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희의 「벼락키스」 감상 / 김지율
벼락키스
김언희
벼락을 맞는 동안 나무는 뭘 했을까 번개가 입속으로 치고 들어가 자궁을 뚫고 나오는 동안 벼락에 입술을 대고 ―시집 『요즘 우울하십니까』 2011 ......................................................................................................... 벼락을 맞는 동안 나무는 무얼 했는지, 번개가 입속으로 치고 들어가 더 깊은 자궁을 뚫고 나오는 동안 나는 무얼 했고 너는 무얼 했을까. 벼락에 입술을 대는 순간, 온몸이 새까맣게 타버린 순간, 너는 무얼 했을까. 시인은 말한다. 나는 페미니즘을 참아주고, 나는 휴머니즘을 참아주고, 나는 불가분의 관계를 참아주고 나는 오늘의 좋은 시를 참아 주고, 나는 죽을 필요도 살 필요도 없는 오늘을 참아준다고. ‘발목을 잘라 놓아도/ 발목을 삶아 놓아도 가버리는 것들/ 발을 끊은 것들’ (「장충왕족발」) 앞에서도 시인은 무참히 참아준다. 자신을 ‘커다란 비눗방울 속에’(「여름 고드름」) 가두고 터지면 죽는 거라고 끝내 자신을 참아주면서. 김지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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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벼락을 맞는 동안 나무는 무얼 했는지, 번개가 입속으로 치고 들어가 더 깊은 자궁을 뚫고 나오는 동안 나는 무얼 했고 너는 무얼 했을까. 벼락에 입술을 대는 순간, 온몸이 새까맣게 타버린 순간, 너는 무얼 했을까.
김지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