하잖아
그리하여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토오사카와 세이버에 의해 억지로 자게 됐다.
의식이 돌아왔다고는 해도, 내 몸은 중상인 채다.
라이더에게 찢긴 두 팔은, 원래대로라면 팔꿈치에서 아래를 잘라내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상처이고, 3층에서 낙하한 은 금간 곳과 비틀린 곳 투성이다.
생각할 건 산더미만큼 있겠지만, 지금은 잠들어서 몸을 낫게 해라, 라는 것이 둘의 공통견해인 듯 하다.
「…………………」
하지만, 놓친 신지와의 결판은 하루라도 빨리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신지는 주저하지 않고 그 결계를 발동시켰다.
그런 마스터를 내버려두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는, 나라도 알고 있다.
「…………제길……자고 있을 때가 아니……인……데」
현기증과도 같은 공백.
……원래대로 돌아간 건 머리 뿐이다.
누운 찰나, 완전히 낫지 않은 몸은 탐욕스럽게 잠을 요구해 온다.
「윽……내일……내일이, 되면」
……이렇게 쉬고 있을 수 없다.
비록 몸이 다 낫지 않았다고 해도, 도망친 신지를 잡지 않으면 안 돼
첫댓글 원제는 Fate stay night 였습니다만,이번에나온 레타 누아를 같이넣는다는의미에서 제목을수정 이해를위해서 소재목도 같이써넣었습니다. 그리고,각각의 글들은 ⑩때부터 일(일일 단위)씩으로 쓰고있습니다.앞으로 fate루트는 5일안에쓸수있겠고요. 맛뵈기로,레타누아의 op들을 올리겠습니다.물론,각루트로 새로추가된CG를넣을생각.다쓰고난뒤엔 FATE의Last 에피소드를 쓸생각입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신규CG가없는 부분입니다.
2틀에 걸쳐 (오늘 포함) 꿈의 계속 정주행한 1人
후...용캐 이걸 하실맘이생기셧나보네요... 저도 Fate루트까진 다썻는데... 그이상은 귀찮아서 못쓰겠던데..
공감100배 하지만,쉬던기간동안 놀고만있던게아닙니다.^^ 이미준비된 용량은 충분하다.덤벼라!잡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