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멈추진 않았습니다.
열여섯 살에 형님이 학도병 1기로 전쟁에 나가고
아버지는 당뇨 합병증으로 입원을 하고 난 뒤
열세 식구의 생계는 고스란히 나의 어깨 위에 얹어졌습니다.
역사의 격변기를 거치며 바닥없는 가난을 경험한
우리 세대의 삶은 서로 크게 다를 바가 없었지요.
그래도 나는 한 번도 멈춰 서지 않았습니다.
낙제를 해본 적도 없고, 시험에 떨어져본 적도 없고,
멍하게 손을 놓고 산 적도 없습니다.
엄청난 도약은 아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쉬지 않고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간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장에서 커다란 새 지게를 샀습니다.
너의 번민 슬픔 아픔 모두 얹어라
평생을 정신과 의사로 살아오면
내가 사람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늘 생각합니다.
도시의 빌딩 숲에는 별의별 걱정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마음이 그 짐을 다 감당하지 못할 때,
그들은 나를 찾아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도시 안에서 지게꾼이 되려고 합니다.
시골의 지게는 온갖 물건들을 싣지만,
도시의 지게는 온갖 시름들을 싣습니다.
내 커다란 지게 위에 그들의 번민을 모두 대신 짊어지렵니다.
이만큼 정신과 의사를 했으니
제법 유능한 지게꾼이 된 것 같습니다.
사랑은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이 그립다.
사랑이 끝난 자리는 태풍이 휩쓸고 간 산등성이 같습니다.
사랑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 달콤하고,
그만큼 부서지면 더 아프지요.
사랑때문에 차갑게 깨져버렸던 것을 뇌는 기억하지만,
심장에 화인처럼 박혀 있는 것은 사랑 때문에 뜨겁게
뛰었던 기억입니다.
그래서 심장이 우리 몸속에서 뛰는 한,
우리는 그 아슬아슬한 모험을 포기할 수가 없는 겁니다.
첫댓글 시인은 사랑때문에 살지만,
저는 여자 때문에 산답니다 ㅎ
여자도 여자 나름 이겠지요?
@하얀 눈꽃(중앙부회장) 치마만 둘렀으면 돼요 ㅋ
채풍? 태풍♡
정신과 의사 존경합니다
태풍이요~~
바쁘니 정신이 없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