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봉에서 떨어졌어요.
제주도 영성대회 첫날 저녁 식사 후 아내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아파! 병원 응급실이여.
학교에서 철봉에 매달리다 떨어졌어.
왼쪽 손목 통증이 심해 택시 타고 왔어.
엑스레이 촬영 후 기다리고 있는데 기도해 주세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놀랐다.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병상에서 홀로 당한 아픔을 느꼈다.
하루 사이에 소소한 일상이 무너졌다.
다치기 전과 후가 달랐다.
측은한 마음에 책임을 내 탓으로 돌렸다.
운동의 덕을 맛보았기에 밥상머리에서 몸 관리에 대한 잔소리가 잦았다.
또 창고에 방치한 철봉을 김우진 권찰의 수고로 사택 작은방에 세웠다.
들락날락하며 손에 익혀 1분 매달리기 목표 삼고 근육을 키웠다.
남편 없는 동안 멋진 몸을 만들려는 욕심을 부렸다.
요양보호 일을 마치고 운동장으로 향한 모양이다.
나이가 몇인데 폼 잡고 철봉에 매달리다 놓쳐 왼손을 짚었다.
결국 남편 때문에 사달이 났다.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었다.
머리나 다리 다쳤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아내 위한 권면이 결국은 화를 당해 일상이 흐트러졌다.
급한 소식을 들었지만 돌아올 형편이 못되었다.
동행한 장로님의 건강 상태가 온전치 못해 내색하지 않고 섬겼다.
점심때 생선회 드시고 한속 들어 옷을 껴입고 침대에 누웠다.
근처 약국에 들러 처방을 받아 쌍화탕에 약 복용하고 주무시게 도왔다.
그런 상황에 아내 위해 도울 방법은 새벽에 나가 기도할 뿐이었다.
딸이 엄마 곁을 지켰지만 아이들 때문에 계속하기 어려웠다.
입원 치료 위해 간병인을 불렀다.
다음 날 주치의 진료로 수술 일정이 잡혀 전화로 아내의 상황을 살폈다.
부분 마취로 깨진 뼈에 쇠붙이 대고 고정시켰다.
통증이 심해 무통 주사를 맞았다.
부기를 빼기 위해 얼음찜질하고 날마다 수술 부위 소독 후 손을 재꼈다.
퇴원하면 재활 치료받고 손목 힘을 기르기 위한 관절운동은 필수였다.
장로님과 허브 공원을 거니는 날,
군데군데 포토 존에 아내 생각이 간절했다.
봄꽃을 즐겼지만 꽃 중의 꽃은 아내였다.
기회가 되면 부부 동반으로 다시 오고 싶은 관광지였다.
3박 4일의 영성대회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병원 로비에서 환자복 입은 아내를 만났다.
손가락이 붓고 무통 주사를 맞아도 아픈 표정이 가시지 않았다.
수술 후 불순물 제거 주머니를 달았지만 결과는 좋았다.
인생, 마음대로 되는 일 없어 아내를 위한 기도가 벅찼다.
고단한 삶의 일정에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쉼을 선물하심 같았다.
내가 걱정하는 말에 간병인이
머리도 감기고 목욕도 시켜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본죽과 간식을 간병인 손에 들려 보내고 왔다.
불 꺼진 사택에 들어서며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박 권사님이 수요 예배 오실 때 현관에 불을 켜 놓는 이유를 알았다.
내가 보낸 카톡이 울렸다.
‘여보, 충전기, 치약, 치간 칫솔, 성경 책, 볼펜,
기도 제목 쓸 메모지, 물병, 커피, 종이컵 가져오세요.’
다음 날 새벽 기도 마치고 운동 길에 챙겨 나가 전달했다.
그날 ‘광주은행 잔고 채워 주세요.
과일 좀 갖다주세요.’ 부탁한 일을 들어줬다.
금요 저녁 예배드릴 때 평소에 느끼지 못한 아내 빈자리가 크게 보였다.
주일날, 3시간 외출증을 끊어 함께 예배드렸다.
장로님 특송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우리 이 땅에 몸으로 태어나 무슨 일하다가 무엇을 남기랴
우리의 인생을 누가 대신 살아주나
너와 내가 남남으로 주 앞에 설 때에 우리 무엇으로 주님께 드리랴/
혹은 긴 인생 어떤인 짧은 인생 그러나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네
천국이 없다면 인생이란 허무한 것
너와 내가 영혼으로 만날 수 없다면 우리 이별을 어떻게 견디랴’
그렇다. 천국 소망이 없다면 인생은 허무 그 자체였다.
사는 날 동안 건강한 삶을 위해 더 달리고 싶었다.
두 다리, 두 손을 마음껏 쓸 수 있음이 감사요 행복이었다.
하지만 땀에 젖은 옷 세탁이 문제였다.
첫날은 세재를 얼마나 넣는지 몰라 물었다.
세탁 후 건조기 쓰라는 아내 말에
복잡한 게 싫어 빨래 건조대에 털어 말렸다.
혼밥 챙겨 먹고 설거지하고 돌아서면 점심때가 가까웠다.
가사가 만만치 않았다.
아내 입원 소식에 전화받고 문병 온 지인들 영접 나간 것도 일이었다.
그들이 3박 4일간 내색 않고 제주도 일정 소화한 일에 놀랐다.
아내의 마지막 부탁은 그들에게 기도 받은 일이었다.
하루해가 저물 때 빨래를 거둬 개고 나면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끼니 걱정하는 분들이 찰밥, 된장국, 미역국, 조기조림,
홍어 무침, 배추김치, 깻잎, 죽순 나물, 파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혼자 먹는 밥에 반찬이 밀렸다.
체중 관리로 절제 중이라 먹는 양이 많지 않았다.
냉장고 숨 쉬는 소리만 키웠다.
어머니가 밥해 놓았다는 전화에 종종 가서 먹었다.
모임 가는 날은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왔다.
과부가 과부 속 안다고 취준생으로 객지에서 홀로 지낸 막내가 목에 걸렸다.
용돈 송금하고 문자로 알렸다.
‘찬희야 잘 있지. 용돈 조금 보냈다.
밥 굶지 말고 먹어라!’
‘아유 아빠. 감사해요. 밥 먹는데 쓸게요.
엄마는 괜찮으세요? 저도 감기 몸살로 공부 못하고 있어요 ㅠㅠ.
아빠도 닭고기나 유산균 자주 드시면서 건강 챙기세요.’
‘막내가 최고다.’ 서로가 힘이었다.
문제는 치매 든 장모님이 자주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국 처제가 나서서 수습하고
또 병원에 들러 손목 치료기로 아내의 부기를 빼줬다.
뜻하지 않은 일에 안의 해(아내)가 갇혀 어두웠다.
불편하지만 더 귀히 밝혀 쓰시려는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자 감사할 일이 많았다.
2023. 3. 18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