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극의 현장 댈러스(Dallas)
댈러스는 국제공항(Fort Worth)이 있는 대도시로 휴스턴에 이어 텍사스 제2의 도시이다.
인구 130여 만의 댈러스는 크게 국제공항이 있는 포트워스와 다운타운으로 구분되며, 미국 남서부지역 문화와 패션의 중심이라고 한다. 1963년 미국 제35대 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댈러스는 비극의 현장이었던 다운타운의 텍사스 교과서 창고(Texas School Book Depository)를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 바로 앞에 메모리얼 광장(John F Kennedy Memorial Plaza)이 있고 건물 1층은 법원 건물로, 오스월드가 총을 쏘았던 6층은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6층 전체가 기념관으로 꾸며져(Six Floor Museum) 사람들의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바로 인근에는 텍사스 최초의 집이라는 오두막(Oldest house)이 있고 또 서부 개척의 시발점이 되었던 유니언 철도역에는 지금도 열차가 다니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 있는 어마어마한 하얏트 호텔의 28층 타워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댈러스의 다운타운은 고층건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운타운에서 조금 벗어나면 100여개의 점포가 모여 있는 Outlet 매장이 있었는데 유명 브랜드의 명품들을 좋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기분 좋은 쇼핑을 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승용차로 6시간 거리의 러벅에서는 댈러스에 오는 사람만 있으면 꼭 여러 집의 부탁을 모아 주로 식 재료를 한 보따리씩 사가지고 가서 나누어 준다고 한다. 러벅에도 수많은 식료품 가게가 있건만 댈러스가 값도 싸고 더 품질이 좋다나....
♠ 그림 같은 도시 샌안토니오(San Antonio)
샌안토니오는 영화로도 잘 알려진 알라모 요새가 있는 텍사스 남부의 아름다운 도시로 2월 초에 갔는데도 따뜻한 날씨로 반팔을 입은 사람도 많이 있었다. 이곳은 원래 멕시코 땅이었던 까닭으로 건물들이나 도시모습 전체가 미국이라기보다는 멕시코에 가깝다고 하겠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유명한 리버 워크(River walk)로 도심 한가운데로 흐르는 강은 도시 지표면보다 5~6m 낮아서 계단을 통하여 강변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강변에 거대한 나무들이 들어차있고 수많은 아름다운 다리는 물론, 건물 밑까지 배가 들어간다. 폭이 5~6m 정도로 꼬불꼬불한 운하는 양쪽으로 산책로도 잘 꾸며져 있고, 작은 관광크루즈가 쉴 사이 없이 다니는데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줄 뒤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8달러 50센트를 받는 관광크루즈는 45분정도 도심 가운데 운하를 도는데 저녁이면 강 옆으로 수많은 카페와 노천 음식점들이 오색 불빛을 밝히고 있고, 4~6명으로 구성된 마리아치(솜브렐로를 쓰고 멕시코 전통 복장을 입은 악단)들이 식당을 돌며 기타와 아코디언 반주에 맞추어 경쾌한 멕시코 음악을 연주하고 있어 이색적이었다.
다음 날은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던 비극의 현장 알라모 요새를 관람하였다. 18세기 초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전도소로 지어졌던 알라모(Alamo)는 수도회에서 이지역의 전도를 포기하자 스페인(사실 멕시코)이 점령하여 요새로 사용했는데 이곳 주변에 미루나무가 많아 미루나무라는 의미의 알라모(Alamo:스페인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1835년 텍사스 의용군 부대는 멕시코 군대를 몰아내고 알라모를 되찾는데 샘 휴스턴을 비롯한 미국의 텍사스 지도층은 이곳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철수 하지만 의용군들은 끝까지 사수하기로 하고 철수를 거부하였다. 1823년 2월 23일, 멕시코의 ‘산타 안나’ 장군이 이끄는 멕시코 정규군의 대 공세가 시작되자 의용군을 이끌었던 ‘제임스 보이’ 대령과 ‘윌리엄 트래비스’ 대령은 183명의 의용군을 지휘하여 5000여 명의 멕시코 군과 14일 간이나 저항하다가 전원이 전사하는데 멕시코도 1000~1600명의 전사자를 냈다고 한다. 이들이 14일 간 버티어 준 덕분으로 샘 휴스턴 장군이 이끄는 미국 정규군은 방어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었고, 결국 멕시코 군을 격파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이 전쟁 결과로 멕시코 땅이었던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일부의 엄청난 땅이 미국 영토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알라모는 텍사스 인들의 자랑이자 영웅적 저항의 상징이 되었으며 전사자들 전원이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매월 첫 토요일은 그날을 기념하여 각종 전시회가 열리고 의용군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당시 사용하였던 각종 무기들을 보여주고 행진하는 모습도 보여 주는데 내가 갔던 날이 2월 첫 토요일이라 운 좋게도 수많은 관광객과 함께 모든 것을 보고 즐길 수 있었다.
당시 전투에서 어린아이와 여자들 15명이 살아남았다는 조그만 방, 수많은 당시의 유물들을 전시한 몇 개의 방과 꽤 넓은 안마당, 외벽 등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알라모 요새 앞의 거리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넘치고, 길거리는 예쁘게 치장한 꽃마차들이 여러 대 관광객들을 태우고 있었으며 수많은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차 있었다.
또 한 가지 근처의 자그마한 공원에는 한국전쟁과 월남전 참전 기념 조형물이 있었는데 한국전 참전기념 조형물은 겨울철인 듯 참호 속에 두터운 방한복을 입은 미군 두 명이 피로한 표정으로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이어서 가슴이 쓰라렸다. 그 둘레로는 전사자들의 명단이 빼곡하게 씌어져 있고... 한국전쟁에서 미군 5만여 명이 전사하였다고 적혀 있었다.
샌안토니오는 지극히 멕시코적인 도시모습으로, 또 미국 자존심의 대명사인 알라모 요새로 미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곳 중의 하나라고 한다.
♠ 남부의 대도시 휴스턴(Houston)
휴스턴은 1823년 멕시코 ‘산타 안나’ 장군의 침공으로 크게 파괴되었다가 재건된 도시로 휴스턴 장군의 이름에서 도시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인구 200만, 근처와 합친 대도시권은 400만 이상으로 남부 최대의 도시라고 하는데 남쪽 멕시코 만 근처 35km 지점에 유명한 미우주항공국(NASA:Space Center)이 있다.
또 석유화학, 쌀과 목화 생산지, 목축산업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예술, 스포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다운타운은 엄청난 고층건물이 즐비하며 초기 정착민들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공원(Heritage Park)도 다운타운에 잘 보존하고 있어 역사교육과 시민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었다.
내가 갔던 날은 마침 일요일이어서 미우주항공국으로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NASA 관광을 포기하고 그냥 다운타운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미국 남부는 대부분 침례교회(Baptist Church)가 차지하고 있는데 오후 3시쯤 다운타운을 걷다가 웅장한 성당이 보이기에 들어갔더니 마침 미사를 하고 있어서 참례하였다. 미사를 드리면서 보니 신부님과 100여 명의 신도들이 아시아인들로 보였는데 강론말씀이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아닌 것이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미사가 끝나고 물어 보았더니 베트남인들 미사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베트남인들이 휴스턴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텍사스 고유의 전통으로 스테이크 집에서는 땅콩을 무제한 제공하는데 까먹은 껍질을 바닥에다 그냥 버려 엄청나게 많은 껍질들이 테이블 밑에 흩어져 있어 처음 들어가면 꼭 쓰레기통을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금을 가미하여 껍질째 구운 땅콩으로 까먹으면 짭짤하다. 고급 스테이크집도 예외가 아닌데 걸어가면 빠작빠작 껍질 부서지는 소리, 또 먼지도 많이 날 것 같은데 손님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땅콩을 입에 털어 넣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것이 텍사스의 전통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