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어사2. 범어사 성보박물관, 암자, 승탑밭

[김나신]

영남대찰, 범어사.

암자, 성보박물관, 승탑밭

범어사를 나와 성보박물관으로 향한다. 범어사가 큰 절이라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보고 온 것 같다. 박물관 앞에는 일제강점기 세워진 탑이 하나 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자 각종 유물과 함께 '조엄'이란 분과 관련된 영상이 틀어져 있었다. 범어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조엄은 동래부사로서 부역에 시달리는 범어사 스님들을 구하고자 환생한 큰스님이라고 한다. 조엄은 이 전설 말고도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구황작물 중 하나인 고구마를 대마도로부터 전래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덕분에 초기에는 고구마를 '조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전시실 안에는 범어사를 거쳐 간 여러 고승의 초상과 사천왕도 등이 걸려있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인상 깊은 작품은 울산 인성암에서 온 한 석불이었다. 워낙 눈길이 가 한참을 그 앞에 있었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텔레비전 뒤에는 레고로 만들어진 '범어'란 작품이 있는데 왠지 쓸쓸함이 느껴진다.

(박물관 앞 칠층석탑. 일제강점기 지어진 것이라 한다.)

(범어사 성보박물관.)

(울산 인성암 석조보살좌상. 이상하게 끌린다.)

(범어사 전도. 당시 범어사의 위세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범어사 아미타극락회상도.)

(사천왕도. 크기부터 그림까지 관람객을 압도한다.)

(유르겐 스톨한스의 '범어'. 인위적이고 자연을 훼손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박물관 밖에는 다른 여러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전시장에 있는 유물은 대부분 범어사의 생활용품과 앞에 세워져 있는 칠층석탑의 부속품인 근대 석조물이 주를 이룬다. 유물의 가치로 따지면 그렇게 우수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한 유물을 보는 맛이 있다.

(범어사 비사리구시.)

(범어사 괘불대.)

(범어사 돌절구, 비좌. 비좌는 왠지 자연적인 느낌이 든다.)

(칠층석탑에 세워져 있던 사천왕상. 근대작이다.)

성보박물관을 나와서 이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주변에 있는 암자를 둘러보기로 한다. 제일 먼저 성보박물관 오른쪽 길에 표시된 청련암으로 간다. 5분 조금 안 되는 시간을 걸어오니 뭔가 화려한 느낌이 드는 암자가 나타난다. 고즈넉한 암자를 기대한 나에겐 많은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옆에 있는 내원암도 비슷하려니 하고 그냥 내려온다.

(청련암.)

(범어사 한켠에 있던 아름다운 길.)

이번엔 반대쪽에 있는 암자로 향한다. 이왕이면 저 위쪽에 있는 암자까지도 가고 싶지만, 버스 시간도 있고 해서 그곳은 나중에 금정산 등산할 기회가 생긴다면 한꺼번에 갔다 와야겠다. 범어사를 기점으로 왼쪽으로 가자 누가 거대한 자갈을 뿌려놓은 듯한 돌바다가 나타난다. 이 기괴한 형상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돌밖에 없는 것 같아도 안을 자세히 보면 그 사이사이로 계곡 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여간 신기한 게 아니다.

(범어사 돌바다.)

돌바다 뒤로는 대성암이란 암자가 보인다. 암자 입구를 나서자 최근에 지은 듯한 건물이 보인다. 방금 청련암과 다를 건 없지만, 더 편안하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특히 안에 있던 소대는 마치 범어사 소대를 뚱뚱하게 불려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여기도 유물 같은 건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가지 못한 원효암 등 위쪽 암자가 더 보고 싶어진다.

(대성암 입구.)

(대성암 소대. 아까 본 범어사 소대가 생각난다.)

(대성암.)

이제 마지막으로 범어사의 숨겨진 보물인 승탑밭으로 가기로 한다. 그러나 아무리 검색을 하고 주변에 계신 분들께 여쭈어봐도 다들 조계문 앞에 있는 비석들을 가리키며 저거 아니냐고 하신다. 그렇게 혼자 돌바다부터 아까 청련암 가는 길까지 열심히 헤매다가 마지막으로 맞춰보자는 심정으로 다시 돌바다로 걸어간다. 바위 위를 조심스레 건너며 길을 찾다가 반대편 대나무숲 사이로 작은 길이 보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길로 뛰어간다. 걷고 있는 돌바다는 정말 발 한 번 헛디디면 잘못될 것 같다. 그리고 길 안쪽으로 들어가자 그토록 찾았던 승탑밭이 나타난다.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혼자 숲 한가운데에서 소리도 질렀다. 그리고 마주한 승탑밭은 아름다우면서도 엄숙했다. 수많은 분의 영혼이 담긴 그 조용한 공간. 그리고 그 곳에 홀로 있는 기분이란. 작년 원원사 승탑을 발견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 그리고 아까 성보박물관에서 본 낭백스님의 승탑을 찾는다. 일일이 확인하다가 한 수수한 승탑에 새겨진 '낭백(朗白)'이란 글자를 보고 멈춰 선다. 조엄의 전생이자 범어사의 성자이시다. 큰 승탑밭 앞에는 작은 승탑이 또 놓여있다. 조용한 이곳, 오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승탑밭을 가기 위해 건너는 돌바다.)

(돌바다 여간 건너기 힘든 게 아니다.)

(돌바다를 건너면 나오는 대나무숲 사잇길. 이곳을 지나면...)

(나오는 엄숙한 그곳! 승탑밭.)

(사진 한 장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는 승탑밭. 대흥사 이후로 이렇게 큰 승탑밭은 처음 본다.)

(낭백스님의 승탑.)

(한 스님의 비석. 귀부가 참 귀엽다.)

(승탑밭 뒤에 있는 작은 승탑밭. 왼쪽 승탑은 최근에 만들어진 듯하다.)

승탑밭을 지나면 울창한 편백과 삼나무숲이 나타나 마음을 맑게 해준다. 이 일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등나무숲이 있는 곳이다. 꽃이 필 때는 아니라 등나무는 제대로 보지 않았지만, 울창한 편백과 삼나무 덕분에 기분이 무척 좋아진다. 숲을 나오자 제일 처음 범어사로 향했던 도로가 나온다. 편하게 가고 싶으면 등나무숲으로 들어가는 길을 이용하는 게 좋겠지만, 어째 극적인 느낌은 돌바다를 건널 때가 더 좋은 것 같다. 나중에 꼭 다시 오고 싶다.

(범어사 등나무숲.)

(울창한 편백숲.)

(역시나 울창한 삼나무숲. 마음까지 푸르게 한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스님과 고양이.)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늦은 점심시간쯤에 답사가 끝났다. 밑으로 내려오는 길에 부산 명물인 돼지국밥을 먹고 경주로 돌아간다. 암자도 그렇고 조금 아쉬움이 남는 답사지만, 그래도 기분은 그렇지 않다. 부산은 나중에 또 올 일이 있을 것이다.

(돼지국밥. 정말 맛있었다.)

다시는 잊지 못할, 다시 오고픈 범어사. 그곳을 떠나며 경주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다른 지역 답사를 마친다.

-여정- (2014. 2. 21. 金)

범어사 성보박물관→→ 청련암→→ 범어사 돌바다→ 대성암→ 범어사 돌바다→ 범어사 승탑밭→ 등나무숲→ 편백, 삼나무숲→→ 돼지국밥집--------------→ 경주

<굴림체 안 쓰기 운동>

윈도7 이전 버전(윈도xp, 비스타 등)은 기본이 굴림체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문서나 많은 글이 굴림체로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굴림체는 일본의 나카무라 유키히로 선생이 제작한 '나루체'를 우리나라에서 수입해 한글에 맞춰 쓰고 있는 것입니다. 애초에 일본 글씨에 맞춰 개발된 글씨체인데 우리나라 한글에 억지로 맞춰지면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깨고 있습니다. 하지만 윈도7 이전 버전은 굴림체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저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굴림체를 써 왔습니다. 이제라도 하나하나 바꿔 가려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도될 수 있으면 굴림체를 쓰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가나다라 대한민국 → 가나다라 대한민국

(굴림체)                       (바탕체(명조체))

*맑은 고딕을 쓰고 싶었으나 카페 글씨체에 없더군요.  

새롭게 펼쳐라!

  羅新

[권종훈]

경주에서 마지막 떠나는 다른 지역 답사라는 의미를 간직한 범어사 답사.
범어사 주변을 샅샅이 잘 둘러보았구나.
범어사는 옛날에 몇번 가보았지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았는데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놓으니 한결 이해 하기가 쉽구나.
특히 조엄의 고구마는 알고 있었지만 범어사와 관련이 있다는 정보와 굴림체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정보라 정말 고맙구나.
중간고사 칠 시기가 되었는데 어떻게 공부는 많이 해 두었는지?
늘 열심히 하는 민욱이가 되길...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