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우상, 나훈아의 연정
가는 봄, 햇살이 따갑다. 봄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식히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들판을 거닐며 흘러간 옛노래 몇곡을 뽑았다. 경쟁자 없는 독무대, 나만의 영광...봄바람이 환호하고, 잡초들이 손수건을 흔든다.
노래들 중 나훈아 연정, 어째 가는 봄 만큼이나 마음속에 여운이 남는 노래다.
[연정/나훈아]
이슬비가 내리네
보슬비가 소리없이 내리네
못다한 사랑의 눈물이더냐
아쉬움이더냐
아아아아 사랑하던 사람아
내 마음을 아는가
이슬비에 젖어 봄비에 젖어
사랑을 잃은 눈물에 젖어
사나이는 사나이는
말없이 떠나간다
이 노래는 나훈아씨가 이혼을 할무렵에 만든곡이라고 들었다. 담긴 가사로 보아 촉촉히 마음을 적시는 노래다. 그래선지 나는 이 노래를 그의 공연에서 부르는 것을 듣지 못한 거 같다.
우리들이 한창 젊었을때 그가 유명 여배우 김00씨와 결혼 소식을 들었다. 우리들의 우상인 그의 그러한 행태에 매우 의아하고 서운했었다.
당시 나훈아씨는 30세, 김00씨는 37세였다. 나훈아씨가 대전에서 군복무(공군)를 하면서 그녀가 운영하는 업소에 드나들다 사귄 모양이다.
가수 활동을 접는건가? 생각했으나 그는 소극적인 활동을 하였다. 알고보니 김00씨는 그가 가수활동을 접고 조용히 살기를 원했단다.
나는 한때 그들과 멀지않은 곳에서 군생활 중 대전을 지날때면 그들이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3년쯤 뒤 내가 군대를 제대하고, 취직을 했다. 우연히 초량동에서 술을 마시다 나훈아씨의 외삼촌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외삼촌은 그의 결혼 사실에 분개해했고, '부모님들에게 아파트 하나도 사주지 않고, 돈벌어 모두 그여자한테 다갔다 바친다'며 못난놈이라고 했다.
나훈아씨와 김00씨와의 이혼 뒷애기를 들으니, 그는 여자는 돈이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전재산을 그녀에게 주었다고 들었다.
여자들이 들으면 참 괜찮은 사람이겠지만, 과연 남성들도 그럴지 의문이다. 부모님들 아파트는 사드렸을까? 당시 초량엔 20평 아파트도 귀했고, 산비탈 동네가 많았다.
나훈아, 가요계 불세출의 인물인 것 같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드높은 인기와 영광속에 돈은 많아도 언제나 외롭게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의 사생활은 배일에 가렸고, 무대밖에선 사람들의 환호도 받지 않았다. 이제 그가 은퇴를 한다고 하였다. 그 우렁한 무대의 환호성을 영영 잊고살 수 있을까?
예전엔 그 높은 인기로 까마득한 격차를 느꼈지만, 늙어가는 마당엔 생사의 격차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격세지감을 가진다. 그의 건강한 앞날을 기원해 본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흩어진 형제들을 생각하며 이 노래도 추가했다.
[물레방아 도는데]
돌담길 돌아서며 또한번 보고
징검다리 건너갈때 뒤돌아 보며
서울로 떠나간 사람 천리타향 멀리 가더니
새봄이 오기전에 잊어버렸나
고향의 물레방아 오늘도 돌아가는데